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6 제 107 장 - 역전된 인생 =========================================================================
쿵 하면 옆집 당장에서 호박이 떨어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 정도였다.
소울은 까뮤를 소냐에게 붙여 놓고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메밀꽃 쉼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양손에는 하나가 축구공만한 거대개미의 알이 가득담긴 푸대가 들려있었다.
“오늘은 그걸로 요리를 해먹는 거예요?”
“그렇단다. 카렌, 이게 최고급 요리 재료로 쓰인다고 하더라. 주방장에게 주고 요리를 해달라고 해서 먹어보자.”
“정말 맛있을까요?”
“맛없으면 다른 것 시켜먹으면 되잖아.”
“아! 그렇군요.”
카렌은 놀라운 것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카렌, 나중에 시간되면 설정에서 카렌의 상태창을 내가 볼 수 있게 공유 좀 해줘.”
“알겠어요.”
카렌의 상태창을 볼 수 없으니 조금 불편했다.
그렇다고 매번 카렌보고 스탯이나 스킬을 보고 말해달라고 하는 일도 귀찮은 일이었다.
메밀꽃 쉼터에 도착해 주방장을 찾았다.
거대개미의 알을 건네자 주방장은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손을 벌벌 떨며 주방으로 모셔간다.
그 모습에 소울과 카렌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잠시 후, 향기로운 냄새가 주방에서 퍼져 나왔다.
메밀꽃 쉼터 주방장은 온갖 솜씨를 부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거대개미 알 요리를 선보였다.
굽고 튀기고 데치고 무치고…….
소울과 카렌이 앉은 테이블은 금방 거대개미 알 요리로 가득 채워졌다.
“맛있다.”
“오오!”
소울과 카렌이 포크로 거대개미 알 요리를 맛본 순간, 왜 거대개미 알이 최고급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맛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소울과 카렌은 그때부터 말없이 갖가지 거대개미 알 요리를 음미하며 먹었다.
“저 왔습니다.”
“소냐? 어서와. 이리 앉아서 같이 먹자.”
“어? 이건 거대개미 알로 만든 요리가 아닙니까?”
“맞아. 오늘 소냐도 고생했으니 같이 먹도록 해.”
“감사합니다.”
소냐는 묵직한 배낭을 한쪽에 내려놓고는 소울과 카렌의 저녁식사에 끼어 들었다.
그런데 소냐는 뭔가 자꾸 먹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래?”
“아닙니다.”
소냐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물끄러미 거대개미 알 요리를 응시했다.
순간 소울의 머릿속으로 뭔가 휙 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집에 있는 식구들 때문에 그래?”
“어떻게 그걸. 허억, 아닙니다.”
소냐는 놀라서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아무래도 거대개미 알 요리를 먹자 집에 있는 식구들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남은 것 다 싸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
“네? 정말이십니까?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미 얼굴은 좋아서 죽는다고 웃고 있구먼.”
“아, 아니. 그, 그게…….”
무표정한 얼굴이 깨지자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쉽게 감정을 드러냈다.
소울은 어서 먹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제야 소냐는 걸신이라도 걸린 듯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라면 거대개미 알 요리 정도는 얼마든지 거저 줄 수 있었다.
결국 셋은 거대개미 알 요리로 배를 가득 채웠다.
남은 요리는 웨이트리스에게 얘기를 해서 몽땅 싸달라고 부탁했다.
소냐의 얼굴이 환하게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 아름다운 미소다.
“여기 오늘 결산을 한 보고서를 가져왔습니다.”
“어디보자.”
소울은 소냐로부터 결산 보고서를 받아 보면서 머리로는 까뮤와 대화를 했다.
[까뮤, 보고해봐.]
[소냐는 정직했습니다. 다만 볼락이 약간 욕심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평소 마스터가 말씀하시던 허용치 안에 들어갑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정직한 소냐가 비정상이고 볼락이 정상인 거야. 아니 어떻게 보면 둘 다 정상은 아니겠군.]
[소냐가 마음에 드셨나보군요.]
소울은 까뮤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카렌을 돌볼 사람이 필요해. 소냐를 좀 더 지켜보고 있다가 나중에 진짜배기다 싶으면 영입을 해서 우리사람을 만들어야지.]
