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7 제 115 장 - 아이란 전투 =========================================================================
용병과 왕국군은 힘을 합쳐 서둘러 마차에서 말을 떼어냈다.
마차와 마차를 잇고 마차사이의 빈틈은 바리게이트를 쳐서 최대한 빈틈을 없앴다.
바리게이트 뒤와 마차사이로 용병들과 왕국군이 도열했다.
벤허기사단은 방어진 외부에서 대기하며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도 그들과 함께 자리했다.
하지만 포리너스 부대는 짐마차 위로 올라가 활과 단창을 준비했다.
우두두두두두!
어느 정도 숫자가 모이자 숲속에 숨어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숲 밖으로 튀어나왔다.
노스트라 원정대는 곧 몬스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다이어울프다.”
“블랙오크다.”
몬스터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호전적인 블랙오크와 다른 하나는 송아지만한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 다이어울프다.
각각 한 종류라면 그리 위협적이라고 할 수 없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두 종류의 몬스터가 연합해서 공격해오는 진풍경은 절로 입술을 바짝 마르게 만들었다.
우두두두두두두!
마치 수천의 기마대가 달려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지가 진동했다.
다이어울프의 거센 질주와 블랙오크들의 광폭한 살기가 노스트라 원정대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누군지, 벤허기사단과 스켈레톤 기병대를 상대로 정면 돌파를 감행하지는 않았다.
숲속을 뛰쳐나온 거센 파도 같은 몬스터의 물결은 노스트라 원정대가 빠르게 펼친 짐마차를 이용한 원형방어진을 교묘하게 비켜나갔다.
대신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약점이라도 찾으려는 것일까?
무식하고 단순한 몬스터의 이미지는 이미 이들에게 찾을 수 없었다.
[본, 치워라!]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차가운 명령에 본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노스트라 원정대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는 블랙오크 기병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병과 기병이 정면으로 만나면 한순간에 결판이 나버린다.
그럼 기병과 기병이 동일 선상을 달리고 있을 때는 누가 이길까?
당연히 속도가 빠르고 체력이 우수한 기병이 이긴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빠르게 원을 그리며 달리고 있는 블랙오크 기병들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전원이 궁기병이나 마찬가지인 스켈레톤 기병대의 화살공격이 시작됐다.
피피피핑 피피피핑…….
쿠웨엑 쿠아악 퀘우억…….
노스트라 원정대와 블랙오크 기병들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든 스켈레톤 기병대의 공격이 시작되자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블랙오크가 속출했다.
빠르게 달리는 다이어울프의 위에서 떨어져 내리면 어떻게 될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진다.
화살을 맞아 땅에 떨어진 블랙오크들은 달려오던 수백 마리의 다이어울프의 발에 차례로 짓밟혀 순식간에 잘 다져진 육포가 됐다.
그건 덩치가 큰 다이어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덩치가 큰 다이어울프라서 쓰러진 한 놈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쓰러진 다이어울프는 뒤따라오는 놈들의 발에 걸리고 채이고 밟혀서 순식간에 걸레짝이 됐다.
뒤이어 쓰러진 동족을 보고 이리저리 피하려 뛰던 놈들도 서로의 몸과 다리에 걸려 넘어져 한데 얽히고설켰다.
수십 마리의 다이어울프가 그렇게 쓰러지면 당연히 빠르게 달리고 있는 무리의 진로를 가로막거나 속도를 확 떨어뜨렸다.
그들의 뒤로 벤허기사단이 밀려왔다.
쿠웨엑 쿠엑 꾸워억!
빛나는 풀 플레이트아머를 입고 돌진해오는 벤허기사단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오랫동안 함께 손발을 맞춰왔고 합동으로 공격과 수비를 하는데 익숙한 벤허기사단이라 그들이 지나간 곳은 블랙오크와 다이어울프의 피와 주검만이 남았다.
일이 생각대로 안 풀리자 블랙오크 기병 무리를 이끄는 대장은 크게 화를 내며 공격을 분산시켰다.
일부는 스켈레톤 기병대와 벤허기사단을 상대하고 나머지는 모두 원형방어진 안에서 방어를 하고 있는 적을 공략하기로 했다.
원을 그리면 달리던 다이어울프 중 반 이상이 즉각 명령에 따라 짐마차로 만들어 놓은 원형방어진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난전(亂戰) 아니 혈전(血戰)이 시작됐다.
