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9 제 115 장 - 아이란 전투 =========================================================================
퍼퍼퍼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컥 커컥 커억 켁 크아악…….
베레스는 온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마틴의 주먹과 발길질에 처참하게 박살났다.
장마 속에 먼지가 날 정도로 폭풍처럼 쏟아지는 마틴의 구타는 사심이 가득 담겨 있어 고통이 끊이질 않았다.
소울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이미 베레스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틴은 소울의 명령을 철저히 지켰다.
대신 손톱을 집어넣고 주먹으로 철저하게 앙갚음을 하고 있었다.
우두두둑 뚜두두둑!
으아아아악!
무쇠강철 같은 베레스의 뼈가 부러지기 시작했다.
팔다리뼈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하나씩 작살이 났다.
얼굴뼈가 함몰되고 어깨뼈가 주저앉았다.
척추가 마디마디 끊어지고 해골에 금이 쫙쫙 갔다.
마틴은 소울의 명령을 잘 지킨다.
죽이지 말라고 했지 뼈를 부러뜨리지 말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털썩!
결국 베레스는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마틴은 베레스의 팔다리 관전을 일일이 빼버리고 그의 피를 이용해서 회복 및 재생이 되지 못하도록 피의 권능을 사용했다.
쉽게 말해 베레스는 지금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다.
마틴에 의해 베레스가 제압되자 비슷한 시간에 옥터퍼시들도 전멸했다.
신기하게도 노스트라 원정대를 향해 끊임없이 파상공세를 펴던 블랙오크 기병들도 그 때를 맞춰 공세가 한풀 꺾여버렸다.
그 모습에 소울은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이 기절한 하급마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폭주였다.
우두두두두두!
고작 80명밖에 되지 않는 스켈레톤 기병대는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정말 쉬지 않고 달리며 끝없이 블랙오크 기병들을 공격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무한공격에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 무리는 서서히 기가 질려갔다.
아우우우우우우우!
결국 숲속에서 들려온 긴 하울링을 끝으로 다이어울프를 타고 공격해오던 블랙오크 기병들은 빠르게 후퇴했다.
그들의 뒤를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가 맹추격했다.
[본, 그만하면 됐다. 돌아와라.]
[예스, 마이로드.]
그제야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는 후퇴하는 몬스터를 쫓아가 잡아 죽이는 것을 멈추고 다시 돌아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방천지가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의 피와 시체로 널려있었다.
“이겼다.”
“물리쳤다.”
“우리가 승리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아이란 남부평원에 노스트라 원정대가 지르는 승리의 함성이 높이 울려 퍼졌다.
꼼짝없이 몬스터의 한 끼 식사로 먹히나보다 생각했던 용병들과 엘라즈라 왕국군 정예병들은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엄청난 몬스터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리를 거두자 다들 신이 나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댔다.
그 누구도 이들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아니 모두 이들과 비슷한 심정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함성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를 치다 결국 함성소리는 그쳐갔다.
성대라는 것이 상당히 예민한 놈이라 그렇게 마냥 질러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소리치며 환호를 할 때, 원형방어진 외각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스켈레톤 기병대를 보자 자신들도 모르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는 굳이 소울이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전리품 회수 작업에 몰두했다. 전장을 정리하면서 하나라도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겼다.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의 사체는 꽤 돈이 된다.
스켈레톤 기병대는 최대한 한곳에 이들의 시체를 모아놓았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그들은 본에 의해 신기루처럼 사라져갔다.
본은 블랙오크의 정수와 다이어울프의 정수를 모아 자루에 담고는 소울에게 넘겼다.
그리고 본 대신 까뮤가 소환됐다.
까뮤는 무한대에 가까운 아공간에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의 사체를 깡그리 쓸어 담았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전리품 회수 작업은 노스트라 원정대에게 큰 감명을 줬다.
그리고 그들도 서둘러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의 사체를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빠르게 까뮤가 움직였다.
