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46화 (446/492)
  • 00446  제 112 장 - 원정대  =========================================================================

    강철망치 부족의 전사 알렉스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감사합니다.”

    뱀파이어들은 몸매가 호리호리해서 엘프와 냥족, 울파족의 일부는 딱 맞았다.

    하지만 짜리몽땅한 드워프와 덩치가 크고 근육질인 티거족은 전혀 맞지 않았다.

    ‘이거 주변에 대장간부터 찾아야겠군.’

    일이 좀 늘긴 했지만 소울은 오늘 충동구매(?)한 것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더 이상 엘프들의 아름다운 몸매와 속살을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있던 엘프 미녀들이 갑옷을 걸치는 순간 안구를 정화시켜 주던 보물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다이애나, 저기 가고 있는 마법사를 데리고 와.”

    “네, 주군.”

    소울은 미키가 경매장을 나서는 것을 보고는 즉시 다이애나를 보냈다.

    아름다운 엘프가 나타나 자신의 앞을 막자 놀란 미키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돌리자 소울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안심한 미키가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히어로님, 부르셨습니까?”

    “일 끝내고 집에 가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마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도 마탑이 있었군.”

    “엘라즈라에는 라일라와 노스트라 두 곳에 마탑이 있습니다.”

    “그렇군. 다른 게 아니라 조금 있다가 노예인장을 바꾸거나 교체하게 될지 몰라서 불렀어.”

    “그런 일이라면 마탑으로 직접 오셔도 됩니다. 저기 보이는 높은 탑이 마탑입니다.”

    미키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왕성의 첨탑보다 더 높아 보이는 하얀 대리석 같이 빛나는 탑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가 제가 있는 화이트 마탑입니다.”

    “알겠다. 그럼 나중에 들르도록 하지.”

    “네, 히어로님.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마탑을 방문해주십시오.”

    “그러지.”

    몬스터에게 다 밀려가는 메시엘 행성이지만 아직 명맥을 잇고 있는 마탑이 존재했다.

    사실 마탑이 제대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몬스터들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을 것이다.

    마법사의 가치는 전략무기와 같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미키가 돌아가고 나자 소울은 각 종족의 리더들을 임시로 포리너스 군단의 십부장으로 임명하고 자신의 동족을 지휘하도록 했다.

    엘프, 드워프, 냥족, 울파족, 티거족 이렇게 다섯 종족은 다이애나, 알렉스, 나비엘, 켄, 탈칸 다섯 명의 십부장을 통해 명령체계를 완성했다.

    소울은 다섯 명의 십부장을 불러 앞으로 사흘 동안 라일라에 머물 것이고 그 후에 노스트라로 향해 진군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미리 조사를 해보고 얘기하라는 말에 그들은 각자 동족을 모아 짧게 회의를 했다.

    포리너스에 소속된 유사인종과 수인족들은 소울이 자신이 약속한 것을 지켜 다섯 명의 십부장과 대화를 통해 일을 처리해나가는 모습을 보자 크게 기뻐했다.

    그들은 이제 소울이 믿을 수 있는 주군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머릿속에 박혀들고 있었다.

    남자 엘프 12명도 다이애나와 같이 회의에 참석을 해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히어로라고 해도 노스트라로 가면 결국 세력싸움이 될 것이다. 포리너스라는 외인군단을 만들어 조금씩 키워 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세력의 한구석을 차지할 수 있겠지. 그럼 마나석 광산이나 젬스톤 광산을 개발하기도 쉬어질게 분명해.’

    소울은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워가고 있었다.

    충동구매가 분명하긴 하지만 백 명이나 되는 전력을 손에 얻자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사고와 계획의 범위가 넓어져 가고 있었다.

    [주인님, 도리스와 사비에르가 다가옵니다.]

    [그렇군.]

    까뮤의 말에 소울은 잠시 회의를 중지시키고 정렬을 시켰다.

    그러자 백 명이나 되는 포리너스 부대원들은 마치 군사훈련이라도 미리 받은 듯 열 개의 줄에 맞춰 열 명씩 칼 같이 도열했다.

    그 모습에 걸어오고 있던 사비에르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사비에르의 뒤에는 도리스와 다이애나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엘프가 손을 마주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도리스는 자신이 언제 화가 났냐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들의 뒤로 남녀 엘프 열두 명이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어서와.”

