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40화 (440/492)

00440  제 110장 - 여정(旅程)  =========================================================================

“시라크 시장, 좋은 말로 할 때 나와! 빨리 안 나오면 시청 청사 다 태워버린다.”

일단 무력을 쓰기 시작하자 소울은 더 이상 누구 체면 같은 것은 보지 않고 막나가기 시작했다.

이성적으로 좋게 나오면 좋게 끝냈을 텐데, 자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이제부터는 자신도 실력행사를 해야 했다.

“마틴, 저놈 지혈시켜.”

“네, 마스터.”

소울은 마틴을 시켜 미테랑의 잘린 팔에서 나오는 피를 지혈시켰다.

피의 권능이 대단하기는 했다.

그냥 쓱 쳐다보는 것만으로 미테랑의 잘린 팔은 피가 멈췄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여기 히어로인 오웬이 지휘한다. 알겠지?”

“네, 히어로님.”

소울의 말에 경비대 소속 병사들은 일제히 큰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단 한 번의 무력행사로 기를 죽이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이용해 경비대 소속 병사 수백 명을 자신의 휘하로 만든 소울은 본격적인 갑질을 행사했다.

“오웬, 미테랑 자작이 살고 있는 저택을 점령해.”

“네.”

오웬은 소울이 수백 명의 병사를 자신의 밑으로 넣어주자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대답을 했다.

“마틴, 당장 가서 마세도냐의 뱀파이어 근거지를 알아와.”

“네, 마스터.”

마틴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본, 카렌에게 기병 열만 붙여줘.”

“예스, 마이로드.”

“카렌, 소냐, 기병들과 같이 가서 마차를 가지고와. 소냐의 두 동생과 샤를도 데리고 오도록 해.”

“네, 마스터.”

“네, 마스터.”

다들 소울의 명령을 받고 가자 이제 남은 것은 수지뿐이었다.

“저는?”

“넌 내 옆에 있으면 된다. 그리고 시장바구니는 병사에게 넘겨.”

“네?”

“너 이리 와서 시장바구니 좀 들어라.”

“넷, 히어로님.”

수지는 자신의 시장바구니를 경비대 소속 병사에게 넘기고는 슬쩍 소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잖아?”

“그, 그렇지요.”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수지는 아쉬운 얼굴로 소울의 팔을 놓았다.

그때 시라크가 굴러오는지 뛰어 오는지 모르게 소울에게 다가왔다.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히어로님이신 줄 알았다면 이런 실수를 안 했을 텐데…….”

“괜찮아. 이제부터 만회하면 된다. 대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각오해야할 거야.”

“히어로님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라크는 사실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

잽싸게 위기 상황에서 여우처럼 빠져 나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울이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세도냐의 귀족인 미테랑과 시라크를 탈탈 털어버릴 계획이다.

“잘하겠다는 놈이 히어로를 계속 시청 앞에 세워두는 거야?”

“으헥, 아니 이런 실수가? 어서 시청 뒤쪽에 있는 영빈관으로 가도록 하시죠. VIP 이신, 아니 VVIP 이신 히어로님을 위해 저희가 정성껏 준비한 곳입니다.”

정말 혓바닥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지 시라크의 말은 매끄럽기 그지없다.

소울과 본은 시라크의 안내에 따라 시청 뒤에 있는 영빈관으로 들어갔다.

넓고 잘 정돈된 정원 한가운데 큰 분수대가 보인다.

예술성이 넘치는 조각과 동상이 층층마다 놓여있고 그 끝에 그림 같이 아름다운 3층 저택이 서 있다.

마치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축소시켜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 영빈관을 완성하느라 30년이 걸렸습니다.”

“돈 겁나게 처발랐구나.”

시라크가 자랑하듯 말하자 소울은 단칼에 그의 의도를 잘라버렸다.

아름다운 저택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여기서 살 것도 아니니 소울은 큰 관심이 없었다.

1층으로 들어가자 천정에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인다.

왼쪽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자 응접실이 나왔다.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시라크 시장도 앉지?”

“네, 감사합니다.”

