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50화 (450/492)

00450  제 113 장 - 뱀파이어들의 습격  =========================================================================

소울은 뱀파이어의 공격을 막아가면서 머리를 팽팽 돌렸다.

그러자 문뜩 자신이 두 번째의 리콜스킬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휙! 캉! 휙 차창!

뱀파이어 두 마리가 교차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며 뒤로 물러서자 잠시 틈이 생겼다.

그는 즉시 상태창을 띄워서 두 번째 리콜스킬을 순간이동으로 선택했다.

원래대로라면 최대 이동거리가 100m에 쿨타임 3초가 되겠지만 리콜모드에서는 스킬의 출력이 제한되는 터라 최대 이동거리가 10m, 쿨타임 5초가 됐다.

소울은 두 번째 리콜스킬을 순간이동으로 장착하자 곧바로 클레이모어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대신 은으로 코팅한 날카로운 단검 하나를 꺼내 역수로 잡았다.

그는 자신을 공격하고 물러난 뱀파이어 하나를 순간이동으로 따라붙고는 타이로스에게 습득한 상급 비전단검술인 탈로스를 시전 했다.

비록 스킬로 등록이 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꽤 숙련도를 올려놓았던 터라 그의 머릿속에 온전히 남아 사용할 수 있게 된 단검술이었다.

스팟!

휙! 창! 서걱!

놀란 뱀파이어가 반사적으로 한쪽 손을 앞으로 내밀자 소울은 단검으로 툭 쳐내고는 곧바로 목을 그어버렸다.

목이 반으로 잘리자 심장에 단검을 푹 박아 넣고는 옆으로 휙 돌았다.

엄청난 재생력으로 잘린 목이 붙으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을 관통한 단검이 갈비뼈를 따라 옆구리 위쪽을 베어버리자 울컥 피가 솟구치더니 곧바로 전신이 노랗게 타들어가며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크아아아악!

참혹한 비명소리가 주변을 울리자 뱀파이어들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하지만 소울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던 뱀파이어들의 분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순간이동과 타이로스의 상급 비전단검술, 탈로스를 이용해 뱀파이어들을 쫓아다니며 부지런히 단검을 그어대느라 바빴던 것이다.

스팟! 서걱! 서걱!

캬아아아악!

또 한 마리의 뱀파이어의 머리통이 잘리고 심장이 조각나 재로 변해 사라졌다.

그제야 뱀파이어들은 소울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긴장해야 할 상대는 소울만이 아니었다.

“으헉!”

소울의 뒤를 노리고 날아가던 뱀파이어 하나가 갑자기 공중에서 비명을 지르더니 땅바닥에 처박혔다.

쓰러진 뱀파이어는 순간적으로 미라처럼 바짝 말라가더니 어느 순간, 퍽 하고 먼지처럼 부서져 내렸다.

그 모습에 뱀파이어들은 처음으로 소멸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스팟! 푹 서걱!

크아아악!

스팟! 서걱 서걱!

캬아아악!

“어헉!”

소울이 뱀파이어 둘을 처리하면 어김없이 하나는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다가 먼지처럼 흩어져갔다.

“합공해라.”

“틈을 주지마라.”

소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뱀파이어를 하나씩 차분히 제거해나가자 뱀파이어들도 방법을 바꿨다.

하나씩 기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합공을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자 소울도 그들의 합공에 맞춰 작전을 바꿨다.

단검을 왼손에 쥐고는 오른손으로 클레이모어를 꺼내든 것이다.

‘한 놈씩 쫓아다니며 죽이는 것이 영 귀찮았는데 한꺼번에 합공을 해주다니 정말 바라던 바다.’

소울은 오히려 뱀파이어들의 합공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소울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아래로 기울이더니 땅을 박찼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성이 대기를 흔들어댔다.

그의 뒤를 따라오는 클레이모어가 순간 날카로운 예기를 뿌려댔다.

팡! 촤악!

크아악 으악 카아악!

뱀파이어들의 머리를 가르고, 목을 치고, 상체를 통째로 쪼개며 타이타닉 검법이 환상처럼 펼쳐졌다.

뱀파이어 셋이 그대로 허공에서 타들어가며 재가 되어 사라지자 소울은 즉시 순간이동을 펼쳐 날아오는 뱀파이어 셋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갑자기 그들의 사이에 나타난 소울이 몸을 팽이처럼 돌리면서 클레이모어를 빠르게 휘둘렀다.

