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31화 (431/492)
  • 00431  제 108 장 - 진혈의 뱀파이어  =========================================================================

    신의 금속이라는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관에 누워있는 뱀파이어라니…….

    [까뮤, 이걸 일일이 언제 다 여냐? 네가 들어가서 죽여라.]

    [네, 주인님.]

    역시 만만한 까뮤에게 대신 일을 시켰다.

    그러자 곧 검은 금속으로 된 관 안에서 비명소리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이 관은 안에서 문을 열수가 있어요.]

    [그래? 그럼 하나만 열어봐.]

    [네.]

    소울은 검은 관 하나가 자동으로 열리자 그 안으로 들어가 봤다.

    고요하고 아늑했다.

    의외로 안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잠시 후 자동으로 관 뚜껑이 닫힌다.

    관을 이리저리 만져보니 오른쪽 손이 있는 지점에 손잡이 하나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잡아당기자 관 뚜껑이 부드럽게 다시 열렸다.

    구조를 파악한 소울은 미련 없이 관 밖으로 나왔다.

    관 안에 붉은 수정 하나가 빛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뱀파이어가 죽으면서 남겨 놓은 것 같다.

    손으로 집어 들기가 무섭게 말풍선이 올라왔다.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는 횡재를 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 얼른 집어넣었다.

    소울이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있는 순간에도 까뮤의 냉정한 사형집행은 계속 되었다.

    무려 666개의 관 안에 들어있는 뱀파이어가 까뮤에 의해 생을 마감하고 재로 변해 사라졌다.

    [주인님, 665마리의 뱀파이어를 제거했습니다.]

    [수고했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냥 뱀파이어가 아니라 고위 뱀파이어들이야.]

    [아! 그래서 아까와는 달리 붉은 수정을 남기고 재로 변했군요.]

    [분홍 수정과 붉은 수정을 모두 넘겨라.]

    [네, 주인님.]

    분홍 수정과 붉은 수정을 까뮤로부터 모조리 넘겨받았다.

    뱀파이어의 정수 108개

    고위 뱀파이어의 정수 666개

    생각보다 무척 많은 숫자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까뮤가 죽인 뱀파이어가 665마리다. 악마의 숫자라는 666에서 딱 하나가 모자라네. 남은 하나가 알칸소라면 말이 되긴 한데, 만약 아니라면 뭔가 아직 더 남았다는 말이잖아. 이거 괜히 그냥 넘기기에는 찜찜한데.’

    소울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까뮤, 이곳에 아직 뭔가 남은 게 있을지 모른다. 찾아보자.]

    [네.]

    까뮤와 소울은 그렇게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주인님, 안쪽에 공간이 있습니다.]

    [그래?]

    소울은 까뮤의 말에 즉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쪽 끝은 원형의 빈 공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직경 20m, 높이 20m 의 원기둥의 모습이다.

    벽과 천장에는 정교한 부조가 새겨져 있고 심지어는 바닥에도 빠짐없이 그려져 있었다.

    [까뮤, 벽속으로 들어가서 찾아봐. 뭐가 숨겨져 있는지.]

    [네.]

    소울도 숨겨진 금고나 통로가 있는지 찾아봤다.

    까뮤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천장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까뮤가 벽에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자 천장을 살피게 하고 소울은 바닥을 살펴봤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냥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조각일 뿐이었다.

    [주인님, 아무것도 없어요.]

    [혹시 모르니 바닥도 살펴봐라.]

    [네.]

    까뮤가 바닥으로 들어갔다.

    [주인님, 바닥에 관이 있어요.]

    [어? 그래? 안에는 역시 뱀파이어가 자고 있니?]

    [네, 늙고 비쩍 마른 한 마리가 자고 있네요.]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관을 꺼낼 방법을 찾아봤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찾는데도 문을 여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까뮤야, 도저히 못 찾겠다. 그냥 죽여 버리고 끝낼까?]

    [주인님, 여기 홈이 하나 있네요.]

    [어디?]

    그때, 까뮤가 홈을 하나 찾아냈다.

    얇은 홈이었다.

    정말 까뮤가 말하지 않았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미세한 홈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뭔가 여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방법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주인님, 혹시 아까 죽인 알칸소의 검이 열쇠가 아닐까요?]

    [검이 열쇠라고? 오오오! 가능성이 보인다. 당장 가서 가져와!]

    [네.]

    까뮤는 쌩하니 날아가서 죽은 알칸소의 검을 가져왔다.

