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38화 (438/492)

00438  제 110장 - 여정(旅程)  =========================================================================

그러자 그의 전신갑주가 순식간에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가더니 이내 목걸이로 변해버렸다.

로열형 리콜아바타를 구매할 때 당첨된 전용 바이오 갑주의 놀라운 능력이었다.

“이건 정말 마음에 드는군.”

소울은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틀어 샤워를 하자 그동안의 피로가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욕조에서 반신욕을 좀 즐기다가 밖으로 나왔다.

[까뮤! 부탁해.]

[네, 주인님.]

까뮤는 소울의 몸에 정화와 클린 스킬을 사용해 깨끗하게 씻어줬다.

샤워를 하는 것과 까뮤에게 정화와 클린 스킬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즐거움이다.

온풍으로 머리카락을 말려주고 실바람으로 솔솔 몸의 물기를 말린다.

뽀송뽀송해진 소울의 피부를 보자 까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새 속옷을 건네준다.

양치질을 하고 뱀파이어 저택 지하 의상실(?)에서 건진 평상복을 입은 소울은 새하얀 시트가 깔린 깔끔한 침대 위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해서 그런지 슬슬 잡이 왔다.

그렇게 비몽사몽간을 헤매다가 막 잠이 들려는 찰라 소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무슨 소리지?]

[수지와 소냐의 목소리입니다.]

[가서 알아봐.]

[네.]

소울은 멀리서 들려오는 수지와 소냐의 목소리를 용케도 감지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지체 없이 목걸이에 손을 가져다댔다.

의지를 일으키자 로열형 리콜아바타 전용 바이오 갑주가 즉시 반응해 그의 전신을 둘러쌌다.

차라라라랑 철컥 철컥!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된 전신갑주를 착용하자 소울은 즉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카렌?”

“같이 가요.”

응접실에는 카렌이 외출복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운디네가 얘기해줬어요.”

“정령이 말해줬구나.”

소울은 카렌이 어떻게 알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좋아, 같이 가자.”

“네.”

카렌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계단을 내려와 마셀의 향기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오웬이 서 있었다.

“넌 뭐야?”

“나? 그냥 심심해서 나와 있었어.”

“그래?”

소울은 오웬을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꺄뮤가 수지와 소냐가 시장에 있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어디가? 같이 가자.”

“…….”

“형, 대답 좀 하지?”

소울은 오웬이 자신을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빠르게 걸어갔다.

그런 소울의 뒤를 오웬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았다.

“뭐야? 뭔가 일이 생겼어?”

“시끄럽다. 입 다물어.”

“끄응.”

옆에서 자꾸 쫑알대자 소울이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

그러자 오웬은 ‘아이고 뜨거워라’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

“마틴!”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마틴이 합류했다.

“말은 다 팔았어?”

“네, 제 값을 받고 팔았습니다. 여기 말을 판 대금입니다.”

마틴은 그에게 돈주머니를 넘겨줬다.

소울은 보지도 않고 일단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저기에요.”

“응, 나도 봤어.”

카렌이 소리치자 소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장의 대로 한복판에 소냐가 검을 뽑아들고 서 있다.

소냐의 뒤로 수지가 시장바구니를 꼭 안고 있었는데 잔뜩 겁을 먹고 있는 표정이다.

병사들이 원형으로 둘을 포위하고 있고 그들의 정면에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복장을 한 뚱뚱한 중년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양쪽에 하프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 둘이 서있고 그들의 뒤쪽으로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급스런 옷을 입은 청년이 사과 하나를 씹어 먹고 있다.

“반항을 하게 된다면 너희는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순순히 검을 내려놓고 경비대로 가서 잠깐 조사를 받도록 하자.”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조사를 받습니까?”

“하하하, 앙칼진 것이 참 마음에 드는구나. 뭣들 하느냐? 당장 포박해서 데려가려고 하지 않고?”

“네, 자작님.”

병사들이 일제히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들고 있던 창을 내려 소냐를 향했다.

“꺄아악!”

수지는 놀라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냐는 조금도 의지를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미테랑 자작이 오늘도 한 건 하는군.”

“두 처녀만 불쌍하게 됐지. 경비대로 끌려가서 멀쩡하게 나온 여자를 못 봤으니.”

“저 색마가 오늘도 미쳐 날뛰는구나.”

“천벌이 무섭지도 않은가봐.”

“노리개로 데리고 놀다가 결국은 창녀로 팔려가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마세도냐에서 저놈에게 걸렸다간 그날로 인생 조지는 거야.”

“자네도 딸 간수 잘하게.”

…….

소울은 시장 상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는 이놈들을 어떻게 작살을 낼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카렌이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마스터, 어떻게 해요. 빨리 구해줘요.”

“카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생각 없이 움직였다가 괜히 일만 커져.”

“네, 알겠어요. 그래도 빨리 구해줘요.”

카렌의 눈에는 소냐와 수지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보였나보다.

하지만 소울은 달랐다.

미테랑 자작이라는 귀족과 병사들의 눈에 음욕이 가득한 것을 보니 결코 소냐와 수지를 다치게 할 것 같지 않았다.

목적 자체가 소냐와 수지를 잡아서 강간을 하고 노리개로 데리고 놀 생각이라 그들의 창에는 살기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과정 자체도 이들에게는 여흥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마틴과 오웬도 소울의 생각과 비슷한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오늘 저녁에 마세도냐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들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거 내 뜻대로 일이 돌아가질 않네.’

그는 결국 조용히 일처리를 하기는 글렀다고 판단했다.

“멈춰라!”

소울이 앞으로 나서자 마틴이 즉시 그의 앞으로 달려가 소냐와 수지의 앞을 가로 막았다. 오웬도 소울이 개입하기로 결정하자 지체하지 않고 마틴의 옆에 섰다.

