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34화 (434/492)
  • 00434   제 109 장 - 마세도냐  =========================================================================

    지금 이 순간 소울의 마음에는 카렌이 성인이니 나발이니 하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오직 그의 눈에는 보다 강한 몬스터를 때려잡고 그들의 사체와 정수를 얻는 것만 보일 뿐이다.

    꾸웨에엑 케에엑 크아아악 꿔어어어억…….

    습지에 몬스터들이 내지르는 구슬픈 비명소리가 가득하다.

    마틴과 본은 마치 충성경쟁이라도 하듯 무서운 속도로 습지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을 잡아왔다.

    붉은 전신갑주인 풀 플레이트를 입고 습지를 다니면서도 발이 물에 빠지지 않는 묘기를 보여주는 마틴의 무력을 보니 새삼 S클래스, 아니 현재 부상으로 능력이 감해진 A클래스 펫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80마리의 언데드 청동거미를 이용해 다굴의 정석을 보여주는 본의 활약도 대단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본의 언데드 부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습지에 서식하는 언데드 몬스터로 갈아타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언데드 자이언트 크로커다일, 언데드 그레이트 아나콘다, 언데드 블루 리자드맨…….

    습지에 특화된 언데드 부대는 곧 마틴의 무적의 독불장군 질주 속도를 서서히 넘어서고 있었다.

    툭, 털썩, 쿵, 와르르…….

    소울과 카렌의 앞에 습지의 몬스터들의 사체가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소냐, 가서 마차를 이리로 끌고 와! 여기서 도축하고 바로 가져가도록 하자.”

    “네, 마스터.”

    짐마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공터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지금 소울과 카렌이 서 있는 곳도 꽤 넓은 마른 땅을 공터로 가지고 있었다.

    짐마차는 용병들에 의해 끊임없이 로테이션 되며 이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과 본이 잡아오는 몬스터의 숫자가 크게 줄지 않았다.

    “어? 저건 쉬퐁 스네이크인데?”

    “그게 뭐지?”

    “구워먹으면 맛이 쉬퐁 케이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

    소냐의 한 마디에 허벅지만 한 굵기의 노란 색 뱀은 그 자리에서 껍질이 벗겨져 꼬치구이형태로 구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카렌은 이런 광경을 봐도 놀라거나 징그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슨 맛일까?’ 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물오물!

    한입 가득 베어 문 쉬퐁 스네이크의 육질은 꽃등심처럼 부드럽고 입에 살살 녹았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쉬퐁 케이크처럼 달콤하고 맛있었다.

    소울과 카렌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하며 꼬치를 먹는 속도가 올라갔다.

    옆에서 꼬치구이를 만들고 있는 소냐의 손길이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레이트 아나콘다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블루 리자드맨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쉬퐁 스네이크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습지대왕거미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거대괴수어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

    도축을 통해 챙긴 정수를 얻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말풍선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와 함께 소울과 카렌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돌고 있다.

    “모두 잠시 사냥을 멈춰라. 점심시간이 됐으니 먹고 하자.”

    “네, 마스터.”

    “예스, 마이로드.”

    본과 그의 언데드 부대는 굳이 안 먹어도 되지만 그래도 쉴 때 같이 쉬게 했다.

    눈앞에서 몬스터의 사체가 쌓이는 것을 보면 점심을 먹고 체하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소냐가 미리 도시락을 준비했지만 다들 쉬퐁 스네이크를 꼬치구이로 구워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다.

    소울은 마틴이 쉬퐁 스네이크를 먹는 모습을 보자 신기한 듯 말을 붙였다.

    “너도 이런 것을 먹을 수 있구나.”

    “당연히 먹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먹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편식은 나쁜 습관이지 않습니까?”

    “맞다. 네 말이 맞아.”

    “참, 나한테 이게 있는데 혹시 너도 먹을 수 있어?”

    “오오오! 이것은…….”

    소울이 뱀파이어의 정수와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를 꺼내 보여주자 마틴은 먹던 쉬퐁 스네이크 꼬치구이를 옆에 팽개치고 다가왔다.

    “마스터, 은혜에 감사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제 부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

    “이 붉은색 수정 1개가 분홍색 수정 10개를 능가합니다.”

    “그럼 몇 개나 필요하지?”

    “붉은색 수정 72개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회복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데?”

