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9 제 105 장 - 리콜아바타 =========================================================================
“유정아 고문, 포션 생산은 어떻게 됐습니까?”
“서머너즈 연구소에서 세운 자체 공장에서 각 등급별로 포션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원료가 딸리면 딸렸지 생산은 계획대로 정상궤도에 올라섰습니다.”
“드디어 무한 포션 사냥을 할 수 있게 됐군요.”
“호호호, 그 표현이 정확합니다.”
포로로 잡혀 있는 트롤들에게 매일 피를 정규적으로 뽑아내고 있어 원료가 그렇게 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더욱 많은 수요가 생겨 공급이 부족해질 따름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곤란했다. 잘못하면 트롤이 빈혈로 죽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자란 양은 어쩔 수 없이 큐브상점에서 구입을 해야 한다.
“그동안 큐브상점에서 구매해야할 물건들이 좀 많이 밀려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큐브상점에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서 발주한 물건을 구매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소울에게는 디스커버러(Discoverer, 발견자)라는 칭호가 있다.
큐브상점에서 10% 할인 구매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칭호였다.
반대로 물건을 팔 때는 다른 사람들이 파는 것보다 5% 이상 더 물건 값을 쳐줬다.
서머너즈 길드는 그런 이유로 물건을 살 때 소울의 이름으로 한꺼번에 대량구매를 했다.
소울 한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은 별로 큰 이익이 되지 않지만,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라는 거대한 두 단체에서 발주하는 양을 10%나 싸게 산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개 이득이 된다.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길드 공동구매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여 시세보다 5% 싸게 길드원과 대원들에게 보급한다.
남은 5%의 이익금 중 서머너즈 길드를 위해 길드자금으로 3%를 적립하고 나머지 2%는 소울에게 수수료로 지급한다.
물론 그동안 소울은 이 수수료 2%를 전혀 받아쓰지 않고 서머너즈 길드에 쌓아놓았다. 서머너즈 길드엔 소울의 몫으로 이미 억 단위의 큐브코인이 쌓여 있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정현이 말했다.
“성유나 능력자가 트롤을 모두 테이밍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요.”
성유나에게는 숲의 요정 드라이어드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능력과 함께 D급의 테이밍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의 노력으로 테이밍 능력이 C급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자 결국 트롤들을 모두 테이밍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큐브 안에서 트롤 떼가 몬스터를 학살하러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실 겁니다.”
트롤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오십여 마리나 된다.
매일 피를 뽑으면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가서 먹이를 주고 테이밍 능력을 발휘하니 테이밍이 안될 수가 없었다.
‘성유나가 의외로 무식한 면이 있네?’
소울은 성유나가 트롤 떼를 지휘하며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트롤들에게 먹이를 대느라 서머너즈 연구소의 직원들이 아주 고생이 많았는데 이제는 성유나 능력자 파티가 트롤 떼를 필드로 한 번씩 데리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확 줄었네요.”
유정아가 고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한민국 능력자천국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습니까?”
소울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정색을 했다.
능력자천국 프로젝트는 소울과 서머너즈 길드에서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는 전 국민 능력자 만들기 프로젝트다.
물론 이것은 서머너즈 길드와 대한민국의 능력자 관련 산업 장기 독주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나온 전략으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실업자가 없게 만들려는 소울과 안천수 대통령의 부국강병의 의지가 맞아 떨어져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관련법규는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시행령을 손보고 있습니다.”
“디데이는 언제인가요?”
“1주일 뒤입니다.”
“으음.”
소울은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보다 무척 진행속도가 빨랐다.
문제는 전 국민이 능력자가 된다고 해도 다 들어갈 큐브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능력자들이 모두 개성큐브로 와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큐브가 늘어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상 설정은 어떻게 했습니까?”
“만 18세에서 33세의 대한민국의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빈곤층의 젊은이들에게 20%의 쿼터를 우선 할당했습니다.”
“기득권층의 자제나 친인척은 일단 제외시켰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 가장 마지막에, 그것도 원하는 자에 한해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권력과 금력이 있는 자들이야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아도 웃돈을 줘서라도 알아서 비약을 구해 능력자가 될 것이다.
