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52화 (452/492)

00452  제 113 장 - 뱀파이어들의 습격  =========================================================================

[받아라. 뱀파이어의 정수,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 그리고 진혈의 뱀파이어의 정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진혈의 뱀파이어의 정수는 주인님이 복용하십시오.]

[응? 왜?]

[전 이미 진혈의 뱀파이어입니다. 제가 이것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주인님이 복용하시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겁니다. 다만 당장은 복용하지 마시고 레벨을 조금 올리신 후에 복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

소울은 마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레벨을 조금 올린 뒤에 진혈의 뱀파이어의 정수를 복용하기로 했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에게 뒷마무리를 맡긴 소울과 마틴은 곧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연회 준비가 한창인 주방 안은 고기 굽는 냄새와 각종 요리하는 냄새가 자욱했다.

커다란 식당 안의 의자에 앉아 있는 포리너스 부대원들은 이미 술잔을 나누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어느새 빈 술병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벌써 시작한 거야?”

“마스터, 우리도 합류할까요?”

“물론이지. 포리너스의 첫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에 내가 빠지면 안 되지.”

“하하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소울과 마틴은 사이좋게 포리너스 부대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둘이 연회에 합류하자 당장 식당 안은 큰 웃음과 환호성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하고 있는 여자들이다.

수지와 소냐를 중심으로 카렌, 세라, 레이첼이 힘을 합쳐 130여명이 먹을 고기를 굽고 요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주방에 여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웬과 샤를이 뼈가 빠지게 주방보조를 하고 있었다.

뒤늦게 주방의 소식을 들은 포리너스 부대원들 중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대원들이 합류해 다행히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제는 서로 도와가며 로테이션을 해주는 바람에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연회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포리너스의 첫 승리는 모든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며 마무리 됐다.

새벽의 여명이 식당의 창문으로 도둑처럼 몰래 다가서고 있었다.

* * * * *

“엘라즈라 왕국의 벤자민 왕세자 전하이십니다.”

장페리가 소울에게 벤자민 왕세자를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울은 벤자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벤자민도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소울을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마스터라고 불러주십시오.”

“네, 마스터.”

장페리는 소울의 태도에 살짝 인상을 썼다.

아무리 히어로라고 해도 일국의 왕세자 앞에서 그의 태도는 너무 당당했다.

반대로 벤자민은 소울에게 푹 빠진 처녀처럼 얼굴을 상기시키고 호의가 가득한 눈빛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소울이 갑이라고 생각할 상황이었다.

“장페리, 뭐 잘못 먹었어? 얼굴 표정이 왜 그래?”

“네? 아, 아닙니다.”

“그러니까 출발할 때 보자고 했잖아. 이렇게 새벽같이 얼굴을 보니까 서로 힘들잖아.”

소울이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장페리에게 직격탄을 날리자 장페리는 벤자민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크게 당황해했다.

16살의 호기심 많은 왕세자 벤자민은 소울의 말에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이번 노스트라 원정대의 살림을 궁내부 기획관리실장 장페리가 맡게 됐어요. 아마 그것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서 저런 표정을 짓나 봅니다.”

“아! 그러니까 원정대에 참여해서 노스트라로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라고 하니까 뿔이 난 거군요?”

“뭐 비슷합니다.”

“네에?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벤자민과 소울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장페리를 들었다 놨다 하자 그는 얼굴이 하얗게 탈색됐다.

아무리 가기 싫어도 상관(上官), 그것도 저 꼭대기 위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벤자민 왕세자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앞으로의 관리 생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장페리, 괜찮으니까 가기 싫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잘 말해줄게.”

“그래요. 장페리 실장, 이번 노스트라 원정대에 참여하기 싫으면 말하세요. 국왕폐하께 내가 직접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할 테니까요.”

“으헥! 아닙니다. 저 노스트라 원정대 아주 좋아합니다. 노스트라 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십시오.”

장페리는 벤자민이 국왕폐하에게 자신의 거취를 언급해주겠다는 말에 기겁을 했다.

물론 벤자민 왕세자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국왕폐하시다.