    “으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완쾌 되는데 72시간 정도로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당장 내주도록 하지.”

    소울은 붉은색 수정처럼 생긴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 72개를 바로 마틴에게 넘겨줬다.

    “마스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천만에. 어서 먹어라.”

    “네, 마스터.”

    마틴은 정중하게 소울에게 감사인사를 하고는 72개의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를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었다.

    뱃속으로 들어간 정수가 녹아서 그의 몸에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마틴은 몸이 다 회복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소울은 마틴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마틴의 충성심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수중에는 아직도 뱀파이어의 정수 108개,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 594개가 남아있었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다시 몬스터 사냥이 시작됐다.

    강철도마뱀을 잡으러 왔다가 오히려 더욱 강한 몬스터들을 무수하게 사냥하게 된 소울은 더 이상 엔팔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늘까지 사냥을 하고 내일은 엔팔을 떠야겠다.’

    그는 소냐로부터 얻은 엘라즈라 왕국의 지도를 살펴보며 다음 목적지를 확인했다.

    마세도냐 시(市).

    엘라즈라 왕국 남부 최대의 도시였다.

    그는 어지간한 물건은 엔팔보다 마세도냐에 가서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와 카렌, 마틴과 소냐, 그리고 소냐의 두 동생 이렇게 여섯 명이 가려면 마차 한 대만 구해가지고 가면 충분하겠구나. 가만 마부를 하나 구해야하는데……. 아, 그건 샤를을 시키면 되겠구나.’

    샤를을 마부로 부릴 생각을 하자 괜히 웃음이 나오는 소울이다.

    본을 옆에 딱 붙여놓고 감시를 시키면 아마 엉뚱한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할 것이다.

    습지의 몬스터 사냥은 대성공을 거뒀다.

    마틴이 붉은 안개가 되어 습지를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잡아왔다.

    본의 언데드 부대도 습지에 최적화 된 몬스터로 갈아타서 싹쓸이를 했기 때문에 더욱 풍성했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크게 기울기도 전에 소울은 사냥종료를 선언했다.

    쌓인 몬스터의 사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도축이 모두 끝나고 짐마차들이 모두 꽉꽉 차서 엔팔을 향해 출발했다.

    용병들은 모두 신이 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소울과 그의 일행의 입가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소울은 습지에서 나온 각종 몬스터의 정수를 카렌에게 마구 퍼 먹여 카렌의 레벨을 단숨에 15까지 올렸다.

    스탯을 근력, 민첩, 지혜에 각각 5씩 넣고 나머지 25개는 전부 정령력에 밀어 넣고는 상태창을 다시 확인했다.

    ============

    이름: 카렌

    등급: 최하급

    직업: 소환사

    카르마: 35

    히어로 싱크로율: 3%

    스피어 레벨: 15

    스피어 경험치: 25%

    스탯: 근력 10, 민첩 10, 체력 10, 지혜 10, 정령력 60

    보유 스탯: 0

    스킬: 정령소환

    정령1: 운디네 – 워터애로우, 워터실드

    정령2: 놈 – 스톤애로우, 스파이크

    ============

    이제 정령력이 60을 넘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벨 15에서 세 번째 정령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레벨 20을 넘어야 가능할 것 같다.

    마틴의 상태창도 열어봤다.

    소울이 준 뱀파이어의 정수와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로 인해 그의 레벨은 15가 되어 있었다.

    ============

    이름: 마틴

    칭호: 진혈의 뱀파이어(회복 중)

    등급: S클래스

    직업: 히어로 소울의 펫

    카르마: 333 · -6,666,666

    충성심: 77%

    스피어 레벨: 15

    스피어 경험치: 0%

    스탯: 근력 304(1004-700), 민첩 422(1122-700), 체력 512(1212-700), 지혜 301(1001-700), 블러드 700(1404-700)

    보유 스탯: 70

    스킬: 피의 권능(+), 변신(+)

    ============

    보유 스탯이 70개나 남아있었는데 부상을 다 회복한 뒤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남겨뒀다. 펫이라서 그런지 스탯을 올리는 것도 소울이 직접 해줘야했다.

    중요한 것은 스탯과 카르마의 변화였다.

    벌써 부상이 회복되기 시작했는지 –720이 감해져있던 것이 전부 일률적으로 –700으로 줄어 들어있었다. 그만큼 마틴의 스탯은 20씩 스탯이 늘어나 있었다.