    소울은 검을 받아서 조심스럽게 홈에 끼어 넣었다.

    끼리리리릭 철컹 철컹!

    위이이이이이잉!

    놀랍게도 검이 바로 그들이 찾던 열쇠였다.

    기관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마구 들려오더니 바닥에서 원기둥의 모양을 한 관이 스르륵 위로 올라온다.

    관이 다 올라오자 이번에는 관 뚜껑이 자동으로 열린다.

    안을 살펴보자 정말 뼈다귀만 남은 사람의 시체 하나가 보인다.

    아니 시체라고 보인 것은 다 죽어가는 뱀파이어의 몸이다.

    [아직 안 죽었네?]

    [심장이 굉장히 느리게 뛰고 있어요.]

    [그럼 아예 안 뛰게 만들어줘야지.]

    소울은 대거를 꺼내 뱀파이어의 심장을 향해 쑤셔 넣었다.

    가슴을 가르고 1cm 정도 들어간 순간 뱀파이어의 눈이 번쩍 떠지더니 손이 무서운 속도로 움직여 대거를 잡고 있는 소울의 손을 잡았다.

    “살려주세요.”

    “뭐?”

    뱀파이어는 지체 없이 살려달라고 말한다.

    힘껏 누르면 바로 죽여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뱀파이어의 눈을 보자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왜 살려줘야 하지.”

    “살고 싶어요. 난 오래 살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 누워있었어요. 뱀파이어도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내 피가 특이하다고 그래서 강제로 뱀파이어가 된 것 뿐이에요.”

    “그럼 넌 진혈의 뱀파이어인가?”

    “네, 맞습니다. 뱀파이어들이 그렇게 말했어요.”

    놀라운 얘기다.

    소울은 현재 메시엘에 퍼져있는 뱀파이어의 조상 격이 되는 이놈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제발 살려주세요. 그럼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전 여자와 키스도 한번 못해봤고 아직 장가도 안 간 총각입니다. 이대로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해요.”

    “안 돼! 너도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빨았을 것 아니야?”

    “아닙니다. 전 단 한명의 피도 빨지 않았어요. 전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이야?”

    “네, 진실입니다. 창조주의 이름을 걸고, 맹세코 단 한마디의 거짓도 없습니다.”

    괜히 이놈과 말을 했다.

    그냥 죽여 버렸으면 머리 복잡해질 일이 없었을 텐데…….

    일이 요상하게 흐르고 있었다. 귀찮은데.

    [까뮤, 이걸 어떻게 하지?]

    [아무리 그래도 뱀파이어를 그냥 살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자를 믿을 수 있다고 해도 그의 피에 새겨진 본능은 거역할 수가 없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 차라리 펫으로 만들어볼까? 그럼 좀 달라지지 않겠어?]

    [그것도 가능하겠군요. 아니 거기에다 영혼의 맹세와 피의 맹세를 시키도록 하지요?]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영혼의 맹세와 피의 맹세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잖아?]

    [안되면 테이밍을 해보도록 해요. 그것도 안 되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리죠?]

    [그래. 그렇게 해야겠다.]

    소울은 까뮤의 조언을 받아들여 영혼의 맹세와 피의 맹세를 시키고 뱀파이어를 펫으로 테이밍하기로 했다.

    소울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자 뱀파이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건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저도 제 욕망에 져서 누군가를 헤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다행이네. 먼저 영혼의 맹세부터 하자.”

    “네.”

    소울이 까뮤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까뮤는 대거를 가지고 뱀파이어의 이마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울이 수도 없이 그린 마법진과 소환진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까뮤도 이제 마법진과 소환진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름이 뭐지?”

    “전 마틴입니다. 농노라서 성은 없습니다.”

    “좋아. 마틴, 난 소울이라고 한다. 이소울. 너의 주인이 될 것이다.”

    “네, 주인님.”

    농노라서 그런지 소울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소울은 까뮤가 그려놓은 ‘영혼의 인장’에 자신의 피 한 방울 흘렸다.

    피 한 방울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혼의 인장에 흡수됐다.

    소울은 정신을 집중해서 이번에는 스피릿파워를 약간 주입했다.

    그러자 그의 스피릿파워가 쑥 빠져나와 마틴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자, 이제 따라 해라.”

    “네, 주인님.”

