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42화 (442/492)

00442  제 111 장 - 라일라  =========================================================================

“주인님!”

“음?”

소울은 눈을 번쩍 떴다.

깔끔한 검은 색 정장에 검은 가죽으로 된 긴 외투를 입은 마틴이 침대 옆에 서 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됐습니다.”

“내가 얼마나 잤지?”

“두 시간 주무셨습니다.”

마틴의 말을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온천수로 반신욕을 하고 간식을 먹고 자서 그런지 몸이 날아갈 듯 개운했다.

소울은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 가운을 벗어버리고는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린 채 살짝 입을 벌렸다.

그리고 까뮤를 불렀다.

[까뮤!]

[네, 주인님.]

까뮤는 소울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는 소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화와 클린 스킬을 난사했다.

소울의 깨끗한 몸이 더 이상 깨끗해질 수 없을 만큼 극도로 청결해졌다.

특히 입을 벌리고 있는 소울의 입안은 양치질을 100번은 한 것처럼 깨끗해지고 이빨에서도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이런 것을 보면 소울은 마음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게을러질 수 있을 것 같다.

소울은 까뮤로부터 새 속옷을 받아 입고 깔끔한 디자인의 외출복을 걸쳤다.

날씨가 온화한 라일라를 생각해서 외출복은 산뜻하고 가벼운 것으로 까뮤가 코디를 했다.

욕실 밖으로 나가자 마틴이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었다.

“주인님, 오늘도 역시 멋지십니다.”

“고맙다. 너도 멋있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둘은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방 밖으로 나왔다.

응접실로 나가자 오웬과 루안이 배를 살짝 만지면서 반겼다.

“마스터!”

“형,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배고파 죽을 뻔 했잖아?”

14살 먹은 루안 보다 히어로인 오웬이 더 애처럼 보였다.

“넌 나를 반기는 것이 아니라 저녁식사를 사줄 내 돈주머니를 반기고 있구나?”

“하하하, 무슨 오해를 그렇게 살벌하게 해? 난 순수하게 형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래? 그런데 이를 어쩌나? 스위트룸 고객들은 2층 뷔페식당에서 아침과 저녁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응.”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준 거야?”

“네가 언제 물어봤냐? 그리고 응접실 테이블에 있는 호텔 가이드북에 다 써 있다고 하더라.”

“그 그런…….”

오웬은 얼굴에 괜히 기다렸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스킬이 화염이라 뇌가 다 타버려서 그런지 오웬은 생각보다 심각한 단무지였다.

“마스터, 제가 옆방으로 가서 2층 뷔페식당으로 데리고 갈게요.”

“그렇게 해라.”

루안은 소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방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인상 쓰지 말고 빨리 식당으로 내려가자.”

“예.”

오웬이 시무룩하게 대답을 했다.

소울은 그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마틴, 라일라에 있는 뱀파이어의 근거지는 알아봤어?]

[네, 주인님. 생각대로 외성 북문 근처에 있습니다.]

[잘됐군. 그럼 오늘 밤에 거길 쓸어버리도록 하자.]

[네, 주인님.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뱀파이어의 기운이 왕궁까지 뻗쳐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뱀파이어가 왕궁에도 있다는 말이야?]

[제 생각은 왕족 중 하나가 뱀파이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으음, 그건 좀 문제가 될 수 있겠군.]

2층 뷔페식당까지 가는 동안 소울은 마틴과 대화를 나누며 라일라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어떻게 잡아 죽일지 생각을 해봤다.

[당장 오늘밤 쳐들어가는 것보다는 제가 며칠 살펴보고 나서 일망타진(一網打盡)을 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틴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하자. 이틀을 줄 테니까 뿌리를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알아봐.]

[네, 주인님.]

마틴의 대답을 끝으로 둘은 더 이상 뱀파이어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스터, 여기에요.”

“엥? 언제 내려와 있었지?”

2층 뷔페식당에 도착하자 이미 카렌과 수지가 커다란 테이블을 잡고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벌써 시작한거야?”

“아니에요. 미리 자리만 잡아놓은 거예요.”

“자리를 왜 잡아? 얘기만 해놓으면 예약이 될 텐데…….”

“그, 그런 거예요?”

카렌과 수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랐다.