짐마차 안으로 난입하기 시작한 것은 블랙오크를 태운 다이어울프 떼였지만 그보다 빨리 반응한 것은 포리너스 부대였다.
특히 엘프들은 짐마차 위에 서서 무서운 속도와 정확도로 화살의 비를 내렸다.
피잉 피잉 피잉 피피핑 피피피핑 피피피핑!
케엥 켕 깨갱 깨에엥 깽…….
짐마차 사이로 파고들거나 아니면 짐마차를 뛰어 넘으려는 다이어울프들이 엘프 궁사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고 했던가?
다이어울프를 쏴서 쓰러뜨리자 그 위에 탄 블랙오크들은 거세게 땅에 처박혀버렸다.
그리고 한번 땅에 처박힌 블랙오크들은 대부분 일어나지 못했다.
쓰러지면서 대부분 목이 부러지거나 척추가 부러지며 전투불능이 된 것이다.
엘프 궁사들의 선전으로 기세가 꺾인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몬스터의 파상공세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방벽도 끊임없이 충격을 주고 흔들어대면 결국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짐마차 한 대가 결국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틈으로 다이어울프들이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차차창 창창창!
카카캉 카카캉 캉캉!
쿠웨에엑 쿠억 쿠워억!
으악 아악 크아악!
천 단위의 몬스터들의 파상적인 공격에도 굳건한 방어벽이 되어 버티어주던 짐마차 한 대가 박살이 남으로 인해, 원형방어진은 구멍 난 댐에서 물이 쏟아지듯 다이어울프들의 빠른 난입으로 이어져 난전의 상황으로 변했다.
난전이라면 몬스터들이 크게 유리하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육체를 가진 병사들은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됐다.
“오웬, 카렌!”
“네, 형님.”
“네, 마스터.”
보다 못한 소울이 오웬과 카렌을 투입했다.
오웬은 즉시 자신의 두 손에 화염을 일으키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으며 붉은 화염을 일으켰다.
카렌도 운디네와 놈을 정령소환해서 밀려들어오는 다이어울프들을 향해 보냈다.
화끈하게 먼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한 것은 오웬이었다.
그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두 줄기의 불줄기가 앞으로 쏟아져나갔다.
콰하아아아아아!
케엥 켕 깨갱 깨에엥 깽!
쿠웨엑 쿠엑 꾸워억!
불줄기에 정통으로 맞은 다이어울프들과 블랙오크들의 몸에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이에 질세라 카렌도 운디네와 놈을 움직여 난입해오는 몬스터를 공격했다.
운디네와 놈은 워터애로우를 날리고 스파이크를 일으켜 다이어울프와 블랙오크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몬스터는 이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느새 숲속에서 처음에 공격을 시작했던 무리만큼의 숫자가 보충이 되어 아까보다 배는 더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
벤자민 왕자는 결국 계속된 전투로 지쳐가는 벤허기사단을 후퇴시켰다.
다이어울프들이 밀려들어오는 틈사이로 오히려 벤허기사단이 밀려와 후면을 기습했다.
벤허기사단이 들어오자 그것은 거꾸로 구멍을 막아버리는 효과가 생겼다.
소울은 벤자민 왕세자와 벤허기사단의 기지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임기응변이었기 때문이다.
벤허기사단과는 달리 마차의 너머로 지칠 줄 모르는 무한 스태미나의 스켈레톤 기병대의 광폭한 질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
소울은 아까부터 자꾸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전투에 마틴이 나서려는 것도 막고 계속 전장을 주시했다.
일단 다이어울프와 블랙오크의 조합은 훌륭했다.
숫자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노스트라 원정대는 이들을 막기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비록 짐마차 한 대가 부서지는 바람에 구멍이 생기긴 했지만 오웬과 카렌 그리고 이제 안으로 들어온 벤허기사단이라면 원형방어진의 틈을 막는 것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켈레톤 기병대와 포리너스 부대가 큰 활약을 해주고 있어서 전투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주인님, 그놈입니다.]
그때, 마틴이 소울을 쳐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놈이라니?]
[그때 봤던 그 마족 놈 말입니다.]
[아! 그 하급마족?]
[네, 그렇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2m의 거구를 자랑하는 하급마족이 노스트라 원정대 안에 있다는 말에 소울은 정신이 번쩍 났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이 장소에, 하급마족이 나타난 거지?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노리고?’
