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64화 (464/492)
  • 00464  제 116 장 - 노스트라  =========================================================================

    “주인님, 벤자민 왕세자께서 전령을 보내왔습니다.”

    “용건이 뭔데?”

    “이번에 북부요새 중 제3요새로 가게 됐다고 합니다. 기왕 몬스터 사냥을 하실 예정이라면 제3요새로 와달라고 하네요.”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턱을 쓰다듬었다.

    대저택도 거저 받았고 포리너스 부대원들이 무장하고 있는 무기와 갑주 등도 아무 조건 없이 넘겨줬다.

    그동안 챙길 것 다 챙기고,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었으니, 이제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할 것이다.

    “포리너스의 집단전투훈련 성취정도는 어때?”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은 정예병입니다. 같은 숫자의 부대와 싸운다면 어떤 부대라도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답니다.”

    “마틴이 보기에는?”

    “요새를 의지해 싸운다면 피해가 경미할 것이고 직접 사냥을 나간다고 해도 마스터와 함께라면 패배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빠진다면?”

    “북부대산맥으로 깊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부대가 괴멸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으음, 마틴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제 슬슬 우리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야겠네.”

    “전략회의를 준비할까요?”

    “그래.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네, 주인님.”

    정중히 고개를 숙인 마틴이 밖으로 나가자 소울은 식은 차를 목구멍에 털어 넣고는 일어났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일을 벌일 시간이 된 것이다.

    집무실을 나와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중앙로비에서 오른쪽 복도를 타고 걷자 커다란 식당이 나왔다.

    이미 식당 안은 카렌, 오웬, 소냐를 비롯한 포리너스 부대원들로 인해 꽉 차 있었다.

    “마스터께서 나오신다.”

    “충!”

    소란스런 식당이 한순간에 군례소리로 정리가 됐다.

    “식사를 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소울이 한손을 흔들면서 말하자 그제야 다들 자리에 앉더니 식사를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식당 안쪽 창가에 마련된 자리는 소울을 위한 VIP 좌석인지 예쁘게 단장을 해놓은 것이 보였다.

    레이첼이 의자를 빼주자 소울은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테이블로 카렌, 마틴, 레이첼, 소냐, 오웬, 세라, 루안이 앉았다.

    소울이 빵을 잡아 뜯어 스프에 찍어 먹자 다들 스푼을 들었다.

    “샤를은?”

    “하녀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호색한답군. 샤를에게 적당한 땅을 구해서 넘겨줘.”

    “알겠습니다.”

    소울은 더 이상 샤를이 대저택에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약속한 대로 땅을 사주고 적당한 거리에 떨어뜨려 놓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훌륭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자연 발효시킨 요거트와 치즈, 갓 구운 부드러운 빵과 해산물 스프는 모두에게 만족한 웃음을 선사했다.

    식후 디저트와 차를 즐긴 그는 마틴을 데리고 저택의 중앙 로비를 따라 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간만에 몸 좀 풀어야겠다.

    “고리대금업자를 만나러 가십니까?”

    “그래. 이번 기회에 깡패새끼들도 함께 쓸어버리자.”

    “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마틴은 두말하지 않고 하녀를 불러서 마차를 준비시켰다.

    “형님, 저도 갑시다.”

    “마스터, 저도 데리고 가세요.”

    그때 안에서 오웬과 카렌 그리고 소냐가 뛰어 나왔다.

    그들의 뒤로 다이애나와 엘렉스, 나비엘과 켄, 그리고 탈칸이 가벼운 무장을 하고 걸어 나왔다.

    “다들 무슨 일이야?”

    “수지가 위험에 빠졌다고 해서 도우러 왔어요.”

    “하하하,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소울은 웃으면서 마틴을 쳐다봤다.

    “카렌 아가씨에게는 제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카렌이 불러왔겠군.”

    마차가 도착하자 소울과 마틴이 올라탔다.

    소냐가 얼른 마부석으로 올라가 고삐를 넘겨받았다.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마차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솔직하게 말해봐. 손이 근질거려서 그러지?”

