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33화 (433/492)

00433   제 109 장 - 마세도냐  =========================================================================

둘이 말없이 서로를 한 번씩 훔쳐보고 있는 가운데 웨이트리스를 불러 아침을 넉넉하게 시켰다. 물론 샤를에게도 메밀꽃 쉼터에서 주는 기본 아침식단을 제공하라고 했다.

덜컹!

마침 소냐가 들어온다.

“마스터?”

“소냐! 어서와.”

“잘 주무셨습니까?”

“그래. 넌 잘 쉬었어?”

“네, 마스터.”

“사냥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겠지?”

“네, 식사를 마치고 바로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소냐가 테이블 앞에 서 있자 소울은 그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 앉아. 아침식사는 했어?”

“네, 먹고 나왔습니다.”

“그럼 좀 기다려.”

“네, 마스터. 그리고 어제 정산한 결산보고서입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해.”

소울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소냐가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돈주머니와 결산보고서를 올려놓자 소울은 까뮤 보고 대신 계산하라고 명령했다.

스르륵!

탁자 위에 있던 돈주머니와 결산보고서가 꺼지듯 사라졌다.

“헉!”

갑자기 돈주머니와 결산보고서가 사라지자 소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급히 고개를 돌려 소울을 쳐다보자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소냐는 그가 가져간 것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한번 벌렁거리는 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덕에 마틴은 식사를 하다가 자꾸 소냐의 가슴을 훔쳐보게 됐다.

“마스터, 그런데 이분은?”

“내 수하다. 마틴이라고 하지.”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소냐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냐가 정중하게 일어나 인사를 하자 마틴도 식사를 하다말고 일어나 마주 인사를 한다. 소울은 이 행동으로 마틴의 약점이 뭔지 알 것도 같았다.

이 녀석 은근히 예쁜 여자를 밝히는 것 같다.

까뮤는 순식간에 결산보고서와 돈주머니를 확인해 맞춰보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고했다.

소울은 까뮤의 아공간에 돈주머니를 넣어두라고 하고는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첫날 33개의 미스릴화를 벌었고 지금 50개의 미스릴화를 받았으니 모두 88 미스릴인가? 이 정도면 여행경비로는 충분하겠군. 뱀파이어 저택에서 챙긴 재물도 상당하니 더 이상 돈에 구애받을 일은 없겠어. 지금부터 카렌의 성장에만 집중을 하자.’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자 소울은 카렌, 마틴, 소냐와 같이 차를 시켜 마셨다.

가벼운 담소를 즐기면서 소울은 소냐에게 은근히 자신의 계획을 흘렸다.

그러자 소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미끼를 콱 물었다.

“엔팔을 떠나게 되면 더 이상 용병길드를 통해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하가 되는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엔팔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렇다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집이나 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 두 동생만 같이 데려갈 수 있다면 전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두 동생은 지금 몇 살이지?”

“둘째는 14살, 막내는 12살입니다.”

“한창 크고 배울 나이구나. 부모님이나 보호자는?”

“없습니다. 제가 장녀로 가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소녀가장이라더니 정말이었군.”

“…….”

소울의 말에 소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 등용을 위해 살살 꼬셔보려고 했는데 본심을 털어 놓기도 전에 먼저 거둬달라고 나오니 소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진행은 없었다.

“나는 북부대산맥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어로들은 대부분 북부대산맥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더군요.”

“맞아. 젬스톤과 마나석 광산이 그곳에 널려있다고 하더군.”

“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하니까요.”

“맞아. 그건 이미 각오하고 있어. 북부대장벽에 인접한 엘라즈라 왕국 최북단의 도시 노스트라로 이동할 것이다. 그곳을 근거지로 삼아야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너와 너의 두 동생도 데리고 가겠다. 근거지를 구하면 너희 가족이 살 곳을 배정하겠다. 그럼 되겠지?”

“네, 마스터.”

소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엔팔이 시(市)라고 해도 엘라즈라 왕국의 최남단에 속하는 시골이나 마찬가지다.

노스트라 시(市)는 반대로 엘라즈라 왕국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지만 왕국에서 가장 크고 번창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요새도시였다.