시라크 시장이 소울에게 쩔쩔매며 들어오자 영빈관의 메이드들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크게 긴장했다.

“차를?”

“됐어. 먼저 얘기 좀 하지?”

“네.”

시라크와 차 마실 시간 따위는 없었다.

지금부터 배부른 돼지 같은 시라크를 탈탈 털어내려면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

“아까 나한테 한 개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 그건 전적으로 오해와 실수였습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배상을 해야지.”

“제가요?”

시라크가 놀란 표정을 짓자 소울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이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좀 해보자.”

“네.”

“내가 만약에 히어로가 아니었다면, 아니 내게 힘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도 이렇게 나를 영빈관에 모셨을까? 내 얘기를 이렇게 경청했을까?”

“당연히 전 그랬을 겁니다. 히어로님의 영웅적인 풍모에 감동을 해서…….”

“개소리 집어치워.”

“네.”

감언이설과 미사여구로 달련된 시라크도 입을 열지 못하게 하면 방법이 없었다.

“아마 나를 반쯤 죽여서 성문 밖으로 내버렸던가 아니면 노예로 팔아치웠을 거야. 그럼 내 일행들은 어떻게 됐을까? 여자들은 미테랑 자작에게 겁탈을 당하고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노리개처럼 돌려서 강간을 당했겠지? 나와 그녀들의 인생은 처참하게 박살나고 원한을 가진 채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살아도 산 게 아닌 원귀(冤鬼)가 됐을 거야. 안 그래?”

“그럴 리가요?”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하자 시라크는 결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울은 시라크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자, 그럼 여기서 난 어떻게 해야 시라크 시장을 용서해줄 마음이 생길까?”

“네?”

“시라크 시장이 아까 한 말로 인해 맞아 죽고 강간을 당하고 죽어서 원귀가 되었을 나와 내 동료가 어떻게 해야 용서를 할 수 있겠냐는 말이야?”

“그, 그렇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런 정말 안 되겠군. 그렇다면 시라크와 시라크의 가족들을 데리고 먼저 실험을 해봐야겠군.”

“네? 아닙니다. 제발 그것만은…….”

“본, 기병을 보내서 시라크의 저택을 봉쇄하고 가족들을 모두 잡아와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시라크는 손이 닳도록 빌어댔다.

하지만 소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미테랑이나 시라크만 봐도 귀족들이 어떤 놈들인지 짐작이 갔다.

힘과 권력에 취한 머리 좋은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식하게 더 큰 힘으로 짓밟아 버리면 된다. 괜히 쓸데없이 잔대가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소울에게는 마세도냐의 모든 귀족을 상대해도 결코 지지 않을만한 강한 무력이 있다.

힘으로 쓸어버리면 되는데 왜 귀찮게 말로 설득을 시키겠는가?

거기에다 자신은 메시엘 행성의 갑중의 갑이라는 히어로가 아닌가?

“히어로님, 마세도냐 신전에서 고위사제가 찾아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메이드가 문 앞에서 소식을 전하자 소울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귀족들이라서 잔머리가 장난이 아니다.

히어로를 소환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고위사제를 이용해 중재를 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소울은 이런 약은 수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해라.”

“네, 알겠습니다.”

일단 응접실에다 박아놓고 기다리게 했다.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고위사제의 존재에 대해서는 바로 잊어버렸다.

“마스터, 시라크의 가족을 모두 잡아왔습니다.”

“단두대를 준비시켜라.”

“네, 즉시 처형준비를 하겠습니다.”

소울의 의중을 읽은 본이 바로 맞장구를 친다.

“으헥, 히어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게 정말이야?”

“물론입니다.”

“그럼 일단 불경죄를 저지른 미테랑 자작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도록 하자. 징계 수위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미테랑과 시라크는 그래도 평소에 죽이 잘 맞는 사이였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의 생계가 걸리자 시라크는 바로 안면을 몰수했다.

과연 시라크는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다.