    “하하하, 맞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좋아. 모두 타라. 고리대금업자와 깡패 새끼들을 때려잡으려면 손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 하니까.”

    “감사합니다.”

    소울의 허락에 그들은 우르르 마차 앞과 안으로 몰려들었다.

    덩치가 큰 알렉스, 켄, 탈칸이 마부석에 타고 마차 지붕에는 작고 가벼운 나비엘이 올라탔다. 마차 안으로 카렌과 소냐 그리고 오웬이 들어왔다.

    귀족들이 타던 넓은 마차 안이라 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전혀 좁은 느낌을 받지 않았다.

    “마스터, 일단 외성 동쪽으로 가겠습니다.”

    “오고 가는 길은 알아서 잡아.”

    “네, 마스터.”

    마틴이 마차 안에서 마부석으로 귀신처럼 빠져나갔다.

    이윽고 마차는 소울의 대저택을 빠져나가 내성 동문을 향해 천천히 달려갔다.

    그리고 곧 외성 동쪽의 유흥가를 향했다.

    화려한 팔두마차가 유흥가 안으로 들어서자 고주망태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술꾼들이 뭔 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왜 유흥가로 왔지? 수지 집으로 안가고?]

    [방금 조력자가 새로운 정보를 전해줬습니다. 수지가 고리대금업자가 부리는 깡패들에게 끌려갔다고 합니다.]

    [조력자?]

    [저기 마차 밖에 보이는 자가 트란실라 백작이 보낸 서기관입니다.]

    소울은 마차에서 내려 검은 로브를 깊이 눌러쓴 자에게 다가갔다.

    마틴이 허공을 훨훨 날아 그의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큐란이라고 합니다. 트란실라 백작님을 모시고 있는 서기관입니다.”

    “우리에게 정보를 가져다 줬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것은 순수한 저의 호의입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워하지 말아주십시오.”

    “마치 노스트라 암흑가를 꽉 잡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네?”

    “사실이 그렇습니다. 단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큐란의 말에 소울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트란실라 백작에게 초대를 받은 몸이니 이 정도 호의는 감사히 받도록 하지. 대신 해결은 내 힘으로 하겠다.”

    “원하시는 방향으로 저희는 옆에서 조력하겠습니다.”

    “좋은 태도다.”

    소울의 허락이 떨어지자 큐란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한손을 들었다.

    그러자 건장한 장정 열 명이 소울의 앞으로 나오더니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상처만 없다뿐이지 근육질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거친 용병들이나 가질 수 있는, 사람 여럿 죽여 본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이자들은 뭔가?”

    “마스터의 앞길을 열 자들입니다. 그저 편하게 수족처럼 부려주십시오.”

    “그래?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마틴!”

    “네, 마스터.”

    소울은 큐란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마틴을 불러 사내들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러자 마틴은 큐란을 한번 쳐다보고는 사내들 앞으로 걸어갔다.

    “수지를 끌고 간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라.”

    “예.”

    열 명의 사내들은 즉시 몸을 반대로 돌리더니 골목길 안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그들의 사나운 기세에 골목길을 나오던 중년 남자 하나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저벅 저벅 저벅....

    행군이라도 하듯 열 명의 사내는 발을 맞추며 걸어갔다.

    그 소리가 골목길을 울리자 마치 군대가 행진을 하는 소리로 들렸다.

    그들은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빈민가를 마치 제집처럼 찾아서 들어갔다.

    빈민가 중앙에 도착하자 널찍한 공터가 나왔는데 그 주변으로 고리대금업자들이 버젓이 간판을 세워놓고 영업 중이었다.

    사내 중 하나가 소울에게 다가와 정중한 어조로 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스터, 여깁니다.”

    빈민가 중앙에서 가장 크고 높은 3층 건물이다.

    입구에는 덩치가 산만하고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네놈이 서 있다.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큐란이 멀리서 조용히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까뮤, 수지를 찾아봐.]

    [네, 주인님.]

    소울은 일단 수지를 찾아 구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어이, 거기 곰탱이들!”

    “뭐, 뭐요? 나 말이요?”

