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28화 (428/492)
  • 00428  제 107 장 - 역전된 인생  =========================================================================

    그리고 그날이 가까이 오자 오라클은 자신이 소울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최후의 발악은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키는 짓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그녀의 뇌리 속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오라클은 까뮤에 의해 ‘인셉션’을 당하고 소울과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아름다운 꿈을 꾸며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물론 마무리를 지은 것은 유정아다.

    이런 오라클의 최후는 까뮤의 선택이지만 또한 오라클의 선택이기도 했다.

    까뮤를 통해 이 모든 일의 전말을 알게 되고 난 후, 소울은 큰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이렇게 리콜을 감행하게 된 것이다.

    “제발 살려주세요.”

    잠시 딴 생각을 했던 소울은 샤를의 절규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라클, 아니 엘리스가 다시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좀 우울해졌다.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버렸다.

    하지만 그 모습에 샤를의 얼굴은 그만 파랗게 질려버렸다.

    자신의 애원을 들어주지 않고 죽이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 가지 물어보자.”

    “네? 네. 제발 물어보세요.”

    샤를은 죽음 가운데 한줄기 빛을 본 기분이라 소울이 물어보면 뭐든지 대답을 해줄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었다.

    “어둠의 상인은 어떻게 만났지?”

    “그건 고리대금업자를 통해 소개를 받았습니다.”

    “너한테 돈을 빌려준 놈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뭔가 아귀가 딱딱 맞았다.

    “고리대금업자가 네놈에게 뭔가 수작을 한 모양이구나. 그리고 그놈은 아직도 포기를 하지 않은 모양이야.”

    “네?”

    샤를은 소울의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명색이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귀족이다.

    금세 그의 말의 뉘앙스를 알아먹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런 개 같은 자식! 그러고 보니 그놈이 나를 함정에 몰아넣었던 것이로구나.”

    “흥분하지 말고 내 제안을 잘 들어라.”

    “네, 히어로님.”

    과정이 어떻게 됐던 간에 샤를이 소울을 팔아먹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샤를도 바보가 아니라 그런 사실을 잘 알았다.

    “먼저 고리대금업자가 어디에 살고 무슨 짓을 하는 놈인지 나에게 모두 털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샤를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그러겠다고 말했다.

    “샤를, 너의 남작의 직위는 단승 작위인가? 아니면 계승 작위인가?”

    “제 남작의 작위는 계승이 됩니다. 다만 작위를 계승하면 전 더 이상 귀족이 아닌 평민이 됩니다.”

    계승은 되지만 작위는 단 한명만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의 중세시대의 작위 시스템과는 조금 달랐지만 차원이 다른 메시엘 행성이라고 생각하니 이해못할 얘기는 아니다.

    “그렇군. 그럼 선택을 해라. 지금 당장 나한테 맞아 죽을지, 아니면 새롭게 내 소환사가 된 여기 카렌에게 남작의 작위를 넘길지를 말이야.”

    “남작의 작위를 계승시키면 절 죽이지 않을 겁니까?”

    “당연하지. 거기에다 평생 넉넉히 파먹고 살 땅을 사주겠다.”

    샤를은 소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제 빚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거야 네가 협조하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그 고리대금업자를 내가 잡게 도와주면 네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말이야. 그 놈의 비밀금고에 네가 서명한 대출서류가 있을 것 아니야?”

    “하겠습니다.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샤를은 결단을 내렸다.

    남작 작위가 아깝기는 했지만 힘도 없고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지금의 상태에 빚더미에 앉아 있는 자신은 도저히 고리대금업자를 상대할 능력이 없었다.

    소울이 땅을 사준다고 했으니 농노를 몇 명 고용해서 농사를 지으면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안에 남작의 작위를 다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은 배가 너무 고팠다.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옷도 당장 잘 곳도 없었다.

    이 상태로 며칠만 지나가면 자신은 분명히 객사할 것이 틀림없다.

    구원의 동아줄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팔아먹은 눈앞의 이 히어로뿐이다.

    소울은 소냐를 시켜 일단 샤를에게 먹을 것과 입을 옷을 제공했다.

    그리고는 청동거미의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복수를 하더라도 일은 쉬어서는 안 된다.

