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0 제 105 장 - 리콜아바타 =========================================================================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 중에 잠재력과 가능성이 뛰어난 충성스런 길드원이 있습니다. 당장 결정하는 것보다 같이 의논해서 선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국정현의 말에 두보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런 종류의 파이는 독식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국정현이 끼어들자 바로 동의를 했다.
[까뮤, 그동안 흡수해서 모아놓은 능력 중에 최강의 능력들은 따로 빼놓고 나머지는 전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줘!]
[네, 주인님.]
소울은 그 자리에서 까뮤에게 능력을 전이해줄 준비를 시켜놓았다.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 B클래스와 C클래스의 능력자들이 대폭 늘어나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그려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첩보가 입수 됐습니다.”
“뭡니까?”
나인권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S클래스 능력자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네?”
“정말 입니까?”
국정현과 김영신, 두보환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정아는 소울을 한번 쳐다보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S-급 이긴 하지만 소울도 일단 S클래스 능력자였다.
“S클래스 능력자가 나타난 장소는 파나마입니다. 현재 서머너즈 길드 스카우트 팀을 현장에 급파했습니다.”
“그자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죠?”
“중력이나 공간붕괴 능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능력은 일정 선을 넘으면 정말 가공할 능력을 발휘합니다.”
“파괴력이 커서 군사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조건 스카우트하기로 결정하고 어지간한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라고 했습니다.”
“뭔가 요구사항이 있었군요? 그것도 쉽게 나인권 부장 선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맞습니다. 제 선에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 이렇게 물어보고 있는 겁니다.”
“그게 뭡니까?”
“소울 재단과 서머너즈 재단 지부를 파나마에 세워주고 파나마의 기아를 해결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그 누가 있어 한 나라의 기아를 해결한단 말인가?
하지만 지구에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인간이 하나 있다.
바로 소울이다.
“흐음, 어차피 소울재단과 서머너즈 재단을 세우는 목적에도 부합하니 허락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겠습니다. 벌써부터 미국과 유럽의 몇 나라가 냄새를 맡고 접근 중이라서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거든요.”
“다녀오세요.”
나인권은 즉시 밖으로 나가 파나마에 나가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스카우트 팀에게 연락했다.
보스인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인 소울과 사무총장 국정현, 직속 상사인 소울 디펜스 사장 김영신이 자리한 회의실이라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안의 중대함은 분초를 다투고 있었다.
현재 파나마 현장은 각국의 스카우터들 간의 피 말리는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길드 마스터가 파나마의 S클래스 능력자의 서머너즈 길드 가입조건으로 내놓은 요구조건을 전격적으로 수용했으니 그를 영입하는 작업은 큰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개성큐브 4층 회의실은 며칠 동안 내내 회의가 열렸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린 길드 마스터를 달달 볶아가며 그동안 밀린 결재 서류들을 모조리 해결하고, 큐브상점의 밀린 구매까지 한 번에 깨끗하게 정리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와중에 죽어나는 이는 소울 한 사람이었다.
소울은 이번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절대로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로사가 눈앞까지 왔다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 * * *
얇은 날 푸른 칼 빛을 저며 고이고이 나빌레라.
칠흑의 까만 눈 빛 바랜 로브에 감추고 두 볼에 서러운 눈물이 흘러라.
꽃잎이 지는 나뭇가지마다 두 개의 달이 걸리고 소매 속에 감춘 정제된 살기는 소매처럼 길어 땅을 핥는다.
광폭하게 날아가던 그림자가 문턱에 걸려 흔들리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하게 접어 올린 광탄의 기운이 별빛마저 모아 터트린다.
칼 같은 턱 선을 살포시 들어 올려 밤하늘 은하수에 번뇌의 한숨을 내뿜는다.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진 두 방울은 떨어져 흙 왕관을 이루고 사라진다.
“대계는?”
짧지만 강력한 검무를 끝낸 자의 목소리가 낮게 대지를 울린다.