엔팔과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큰 도시이자 큰물이라는 뜻이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비록 한국인에게나 알려진 속담이지만 이 속담이 가진 뜻은 이곳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즘 엘라즈라 왕국에서는 ‘크게 될 놈은 모두 노스트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엘라즈라 왕국의 수도인 라일라 보다 노스트라를 더 높게 쳐주는 극단적인 예 중의 하나다.

소울은 소냐를 자신의 부하로 받아들이면서 그녀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봤다.

대부분 동생들의 미래와 생계에 관련된 얘기라서 그는 기분 좋게 모두 받아들였다.

전격적으로 소냐를 영입하는데 성공하고 나자 카렌이 제일 기뻐한다.

아무래도 같은 여자에다 소냐가 무척 성실하고 유능한 것을 그녀도 눈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틴도 은근히 좋아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쓸데없이 헛물을 켜는 것은 아닌지…….

“샤를, 이리 와봐.”

“네, 마스터.”

소울은 차를 다 마시자 샤를을 불렀다.

“샤를, 이게 네가 서명한 대출계약서 맞지?”

“네, 맞습니다.”

“약속대로 이 계약서를 내가 빼왔다. 네가 앞으로 하는 행동을 보고 이 계약서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겠다.”

“네에? 아!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샤를은 소울이 대출계약서를 돌려줄 줄 알았다가 살짝 말이 묘하게 흐르자 즉시 표정관리를 하더니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귀족으로 잔뼈가 굵은 놈이라 하는 짓이 달랐다.

“땅을 어디에다 사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며칠 더 기다리도록 해. 그동안은 여기에 머물러도 된다.”

“죄송합니다만 저를 위해 방하나만 구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밖에서 자니 삭신이 다 쑤셔서…….”

샤를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넘어갈 소울이 아니다.

“그렇게 불쌍한 표정을 해도 소용없다. 일하지도 않는 놈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

“네? 누가요?”

소울도 어디선가 주어들은 얘기라 정확히는 모른다.

성경에서 나왔던 말인가? 아니면 유교 경전에 나왔던 말인가? 그냥 헷갈렸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다. 넌 몰라도 된다. 그러니 일을 해라.”

“그럼 제게 일자리를 주십시오.”

샤를도 거저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일단 한번 찔러보고 거저 주면 좋고 아니면 소울을 따라다니면서 짐꾼으로 일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다.

하지만 샤를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이 흘러갔다.

“알겠다. 주방장!”

“네, 부르셨습니까?”

“접시를 닦을 주방보조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에엑,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 귀가 좀 밝아서 말이야. 여기 이 친구를 데려가 쓰도록 하게.”

주방장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 집의 주방장도 역시 만만한자가 아니다.

“흐음, 아무리 봐도 일을 잘할 것 같지 않은데요?”

“그렇게 얼굴만 봐도 아는 건가?”

“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을 써 봐서 척 보면 이제는 감이 옵니다.”

“그럼 일을 한만큼만 지불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당분간 제가 데리고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내게 말해라. 내가 해결해주겠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안심하고 한번 써 보겠습니다.”

“그럼 당장 데리고 가도록 해.”

“예.”

주방장은 두툼한 손으로 샤를의 팔을 질질 끌고 주방으로 데리고 갔다.

주방의 군기가 해병대의 군기를 능가한다는 미확인 루머가 있었다.

아마 샤를의 주방생활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의 얼굴 같은 표정을 하던 샤를이 사라지자 그들은 메밀꽃 쉼터를 나섰다.

거대개미탑과 청동거미 숲을 공략했으니 이번에는 강철도마뱀이 사는 습지로 가야할 차례다.

대륙용병길드 엔팔 지부에 도착한 그들은 소냐가 미리 준비해놓은 용병들과 짐마차를 챙겨 강철도마뱀이 살고 있는 북동쪽의 습지로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가자 다리가 나왔다.

돌다리를 건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습지가 시작됐다.

강철도마뱀이 살고 있는 곳은 습지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야한다고 한다.