병사들은 즉시 원형의 포위망을 풀고는 밀집방어 태세를 갖추고 미테랑 자작 앞에 도열했다.

‘정예병이네. 그런데 주인을 잘못 만나 전부 대가리가 썩은 놈들뿐이로구나. 아까운 일이다.’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병사들이 얼마나 훈련을 많이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주인이 개차반이라 병사들도 구제불능일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시오?”

“그러는 너는 누군데 여기 미테랑 자작님의 행사를 방해하는가?”

미테랑 자작의 옆에 서 있는 기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난 여기 카렌 남작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기 두 명도 저희들의 일행입니다.”

“카렌 남작?”

미테랑은 소울의 말에 인상을 팍 썼다.

소울의 옆에 서있는 카렌의 손가락을 쳐다보고는 침까지 뱉었다.

“카악, 퇫! 일이 꼬이는군.”

미테랑 자작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기사들의 낯빛도 어두워졌다.

“무슨 일로 저희 일행을 잡아가려고 하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저 두 처녀가 수상해보여서 잠시 데리고 가서 조사를 해보려고 했소이다.”

기사의 말에 코웃음을 친 소울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런 시장에서 이들과 드잡이 질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밤에 마틴을 보내 썰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알겠소. 그럼 신원보증은 여기 계신 카렌 남작님이 하면 문제가 없겠군요. 이만 저희는 가보겠소이다.”

기사가 미테랑 자작의 얼굴을 보자 미테랑 자작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오.”

기사가 대답을 하자 소냐와 수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소울에게 다가왔다.

미테랑은 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귀족이 낀 일이라서 함부로 처리하기가 곤란했다.

특히 세 명의 건장한 사내들의 무력이 절대 만만히 보이지 않아 힘으로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자신도 귀족인지라 귀족과의 마찰을 일반 평민에게 보여주는 일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일단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이렇게 일이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병사 몇 명이 나타나 미테랑의 기사 한 명에게 귓속말을 해대자 상황이 돌변했다.

“뭐라고? 이놈들 감히 마적인 주제에 귀족을 사칭해?”

“그게 무슨 헛소리냐?”

소울이 소리치자 기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미테랑 자작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다. 미테랑 자작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펴졌다.

“카렌 남작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미테랑 자작이 직접 나섰다. 그러자 카렌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자네의 부하 하나가 마적들의 것으로 보이는 말을 마시장에 팔았다고 하더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카렌은 속으로 많이 떨렸지만 옆에 자신의 히어로인 마스터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좋아. 귀족의 체면을 생각해서 시장님 앞에서 해명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따라오게.”

“끄응.”

소울은 마틴을 쳐다봤다.

그는 어깨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마적의 말을 팔아치운 것이 문제가 된 듯 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모두 미테랑 자작을 따라 시청으로 가게 됐다.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자 이미 연락을 받고 출동했는지 수백 명의 병사들이 도열해있었다.

그들 사이를 통과하는 미테랑 자작의 발걸음이 느긋하기만 했다.

하지만 카렌과 소냐, 수지의 얼굴은 반대로 딱딱하게 변해있었다.

“다들 인상 펴. 수틀리면 다 뒤집어 버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후후후, 그게 더 무서운데요?”

소울의 말에 오웬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오웬이 자신의 말에 아무도 동조를 하지 않자 뻘쭘한 표정으로 마틴을 쳐다봤다.

그러나 마틴의 무표정한 얼굴만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을 뿐이다.

‘저 돼지새끼가 아주 판을 거하게 벌리네? 제대로 건수 하나를 물었다는 건가?’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미테랑의 기름기 흐르는 얼굴을 보자 그 좋던 밥맛이 다 떨어졌다.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클레이모어를 휘두를 것 같자 그는 고개를 돌려 시청 건물을 쳐다봤다.

시청 안에서 미테랑에 못지않은 50대 뚱보 남자 하나와 온갖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늘씬한 30대의 미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시청의 고위 공무원과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테랑 자작, 무슨 일인가?”

“시라크 시장님,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미테랑 자작과 시라크 마세도냐 시장 사이에 빠르게 눈빛이 교환되고 있었다.

소울은 그들의 하는 작태를 쳐다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딱 보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으로 미테랑 주연 시라크 조연의 한편의 연극이 시작됐다.

“오늘 마세도냐로 들어온 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한 명이 마적의 낙인이 찍혀 있는 말을 마시장에 팔았습니다.”

“마적의 말을 팔아? 그럼 마적이란 소리가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마적이라면 경비대에서 처리하면 되지 왜 나에게 데리고 왔는가?”

“저들 중에 귀족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귀족?”

“네, 카렌 남작입니다.”

미테랑과 시라크가 말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카렌을 쳐다봤다.

카렌이 소울을 쳐다보자 소울은 그녀에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 남작입니다.”

카렌이 정중하게 시라크 시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시라크도 얼떨결에 살짝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이 매처럼 카렌의 손가락을 주시했다.

귀족의 인장이 보이자 시라크는 미테랑이 왜 이들을 자신에게 데리고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설사 귀족이라고 해도 마적의 말을 파는 것은 스스로가 마적이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을 어겼으니 합당한 벌금을 내야한다.”

시라크의 말이 끝나자 소울이 나섰다.

“벌금이라면 얼마를 내란 말입니까?”

“말 가격에 20배를 벌금으로 내면 된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벌금이었다.

카렌이 입을 딱 벌리자 오히려 미테랑 자작이 옆에서 한술 더 떴다.

“확인해 본 결과 마적의 말 16마리를 팔았습니다.”

“그럼 그것에 맞는 벌금을 내면 된다.”

소울은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연참입니다. 아낌없이 추천 쾅~쾅! 찍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