“실패했습니다.”
침통한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대답에는 잔 떨림이 남아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밤하늘만 쳐다보는 자의 눈에 진한 고뇌의 흔적이 엿보인다.
“아이와의 연락이 끊겼다.”
“마나의 품으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이유는?”
“방해자가 있었습니다.”
“치울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여반장(如反掌)이라, 방해자를 치우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쉽다고 생각한다.
귓전에 아직 남아있는 목소리와는 달리 이미 그의 생각은 이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밤하늘의 별빛 속에 아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름답고도 순수한 미모를 자랑하던 얼굴이 별빛 속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듯하다.
“재능이 넘치는 아까운 아이였다.”
“죄송합니다.”
“대계가 실패한 것보다 아이를 잃은 것이 더 뼈아프구나.”
“제 잘못입니다. 죽여주십시오.”
“너 하나 죽인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오겠느냐?”
“…….”
대답을 못하는 심정이 점점 타들어간다.
“소울넷의 늙은이들은?”
“심증을 굳힌 모양입니다.”
“물증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자들이니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나로는 안 된다. 한 가지 만으로도 안 되고…….”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만 가보겠다.”
“편히 가십시오.”
로브를 입은 사내가 힐끗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그대로 신형을 위로 뽑아 올린다.
휘익!
수백 미터의 허공으로 단숨에 도약한 그의 신형이 밤하늘을 거침없이 가르며 폭사해나간다
엄청난 속도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자가 몸을 일으킨다.
그의 두 눈에서 맑은 이슬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누구보다 자신의 가슴이 더 아프다.
직접 접속을 했던 자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었기에…….
“편히 자거라. 너의 복수는 내가 꼭해주마.”
몸을 돌리며 한 낮은 중얼거림이 그 어떤 말보다 무겁게 대기를 짓누른다.
저벅 저벅 저벅…….
일부러 내는 발자국 소리가 짝짓기를 위해 울어대던 곤충들을 얼게 붙게 만들고 서서히 사라져간다.
하늘에 뜬 두 개의 하얗고 붉은 달빛만이 그가 있던 자리를 요요롭게 비추고 있다.
* * * * *
-리콜펜타곤에 오신 이소울 마스터를 환영합니다.
리콜펜타곤에 들어온 소울은 들려오는 리콜도우미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리콜도우미의 태도가 확 변해있는 것이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 뒤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마스터’라고 알아서 붙이는 것도 그렇고…….
“뭔 일 있냐?”
-마스터를 다시 뵙게 되어 반가워서 그렇습니다. 참, 제가 마스터로 불러도 될까요?
“흐음, 뭐 상관은 없는데……. 혹시 너 잘릴 뻔 했니?”
-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정곡을 찔린 모양이다.
이것으로 리콜도우미도 잘릴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딜 가나 이놈의 일자리가 문제가.
풋!
왠지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다.”
-구매하신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도착했습니다.
처참한 모습으로 폐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보급형 리콜아바타는 리콜도우미가 알아서 치유라도 했는지 어느새 원래의 깨끗했던 모습으로 변해있다.
그 옆을 보니 하얀 천으로 덮여 있는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보인다.
“어디 구경 좀 해볼까?”
-축하드립니다!
빵빠라방 빠바방 빵빠라방!
리콜도우미는 아주 작정을 했는지 어디서 팡파르 효과음까지 가져와서 들려준다.
하얀 천이 벗겨지자 금빛으로 번쩍이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등에 커다란 투핸드소드인 클레이모어를 매고 있는 로열형 리콜아바타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오오! 괜찮네.”
-마스터께선 운이 참 좋으신 모양입니다. 동급 최고의 성능에 뛰어난 가성비가 나온 정상급의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소울은 로열형 리콜아바타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뭘 알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로열형 리콜아바타로 리콜을 해봐야 정확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리콜도우미의 말과 겉으로 보이는 로열형 리콜아바타의 모습으로 대충 미루어 짐작을 할 뿐이다.
