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22화 (422/492)

00422  제 106 장 - 돌아온 히어로  =========================================================================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마스터!”

“푸하하하! 고맙기는 이제 너는 내 소환사인데. 내가 잘 부탁해야지.”

소울은 카렌을 번쩍 안아들었다.

얼마나 가벼운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

카렌은 놀라서 소울의 목을 끌어안았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겁먹은 표정을 보자 소울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카렌의 뺨에 뽀뽀를 했다.

카렌이 깜짝 놀라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소울의 눈을 쳐다보고는 마치 뭔가 엄청난 중대한 결정이라도 한 것 같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술을 쭉 내밀더니 소울의 입술에 뽀뽀를 해줬다.

쪽!

“마스터, 앞으로 제가 잘 할게요. 절 꼭 지켜주셔야 해요?”

“물론이지. 난 카렌의 히어로잖아.”

“감사합니다.”

“천만에.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어요.”

소울은 카렌의 두 눈이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난데없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신전에 들어와 살아야 하는 그녀가 얼마나 놀라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짠했다.

‘앞으로 내가 도와줄게. 너는 아무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라.’

그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카렌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카렌이 진정을 하자 소울은 늙은 사제를 앞세워 그의 처소로 향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표정을 짓는 사제에게 소울은 싸늘하게 말했다.

“오늘 이 신전 다 박살나는 꼴 볼래? 아니면 내가 맡겨둔 금화 다 토해낼래. 아니 내 말을 무시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도 받아야겠다. 2배로 토해내라. 금화 한 개라도 모자라면 금화 하나당 네놈의 사지 중 하나를 찢어 놓겠다.”

“허억, 알겠습니다.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가져오기는 뭘 가져와. 그냥 네가 금화를 숨겨놓은 곳으로 날 안내하도록 해.”

“그건 좀 곤란합니다만…….”

“곤란하긴 개뿔, 그럼 내가 소환수 불러다가 이 신전에 숨겨진 금화 몽땅 털어갈까?”

“아, 아닙니다. 당장 안내하겠습니다.”

늙은 사제는 소울의 살기와 기세에 눌려 자신의 방으로 소울과 카렌을 데리고 갔다.

검소한 고위사제의 방을 보는 순간, 소울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나 했다.

하지만 그 방 안에 딸린 또 하나의 문을 열고는 ‘역시!’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방은 늙은 사제의 보물창고라도 되는 듯 금과 은으로 된 귀한 물건들이 선반위에 가득 쌓여 있었다. 그동안 어지간히 부정축재를 한 모양이다.

“늙다리 사제, 너 죽으면 이 많은 물건을 물려줄 자식이라도 있냐?”

“없습니다.”

“그럼 왜 자꾸 긁어모아? 죽으면 다 놓고 갈 것을…….”

“그러게 말입니다.”

소울의 말에 늙은 사제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는 맨 아래 칸에 있는 허접한 토기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늙은 사제는 돈주머니를 열고 금화를 세서 주려고 하다가 소울의 서슬 시퍼런 눈을 보고는 곧바로 두 손으로 바쳤다.

“히어로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임기응변이 좋구나. 너 지금 죽었다 살아난 걸 감사해라.”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개과천선하고 살아라. 내가볼 때 너는 늙어 죽기보단 칼 맞고 죽을 확률이 높아.”

“네?”

“착하게 살라고.”

“아! 네.”

소울은 돈주머니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금화가 가득했다.

대충 눈으로 훑어보니 금화가 수십 개는 되어보였다.

슬쩍 토기 안을 훑어보자 비슷한 돈주머니가 여러 개 보였다.

늙은 사제는 순간,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 도둑 아니다. 적당히 해먹어라.”

“예. 히어로님.”

소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카렌, 가져갈 물건 있어?”

“아니요. 아무 것도 없어요.”

“어머니 장례는 잘 치렀니?”

“네, 화장해서 신전 옆에 흐르는 강물에 뿌려드렸어요.”

“그래? 그럼 우리 이대로 여길 나가자.”

“네, 마음대로 하세요.”