    “여긴 내 친구 테레사에요.”

    “그렇구나. 테레사! 반가워.”

    “안녕하세요. 테레사에요. 잠시 언니와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허락해주실 거죠?”

    “물론이지. 테레사 말고 뒤에 있는 엘프들도 같이 가서 대화를 나누도록 해.”

    “네, 감사합니다.”

    테레사는 살짝 무릎을 굽혀 소울에게 인사를 하고는 도리스를 쳐다봤다.

    도리스는 테레사를 보고는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테레사는 그런 도리스에게 환하게 미소를 보여주더니 곧 다이애나를 향해 걸어갔다.

    테레사의 뒤로 열두 명의 남녀 엘프들이 따라갔다.

    다이애나는 테레사를 보자 끌어안고 입술과 뺨에 마구 키스를 했다.

    그들의 눈에 이슬 같은 맑은 눈망울이 맺혀 흘렀다.

    다른 엘프들도 서로를 끌어안으며 크게 반가워했다.

    잠시 격정의 순간이 지나가자 그들은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의논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도리스, 마스터, 우리는 만장일치로 합의했어요.”

    “응, 뭐가 됐던 받아들이겠다. 도리스! 너는?”

    “저도 당연히 테레사와 엘프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겠어요.”

    도리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리스는 사비에르의 조언을 받아들여 라일라 주변에 엘프의 마을을 따로 만들어주기로 테레사에게 약속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테레사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래서 도리스는 자신이 있었다.

    엘프들이 위험한 노스트라로 가는 것보다 라일라에 머물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비에르는 그런 도리스를 쳐다보며 남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소울은 사비에르를 보며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는 서른여섯명의 엘프 모두의 만장일치로 우리는 마스터를 주군으로 모시고 노스트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안 돼!”

    “아!”

    도리스는 너무도 놀라서 두 손을 파르르 떨면서 소리를 질렀다.

    사비에르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그저 가볍게 탄성을 흘렸다.

    “좋아. 테라사를 비롯한 24명의 엘프를 포리너스에 받아들이겠다.”

    “감사합니다.”

    도리스는 순간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다.

    테레가사 얼른 달려가 도리스를 일으키더니 꼭 안아주었다.

    도리스는 테레사의 품에서 안겨 엉엉 울어댔다.

    “사비에르, 결론이 났으니 내가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말해봐.”

    “미스릴화 하나만 주면 된다.”

    “여기 있다.”

    소울은 두 말하지 않고 즉시 미스릴화 하나를 꺼내 사비에르에게 던져줬다.

    사비에르는 도리스 대신 주인의 인장을 관리했는지 반지를 하나 꺼내 도리스에게 가져갔다.

    도리스는 그런 사비에르를 보면서 마구 도리질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소울에게 테레사를 비롯한 모든 엘프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보니 저 도리스라는 년, 혹시 레즈비언 아냐? 하는 짓이 딱 이별하는 연인 분위기에 제 남편을 보내는 듯하네?’

    소울은 도리스가 왠지 레즈비언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레즈비언이건 스트레이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테레사를 비롯한 도리스의 엘프 모두를 소울에게 양도했다는 점이다.

    “여기 주인의 인장이 있으니 마탑에 가져가서 새로 계약을 맺도록 해.”

    “고맙다. 사비에르.”

    “천만에. 그런데 잠시 나와 따로 얘기 좀 할까?”

    “좋아.”

    사비에르가 비밀대화를 요청했다.

    소울은 당연히 받아들였다.

    [수고가 많다.]

    [뭐 별로. 이것도 다 유희인데 뭘.]

    [그렇게 생각하면 됐고.]

    소울과 사비에르는 소울넷을 통해 유희를 하는 입장이라 서로에게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노스트라로 간다고 했지?]

    [맞아.]

    [그럼 우리와 같이 가자. 사흘 뒤에 엘라즈라의 왕세자가 노스트라로 원정을 떠나. 그 원정대에 나와 도리스도 껴서 가기로 했어.]

    [그래? 거기에 끼면 뭐가 좋은데?]

    [엘라즈라 국왕이 주는 의뢰를 받고 원정대에 참여하여 노스트라까지만 가도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거야.]

    [그래?]