난전의 상황을 뚫고 귀신처럼 스며든 검은 로브를 입은 하급마족의 모습을 확인하며 소울은 뒷골을 찌르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마틴, 벤자민이다.]
[네?]
[목표가 노스트라 원정대가 아니라 벤자민 왕세자라는 말이야.]
[그럼 저 하급마족이 암살자라는 말이군요.]
[그래. 당장 가서 잡아!]
[네, 주인님.]
마틴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하지만 하급마족 베레스의 한손이 들리는 것이 그것보다 훨씬 빨랐다.
원형방어진의 중앙에 오롯이 선 베레스의 손이 위로 들리는 순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검은 마기가 폭발할 듯 일어났다.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반경 15m의 거대한 원형의 붉은 마계소환진이 빛을 발했다.
화아아아아악!
순간 땅속에서 먹물처럼 새까만 마물들이 소환되어 올라왔다.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검고 둥근 머리를 가진 마물은 마치 거대한 문어를 보는 것 같았다.
[옥터퍼시!]
[마물의 이름이야?]
[네, 그렇습니다. 아주 위험한 놈입니다. 빨리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옥터퍼시는 내가 맡겠다. 넌 마족을 잡아!]
[네, 주인님.]
소울은 더 이상 서서 전황을 주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옥터퍼시라는 마물을 막지 않으면 뭔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팡!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소울이 마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보다 빨리 마틴이 마물들 사이를 지나 베레스를 향해 폭사했다.
베레스는 마틴을 보자 크게 놀라더니 바로 네 마리의 옥터퍼시를 불러 자신의 전면을 막고는 철통같은 수비를 했다.
그렇게 베레스와 마틴의 싸움이 시작됐다.
소울은 옥터퍼시 한 마리를 노리고 순간이동을 했다.
스팟!
서걱!
옥터퍼시 한 마리의 머리가 세로로 베어졌다.
안에서 새까만 먹물같은 것이 쏟아지더니 땅바닥을 적셨다.
다음 목표를 향해 이동을 하려는 순간 소울은 입을 딱 벌리며 놀라워했다.
옥터퍼시 한 마리가 엘라즈라 왕국군 정예병사 한 명을 잡아 통째로 씹어 먹더니 금세 알을 하나 까서 바닥에 던졌다.
순간 알이 깨지면서 새끼 옥터퍼시 한 마리 튀어나왔다.
새끼 옥터퍼시는 다른 옥터퍼시와 싸우다 다친 용병 하나를 향해 달려가 여덟 개의 다리로 칭칭 감았다. 그리고는 즉시 빨판을 이용해 피와 체액을 그 자리에서 빨아먹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사람의 피와 체액을 빨아먹자 덩치가 점점 커지더니 순식간에 다 자란 옥터퍼시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마틴이 옥터퍼시가 왜 위험한 놈들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구나.’
소울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
옥터퍼시가 피와 체액을 빨아먹고 있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옥터퍼시는 이미 죽은 다이어울프와 블랙오크의 시체도 거침없이 먹어치우며 증식을 해나갔다.
정말 이대로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과 몬스터가 죽은 숫자에 비례해 옥터퍼시가 순식간에 증가할 것이다.
위기감이 생기자 소울의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며 옥터퍼시를 죽여 나갔다.
문제는 이미 옥터퍼시도 소울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라 쉽게 머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다는 것이다. 옥터퍼시는 비록 머리가 약점이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몸통과 여덟 개의 다리는 무쇠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했다.
이로 인해 엘라즈라 왕국군과 용병들의 공격은 옥터퍼시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옥터퍼시는 여덟 개의 다리를 적절히 잘 이용해 난전에서 빛을 발했다.
사방으로 뻗어대는 옥터퍼시의 다리에 맞아 머리와 가슴이 뚫려 죽는 왕국군과 용병들이 속출했다.
결정적으로 소울이 옥터퍼시 한 마리를 잡아 죽일 때, 옥터퍼시는 엘라즈라 왕국군과 용병, 다이어울프와 블랙오크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잡아먹으면서 알을 까대 두 마리 이상씩 불어나고 있었다.
소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 작품 후기 ============================
* 조금 늦었습니다. 홍대입구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정말 사람들이 엄청 많더군요. 친구들을 만나 샤브샤브·치즈마카로니 샐러드·육회·연어 무한리필 맛집을 갔습니다. 디저트로는 설빙에 가서 커피와 한초코설빙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지금 들어왔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