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36화 (436/492)
  • 00436   제 109 장 - 마세도냐  =========================================================================

    눈치 빠른 샤를이 그들을 쫓아 그들이 숨어 있는 근처의 바위틈 사이로 몸을 감췄다.

    샤를은 쉽게 죽지는 않을 놈 같다.

    뱀처럼 다가오는 불빛을 보던 소울은 한숨을 쉬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본, 마적 떼가 온다. 주변에 매복을 해놓도록 해.]

    [네, 마스터.]

    본은 즉시 악어 입을 만들어 80마리의 언데드 부대를 꺼내 주변에 풀어놓았다.

    입에서 연막을 뿜어내어 야영하고 있는 주변에 깔자 바위 뒤에 매복을 한 언데드 부대의 모습이 쉽게 감춰졌다.

    생기가 없는 언데드 부대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놈들이다.

    “그래도 수지가 열심히 구웠는데 맛은 봐야지.”

    소울은 칼로 다 익은 겉을 살살 잘라서 접시에 담고는 포크를 이용해 조금씩 맛을 봤다.

    “오오오, 역시 맛이 죽이는군.”

    그는 웃음을 지으며 맥주잔을 들었다.

    시원한 맥주와 입안에서 맛이 어우러지자 소울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카아, 역시 좋아. 그냥 치맥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니까 끝내준다.”

    카렌도 옆에서 보고 있다가 못견디겠는지 포크를 들어 조그만 고기조각을 하나 찍어 입에 넣었다. 오물거리며 맛을 보자 왜 소울이 감탄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나도 맥주 줘요.”

    “넌 맛만 봐라.”

    “네.”

    소울은 카렌에게 작은 잔을 건네더니 맥주를 따라줬다.

    카렌도 엘라즈라 왕국의 법으로 인정받은 성인이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다만 술은 처음인 것 같아 한 잔만 따라줬다.

    우두두두두두두!

    마적 떼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 대지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소울은 인상을 한번 팍 썼다가 얼굴을 폈다.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자 화가 좀 가라앉는다.

    소울과 카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닥불 옆에 본과 마틴이 우두커니 서 있다.

    누가 보면 기사 둘이 영주를 호위하고 있는 줄 알 것이다.

    “우와, 이거 바비큐 아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네?”

    “겁도 없이 우리 땅에서 야영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네?”

    “배짱 한번 두둑한데?”

    “겨우 마차 두 대야? 오늘 실적이 별론데?”

    소울은 맥주를 한잔 마시고는 정면을 주시했다.

    마적 떼는 거침없이 다가와 가로로 세워둔 마차 사이에 섰다.

    “너흰 뭐냐? 야밤에 남의 야영지를 들어오려면 먼저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도 모르냐?”

    “푸하하하하, 저놈 뭘 잘못 먹었나보네?”

    “우리가 누군지 전혀 모르나봐.”

    “우리 붉은 악마에게 허락을 받고 들어오라고 하네?”

    마적들은 소울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마구 웃고 떠들어댔다.

    “형이 지금 바비큐와 맥주로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거든? 그러니까 쥐어 터지기 전에 조용히 꺼져라. 참 그 이상 다가오면 공격행위로 간주하고 다 죽일 테니까 나중에 살려달라고 빌지 말고.”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끝도 없이 건방진 말을 하네?”

    마적들 중 한 놈이 앞으로 조금 말을 몰고 나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이놈 당장 우리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라.”

    “내가 왜? 빌면 살려주기는 하는 거야? 원래 네놈들은 아무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인다면서?”

    소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또박또박 얘기를 하자 마적들의 눈에 서서히 살기가 돌았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군.”

    그때였다.

    마적들 사이에서 붉은 두건을 쓴 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저놈은 뭔가 마적들과는 좀 다르네?’

    느낌이 이상했다.

    좋게 말하면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썩은 자루 속에 낀 멀대 라고나 할까?

    붉은 두건을 쓴 사내의 말에 그 옆에 있는 비쩍 마른 놈이 소리쳤다.

    “더 이상 쓸데없이 이놈과 얘기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쓸어버리고 마차를 가져가도록 하자.”

    “네, 대장!”

    다들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것을 보니 비쩍 마른 놈이 대장이다.

    그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소울은 마적들과 말을 섞은 보람이 있었다.

    마적 둘이 말을 끌고 마차 사이를 통과해 다가왔다.