“샤를과의 계약파기는 어떻게 됐지?”
-소울넷에서 파견된 조사관에 의해 계약파기 이유에 해당한다는 선언이 내려졌습니다. 메시엘 스피어 관리자에 의해 샤를이 신전에 호출됐고 그 자리에서 계약파기가 이뤄졌습니다.
“샤를에겐 아무런 벌도 내려지지 않았겠지?”
-소울넷 리콜시스템과 메시엘 스피어에 블랙리스트에 들어갔습니다. 두 번 다시 히어로를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 말은 샤를 그 개놈이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냐는 거야.”
-죄송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은 거의 없었던 일이라서 메시엘 행성 보호규정에 의거해 벌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참 엿 같은 일이다.
도대체 이놈의 규정이고 법이고 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리콜아바타로 인해 비록 진짜 죽은 것은 아니라고 해도 죽음에 가까운 고통과 절망감을 느꼈다.
가해자는 꼴랑 계약파기로 끝나고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사과나 보상도 없다.
-메시엘 스피어 관리자를 통해 보상을 하나 받았습니다.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자 리콜도우미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한다.
“뭔데?”
-리콜스킬을 하나 더 쓰실 수 있게 허용한답니다.
“리콜스킬을?”
이건 그냥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니다.
아주 굿 뉴스(good news)다.
‘가만, 그런데 당장 리콜스킬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 메시엘 스피어를 통해 리콜아바타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 몰라. 괜히 나중에 중복된 스킬이 나오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수가 있어.’
소울은 신중히 선택하기로 했다.
“당장 고르지 않아도 되지?”
-물론입니다. 필요하실 때 리콜스킬 하나를 사오시고 제게 말씀해주세요.
“뭐야? 리콜스킬을 하나 사오라고? 보상으로 준다고 하지 않았어?”
-보상은 리콜스킬을 하나 더 쓰실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이 보상입니다. 리콜스킬까지 드린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열형 리콜아바타로 소환 스킬을 사용하시려면 반드시 리콜스킬 하나를 구입하셔서 소환 스킬을 새로 지정해야합니다. 보급형 리콜아바타와 로열형 리콜아바타는 완전히 다른 개체이기 때문입니다.
“끙! 또 소울넷 포인트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네. 리콜이라는 게 아주 포인트 먹는 하마구먼.”
-큐브코인도 많으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큐브코인이 아무리 많아도 아까운 것은 아까운거야.”
소울이 소리를 빽 지르자 리콜도우미는 더는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
잠시 괜히 배가 아픈 것을 참고 있자 그의 눈에 보급형 리콜아바타의 모습이 보였다.
“저 보급형 리콜아바타 치유는 리콜도우미 네가 했어?”
-네, 그렇습니다.
“저거 이제 정상적으로 작동하겠지?”
-완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로열형 리콜아바타가 있는데 굳이 저걸 사용하실 필요는 없죠. 꼭 사용하시려는 생각이시면 외모를 바꿔서 사용하실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생각해볼게. 그런데 로열형 리콜아바타로 새롭게 소환사와 계약을 하면 보급형 리콜아바타도 자동으로 그 소환사와 계약이 되는 건가?”
-그렇진 않습니다. 3개까지 리콜아바타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은 각기 다른 소환사 3명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오! 그거 재미있겠네.”
-그런데 아무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도 하고요.
“내가 뭐라고 했냐? 그냥 재미있겠다고 말했을 뿐이야.
리콜도우미는 소울의 말에 뭔가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흘렀다.
하지만 콕 집어서 뭐가 문제인지, 뭐가 불길한지는 알 수 없었다.
-리콜을 하실거죠?
“응.”
-그럼 새로운 소환사를 검색할까요?
“그럴까? 누가 좋을까?”
-제가 미리 검색해놓은 대상이 몇 명 있습니다.
“그래? 우리 리콜도우미가 아주 열심인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월말에 무슨 평가서 작성 같은 것 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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