00465 제 117 장 - 제3요새 =========================================================================
카라락 카라락 카라라라라라라!
연막이 뭉클거리며 한쪽으로 밀려나오자 그 안에서 스켈레톤 기병대가 쏟아져 나왔다.
“야! 작은 코, 너 오늘 좆 되는 거야.”
“호, 혹시 히어로?”
“왜? 이제야 좀 겁이 나냐?”
“아니 히어로라면 히어로라고 말씀을 해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내가 왜? 너희들도 채무자들에게 그리 친절하게 구는 놈들은 아니잖아? 안 그래?”
소울과 자르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스켈레톤 기병대가 한쪽에서 정렬을 마쳤다.
[마이로드, 준비됐습니다.]
[시작해.]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명령이 떨어지자 연막 속에서 중무장을 한 스켈레톤 기병대가 튀어 나와 공터를 원형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두두!
해골마를 타고 달리기 시작한 스켈레톤 기병대는 앞을 가로막는 적을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커다란 대도(大刀)와 기병도를 꺼내더니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
차차창 서걱 서걱 철썩 철썩…….
악 으악 크악 커억 아악…….
날카로운 도검을 든 깡패들은 갑자기 연막 속에서 기병대가 쏟아져 나와 공격을 하자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 위에서 달리며 휘둘러대는 대도와 기병도로 인해 깡패들의 목이 떨어지고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가슴과 배가 잘리고 상체와 하체가 떨어져 나갔다.
몬스터와 살벌한 전투를 치루며 성장한 스켈레톤 기병대는 민병대의 수준도 못되는 허접한 깡패들에게는 너무 과한 전력이었다.
“뭣들하고 있어. 깡패새끼들을 모조리 쓸어버려!”
“네, 형님.”
“네, 마스터.”
소울은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오웬과 카렌, 소냐를 투입시켰다.
“워터애로우, 스톤파이크!”
화르르르륵!
카렌이 정령들을 소환해서 스킬을 난사했다.
오웬이 두 손에 화염을 일으키더니 돌진해오는 깡패들을 향해 화끈한 불꽃쇼를 보여줬다.
몸에 구멍이 숭숭 나고 온몸에 불이 붙어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틴, 건물 안에 숨어있는 고리대금업자들을 잡아와라.]
[네, 주인님.]
마틴이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리더니 번개처럼 건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곧이어 사방에서 ‘나죽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투실투실 살이 찐 사내들이 하나씩 잡혀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중에는 여자도 한 명 껴있었다.
빈민가 중앙공터는 한순간에 피와 시체가 싸인 아비규환이 참상이 만들어졌다.
수백 명의 깡패들이 한 명도 도망가지 못하고 도륙을 당했다.
그 처참한 모습에 놀란 누군가가 노스트라 시(市) 경비대에 보고를 했다.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멈춰라! 시내에서의 전투는 불법이다. 당장 멈춰라!”
“뭐래?”
소울은 이미 다 끝난 싸움에 나타난 경비대를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요?”
“무슨 짓이긴 내 동료를 납치해서 강간을 하려는 놈들을 응징하는 거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많은 시민을 죽이면 어떻게 합니까?”
“시민? 깡패새끼도 시민이었나? 아! 일단은 이놈들도 시민은 시민이구나.”
소울은 처음 알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경비병들은 자신들의 숫자보다 많은 기병대가 공터를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깡패들의 목을 자르고 있자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목청만 높이면서 소울에게 항의했다.
“엄연히 이곳은 엘라즈라 왕국의 법이 있는 노스트라 시내 안입니다. 누구신데 이렇게 함부로 사람을 죽이십니까?”
“시끄럽다. 더 이상 떠들지 말고 여기 시체들이나 치워라.”
“네?”
“내 말 안 들려? 좋은 말로 할 때 이 시체들이나 빨리 치우라고.”
“아, 네.”
경비병들은 소울이 화를 내자 즉시 꼬리를 내리더니 공터 안에 가득한 시체들을 한쪽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이놈들의 장부책을 찾아와.”
“네, 마스터.”
열 명의 사내들은 소울의 잔혹한 일처리를 보고는 단단히 겁을 먹었는지 아주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두 명씩 조를 짜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고리대금업자들의 금고를 열고는 장부책을 챙기기 시작했다.