까뮤는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가 죽인 몬스터뿐만 아니라 포리너스 부대와 오웬 그리고 카렌의 정령들이 처리한 몬스터 사체를 빠르게 챙기기 시작했다.
특히 블랙오크의 정수와 다이어울프의 정수 그리고 옥터퍼시의 정수는 칼 같이 챙겨서 소울에게 가져다 바쳤다.
소울은 본과 까뮤가 준 수백 개의 정수로 자신과 카렌 그리고 마틴의 레벨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마틴!]
[네, 주인님.]
[이것을 복용하도록 해.]
[네, 주인님. 감사합니다.]
소울은 마틴을 불러 옥터퍼시의 정수를 건넸다.
마틴은 기쁜 마음으로 옥터퍼시의 정수를 받아 그 자리에서 복용했다.
그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카렌을 쳐다봤다.
카렌이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카렌, 이리와 봐!”
“네, 마스터.”
“정수 먹자.”
“네.”
카렌은 쪼르르 달려와 소울이 주는 정수를 두말없이 받아 사탕처럼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소울은 잠시 카렌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남은 정수를 자신의 입 안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던 정수를 모두 소비하자 소울은 마틴과 카렌 그리고 자신의 상태창을 열고는 다 같이 스탯을 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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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마틴
칭호: 진혈의 뱀파이어
등급: S클래스
직업: 히어로 소울의 펫
카르마: 16800 · -6,666,666
충성심: 95%
스피어 레벨: 25
스피어 경험치: 40%
스탯: 근력 1014, 민첩 1132, 체력 1212, 지혜 1001, 블러드 1454
보유 스탯: 0
스킬: 피의 권능(+),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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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카렌
등급: 최하급
직업: 소환사
카르마: 15248
히어로 싱크로율: 4%
스피어 레벨: 25
스피어 경험치: 15%
스탯: 근력 15, 민첩 15, 체력 15, 지혜 15, 정령력 90
보유 스탯: 0
스킬: 정령소환
정령1: 운디네 – 워터애로우, 워터실드
정령2: 놈 – 스톤애로우,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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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소울넷 상급 인터페이스·리콜 모드(메시엘)
이름: 이소울
칭호: 로열 히어로(스킬 강화)
등급: 최하급 히어로
직업: 카렌의 히어로
카르마: 1,015,444
싱크로율: 4%
스피어 레벨: 25
스피어 경험치: 65%
스탯: 근력 180, 민첩 185, 체력 183, 지혜 187, 소환력 201
보유 스탯: 0
리콜스킬 1: 소환 – 까뮤
리콜스킬 2: 순간이동(보상)
소울넷 포인트: 1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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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하자 셋 다 공통적으로 카르마가 크게 올랐다.
하급마족을 잡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위기에 처한 엘라즈라 왕국의 왕세자를 구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이아울프와 블랙오크를 퇴치했다고 주는 카르마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레벨도 똑같이 25가 됐다.
마틴은 근력과 민첩에 10씩 넣고 나머지는 블러드에 넣었다.
카렌은 근력, 민첩, 체력, 지혜를 모두 15에 맞추고 나머지는 정령력에 넣어 90이 됐다.
소울은 골고루 스탯을 배정했다.
그러자 각 스탯이 180대를 넘겨 B-급 히어로가 됐다.
결정적으로 카렌과 소울의 싱크로율이 4% 로 변했다. 3%에서 1%가 더 오른 것이다.
당장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기존의 싱크로율의 33%가 증가한 셈이니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탯의 분배가 끝나고 나자 엘라즈라 왕국의 왕세자 벤자민이 다가왔다.
주변은 전장을 정리하느라 번잡했지만 벤자민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구해진 히어로에게 가 있었다.
“마스터!”
“어서 오세요. 무사했군요.”
“내 생명을 구해줘서 고마워요.”
“천만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난 이번에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마스터가 제때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분명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소울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벤자민의 얼굴을 보니 굳이 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해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눈빛은 감동으로 차있었고 얼굴은 부드러운 웃음이 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자가 봤다면 분명히 벤자민이 소울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를 했을 정도였다.