    샤를이야 이제 끈 떨어진 연 신세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처리할 수 있다.

    ‘뱀파이어 족이 어떤 식으로든 고리대금업자와 연결이 되어있다. 암흑의 상인은 개뿔! 분명히 뱀파이어거나 뒤에서 그놈들이 조종하는 것이 분명해. 메시엘에 사는 뱀파이어들은 오늘부터 죽었다고 복창해라!’

    소울은 바드득 이를 갈면서 청동거미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분노의 클레이모어가 엄한 청동거미들에게 쏟아졌다.

    본과 언데드 청동거미 80마리가 미친 듯이 광분해서 동족을 학살했다.

    그 사이에 가끔 카렌의 스파이크 스킬이 빛나고 있었다.

    뿌드득 스팍!

    카하아아아!

    청동거미의 숲 서편에 해가 지고 있다.

    수십 대의 마차는 부지런히 엔팔 사이를 왕복하며 청동거미의 사체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 한다. 모두 정리하고 돌아가자.”

    “와아아아아!”

    자기들이 사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사냥을 끝낸다니 용병들과 짐꾼들은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한다.

    그 모습에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카렌, 청동거미의 정수를 먹도록 하자.”

    “네.”

    카렌은 얼른 대답을 하고는 그릇에 가득한 수백 개의 청동거미의 정수를 마구 퍼먹었다.

    그녀의 몸에서 미약한 빛이 두 번이나 났다.

    카렌이 자신의 상태창을 소울이 볼 수 있도록 공유를 해줬다.

    이제 소울은 언제든지 카렌의 상태창을 마음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카렌의 상태창!’

    카렌의 상태창을 열었다.

    “카렌 보유 스탯을 체력에 5개, 정령력에 5개를 투자해라.”

    “네.”

    카렌이 예쁘게 대답을 하고 시키는 대로 하자 소울은 곧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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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카렌

    등급: 최하급

    직업: 소환사

    카르마: 20

    히어로 싱크로율: 3%

    스피어 레벨: 7

    스피어 경험치: 25%

    스탯: 근력 5, 민첩 5, 체력 10, 지혜 5, 정령력 35

    보유 스탯: 0

    스킬: 정령소환

    정령1: 운디네 – 워터애로우, 워터실드

    정령2: 놈 – 스톤애로우,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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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카르마가 10에서 20으로 배로 뛰어 올랐다.

    어제와 다른 점은 거대개미와 청동거미를 사냥한 차이였다.

    아니 하나 더 있었다.

    오늘은 그녀가 직접 사냥에 참여한 것이다.

    ‘카렌이 사냥에 직접 참여해야 카르마가 더 많이 올라가는 건가?’

    카르마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카렌의 체력이 10으로 이제 성인에 육박하는 체력을 가지게 됐다.

    정령력도 35로 올라갔으니 그녀의 정령들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소울은 엔팔에서 몬스터 사냥으로 얻은 정수는 모두 카렌에게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까짓 최하급 몬스터의 정수를 먹어봤자 얼마나 레벨이 오르겠는가?

    아마 생각보다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한 명에게 밀어주는 것이 낫다.

    무엇보다 카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강해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히어로인 자신이 아무리 강해도 소환사가 콱 죽어버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카렌을 돌봐주는 사이, 짐마차는 어느새 엔팔의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제처럼 대륙용병의 엔팔 지부장인 볼락이 길거리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소울은 소냐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는 카렌과 같이 메밀꽃 쉼터를 향했다.

    그들의 뒤를 샤를이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샤를, 네가 여길 지금 왜 따라와?”

    “네?”

    “당장 가서 엔팔의 귀족청 관리를 데리고 와!”

    “아,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꼴로는 아마 귀족청 관리를 만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에이.”

    소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귀족청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엔팔 시(市) 귀족청 엔팔지부에 도착한 소울은 발로 문을 뻥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쾅!

    퇴근을 하려던 귀족청 관리들은 소울의 난입으로 인해 난리가 났다.