그러나 벤자민의 입에서 장페리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는 순간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건 히어로가 아니라 화상이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염탄이나 마찬가지야. 앞으로 이 인간 앞에서는 극도로 긴장을 해야겠다.’

장페리는 이번 일의 원흉을 소울로 보고 다시는 약점을 드러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장페리는 몰랐다.

소울이란 존재는 한번 약점을 잡으면 고기는 물론이고 뼈까지 푹푹 삶아 사골을 우려내 두고두고 먹을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마스터, 노스트라 원정대에 참가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천만에요. 서로 좋자고 하는 짓이니 그리 신경 안 써도 됩니다.”

“하하하, 그럴 수가 있나요? 히어로는 메시엘을 구원하러 신이 보낸 전사들인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기와 갑주, 전마(戰馬)와 보급을 좀 더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여기 장페리 실장에게 말씀하세요. 필요한 것은 다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하하하! 벤자민 왕세자께서 이렇게 화통하신 분인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소울은 별생각 없이 한번 던져본 얘기인데 벤자민이 필요한 것을 다 지원해주겠다고 하자 옳다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당연히 장페리의 얼굴은 흰색에서 흙빛으로 변해버렸다.

그동안 소울이 지원이다 뭐다해서 가져간 물자가 장난이 아닌데 이번에 벤자민 왕세자가 전폭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하자 이제는 도대체 뭘 뜯어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장페리는 이것이 모두 아직 정치 감각이 부족한 벤자민 왕세자의 말실수라고 생각하니 노스트라 원정대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벤자민 왕세자와 적당히 어울려준 소울은 밖으로 나왔다.

장페리가 밖으로 따라 나오자 소울은 곧바로 마틴을 불렀다.

“마틴, 벤자민 왕세자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주시기로 하셨다. 포리너스 부대에 필요한 전마와 장비를 모두 달라고 해.”

“네, 마스터.”

마틴은 소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장페리에게 다가왔다.

“일단 전마 백 마리와 마차 열대를 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은 리스트에 적어 놓았으니 출발하기 전까지 우리가 주둔하고 있는 북문 훈련장으로 가져다주세요.”

“그러죠.”

장페리는 맡겨놓았던 물건 찾아가듯 이것저것 달라고 하는 마틴의 말에 그만 맥이 다 풀려버렸다. 하지만 벤자민 왕세자가 한 말을 자신이 뒤집을 수는 없었다.

장페리의 맥 빠진 얼굴을 뒤로 하고 소울과 마틴은 희희낙락거리면 북문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마틴, 필요한 것은 다 구매했지.]

[네, 주인님. 저희가 필요한 물자와 보급품 그리고 노스트라로 가져갈 물품 일체를  모두 구매하여 인도받았습니다. 보관은 마스터의 소환수가 하고 있습니다.]

[수고했다.]

소울은 마틴의 일처리에 아주 만족했다.

[까뮤, 마틴의 말대로 아공간에 잘 넣어놓았겠지?]

[네, 주인님. 제가 아공간에 잘 챙겨 놓았어요.]

[현금은 얼마나 남았지?]

[엔팔의 뱀파이어 저택에서 챙긴 것은 이미 다 써버리고 없어요. 하지만 라일라 북문에 있는 뱀파이어 저택에서 어느 정도 벌충했어요.]

소울은 까뮤의 말에 살짝 놀랐다.

[엔팔에서 챙긴 재물이 상당했을 텐데 그걸 벌써 다 써버렸단 말이야?]

[엘라즈라 왕국에서 무기, 방어구, 식량, 의약품, 각종 금속괴 등은 전략물자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노스트라로 가져가면 몇 배로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 많이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왕실 창고 안에 있는 것을 싹 쓸어 담았어요.]

그 주인의 그 소환수였다.

워낙 소울이 싹쓸이를 좋아하니 소환수인 까뮤도 기회다 싶으면 싹쓸이를 즐겨했다.

‘아무리 작은 왕국이라고 해도 왕실 창고라면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야. 엘라즈라 왕국의 수도인 라일라를 보면 이 나라가 결코 작은 나라는 아니야. 그런데도 왕실 창고를 탈탈 털었단 말인가?’