이런 호텔을 써본 적이 있어야 알 것 아닌가?

태어나서 쁘띠 플라워 호텔 같은 최고급 숙박시설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카렌과 수지는 그저 부끄러워서 얼굴만 붉히고 말았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괜히 무안을 준 셈이 된 소울이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별 것 아닌 일로 주눅이 들것 같자 그는 즉시 분위기를 바꿨다.

“자, 어쨌든 카렌과 수지 덕분에 좋은 자리를 잡았으니 맛있게 먹도록 하자.”

“네.”

“예.”

유난히 목소리가 커진 카렌과 수지였다.

그때 샤를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처럼 찾아왔다.

“마스터, 풀 쉬셨습니까?”

“그래. 너도 잘 쉬었지?”

“네, 마스터 덕분에 이런 좋은 호텔에서 다 잠을 자봅니다.”

“고마우면 100골드만 내놔!”

“네? 아하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이군요.”

샤를은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소울의 말을 피해 슬며시 음식이 쌓인 곳으로 몸을 돌렸다.

“샤를, 우리가 먼저 다녀올 테니까 넌 자리나 지키고 있어.”

“네, 마스터. 당연히 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지요.”

샤를은 두꺼운 얼굴 가죽을 이용해 조금도 어색한 표정을 짓지 않고 다시 몸을 돌려 자리를 지켰다.

소울은 얄미운 샤를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두고 수지를 보며 말했다.

“저녁식사 끝나고 시장과 가게를 돌아보자. 노스트라로 가져갈 것이 뭐가 있는지도 한번 알아보고, 가격비교도 해보자.”

“네? 우리 쇼핑가는 거예요?”

“쇼핑 아니다. 일보러 가는 거야.”

“겸사겸사 가는 거야.”

수지가 쇼핑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카렌의 부푼 가슴에 쓸데없이 바람을 불어넣었다.

“수지,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죄송해요. 하지만 저 나이 때는 쇼핑할 게 많아요.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을 사지 말라는 것은 아니시겠죠?”

“끄응.”

소울은 여자들의 필수품을 쇼핑해야한다는 말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감사해요.”

“고마워요. 마스터.”

수지가 감사하다고 하자 그녀의 눈짓을 받은 카렌이 얼른 소울의 팔에 팔짱을 끼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밋밋한 가슴으로 소울의 팔을 꼭 안는 모습에 소울은 그만 고개를 휙휙 휘저었다.

“알았다. 대신 일이 먼저야.”

“네.”

“예.”

목적을 달성하자 수지와 카렌은 서로의 손을 꼭 마주잡고 요리가 산처럼 쌓인 테이블로 걸어갔다.

언제부터 저렇게 친했다고 둘이 꼭 붙어 다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새롭게 안 사실은 카렌의 가슴이 더 이상 밋밋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드럽고 물컹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그동안 영양실조로 못 다한 발육이 이제 본격적으로 한꺼번에 진행되는 모양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동안 키도 좀 큰 것 같고 몸의 굴곡도 생겼고 가슴도 좀 실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스터, 그냥 앉아 계십시오. 제가 맛있는 요리를 접시에 담아가지고 가져오겠습니다.”

“고마워.”

소울은 마틴의 말에 그냥 자리에 앉아 있기로 했다.

굳이 자신이 직접 가서 요리를 담아온다니 그걸 사양할 필요는 없었다.

“마스터, 저희들 왔어요.”

“어, 소냐! 어서와.”

소냐가 세라의 손을 잡고 발그레한 얼굴로 다가왔다.

역시 온천수로 반신욕을 했는지 피부에 윤기가 흘렀고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무척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세라의 뒤로 루안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다들 가서 먹고 싶은 요리를 접시에 담아오도록 해.”

“네, 마스터.”

소울의 말이 끝나자 다들 배가 많이 고팠는지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요리가 쌓여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샤를도 그 틈에 슬쩍 빠져나가 어느새 접시에다 요리를 산처럼 담고 있었다.

잠시 후, 돌아온 일행들의 접시는 작은 산이 되어 있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남기며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요리가 담긴 접시가 소울의 앞에 수북해졌다.

다들 접시 하나에는 자신이 먹을 요리를 담고 다른 접시 하나에는 소울이 먹을 각가지 요리를 담아가지고 온 것이다.