    소울은 사비에르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차피 포리너스를 데리고 노스트라로 가려면 꽤 많은 물자가 소비된다.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것 등이 다 돈이다.

    행군을 하면서 일어나는 사고나 아파서 의약품을 쓰는 것도 결국 전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야한다.

    그런데 의뢰를 받아 원정대에 참가하면 노스트라로 가는 동안 돈도 벌고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니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생각해보지.]

    그렇다고 바보같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꼭 같이 가도록 하자. 도리스가 테레사를 아주 많이 좋아해서 그래.]

    [알겠어.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사비에르와 소울은 그 뒤 한참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하지만 사비에르에게 전해주는 정보보다 그에게 얻는 정보가 훨씬 많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울과의 대화가 끝나자 사비에르는 도리스를 간신히 설득해서 그 자리를 떠났다.

    124명으로 늘어난 포리너스는 이제 어디로 함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숫자로 늘어났다.

    [마틴, 지금 즉시 쁘띠 플라워 호텔로 가는 길에 있는 여관하나를 통째로 빌리도록 해라. 묵을 인원은 124명이다.]

    [네, 주인님.]

    마틴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한 소울은 일단 마탑으로 가기로 했다.

    엘프 24명의 소유권인 들어있는 주인의 인장을 마탑으로 가져가 하나로 합치고 새롭게 노예인장을 찍어야했기 때문이다.

    엘프들이 한번 한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들려오는 소문일 뿐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노예인장을 찍어 놓는 것이다.

    하얀 백색의 거대한 마탑에 도착한 소울은 엘프 24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안내를 맡은 견습마법사 하나가 달려와 바깥으로 안내를 했다.

    “미키를 불러주면 좋겠는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히어로님.”

    히어로 크리스털은 마치 모든 문을 여는 프리패스와도 같았다.

    소울은 친절한 견습마법사의 안내로 마탑 옆에 있는 별장 같은 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히어로님, 어서 오세요.”

    “미키, 빨리 왔네?”

    “혹시나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그랬군. 고마워.”

    미키가 오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소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인의 인장과 새로 사비에르에게 받은 주인의 인장을 넘기고 아까처럼 하얀 종지에 피를 냈다.

    물론 종지 안의 피에 스피릿파워를 조금 섞어줬다.

    주인의 인장을 하나로 합치고 노예인장을 찍는 모든 절차는 미키의 인도로 빠르게 끝났다.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자 소울은 미키에게 몇 가지를 물어봤다.

    “혹시 라일라 안에 내 노예들이 머물만한 장소가 없을까? 사흘이면 될 것 같은데?”

    “사흘이요? 혹시 사흘 뒤에 원정대를 따라 가십니까?”

    “그걸 미키가 어떻게 알지?”

    “모든 정보는 마탑으로 모여듭니다. 이번에 원정대에 마탑의 마법사도 일부 참여를 하니 당연히 알 수밖에요.”

    “그렇군.”

    미키는 웃으면서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엘라즈라 국왕께서 낸 의뢰를 받아들이시면 머물 수 있는 곳을 공짜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네, 가급적이면 주둔지를 북문 쪽으로 달라고 하세요. 그쪽이 넓거든요.”

    “아! 고마워.”

    소울은 미키에게 아낌없이 금화를 수고비로 줬다.

    좋은 정보는 그만한 가치를 하는 법이다.

    “마탑을 구경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물론입니다. 우리 마탑의 최대 고객이 히어로님들이십니다.”

    “그렇구나.”

    전혀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당장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마틴, 계획을 변경한다. 사흘 뒤에 출발하는 왕세자의 노스트라 원정대에 참여한다. 엘라즈라 국왕의 의뢰를 받으면 주둔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거 참 잘됐군요.]

    [일단 대기하고 있어. 주둔지를 받으면 우리 모두 쁘띠 플라워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그리로 이동하도록 하자.]

    [네, 주인님.]

    소울은 미키에게 부탁해서 포리너스 부대를 잠시 이곳에 머물게 하고 즉시 왕궁을 향해 걸어갔다.

    왕궁 앞은 사흘 뒤에 있을 원정대를 조직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히어로를 상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제법 계급이 높은 관리가 그를 맞이했다.

    ============================ 작품 후기 ============================

    * 즐거운 연참입니다. 아낌없이 추천 쾅~쾅! 찍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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