    카르마도 네거티브 카르마는 그대로 있고 새로 앞에 포지티브 카르마가 생겨났다.

    333으로 아직은 미미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시작을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었다.

    엔팔에 도착하자 소냐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몬스터 사체를 팔아치우고 결산보고서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오면서 소울이 내일 당장 출발하자고 하는 바람에 마차도 준비해야했고 집안의 살림살이로 챙겨야했다.

    그녀가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뛰고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소울은 참으로 느긋했다.

    카렌과 우아하게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샤를에게 마세도냐 시로 간다는 통보를 하자 샤를도 주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했는지 당장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운이 좋은 놈이다.

    주방장은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샤를에게 10실버를 달랑 던져주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다.

    도대체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고 싶지도 않다.

    “샤를, 그럼 내일 네가 마차를 몰아라.”

    “네? 전 한 번도 마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는데요?”

    “그래? 그럼 넌 여기에 더 머물고 있던가.”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몰아야지요. 저 정말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샤를을 간단히 마부로 만든 소울은 카렌을 특실로 올려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마틴이 그림자처럼 그를 호위했다.

    [까뮤, 펍으로 가서 수지 있는지 확인해봐.]

    [네, 주인님.]

    엔팔을 떠나려니 마음에 걸리는 놈이 없다.

    오직 수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영업준비 중입니다.]

    [그래? 알았다.]

    소울은 까뮤의 말에 수지를 만나러 펍으로 갔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그냥 말도 없이 떠나는 것은 뭔가 못쓸 짓을 하는 것 같았다.

    덜컹!

    펍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지가 놀란 눈을 하고 쏜살같이 튀어온다.

    “마스터, 웬일이세요?”

    “작별인사를 하러 왔어.”

    “네?”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

    괜히 길게 늘려봐야 서로 마음만 아프다.

    수지의 눈빛이 크게 흔들린다.

    “잠깐만요.”

    “응.”

    그녀는 펍의 주인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웨이트리스 복장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온다.

    “너 뭐하냐?”

    “마스터가 떠나신다고 하는데 제가 가만있을 수 있나요? 가요. 제가 한턱 쏠게요.”

    “엥, 안 그래도 되는데…….”

    “사실은 어디 조용한데 가서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 그래요.”

    수지의 말에 소울은 괜히 긴장이 됐다.

    절대 어디 가서 조용히 얘기만 할 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지는 소울을 데리고 ‘메밀꽃 쉼터’ 건너편에 있는 ‘불타는 침대’라는 숙박시설로 들어갔다.

    둘은 거의 비슷한 레벨의 숙박시설로 경쟁관계에 있다.

    이름만 들어도 용도가 짐작되는 이곳은 그 서비스가 묘하고 친절하기로 소문이 나 엔팔 시의 젊고 뜨거운 피를 가진 남녀들이 많이 애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뭔가 후끈하고 야릇한 열기를 느끼자 소울은 절로 기대감이 상승한다.

    “특실 하나 주세요.”

    특실 하루 사용료가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수지는 거침이 없다.

    “너 무리하는 거 아니야?”

    “무리하는 거 맞아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히어로님을 아무 곳에 모실 수는 없잖아요?”

    아! 수지는 정말 앙큼한 요……물이다.

    어떻게 이렇게 귀에 착착 붙는 달콤한 말만 해대는가?

    특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문이 닫히자마자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후, 고양이 잡는 소리, 호랑이 잡는 소리가 차례로 이어진다.

    침대의 강도를 시험하는지 삐꺼덕거리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오고 방음이 훌륭한지 확인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도 들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특실 밖에서 근엄하게 서서 경호를 하고 있는 마틴의 입술이 자꾸 바짝 타들어간다.

    천연기념물에게는 소리만으로도 아찔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는 이날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방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 신비한 경험이다.

    하지만 절대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경험이기도 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한차례 춘풍이 지나가자 수지는 소울의 품에 안겨 물었다.

    “히어로가 어디고 가겠어? 북부대산맥을 향해 가는 거지.”

    “그럼 혹시 노스트라로 가시나요?”

    “응.”

    “제가 거기 출신인 것은 알고 계세요?”

    “아니 전혀.”

    소울이 알 턱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 매일 매일 광참이네요. 아낌없이 추천 쾅쾅쾅!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