소울의 입 꼬리가 절로 귀밑까지 걸려있었다.

일행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라 소울은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유일하게 샤를만 두 접시 가득 자신이 먹을 음식을 담아 가지고 와서 걸신 걸린 듯 먹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소울에게 다시 한 번 단단히 찍히게 됐다.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가 눈앞에 있어도 사람에게는 먹을 수 있는 것은 한계라는 것이 있다. 배가 부르자 이제 요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들 자신의 통통해진 배만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나와 마틴, 카렌과 수지는 시장조사를 하러 밖으로 나갈 예정이야. 오웬과 루안은 소냐 가족과 같이 여기 있도록 해.”

“네.”

“예.”

샤를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소울을 쳐다봤다.

소울은 샤를이 뭘 하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다.

“다들 일단 방으로 올라가서 외출준비를 하고 내려와. 15분 뒤에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자.”

“네, 마스터.”

소울은 그렇게 얘기를 하고는 2층 뷔페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뒤를 마틴이 그림자처럼 쫓고 있었다.

계단을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온 소울은 까뮤를 시켜 단번에 양치질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서 카렌과 수지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로비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가만히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소울은 살짝 멍 때린 표정으로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문득 뭔가 묘한 기운이 느껴져 번쩍 정신을 차렸다.

[까뮤, 저 사람 이상하지 않아?]

[사람이 아니에요.]

[뭐야 저거?]

[변신을 해서 정체를 숨기고 있어요.]

쁘띠 플라워 호텔 입구 쪽에 놓인 소파에 키가 2m 에 가까운 거구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의 몸에서 마나도 아니고 오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령력도 아닌 묘한 기운이 미세하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저게 무슨 기운이지?]

[제가 가서 확인해볼게요.]

[그래. 조심해라. 아무래도 뭔가 불안하다.]

[네, 주인님.]

까뮤가 소울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빠르게 거구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이것은 마기 같습니다.]

[마기라고?]

[네, 마기가 확실합니다.]

[마기라면 혹시 마족들이 가지고 있다는 그 기운 말이야?]

[그렇습니다.]

까뮤의 말에 소울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메시엘 행성에 온 이유는 마계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다.

북부대산맥으로 가려는 이유도 거기가 가장 치열한 전장(戰場)이자 마나석과 젬스톤 광산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계의 입장에서는 적의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이곳 라일라에 마계에서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족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뭔가 자신이 모르는 비밀스럽고 더러운 음모 같은 것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까뮤, 그놈을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일단 마크만 해두고 돌아와.]

[네, 주인님.]

까뮤는 소울의 명령에 은밀하게 다가가 거구의 사내의 머리카락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기운을 묻혀놓고 돌아왔다.

‘저 정도면 어느 정도나 되는 등급의 마족일까? 중급마족 이상은 아닌 것 같고, 역시 하급마족이겠지?’

소울은 거구의 사내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당장 하급마족 하나를 잡아 죽인다고 자신에게 큰 이득이 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뭔가 큰일에 연루된 놈이니 일단은 좀 두고 보기로 했다.

[마틴, 저놈 보이지?]

[네, 주인님.]

[까뮤가 마족이라고 한다. 혹시 모르니 추적할 수 있게 마크해 놓도록 해.]

[네, 주인님.]

마틴은 소울의 말에 거구의 사내를 향해 자신의 피 한 방울을 흘려보냈다.

피 한 방울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바닥을 빠른 속도로 기어가더니 그의 부츠 안쪽으로 스며들어갔다.

그것으로 이제 마틴은 이 거구의 사내를 언제 어디서든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시를 할 수 있게 됐다.

까뮤의 마크 방식과는 또 다른 독특한 추적감시체계였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앞으로는 좀 일찍 다니도록 해. 이미 30분도 훨씬 지났어.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 마스터.”

수지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녀의 달덩이 같은 하얀 두 개의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소울은 곱게 화장을 하고 나온 수지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호텔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로 카렌이 한껏 멋을 낸 외출복을 입고 졸졸 쫓아왔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연참입니다. 아낌없이 추천 쾅~쾅! 찍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2016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일 모두 모두 이루어지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

- 고려의검 배상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