“마스터가 우리 노스트라 원정대에 합류한 것은 정말 기가 막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소울은 벤자민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뜨거운 눈빛을 받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슬쩍 몸을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나 벤자민은 쉽게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옆에 서서 감사하다느니 고맙다느니 하면서 계속 말을 걸어왔다.
‘하아, 이거 계집애도 아닌 것이 왜 이렇게 말이 많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거지? 혹시 지금 나와 친분이라도 쌓으려고 하는 짓인가?’
그러고 보니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이유만으로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노스트라에 도착한 이후까지 염두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왕(父王)이 나름 벤자민 왕세자를 위해 노스트라에서 선전(善戰)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뒀겠지만 중간에 이렇게 목숨의 위협을 당하고 나자 그는 자신의 힘이 되어줄 아군의 존재가 절실했다.
“마스터,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겨서 진지한 대화를 나눕시다.”
“으음, 그럼 그럴까요?”
소울은 굳이 벤자민의 제의를 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좋아죽는 표정을 하고 걸어가는 벤자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마틴!]
[네, 주인님.]
[사로잡은 마족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취조해.]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몬스터가 습격을 해온 것과 마족이 벤자민 왕세자를 노린 것을 보면 절대 우연이 아니야. 죽여도 좋으니까 사건의 전모를 꼭 밝혀내도록 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포로로 잡힌 베레스의 취조를 마틴에게 전담시킨 소울은 벤자민을 따라 그의 마차 앞으로 이동했다.
하얀색 마차에 다가가지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음식냄새가 났다.
벤허기사단은 어느새 야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벤자민 왕세자가 엘라즈라 왕국에서 특별히 데리고 온 왕실 요리사와 시녀들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리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마차 앞에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울과 벤자민이 차례로 앉았다.
시녀들이 포도주잔을 들고 다가와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놓고는 눈치를 살폈다.
“마스터, 포도주 좋아하세요?”
“특별히 즐기진 않습니다.”
“그럼 제가 좋아하는 포도주 한 잔 마셔보세요.”
“네, 그러죠.”
굳이 주겠다는 포도주를 거절하고 싶진 않았다.
명색이 일국(一國)의 왕세자인데 허접한 포도주를 권하진 않을 것 같았다.
분명히 꽤나 애지중지하는 포도주를 꺼내올 것이다.
탁!
소울의 예상대로 벤자민이 가져온 것은 엘라즈라 왕실의 보물이라고 전해지는 귀한 포도주 한 병이었다.
‘샤를라인 몽블랑 카바넷 샤또니에 XII’
엘라즈라 왕국에서는 오로지 국왕과 왕세자만 몇 병 가지고 있다는 아주 유명하고 더럽게도 외우기 힘든 이름의 포도주였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소울이 마셔봤던 그 어떤 포도주 보다 맛있다는 것이다.
“우와, 맛있네요.”
“그렇죠? 하하하! 이게 괜히 비싸고 유명한 와인이 아니랍니다.”
벤자민은 소울의 반응에 고무된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와는 달리 너무나도 맛이 깨끗하고 달콤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포도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맛에 소울은 그저 감탄을 하고 말았다.
‘포도의 종자가 달라서 그런가? 정말 더럽게 맛있네. 몇 병 달라고 해야겠다.’
평소에 즐겨 마시지도 않는 소울이 이런 욕심을 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벤자민이 가져온 포도주는 보통 포도주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맛있는 포도주로 분위기를 살리는데 성공한 벤자민은 훨씬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마스터, 다시 한 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노스트라에 가면 제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소울은 절대로 보답하겠다는 벤자민을 말리지 않았다.
그저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마스터, 노스트라에 가시면 어디 머무를 곳이라도 정해놓으셨습니까?”
“아직 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구해드리도록 하지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어떤 곳입니까?”
소울은 벤자민의 호의에 반색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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