[볼락의 말을 들어보니 소냐는 소녀가장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언제까지 우리가 여기 머물 것은 아니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손 털어야지.]
[제 생각에는 정당한 대가만 준다면 소냐는 우리를 따라갈 것 같습니다.]
[북부대산맥으로 가려고 할까?]
[그거야 마스터가 협상을 하셔야지요.]
[그렇지. 그건 내 일이지.]
결산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니 특별히 나무랄 때가 없었다.
“모든 비용을 제하고 3,500 골드가 남았군.”
“네, 여기 돈주머니에 담아왔습니다.”
소냐는 묵직한 배낭을 들어 테이블에 오려 놓더니 그 안에서 가죽으로 만든 돈주머니를 꺼내 소울에게 넘겼다.
“3,300 골드는 33개의 미스릴화(貨)로 바꿔왔습니다. 200 골드는 당장 쓰실 데가 있을지 몰라서 금화로 가져왔습니다.”
“잘했어.”
3,300 골드를 금화로 가져왔다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불편했을 것이다.
소냐는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금화를 미스릴화로 바꿔서 가져왔다.
[까뮤, 세어봐!]
[맞습니다.]
소울은 까뮤가 확인을 하자 미스릴화 33개가 담긴 돈주머니는 일단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금화 200개가 담긴 돈주머니에서 10개의 금화를 꺼내 소냐에게 줬다.
그러자 소냐가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저는 이미 결산을 할 때 제 몫의 돈을 받았습니다.”
“알아. 이것은 오늘 일을 잘해서 주는 보너스야. 내일도 잘 부탁해.”
“감사합니다.”
보너스를 주는 것은 고용주의 마음이었다.
소냐는 예의상 한번은 사양했지만 굳이 주겠다는 보너스를 두 번은 거절하지 못했다.
소냐에게 돈을 주자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가만 수지한테 빌린 30골드가 있잖아? 당장 그것부터 갚아야겠다.’
소울은 소냐와 내일 몬스터 사냥에 대해서 잠깐 의논을 했다.
소냐를 보내고 나자 소울은 카렌을 데리고 특실로 들어왔다.
“카렌, 방에서 쉬고 있어. 나 좀 바깥에 나갔다올게.”
“네.”
갑자기 카렌의 어깨가 축 쳐졌다.
소울은 카렌의 허리를 잡아 번쩍 한번 들더니 꼭 안아줬다.
뺨에다 소리 나게 뽀뽀를 한번 해주고는 윙크를 하자 카렌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비비 꼬았다.
그 귀여운 모습에 소울은 카렌의 엉덩이를 한번 토닥거려줬다.
“카렌의 눈에는 안보여도 이 방에는 내 소환수가 있어.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샤워하고 양치질 한 다음 푹 쉬고 있어. 내일도 사냥을 나가야 하니까 말이야.”
“네.”
“참, 너도 이제 정령이 있잖아? 그러니까 소환해서 얘기도 하고 같이 놀아.”
“아참, 내 정령!”
그제야 카렌은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얼굴이 밝아졌다.
소울은 허공에 떠 있는 꺄뮤에게 카렌을 당부하고 특실을 빠져 나왔다.
메밀꽃 쉼터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어둠의 장막이 내려와 있었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 수지가 있는 펍을 찾았다.
찾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펍이 있었다.
딸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당 몇이 바에 앉아서 벌써부터 달리고 있었다.
수지가 소울을 보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말은 안했지만 눈이 호선인 것을 보니 무척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지는 생맥주 두 잔을 가져오더니 터프하게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탕!
그리고는 소울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은 무슨 이틀밖에 안됐구먼.”
수지가 씨익 미소를 짓자 소울은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 내가 튀었을까봐 조마조마했지?”
“아,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크게 당황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조금은 걱정을 한 모양이다.
“잠시 위로 올라가자.”
“네? 벌써요? 안되는데……. 나 일해야 하는데.”
수지는 얼굴을 붉히면서 소울의 눈치를 살폈다.
소울은 그녀의 행동에 기가 막혀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너하고 그거 하자고 했어? 내가 너한테 갚을 게 있잖아!”
“아, 그거. 진작 말씀하시지. 빨리 올라와요.”
“에고, 머리야.”
수지는 좋다고 소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나자 수지가 돌변했다.