    소울이 말한 선을 넘은 것이다.

    “마틴, 본, 시작해라.”

    “네, 마스터.”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마틴과 본에게 차갑게 명령을 내리고 맥주잔을 잡았다.

    카렌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정령을 소환해서 머리 위에 뒀다.

    “크아아악!”

    “으아악!”

    “기습이다.”

    “몬스터들이 매복을 하고 있다.”

    “막아라.”

    “방진을 구축하라.”

    우적우적!

    언데드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마적의 넓적다리를 물고 머리를 흔들자 뼈가 부서지고 피가 튀면서 떨어져 나갔다.

    빠드득 빠가가각!

    언데드 그레이트 아나콘다가 마적과 말을 통째로 감싸 짓이기자 섬뜩한 소리가 들려온다.

    철썩! 후두두두두!

    언데드 블루 리자드맨이 커다란 칼을 휘두르자 마적과 말이 통째로 반으로 잘려 내장이 쏟아진다.

    폭 포포폭 폭폭!

    언데드 습지대왕거미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마적들의 대가리를 콕콕 쑤셔서 구멍을 낸다.

    본의 연막은 훌륭하게 언데드 몬스터 부대의 몸을 숨겨줬다.

    완벽한 이들의 기습에 백 명이나 되는 마적들이 혼비백산을 한다.

    서걱 서걱!

    “크아악!”

    “아악!”

    마차 사이를 넘어온 두 명의 마적의 가슴이 갈라지며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

    땅에 떨어진 피들이 마틴을 향해 빨려들어오자 마틴은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듯 밖으로 밀어낸다.

    푸화악!

    붉은 핏물이 화살처럼 변해 마차 사이로 쏟아져 날아갔다.

    “으아악!”

    “크아악!”

    “아아악!”

    순식간에 마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저건 블러드애로우 라고 해야 하나? 효과가 나쁘지 않네.’

    소울은 마틴이 처음 보여주는 스킬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평을 했다.

    “오웬, 왜 보고만 있어? 당장 공격해!”

    “호세! 닥치고 따라와!”

    비쩍 마른 사내는 자신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가자 자신의 히어로인 오웬에게 공격을 명했다. 하지만 오웬은 공격보다 도주를 택했다.

    오웬이 도망치려고 하자 호세가 고집을 부리며 따라오지 않았다.

    그는 당장 도망쳐야하는데도 전혀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 호세를 보자 절로 기가 막혔다.

    “이 병신아! 몬스터가 공격을 해온 것이 아니라 저놈들이 일으킨 소환수가 공격해온 거라고.”

    “정말?”

    “빨리 튀어야해.”

    “이런 제길!”

    그제야 호세는 놀라서 오웬을 따라 도망치려고 했다.

    “야! 너 어디를 도망치려고 해?”

    순간 오웬은 소울이 일어나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젠장, 저놈 히어로야.”

    “으헥, 진짜?”

    오웬의 말에 호세는 똥 밟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내가 히어로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니 너도 히어로구나? 너 그대로 있어라. 괜히 보급형 날려먹지 말고.”

    “보급형 아니거든. 고급형이야.”

    “그래? 그래봐야 뭐 실버형이겠구먼.”

    “크으.”

    정곡을 찔렸는지 오웬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만약 혼자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소환사인 호세까지 데리고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가만 저놈이 히어로라면 이중에 반드시 소환사가 있을 것 아냐? 잡아서 인질극이라도 벌여야겠다.’

    오웬이 독하게 마음을 먹자 어떻게 알았는지 소울이 귀신같이 그 마음을 집어냈다.

    “내 소환사 여기 있어. 인질로 잡으려면 먼저 생각 잘 해야 할 거다.”

    “끄응.”

    오웬은 소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사로 보이는 어린 소녀의 머리 위에 정령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빌어먹을, 정령이 둘이나 되네?’

    정령 하나도 어려운데 둘이라면 절대 쉽지 않았다.

    거기에다 소환사를 마음 놓고 공격하게 내버려 둘 히어로는 메시엘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울과 오웬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마적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호세는 자신의 부하들이 처참하게 죽어가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어쩔 줄을 몰라했다.

    “오웬!”

    “지금 네 부하들이 문제가 아니야. 잘못하면 너나 나나 오늘 둘 다 죽게 된단 말이야.”

    “그럼 내가 소환해제 할까?”