    무서운 살기를 발하며 소리치는 히어로의 비위를 건들 간이 큰 관리들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행히 샤를은 손가락에 귀족의 인장을 끼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샤를과 술친구인 관리가 귀족청에 근무하고 있어 그를 알아봤기 때문에 더욱 빨리 귀족 승계 작업이 이루어졌다.

    “성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샤를의 풀 네임(full name)이 뭐지?”

    “샤를 몽통입니다.”

    “그럼 카렌 몽통이 되겠군.”

    “싫어요.”

    소울의 말에 카렌이 결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입을 앙당문 모습이 제법 의지가 굳세 보인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몽통이란 성을 카렌에게 쓰기에는 좀 곤란해 보인다.

    “새로운 성을 사용해도 되나?”

    “물론입니다. 어차피 샤를 몽통과는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조금 지불하시면 얼마든지 새로운 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디가나 돈 타령이군. 그럼 엘리자베스로 하자.”

    “엘리자베스?”

    카렌은 엘리자베스라는 성을 몇 번 불러보더니 가만히 서 있었다.

    맘에 든 모양이다.

    “그럼 카렌 엘리자베스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귀족청의 관리들이 눈치껏 광속으로 일처리를 한다.

    소울이 보여준 히어로 크리스털의 붉은 색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샤를은 소울의 히어로 크리스털의 색깔을 확인하고는 땅을 치면서 후회했다.

    하지만 스스로 복을 걷어찼으니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할 일이다.

    하소연해봤자 나올 얘기는 뻔하다. ‘병신’ 소리를 안 들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법적대리인이 필요한 것 아닌가?”

    “왜요?”

    소울은 카렌을 생각해서 자신이 그녀의 법정대리인이 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족청의 관리들은 소울을 이상한 눈동자로 쳐다봤다.

    “카렌은 아직 어리지 않은가?”

    “어리다뇨?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까? 그녀는 엘라즈라 왕국의 법정 성인 나이인 만 17세입니다. 소환사의 나이는 여기 있는 신성한 파편으로 인해 스피어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집니다.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는 부분입니다.”

    “뭐라고? 카렌이 성인이란 말이야?”

    소울은 깜짝 놀라 카렌을 쳐다봤다.

    카렌은 소울의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몸을 비비꼰다.

    “카렌, 상태창을 불러올 테니 이름을 눌러줘.”

    “네.”

    카렌은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상태창을 다시 불러와 이름을 확인했다.

    카렌이 자신의 이름을 누르자 그녀의 나이와 신체사이즈까지 정확하게 보였다.

    소울은 신체사이즈는 무시하고 나이와 특기사항만 확인했다.

    ‘이름: 카렌 – 나이 만 17세, 신체사이즈(+), 특기사항: 오랜 영양결핍으로 발육부진’

    소울은 충격적인 사실에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지구의 경우를 보면 오스트리아는 19세, 독일ㆍ프랑스ㆍ미국의 대부분 주와 중국은 만 18세를 성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세계인 메시엘 행성의 엘라즈라 왕국도 1살 적긴 하지만 분명히 왕국의 법으로 만 17세를 성년으로 규정해 놓고 있었다.

    ‘이런, 내가 지금까지 카렌에게 뭔 짓을 한 거야? 다 큰 처녀와 매일 뽀뽀, 아니 키스를 하고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특기사항에 분명히 소울이 오해할만한 이유가 적혀있었다.

    카렌은 지금 오랜 영양결핍으로 인한 발육부진 상태라는 것이다.

    아무리 키가 작고 어려 보여도 카렌의 실제나이가 변하지는 않는다.

    카렌의 눈빛을 보니 이미 자신을 자신의 낭군님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좆 됐다.’

    딱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가 벙 찐 표정을 하고 멍하니 서있어도, 귀족청의 관리들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모든 서류를 완벽히 만들어냈다.

    카렌은 샤를이 귀족인장을 반납하고 새로 받은 인장을 손가락에 끼고는 서류에 도장을 쾅쾅 찍어댔다.

    “히어로님, 모든 일이 끝났습니다.”

    “그, 그래?”

    그제야 소울은 안드로메다에 가있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여기야 말로 진짜 안드로메다가 아닌가?

    충격으로 인해 별 희한한 잡생각이 다 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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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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