갑자기 그녀는 소울에게 올라타더니 입술에 마구 키스를 해댔다.
“수지야, 수지야, 너 왜이래?”
“아이참, 가만히 있어 봐요. 나 갑자기 너무 하고 싶어졌단 말이에요.”
“너 일해야 한다며?”
“천천히 내려가도 되요.”
수지의 눈빛이 갑자기 무척이나 섹시해보였다.
그녀는 거침없이 소울의 옷을 벗기고는 자신의 옷도 훌러덩 벗어버렸다.
그리고는 소울을 자신의 침대로 끌고 가더니 마구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정신없이 몇 번을 당해버린 소울이 침대에 대자로 뻗자 수지는 배부른 고양이의 얼굴을 하면서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너 앞으로 갑자기 이러지 마라. 나 당혹스럽다.”
“에이, 왜 그러세요. 좋으면서.”
“싫다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도 마음의 준비는 할 시간을 줘야할 것 아니야?”
“호호호, 알았어요. 미안해요.”
소울은 단순한 수지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가져온 돈주머니 하나를 넘겼다.
“여기 있다. 잘 썼다. 그리고 나 말고는 함부로 돈 빌려주지 마라.”
“네, 알겠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쪽!
수지는 소울이 주는 돈주머니를 받고는 좋아서 소울의 뺨에 뽀뽀를 했다.
그러더니 돈주머니를 열어봤다.
“어라? 왜 이렇게 많아요?”
“이자도 넉넉히 쳐줬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요. 내가 빌려준 것은 30골드밖에 안되는데 이건 90골드는 되어 보이네요.”
“맞아. 딱 90골드야. 정말 네가 그 돈 빌려줘서 요긴하게 잘 썼다.”
사실은 전혀 소득 없이 보급형 리콜아바타가 난자당해 죽었지만 굳이 수지에게 그런 얘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모은 돈을 자신을 믿고 빌려줬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나 정말 이거 가져도 되요?”
“응, 당연하지.”
“무리하시는 것 아니세요?”
“이거 왜 이래? 내가 누군지 몰라? 나 히어로야! 메시엘을 구하러 온 히어로 말이야.”
소울은 영화의 3류 대사 같은 말을 불량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콩깍지가 씌워버린 수지는 불량한 히어로 소울이 너무나 멋있기만 했다.
수지는 감동 먹은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일단 욕실 안으로 들어가 돈주머니를 숨겼다.
그리고는 나와서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오늘 히어로님 확실하게 천국 보내줄게요.”
“뭐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소울은 살짝 겸양을 떨면서도 기대 섞인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수지의 말에 이상하게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소울의 눈을 쳐다보더니 그윽한 미소를 짓더니 침대위로 고양이처럼 올라왔다.
“으흑!”
그리고 소울은 이날 수지로 인해 천국을 미리 경험했다.
* * * * *
청동거미의 숲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보니 수십 명의 용병과 짐꾼 그리고 수십 대의 짐마차 줄지어 오고 있다.
“소냐, 청동거미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봐.”
아침에 대륙용병길드 엔팔 지부장의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미 청동거미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다. 몬스터 백과사전만 봐도 대충 장단점이나 특징을 파악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일부러 소냐에게 물어봤다. 그녀의 지식과 준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청동거미는 말 그대로 껍질이 청동처럼 되어있는 특이한 거미 몬스터입니다. 청동거미의 껍질은 강하고 단단합니다. 반면에 굉장히 가볍습니다. 가공해서 방패를 만들면 무척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점이나 알아야할 특징은?”
“몸이 무겁고 동작이 느립니다. 그래서 대부분 땅에 굴을 파고 살거나 일정지역을 둥지화해서 삽니다. 그래도 근본이 거미라 질긴 거미줄을 조심해야합니다. 특히 청동거미의 공격은 한방 한방이 무겁기 그지없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몬스터 백과사전을 외웠다고 봐야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몇 가지 정보는 몬스터 백과사전에서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소냐는 확실히 쓸 만한 인재였다.
“그럼 다녀올 테니 대기하고 있어.”
“네.”
소울은 소냐에게 손을 흔들고는 카렌의 손을 잡고 숲속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본이 악어 입을 만들어 언데드 병정개미 80마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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