    건장한 장정 열 명에 심상치 않게 보이는 자들이 정문으로 다가오자 깡패들은 살짝 쫄았는지 말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봐줄 소울이 아니었다.

    그는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쓰며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래 이 새끼들아. 여기 곰처럼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너희들 말고 누가 있어?”

    “아니 초면에 이거 너무 막나가는 것 아니요?”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대가리들 전부 튀어 나오라고 해.”

    “어디서 오셨소?”

    “지옥에서 왔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말끝마다 욕을 달아 막말을 해대자 깡패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더니 당장 눈에 살기를 뿌려댔다. 한 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얼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주인님, 수지를 찾았습니다. 강간을 당하기 일보직전입니다.]

    [까뮤, 그 방에 있는 놈들을 다 죽여.]

    [네, 주인님.]

    소울은 가뜩이나 깡패새끼들이 눈깔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참고 있으려니 화가 나 죽겠는데 수지를 강간하려고 하는 놈들이 있다고 하자 바로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우루루루루루!

    곧이어 건물 안에서 수십 명의 깡패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시퍼런 날이 살아있는 듯 번쩍이는 도검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어쭈, 이거 한판 하자는 소리네?”

    소울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지금이 딱 그 짝이었다.

    그때 안에서 작고 단단한 몸집에 까무잡잡한 얼굴을 한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얼굴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고 눈은 찐득한 살기가 묻어나왔다.

    “너 어디서 온 새끼야?”

    “나?”

    “그래. 네가 이놈들 데리고 왔지?”

    그는 소울의 앞에 서 있는 열 명의 사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응, 일단은 내가 데리고 왔어. 그러는 너는 뭐냐?”

    “난 여기 OK캐시 영업상무 자르코다.”

    “잘린코라고?”

    “아니 자르코다.”

    “작은 코! 코는 작지 않은 것을 보니 아래쪽 코를 얘기하는 모양이구나?”

    소울의 말에 자르코는 뜨금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남의 약점을 까발린 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뭐라고? 이 자식이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 기어왔어?”

    “뒈지려고 환장을 한 놈은 네놈들 같은데?”

    “하하하, 이런 미친 놈, 아주 재미있는 새끼구나. 그래 오늘 화끈하게 네놈 피 맛 좀 보도록 하자.”

    “일단 피를 보는 것은 기정사실이지.”

    소울은 싱긋 미소를 지어줬다.

    [주인님, 처리했습니다. 수지는 2층 맨 왼쪽 창고 안에서 대기 중입니다.]

    [혼자 놔뒀어?]

    [안에 있던 놈들을 모조리 처리하고 철문을 잠가놓았습니다. 일반인의 힘으로는 철문을 쉽게 열지 못할 것입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까뮤가 수지의 안전을 확보하자 소울은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거칠 것이 없는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만만치 않게 생긴 열 명의 장정들이 버티고 서있었지만 이미 자신들은 숫자로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자르코에게는 빈민가 중심부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는 ‘대부연합’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모두 나와라.”

    “네, 형님.”

    자르코가 품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패를 꺼내들자 원형으로 둘러싼 건물 사방에서 수백 명의 깡패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대부연합의 힘이었다.

    같이 경쟁을 하는 입장이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이렇게 하나로 힘을 합쳐 움직이는 것이 이곳 고리대금업자들이 장기간 빈민가를 지배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열 명의 사내들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일제히 손에 장갑을 꼈다.

    그리고는 허벅지에서 숏소드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엄청난 숫자에 크게 긴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자르코가 하는 짓을 쳐다보던 소울의 입가에서 싸늘한 비웃음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서서히 쏟아져 나왔다.

    “오늘 피 좀 제대로 보겠군.”

    “마스터, 제가 나설까요?”

    “아냐. 이런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본이 더 효과적이야.”

    “아! 네.”

    마틴이 한발짝 앞으로 나섰다가 곧바로 다시 뒤로 물러났다.

    [까뮤, 소환해제! 본 소환!]

    [예스, 마이로드. 부르셨습니까?]

    [눈앞의 이 깡패새끼들 좀 치우자.]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환되자마자 소울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그의 입을 악어 입으로 만들고 연막을 쏟아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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