[본, 소환해제를 하겠다.]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말에 본은 즉시 스켈레톤 기병대를 연막 안으로 불러 모으더니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본 소환해제, 까뮤 소환!]
[주인님.]
본이 사라지고 이번에는 까뮤가 나타났다.
[까뮤, 전리품 챙겨라. 서류와 장부책은 놔두고 금은보화만 챙겨.]
[네, 주인님.]
열 명의 사내가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중요한 서류와 장부책을 찾아서 내려오자 그 틈에 까뮤는 건물을 돌면서 재빠르게 금고 안팎의 금은보화를 챙기기 시작했다.
“오웬, 저리 올라가서 수지를 데리고 와.”
“네, 형님.”
오웬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서 수지를 찾아 데리고 왔다.
“마스터!”
“수지!”
수지는 소울을 보자 죽은 서방이 돌아온 것처럼 반겼다.
고리대금업자를 비롯한 여러 명의 깡패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것이 누군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수백 명의 깡패를 쓸어버리는 소울의 멋진 모습에 수지는 몸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소울에 대한 수지의 충성도가 100을 찍고 플러스알파로 넘어갔다.
이제 그녀는 소울이 뭐든지 원하면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꼭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엉엉엉! 마스터.”
“그만 울어. 이제 다 끝났어. 더 이상 너와 네 집에는 위험이 없을 거야.”
“고마워요.”
수지는 소울의 품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다.
보다 못한 소냐가 다가와 소울의 품에서 간신히 인계를 받아 데리고 갔다.
우루루루루루!
그때였다.
수백 명의 경비대 병사들이 빈민가를 중앙공터를 포위했다.
“오오오, 이거 2막이 시작됐네.”
“포리너스를 부를까요?”
“어떻게?”
“뿔 나팔을 불면 되요.”
“그래?”
“한번 불러봐.”
“네, 마스터.”
뿌우우우 뿌우우우 뿌우우우!
다이애나가 목에 걸고 있는 뿔 나팔을 길게 불었다.
그 모습에 경비대장이 앞으로 나와 소울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누군데 이렇게 노스트라의 시민을 죽이고 위협하는 겁니까?”
“난 이번에 벤자민 왕세자 전하와 같이 이곳 노스트라에 온 히어로 마스터다.”
“히, 히어로이십니까?”
“그래. 난 히어로다.”
소울은 투구를 살짝 올려서 자신의 이마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 히어로 크리스털을 보여줬다.
그러자 수백 명의 경비병들이 일제히 술렁거렸다.
특히 경비대장은 벤자민 왕세자라는 말에 인상을 확 쓰면서 입을 다물었다.
잘못하면 엘라즈라 왕국의 실세의 눈 밖에 나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될 수도 있었다.
‘이거 건드려도 아주 잘못 건드렸네.’
경비대장은 지금의 사태로 인해 길길이 날뛸 귀족들의 얼굴이 눈앞에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북부대산맥에 인접한 도시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히어로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메시엘을 구하기 위해 신이 보낸 사자들로 일당백의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북부대산맥의 거친 몬스터들과 싸우며 북부대장벽을 지키고 마나석과 젬스톤을 채취하는 것이 모두 히어로들이 하는 일이다.
히어로가 없었다면 아무리 높고 단단한 북부대장벽이 있다고 해도 벌써 몬스터에게 도시가 넘어갔을 것이다.
그 어느 곳보다 숭무(崇武)정신이 높은 북부대산맥 접경지역에서 히어로의 존재는 절대 갑 그 이상이었다.
“경비대장, 난 내 동료를 납치해서 강간하려고 했던 이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또한 나와 내 동료를 죽이려고 수백 명이나 칼을 들고 공격한 깡패들을 죽인 것은 정당방위다. 이번 일에 문제가 있다면 내가 묵고 있는 저택으로 시장을 데리고 오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경비대장은 소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눈앞의 히어로가 빠져 나갈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수지, 너를 납치한 놈이 누구지?”
“저기 아프론의 사장이에요.”
“아프론 사장 나와라.”
“저,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수백 명의 깡패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핏물로 시뻘겋게 물든 바닥에 비만형의 40대 중반의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수지, 너를 욕보이려고 했던 놈들이 이 안에 또 있어?”