스팟! 차라라락!

케엑 커억 크아악!

이번에는 검법도 뭣도 아니다.

그냥 감각적으로 클레이모어를 넓게 휘둘러 큰 원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그 공격에 또다시 뱀파이어의 허리와 목과 머리가 동강났다.

참혹한 뱀파이어 셋의 비명이 이어지며 그들의 몸이 재로 변해 사라져갔다.

꿀꺽!

뱀파이어 중 누군가 놀라서 침을 삼켰다.

공포라는 괴물이 뱀파이어들의 마음을 빠르게 잠식해들었다.

하지만 아직 뱀파이어들의 전투의지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

“포위하자.”

“넓게 포위망을 형성해!”

작전을 짜려면 조용히 짜던가 아니면 미리 짜가지고 오던가 해야 한다.

저렇게 다 들리게 얘기를 해주는데 미쳤다고 포위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겠는가?

그건 아니다.

소울의 움직임이 갑자기 크게 변했다.

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뱀처럼 꼬불꼬불 기이한 스텝을 밟으며 움직였다.

그러자 뱀파이어들이 소울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유투술(遊鬪術)!

끊임없이 움직여 적의 포위망에 빠지지 않고 싸우게 해주는 기술이다.

소울이 소환사라고 근접전을 아예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해다.

자신의 목숨, 즉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직접 손을 안 쓰고 주로 소환수들을 부려먹었던 거지 전투센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소울은 지금 유희 중이다.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지금 그에게 죽음의 의미는 단순히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부서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장착한 리콜스킬은 죽으려고 해도 쉽게 죽지 않을 만큼 유용한 스킬인 순간이동이었다.

죽을 염려가 없고 얼마든지 도망 다닐 수 있는 순간이동 스킬을 장착한 상태에서 유투술까지 사용하자 그는 마치 연못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 같았다.

서걱! 촤악 촤악!

켁 크아악 으악 카아악!

그를 쫓는 뱀파이어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무식하게 돌격하는 놈을 보면 옆으로 확 진행방향을 꺾어서 다른 뱀파이어를 공격하게 만들었다.

기습을 하는 놈이 보이면 오히려 어깨로 받아 보디체크를 해버려 다른 뱀파이어의 진로를 방해했다.

간혹 독한 마음을 먹고 아군이 당하는 것도 무시하고 공격을 하는 미친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곧바로 순간이동 스킬을 사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뱀파이어를 썰고 다녔다.

스팟! 차라라라락! 서걱!

크윽 으악 커억 크아악!

소울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렇게 훈련장이 좁다며 마구 돌아다녔다.

뱀파이어들은 소울이 하는 짓을 보자 약이 올라 죽을 것만 같았다.

간신히 포위에 성공하면 기름을 잔뜩 묻힌 미꾸라지처럼 귀신같이 알고 도망친다.

포위망을 좁혀 가면 오히려 포위망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 뱀파이어들의 피해를 강요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심장에 손톱을 꽂고 목에 이빨을 박아 피를 빨고 싶었다. 죽기 직전에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살점 하나하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는 이 인간은 정말 쉬지도 않고 이리저리 날뛰고 다니며 동족을 소멸시켰다.

워낙에 민첩하고 움직이며 잘 돌아다니자 도저히 어떻게 잡을 수가 없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서라! 도망치지만 말고 어디 한번 붙어보자.”

“비겁하게 도망만 치는 것이냐?”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하자.”

…….

뱀파이어들도 열이 받을 대로 받았는지 마구 소리를 치며 그를 도발했다.

하지만 소울은 대답을 하는 대신 클레이모어를 휘둘러 뱀파이어의 목을 자르고는 단검으로 심장을 찍어 구멍을 내줬다.

‘개소리도 풍년이다. 비겁은 무슨 얼어 죽을, 수백 대 일로 공격하는 놈들이 어디서 정정당당을 찾아?’

소울은 뱀파이어들의 도발에는 콧방귀도 끼지 않고 열심히 유투술을 펼치며 뱀파이어들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벌써 소울로 인해 재로 변한 뱀파이어가 백여 마리나 됐다.

거기에다 까뮤로 인해 소리 없이 먼지로 흩어져버린 뱀파이어도 오십여 마리는 됐다.

아무리 수백 마리나 되는 뱀파이어들이 몰려왔다고 해도 전체 인원에 3분의 1이 죽어나가자 사기는 급전직하로 곤두박질쳤다.