    “병신아! 저놈이 너를 고문하면 네가 나를 소환하지 않을 자신있어?”

    “그, 그런.”

    오웬은 한심한 자신의 소환사를 보며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이런 병신과 같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히어로라는 영광된 이름으로 메시엘에 왔더니 자신과 계약한 소환사는 엉뚱하게도 술 처먹고 살인을 저질러 당장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계약을 파기할 수만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계약을 파기했을 텐데…….

    그래도 자신이 제 생명줄이라는 것은 아는지 절대로 계약을 파기하려고 들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성격이 괴팍해지더니 어느 순간 도둑질을 하고 다니면서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자신은 붉은 악마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마적단 두목 호세의 히어로가 되어 있었다.

    마나석과 젬스톤을 벌어 인생역전을 노렸더니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빚더미와 오명(汚名) 뿐이었다.

    화가 나자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붉게 불타올랐다.

    붉은 두건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 사라졌다.

    “어억!”

    호세가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멍청한 놈이 자신의 히어로를 못 믿고 겁을 먹었다.

    말이 타버릴 것 같아 어른 뛰어 내리자 이번에는 양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화염이 두 손과 머리에서 솟아 위로 솟구친다.

    “우와아! 멋진데? 그게 네 스킬이야?”

    “그렇다. 내 능력이자 스킬이다.”

    “너 이름이 뭐냐?”

    “오웬이다.”

    소울의 말에 카렌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영겁의 화염, 오웬!”

    “엥, 그건 또 뭐야?”

    “저 오웬의 별명이에요.”

    오웬은 카렌이 자신의 옛 별명을 알고 있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굴 전체가 화염으로 불타고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종류가 다른 낯 뜨거움이었다.

    ‘오웬이란 히어로가 꽤 유명했었나보네. 그런데 왜 마적 질이나 하고 다니는 거지? 어찌됐든 화염을 방사하는 능력이라면 꽤 쓸 만한 능력이구나.’

    콰하아아아아아!

    오웬은 도저히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에서 세차게 화염을 뿜어내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붉은 화염이 하늘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시원한 밤하늘을 마구 날아다니자 그럭저럭 마음이 좀 가라앉기 시작했다.

    ‘소환수나 히어로나 제정신이 박힌 놈들은 아니구나.’

    소울은 저놈이 야밤에 뭔 지랄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 사이 마적들은 본의 언데드 부대에 포위된 채 하나씩 죽어갔다.

    마틴의 날카로운 검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본, 더 이상 언데드 몬스터 부대를 데리고 다니긴 힘들 것 같다. 이쯤해서 기병으로 갈아타자.]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말에 본도 동의했다.

    앞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언데드 몬스터 부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곤란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를까 몬스터 사냥을 하는데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언데드 부대는 기병의 모습일 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내기 때문이다.

    다행히 100명의 마적 떼는 본이 원하는 스켈레톤 기병과 스켈레톤 전투마를 만드는데 최적의 재료였다.

    “호세라는 놈 하나만 남겨두고 다 정리해라.”

    “네, 마스터.”

    “예스, 마이로드.”

    전투는 이제 일방적이었다.

    아니 이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었다.

    더 무서운 것은 호세와 오웬을 제외한 마적단이 전멸을 한 다음이었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끼리릭 끼릭 끼리리릭!

    죽은 시체들이 일어나고 죽은 말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백 명의 마적과 백 마리의 말 중 죽지 않은 스무 마리의 말만 따로 한쪽으로 모아놓고 나머지는 전부 스켈레톤 기병과 전투마가 됐다.

    이제 엔팔의 뱀파이어 저택 지하실 창고에 있던 무기와 갑주들을 까뮤를 통해 전해주면 이들은 단번에 철갑기병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휘리리리릭 척!

    오웬이 밤하늘을 날다말고 땅으로 내려왔다.

    “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잠시 따로 얘기를 하자.”

    “그러던지.”

    오웬은 한숨을 쉬며 호세를 잠깐 쳐다보더니 소울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그의 머리와 두 손에서 뿜어지던 화염은 멈춰져 있었다.

    호세는 마틴에게 제압되어 무장해제를 당하고 밧줄에 꽁꽁 묶여 마차의 뒤쪽에 던져졌다. 당장 죽여 버릴 수도 있었지만 소울이 허락하지 않아 일단 포로로 잡아 놓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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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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