“네, 아프론의 사장을 비롯해서 OK캐시, 오린스캐피탈, 제이트러블스, 산화머니 사장들이 저녁에 돌아가면서 수청을 들게 하겠다고 했어요.”
수지는 눈물을 닦고 원독에 찬 눈빛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소울은 수지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줬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경비대장을 쳐다봤다.
“들었지?”
“네.”
“그럼 네가 증인이야.”
“네?”
경비대장은 소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웬, 이놈들을 처리해라.”
“네, 형님.”
오웬은 소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다섯 명의 남녀를 향해 화염을 쏟아냈다.
크아아악 아아아악 으아아악 커어어억 꺄아아아악!
각각 다섯 마디의 다른 비명이 참혹하게 공터에 울려 퍼졌다.
“아니 그렇다고 즉결처분까지?”
“왜? 노스트라 귀족들은 기분 나쁘다고 길을 지나가던 선량한 시민들을 잘도 처 죽이면서 나는 이 인간쓰레기 같은 놈들을 즉결처분하면 안 되는 거야?”
“그, 그게 아니라.”
경비대장은 감히 소울에게 뭐라고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제 보니 소울만 히어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웬의 두 팔에서 화염이 쏟아져 나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또 다른 히어로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마스터라는 자 옆에 서 있는 다른 동료들도 왠지 뭔가 한 가닥씩 하는 자들 같았다.
거기에다 지금 완전무장을 한 포리너스 기병대가 빈민가 공터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노스트라 귀족들과 히어로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겠네. 수백 명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죽여 버린 이런 독심(毒心)의 히어로는 정말 처음 보는구나. 이 히어로의 비위를 거슬렀다가는 당장 내 목이 떨어질 거야. 일단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만 살 수 있다.’
경비대장은 잔뜩 겁을 먹고는 더 이상 소울의 행사에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무조건 이 히어로에게 떠넘기기로 작심했다.
“마틴, 빈민가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내라. 빚잔치를 하자.”
“네, 마스터.”
소울의 명령에 마틴이 건물의 꼭대기로 몸을 띄어 올렸다.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것처럼 마틴이 건물 위로 올라가자 그 모습에 경비대장은 자신의 직감이 정확했다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틴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빈민가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모두 밖으로 나와라. 히어로 마스터께서 너희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실 것이다.”
벼락이 내리는 듯한 쩌렁쩌렁한 마틴의 목소리에 집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빈민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공터로 걸어 나왔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모이자 소울은 마틴을 쳐다봤다.
그러자 다시 마틴이 크게 소리쳤다.
“아프론, OK캐시, 오린스캐피탈, 제이트러블스, 산화머니, 이렇게 다섯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진자들은 들어라. 오늘 히어로 마스터께서 너희들의 빚을 모조리 탕감해주실 것이다. 이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자는 히어로 마스터를 대적하는 자로 간주하고 천벌을 내리실 것이다.”
마틴의 말에 빈민가의 사람들은 모두 기대 섞인 시선을 보냈다.
빈민가를 장악한 이들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그동안 죽을 만큼 시달렸던 사람들은 히어로의 말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웬, 장부책을 몽땅 태워버려.”
“네, 형님.”
화르르르르륵!
와아아아아아아!
오웬이 바닥에 쌓아놓은 고리대금업자들의 장부책을 불태우자 즉시 빈민가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수고했다. 모두 그만 돌아가자.”
“네, 마스터.”
소울은 곧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더 이상 자신에게는 볼 일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틴, 은밀하게 자르코를 데리고 와.]
[네, 주인님.]
소울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마차를 출발시켰다.
자르코는 일부로 죽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지만 꽤나 강단이 있는 놈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놈을 하나 데리고 있는 것이 빈민가를 위해서도 유흥가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물론 수틀리면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어차피 수백 명의 깡패가 일시에 사라져 무주공산이 된 빈민가와 유흥가는 곧 새로운 놈들이 나타나 세력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니 누가 이기던 꼭대기에 올라선 놈만 잡아 족치면 그만이다.
그런 일이라면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마틴이나 오늘 안면을 익힌 큐라를 이용해도 될 것이다.
마차와 포리너스가 떠난 자리에는 빈민가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리고 빈민가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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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수정 16-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