카렌은 모든 결정을 소울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울은 카렌을 땅에 내려놓고는 늙은 사제 것으로 보이는 겉옷을 그녀의 몸에 걸쳐줬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늙은 사제는 허탈한 눈동자로 신전을 빠져나가는 두 사람을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 * * * *

엔팔 시(市) 안으로 들어온 소울과 카렌은 제일 먼저 숙박시설을 찾았다.

마음이야 당장 북부대산맥으로 진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거지 생활로 컨디션이 바닥을 기고 있는 카렌으로 인해 그건 불가능했다.

굳이 신전이나 치료소에 가지 않아도 카렌이 영양실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까뮤가 힐을 쓰지 못했다면 아마 소울은 두 번째 스킬은 치유로 지정했을 것이다.

‘메밀꽃 쉼터’

최고급 숙박시설은 아니지만 중소상인들이 주로 묵는 그럭저럭 괜찮은 여관이다.

신전의 늙은 사제가 이자를 보태서 돌려준 금화가 넉넉히 있어 그들은 메밀꽃 쉼터에서도 스위트룸이라고 할 수 있는 특실을 일주일 단위로 계약할 수 있었다.

두 개의 침대가 있는 침실과 소파가 있는 거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욕실 겸 화장실까지.

카렌은 자신이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은 특실을 계약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저렇게 돈을 낭비하다가 나중에 다시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히어로인데 무슨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물론 소울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그저 믿는 것은 자신의 힘과 소환수뿐이다.

카렌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소울은 본 대신 까뮤를 소환했다.

다행히 까뮤는 까망이의 상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까뮤가 힐과 정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실조를 고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쉬고, 잘 자면 된다.

그럼 나머지는 시간이 다 알아서 해결해준다.

거기에다 까뮤의 힐과 정화까지 합쳐지면 더욱 빠르게 카렌을 정상인의 몸으로 만들 수 있다.

메밀꽃 쉼터의 특실을 계약하자마자 소울은 카렌을 데리고 옷가게로 갔다.

카렌은 옷가게를 처음 구경해보는지 무엇을 사야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머 이렇게 귀여운 소녀가 있었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지?”

“네? 아! 저, 저는…….”

옷가게 점원의 말에 카렌은 얼굴만 붉히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소울이 점원에게 말했다.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일상복과 외출복, 속옷과 잠옷을 골라주세요.”

“네, 손님.”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갑주는 목걸이로 변해 사라져있었고 이마에는 두건을 쓰고 있어 평범해진 그는 히어로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이 가지고 있는 기세와 자연스런 위압감은 어디로 사리지지 않았다.

특히 많은 사람을 부려본 것 같은 말투는 눈치 빠른 옷가게 점원이라면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옷가게 점원은 카렌보다는 소울의 맘에 드는 옷을 주로 보여줬다.

몇 가지 일상복과 외출복을 입히고 나오자 소울은 카렌이 메시엘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있었다면 대성을 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작고 예쁜 얼굴과 비록 삐쩍 말랐지만 황금비율로 나눠져 있는 체형은 모델을 위한 최적의 몸이었다.

그러나 소울은 현실을 생각해서 너무 튀지 않는 일상복과 외출복을 선택했다.

여러벌을 사고 싶었지만 한창 클 나이라서 좀 두고 보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옷을 사주기로 했다.

속옷과 잠옷은 부끄럽다면 직접 고르겠다고 내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창문을 보면서 기다리자 곧 한 보따리나 되는 쇼핑 가방을 들고 나왔다.

“메밀꽃 쉼터 알죠?”

“네.”

“그곳 특실 301호로 배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계산은 금화로 하죠.”

“감사합니다.”

소울은 카렌을 위해 거침없이 금화를 썼다.

외출복 하나를 그대로 입고 밖으로 데리고 나오자 간간히 꼬맹이들이 카렌을 훔쳐보고는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은 부드러운 아빠미소를 지었다.

카렌은 소울의 손을 꼭 잡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새 옷을 잔뜩 사서 크게 흥분을 한 모양이다.