    “나 마틴은 이소울 주인님을 영혼의 주인으로 섬기고 충성을 다해 성실히 모실 것을 내 영혼을 걸고 엄숙히 맹세합니다. 만약 이소울 주인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일이 생기면 내 영혼은 소멸될 것입니다.”

    “나 마틴은 이소울 주인님을 영혼의 주인으로 섬기고 충성을 다해 성실히 모실 것을 내 영혼을 걸고 엄숙히 맹세합니다. 만약 이소울 주인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일이 생기면 내 영혼은 소멸될 것입니다.”

    화아앗!

    마틴이 맹세를 하자 갑자기 그의 정수리에서 노란 빛이 환하게 터져 나왔다.

    영혼의 맹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소울은 그제야 마틴의 심장에 올려놓은 대거를 꺼냈다.

    마틴의 이마를 보자 어디에도 영혼의 인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틴의 영혼속으로 각인되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피의 맹세를 하자.”

    “네, 주인님.”

    마틴은 소울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안심했다.

    그래서 까뮤가 대거로 가슴을 가르고 심장에 마법진을 그려 넣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진혈의 뱀파이어라서 그런지 은으로 코팅한 대거로 인해 살이 타고 심장의 표면에서 연기가 나는데도 한마디 신음소리도 흘리지 않고 묵묵히 서 있다.

    가슴을 가르고 심장에 충성의 인장을 새기는 무시무시하고 그로테스크한 과정을 거치는데도 소울, 마틴, 까뮤 그 누구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소울은 까뮤가 마틴의 심장에 그린 ‘충성의 인장’에 자신의 피 한 방울 흘려 넣었다.

    꿈틀!

    놀랍게도 소울의 단 한 방울의 피가 마틴의 심장을 통해 흡수되자 심장이 크게 꿈틀 거렸다.

    동시에 마틴의 다 말라비틀어진 몸이 순식간에 회복이 되며 정상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 놀라운 광경에 소울과 까뮤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놈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세상으로 나갔다면 메시엘 행성에서 크게 피바람이 불겠다.]

    [정말 그렇겠네요. 트롤이나 늑대인간의 회복력과는 차원이 다른 무시무시한 회복력이네요.]

    마틴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주인님의 고귀한 피 한 방울이 자신을 다시 살려냈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지만 그의 감성은 분명히 주인님의 은혜에 감격하고 있었다.

    이미 마틴에게는 영혼의 맹세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울의 피는 마틴의 심장에 새겨진 충성의 인장을 활성화시켰다.

    이번에도 영혼의 인장처럼 스피릿파워를 약간 주입했다.

    그의 스피릿파워가 쑥 빠져나와 마틴의 심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틴, 따라 해라.”

    “네, 주인님.”

    “나 마틴은 이소울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만약 이소울 주인님께 불충을 저지르게 된다면 심장이 터져 죽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나 마틴은 이소울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만약 이소울 주인님께 불충을 저지르게 된다면 심장이 터져 죽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화아악!

    이번에는 심장에서 노란 빛이 환하게 반짝였다.

    순간 가슴이 닫히고 피부가 흉터하나 없이 매끈하게 변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이제 테이밍을 거세요.]

    [그래야지.]

    소울은 영혼의 맹세와 충성의 맹세도 모자라 테이밍을 시도했다.

    “마틴은 나의 펫이 되겠는가?”

    “네, 주인님이 원하시면 죽으라면 죽을 것이고, 펫이 되라면 펫이 되겠습니다.”

    마틴이 대답을 하자 곧바로 말풍선이 하나 떠올랐다.

    -진혈의 뱀파이어 마틴이 히어로 이소울의 펫이 되길 소원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허락한다.”

    당연히 소울은 허락했다.

    화아아악!

    또다시 마틴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그냥 빛만 터진 것이 아니라 효과를 확실하게 보증해주는 말풍선까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진혈의 뱀파이어 마틴이 히어로 이소울의 펫이 됐습니다.

    소울은 그제야 안심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틴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도 마틴은 메시엘 행성의 관리자를 통해 메시엘 스피어에 접속된 모양이다.

    이제 마틴도 정식으로 메시엘 시스템 안에 속하게 됐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창이 쏟아져 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정보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소울은 메시엘 스피어 시스템에 감사를 하고 싶었다.

    소울은 마틴의 상태창이 궁금해 바로 열어봤다.

    상태창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입을 떡 벌리고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됐다.

    ============================ 작품 후기 ============================

    *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매일 매일 광참이네요. 아낌없이 추천 쾅쾅쾅!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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