곧바로 시청으로 사람을 보내 공문서를 가져오게 하고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마세도냐 시장의 긴급체포명령서와 형집행명령서를 만들어 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장을 찍자 완벽한 공문서들이 준비됐다.

“어디보자. 음, 마음에 드는군.”

첫 번째 공문서의 내용을 확인한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미테랑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을 언급하고 마지막에 히어로를 살해하려 했다는 죄까지 집어넣어 미테랑을 엘라즈라 왕국법 위반, 히어로법 위반, 국가반역죄 등으로 엮어 넣은 것이다.

그야말로 미테랑이 평소에 잘 써먹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적용을 기가 막히게 잘 써먹고 있었다.

두 번째 공문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작위를 박탈하는 것은 국왕과 귀족평의회에서만 결정할 수 있어 불가능했지만 자격정지라는 묘수를 이용해 미테랑을 자작에서 일단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의 모든 재산을 몰수해 엘라즈라 시(市)로 귀속시켰다.

세 번째 공문서를 보자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엘라즈라 시(市)에서 히어로인 소울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물론 몰수한 미테랑 자작의 재산만큼의 현금과 시(市)가 가지고 있는 예비비에서 막대한 보상금을 따로 지급하고 있었다.

자신의 재산은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고 미래의 정적이 될 미테랑 자작을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 듯 제거해버리는 시라크 시장이었다.

“시의 예비비를 이렇게 써도 되는거야?”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예비비입니다.”

시라크는 소울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자 여유를 되찾았다.

“다 좋은데, 시라크 시장의 정성이 좀 부족한 것 아니야? 전부 남의 것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떠나시는 날까지 부족함이 없게 잘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두고 봐야겠군.”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시라크는 자신감을 되찾자 소울의 심복이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소울도 마땅히 트집을 잡을 것이 없자 일단 좀 두고 보기로 했다.

아직 털려고 마음을 먹으면 털 수 있는 방법은 많았으니까 말이다.

“저, 히어로님. 이쯤해서 제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 오늘의 일을 깊이 성찰하게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시라크의 얼굴을 봐서 한번 봐주도록 하지.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역시 히어로님은 이 메시엘을 구할 영웅이십니다.”

“시라크, 하나만 명심하자.”

“네, 히어로님.”

“적당히 쥐어짜고 적당히 해먹어라. 귀족들이 그렇게 쥐어짜다가 폭동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수가 있어.”

“네에? 아! 알겠습니다.”

소울의 말에 시라크는 당장 마세도냐의 세금인하와 빈곤층의 지원과 구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시라크는 소울이라는 그물에서 간신히 자신의 몸을 빼낼 수 있게 됐다.

정말 타고난 위기관리능력은 그에게 있어서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마틴입니다.]

[응, 그래.]

[마세도냐에 있는 뱀파이어들의 아지트를 찾았습니다.]

[어딘지 얘기해주면 지금 바로 그리 가겠다.]

[네, 주인님.]

소울은 밖으로 나가 말을 한 마리 잡아타고 마틴이 알려주는 주소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거침없는 소울의 움직임에 놀란 사람들이 양옆으로 몸을 피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결코 그가 달리는 속도가 줄지는 않았다.

북쪽 성문 옆 주택가에 도착한 소울의 앞에 마틴이 홀연히 나타났다.

“여깁니다.”

“으음.”

소울은 말에서 훌쩍 뛰어 내리며 그들의 앞에 있는 저택을 살펴봤다.

확실히 규모는 엔팔보다 훨씬 커보였다.

“뱀파이어들이 얼마나 있지?”

“잠깐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백 마리도 안 됩니다.”

“혹시 여기도 고위 뱀파이어들이 검은 금속관에 자고 있나?”

“아닙니다. 여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싱겁겠군. 가자.”

고위 뱀파이어들을 잡아야 수입이 짭짤하다.

하지만 없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소울은 저택의 정문을 훌쩍 뛰어 넘어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순간 마틴이 붉은 연기로 변해 그의 앞으로 쏘아갔다.

“크아악!”

“으아악!”

“아악!”

…….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2016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일 모두 모두 이루어지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

- 고려의검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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