촤악! 철썩!

뱀파이어 한 마리의 팔을 자른 후, 바로 목을 쳐버린 그는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

마틴과 딜란의 싸움이 궁금했다.

[마틴, 별일 없지?]

[네, 주인님 덕분에 딜란의 집중력이 깨져서 계속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마틴, 파이팅이다.]

[주인님도요.]

소울과 마틴은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더욱 더 가열 찬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고위 뱀파이어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면에 나섰다.

“물러나라. 이제는 우리가 맡겠다.”

“네.”

뱀파이어들이 한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소울은 그들이 물러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반대로 따라붙으며 마구 공격을 퍼부었다.

철썩 서걱 서걱!

크악 커억 아악!

고위 뱀파이어들이 그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일제히 전장으로 뛰어 들었다.

소울은 이제야 기다리고 있던 놈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고위 뱀파이어들의 생각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뱀파이어들의 무리 속으로 교묘하게 파고들어 열심히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이놈, 그만해라. 네놈의 상대는 우리다.”

“지랄하네.”

소울은 고위 뱀파이어가 지르는 소리에 살짝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주고는 더 깊숙이 뱀파이어들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 모습이 양떼를 휘젓는 사자와 같아 보였다.

고위 뱀파이어 하나가 소울을 향해 직선으로 돌격했다.

퍽!

켁!

하지만 그의 돌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갑자기 소울이 그의 앞에서 공격하고 있는 뱀파이어를 발로차서 그의 진로를 가로막았던 것이다.

간신히 넘어지는 것은 면했지만 몸의 중심은 이미 크게 흐트러졌다.

거기에다 돌격하던 고위 뱀파이어는 여기서 소울의 신형을 놓치는 결정적인 실수까지 저질렀다.

푸욱!

크아악 커어억!

자신을 가로막은 뱀파이어의 몸을 통째로 뚫고 들어와 가슴을 파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클레이모어의 칼날이 느껴졌다.

고위 뱀파이어는 급히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클레이모어의 칼날을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심장에서 퍼져나가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곧 전신이 타들어가는 지독한 고통과 함께 몸이 재로 변해 허공에 산산이 흩어졌다.

“아싸, 한 놈 죽으시고.”

소울은 일타쌍피에 성공한 자신의 전투센스에 찬사를 보내며 얼른 순간이동을 펼쳤다. 현장을 피해 물러서고, 아니 도망치고 있는 뱀파이어들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그의 뒤로 고위 뱀파이어 몇 마리가 열심히 따라왔다.

여기서 고위 뱀파이어들은 또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가장 뒤에서 쫓아오는 고위 뱀파이어의 등에 까뮤가 달라붙은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컥!”

등에서부터 뚫고 들어온 날붙이에 심장이 찔리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지독한 고통과 함께 일순 힘이 쭉 빠졌다.

아니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기운이 빨려 나가더니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곤 바로 의식을 잃었다.

소울의 클레이모어에 죽는 것보다는 한참 편한 죽음이다.

하지만 어차피 소멸된다는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조심해! 뒤에서 뭔가……억!”

고위 뱀파이어 하나가 우연히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경고성을 발하려는 순간, 역시 같은 소멸에 처해지고 말았다.

뱀파이어들은 도망을 치고 그 뒤를 소울이 쫓는다.

그런 소울의 뒤를 고위 뱀파이어들이 쫓고 그 뒤를 다시 까뮤가 쫓는다.

그렇게 그들은 훈련장을 뱅글뱅글 돌아가며 쫓겨 쫓기고 죽고 죽였다.

“반대로 돌자.”

한 놈이 나름 머리를 쓴다고 반대로 돌자 오히려 서로 몸을 부딪치고 스텝이 엇갈려 난장판이 됐다.

그 모습을 본 소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더니 그들의 사이로 번개처럼 스며들었다.

촤아아아악!

크아악 아악 악 으악 으어억 커억!

뱀파이어들이 잔뜩 몰려있는 사이로 들어간 소울은 거침없이 클레이모어를 휘둘르며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클레이모어가 뱀파이어의 머리와 목, 몸통을 가리지 않고 칼날에 닿는 모든 것을 잘라나갔다.

그렇게 몇 번 같은 짓을 하자 뱀파이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죽어나가게 됐다.

“이런 실수가! 당장 포위해라.”

이번에는 다시 포위작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한번 겪은 작전에 쉽게 넘어갈 소울이 아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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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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