소울은 까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해도 쉽게 그 규모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다.

[노스트라에 가면 우리가 충분히 정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자는 되겠지?]

[차고도 넘칩니다.]

[그래? 잘했다.]

까뮤의 자신 있는 말투에 소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틴, 우리도 슬슬 출발준비를 하자.]

[네, 주인님.]

북문 훈련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출발준비가 한창이었다.

굳이 마틴이 뭐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포리너스 부대의 부사령관인 다이애나는 행군할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오히려 버벅거리는 것은 카렌과 수지였다.

중심을 잡아줄 마틴이 소울과 함께 외출을 하자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소울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마틴이 바로 달려갔다.

“첫 번째 마차에는 마스터와 카렌아가씨, 나와 수지가 탄다. 두 번째 마차에는 오웬, 소냐, 세라, 루안이 탄다. 세 번째 짐마차에는 레이첼과 샤를이 탄다. 이에 맞춰 마차 뒤에 짐을 싣는다. 실시!”

차가운 마틴의 말에 수지와 소냐가 제일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부랴부랴 자신의 짐과 필요한 물건을 마차에 싣기 시작했다.

“샤를, 말이 모두 몇 마리지?”

“두 대의 마차와 짐마차에 각각 여섯 마리씩 총 열여덟 마리입니다. 여분으로 네 마리가 남았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기고 말들이 먹을 여물과 건초도 충분히 준비했지?”

“네, 그렇습니다. 일부는 짐마차에 있고 일부는 마스터께서 가져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짐마차는 레이첼과 교대로 몰도록 해라. 빨리 출발준비 마무리 지어.”

“네, 마틴 님.”

샤를은 꽃같이 어여쁜 레이첼과 같이 짐마차를 몰 생각을 하자 절로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했다. 반대로 레이첼은 마틴의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아직도 그녀는 자신이 노예의 신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포기하면 쉬운데 잘 포기가 되지 않았다.

“다이애나, 왕실에서 전마와 마차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조금 있으면 곧 도착할테니 미리 준비해줘.”

“네, 알겠습니다.”

다이애나는 마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틴은 현재 모두에게 소울의 심복이자 집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하는 행동도 그렇고 실제로 집사가 하는 일들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슬슬 소울도 마틴이 자신의 살림을 맡아서 할 집사로 생각되고 있었다.

우두두두두두!

트르르르 트르르르…….

얼마 지나지 않아 북문 훈련장 정문으로 엘라즈라 왕국군 기마대 소속의 전마(戰馬)와 마차 열대가 들어왔다.

와아아아아아!

포리너스 부대원들은 그 모습에 큰 함성을 질렀다.

안 그래도 노스트라까지 걸어서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이제 잘 훈련된 전마를 타거나 마차를 타고 갈 생각을 하니 절로 신이 났다.

다이애나는 키가 작아서 전마를 탈 수 없는 드워프 24명과 오히려 덩치가 너무 커서 전마를 탈 수 없는 티거족 12명에게 마차를 우선 배정했다.

엘프, 냥족, 울파족 그리고 기타 수인족 88명에게는 모두 각자 자신의 몸과 성향에 맞는 전마를 배분했다.

호리호리한 엘프들은 날씬하고 빠른 전마를 선호했고, 냥족은 자신들의 체구에 맞게 작은 전마를 골랐다.

울파족과 기타 수인족은 그런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남은 전마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놈을 골라 탔다.

각자 전마를 고르자 이번에는 남은 마차를 배정하고 필요한 식량과 식수, 짐을 마차에 옮겨 실었다. 전투마와 마차를 끄는 짐말에 먹일 여물과 건초도 잘 챙겼다.

포리너스 부대원들이 엘라즈라 왕실에서 지원한 무기와 갑주로 무장을 하고 전마에 올라타자 순식간에 강력한 기병대가 만들어졌다.

‘저건 단순한 기병대가 아니다. 36명의 엘프를 태웠으니 궁기병이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기관총 같이 속사를 해대는 살벌한 궁기병!’

소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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