“이제 몸보신 좀 하러가자.”

“네?”

“식당에 가자고.”

“아! 네.”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으로 들어가자 지배인이 직접 마중을 나온다.

“어서 오십시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줘요.”

“네, 이리로 오십시오.”

눈썰미가 좋은 지배인이다.

그는 척 보자마자 소울이 히어로라는 것을 아는 듯 했다.

하긴 등 뒤에 커다란 클레이모어를 메고 다니니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한번쯤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물스프와 송아지 요리, 특제 샐러드와 부드러운 빵, 꿀 조금과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줘요.”

“와인 한 병 하시겠습니까?”

“지배인이 추천하는 와인으로 한잔만 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소울이 메뉴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하자 카렌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뭔가 되게 멋있게 본 모양이다.

먼저 와인 한잔과 따뜻하게 데운 우유 한 잔이 나오자 둘은 건배를 했다.

고소한 우유가 카렌의 입술에 묻자 소울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살짝 닦아줬다.

카렌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카렌,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할지 의논을 좀 해보자.”

“네, 좋아요.”

소울의 말에 카렌이 고개를 들고는 충만한 의욕이 담긴 눈빛을 보여줬다.

“카렌은 앞으로 뭘 하고 싶지?”

“전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어요.

“왜?”

“그래야.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요.”

참 단순한 대답이다.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또 뭘 하고 싶지?”

“예쁜 집에서 살고 싶어요. 마스터랑!”

“나랑?”

“네.”

카렌이 부끄러운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소울은 카렌의 마음이 절로 느껴져 눈이 호선을 그렸다.

“다른 것은 없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매 끼니를 먹은 것만 해도 전 감사해요.”

그녀의 말에 소울은 가슴이 짠해졌다.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 끼니를 거르는 적이 더 많은 아이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묻는 것은 좀 이른 듯 했다.

그때 카렌이 물었다.

“마스터는 뭘 하고 싶어요?”

“나?”

“네.”

“난 여행을 하고 싶어.”

“저도 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래?”

“네, 마스터와 여행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카렌의 순진한 말에 소울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카렌이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장 가장 쉬운 방법은 나와 같이 몬스터를 때려잡는 거야. 몬스터를 잡으면 정수도 나오고 몬스터 사체를 팔 수 있어 큰돈이 될 거야.”

“저도 몬스터 잡고 싶어요. 아니 복수하고 싶어요.”

“복수?”

“네, 아버지와 동생을 몬스터가 죽였어요.”

“아! 그렇구나.”

카렌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소울은 그녀의 아픔이 느껴졌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보다 몬스터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훨씬 큰 행성이 바로 메시엘이다.

카렌처럼 가족이나 친척 중에 몬스터에게 죽지 않은 자를 찾아보기는 무척 힘들었다.

그 만큼 메시엘은 몬스터들의 천국이었다.

“혹시 마나석이나 젬스톤이란 말을 들어봤니?”

“네. 그걸 주우면 큰돈을 번다고 했어요.”

“맞다. 하지만 지금 카렌 상태로는 마나석과 젬스톤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북부대산맥으로 여행조차 하기 힘들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 먹고 잘 자야해.”

“네, 알겠어요. 저는 마스터 말만 잘 들을래요.”

“그래. 착하구나. 내말만 잘 들으면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을 거야.”

“정말요?”

“그럼.”

소울이 카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카렌은 소울을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때, 해물스프가 나왔다.

두 사람은 스푼으로 푹푹 떠서 해물스프를 맛있게 먹었다.

잘 구운 송아지 요리가 나오자 카렌의 눈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몸은 작은 녀석이 자신의 몫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소울은 카렌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와인 잔을 들어 와인을 홀짝거렸다.

형편없이 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지만 자신을 믿고 있는 카렌의 모습에 소울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몬스터를 잡는 것은 카렌이 아니라 히어로인 소울이 잡는 것이다.

그와 그의 소환수라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다 사냥이 가능하다.

============================ 작품 후기 ============================

* 매일 광참이네요. 아낌없이 추천 쾅쾅쾅!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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