마차에 타고 있던 소울이 마틴을 보며 속삭였다.

“엔팔에는 뱀파이어가 얼마나 더 있지?”

“마스터께서 제거하신 뱀파이어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엘라즈라 왕국의 각 도시에는 뱀파이어들이 세워놓은 근거지가 하나씩 있습니다.”

“흐음, 그럼 노스트라 시까지 올라가면서 하나씩 쓸어버리면 되겠군.”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뱀파이어들의 주목을 받게 되실 겁니다.”

마틴의 말을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엔팔에 있는 뱀파이어 저택을 하나 박살을 내놓았는데 그 소식이 벌써 다른 곳에 퍼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이 좋을 경우,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도시 마다 있는 뱀파이어의 근거지를 다 박살내고 올라가면 오래지 않아 다른 도시에 있는 뱀파이어들에게 소식이 다 전해질 것이 뻔했다.

‘그럼 곤란한데……. 지금의 전력으로는 뱀파이어들이 몰려오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전력증강이 급선무군.’

전력증강을 하려면 당장 마틴부터 부상을 회복시켜야한다.

일단은 그게 가장 급선무였다.

“마틴, 부상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제일 빠른 방법은 인간의 피를 마시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

“뱀파이어의 피를 취하는 것이지요. 그럼 그들의 생명도 취할 수 있고 정보도 취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들은 피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니까요.”

“으음, 그거 좋은 정보로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어차피 뱀파이어를 쓸어버리려고 했으니 마틴이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으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다.

“인간의 피를 마시고 싶은 욕망은 없는 건가?”

“물론 있습니다. 직접 피를 보면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느끼지요.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습니다. 또한 마스터께서 명령을 하시면 유혹을 더 쉽게 물리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뱀파이어의 피를 섭취하면 그런 욕망이 사그라집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절대 인간의 피를 빨지 마라.”

“네, 마스터.”

마틴을 회복시킬 방법을 의외로 쉽게 찾아낸 것에 그는 만족했다.

“동물의 피를 마시는 것은 어떤가?”

“인간의 피가 맛있는 포도주라면 동물의 피는 썩은 우유 맛입니다. 차라리 몬스터의 피를 마시는 것이 제게는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오우거나 트롤 같은 놈들이면 싸구려 술맛 정도는 될 겁니다.”

“그 표현을 듣고 나니 바로 이해가 가는구나. 일단 오늘은 강철의 도마뱀을 잡는 일에 집중하도록 해라.”

“네, 마스터.”

습지 안으로 들어가자 중간에 적당한 공터가 나왔다.

용병들과 짐마차를 그곳에 두고 소울은 일행을 데리고 안으로 더 들어갔다.

그때부터 자이언트 크로커다일, 그레이트 아나콘다, 블루 리자드맨 등 각종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냐!”

“네, 마스터.”

“강철도마뱀 보다 이놈들이 더 강한 몬스터 아냐?”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왜 강철도마뱀을 잡아야하지?”

“네? 그건 마스터께서 강철도마뱀을 잡아야 한다고 해서…….”

“아이고, 이건 내 실수군. 강철도마뱀을 잡으려면 한참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그렇습니다.”

“그럼 강철도마뱀의 서식지 전까지는 자이언트 크로커다일, 그레이트 아나콘다, 블루 리자드맨 등 각종 몬스터들의 서식지가 되겠네?”

“맞습니다.”

소냐의 말을 들어보니 서로간의 의사소통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작전을 변경한다. 지금부터 눈에 보이는 것들 다 때려잡자.”

“네, 마스터.”

“일차로 유인을 하고 유인이 안 되는 놈은 마틴이 해결해.”

“네, 마스터.”

“예스, 마이로드.”

마틴과 본이 차례로 힘차게 대답을 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소울은 카렌을 쳐다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카렌, 이제부터 폭랩이 뭔지 보여줄게.”

“네. 전 뭐든지 다 좋아요.”

“그래. 그래야지. 착한 카렌이지.”

소울은 기분 좋게 카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작품 후기 ============================

*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매일 매일 광참이네요. 아낌없이 추천 쾅쾅쾅!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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