서머너즈 길드에서 굳이 그런 자들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
“군필자들에 대한 가산점도 적용하셨나요.”
“물론입니다. 군필자들을 최우선 대상으로 놓고 뽑았습니다.”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군복무를 하는 청년들을 잠재적인 예비 성범죄자 수준까지 비하하고 군필자들에게 주던 ‘가산점’까지 빼앗아가는 만행이 벌어졌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소울과 길드 간부들의 의견에 따라 군필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나중에 아무리 항의를 해도 절대 이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재외동포 자녀들은 어찌됐죠?”
“일단 이중 국적자나 미국영주권자들은 제외했고 외국 국적을 포기하는 자에 한해서 다시 검토하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 정도면 완벽하군요.”
“현재 상태에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 더 손을 봐야합니다.”
“그거야 당연한 얘기죠.”
소울은 나인권의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직 서머너즈 길드와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큐브가 없고 큐브에서 나오는 비약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조만간 대한민국에는 능력자들이 넘쳐날 것이다.
그것은 곧 능력자들의 해외진출을 여는 포문이 될 것이고, 전 세계의 몬스터 필드가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의 터전이 될 것이다.
그 최선봉에 서머너즈 길드의 깃발이 나부끼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미 연방준비은행의 폐쇄는 어떻게 됐습니까?”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헤일리 대통령이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 저항을 무마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미 중앙은행이 설립됐고 새로운 달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세는 기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생각보다 헤일리 대통령에게 추진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 이제 대한민국에서 미스릴·금·마석 본위제를 실시하면 되겠군요.”
“전면 실시는 힘들 것 가고 일단 개성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 우선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효과가 미미해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로 빠르게 확대되는 것이 제일 좋은 시나리오에요.”
미스릴·금·마석 본위제는 당장 대한민국의 통화인 원화를 대체할 수 없다.
다만 빠르게 기축통화 역할을 맡길 수는 있었다.
“그러려면 역시 각국에 서머너즈 길드의 지부가 있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단 각 대륙과 G20 국가를 중심으로 환전소를 운영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 전 세계로 확대시키도록 합시다.”
소울은 로칠드 가문을 비롯한 세계를 암중으로 지배하던 금융가문들의 야욕을 절대로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의 근원인 미 연방준비은행의 계속된 독주를 좌시하지 않다.
세계를 지배하던 금융가문들의 근본적인 힘을 빼앗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가 미 연방준비은행의 국영화이고 두 번째가 대한민국의 미스릴·금·마석 본위제이다.
이게 성공하면 금융가문들이 가지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은 곧 숫자에 불과해진다.
새로운 통화로 바꾸려면 반드시 흔적이 남게 되고 이것은 곧 천문학적인 상속세 폭탄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 그들은 아마 똥줄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대한민국의 화폐는 자연스럽게 기축통화가 된다.
미스릴·금·마석 본위제로 인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신뢰성을 가지게 되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나라의 화폐도 기축통화가 될 수 없다.
이제 얼마 후면 실물화폐가 수 세기만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앞으로 컴퓨터 안의 숫자만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떼돈을 벌어, 피땀 흘려 노력해서 돈을 버는 노무자들의 의욕을 죽이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를 설립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일단 구호단체를 둘로 나누려고 합니다. 가칭 소울 재단과 서머너즈 재단으로 나누려는 이유는 구호단체의 설립목적을 분명하게 하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소울 재단은 개인의 구호, 서머너즈 재단은 빈국의 구호인가요?”
“정확합니다.”
“본부는 개성에 두겠죠?”
“그렇습니다. 재단 설립이 마무리 되는대로 소울 재단은 기아 퇴치와 에이즈 퇴치, 의식주 해결에 중점을 두고 서머너즈 재단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대 몬스터 장벽을 건설해주고 몬스터의 퇴치와 재정지원에 중점을 주려고 합니다.”
“감독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군요.”
소울 깍지를 끼면서 담담하게 말하자 회의실에 있는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몇 가지 새롭게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그때 김영신 사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말씀하세요.”
“마스터를 공격했던 주한미군을 돕고 마스터를 구하러 가지 못하게 교묘하게 방해를 한 자들의 정체가 파악됐습니다.”
“네? 그게 누굽니까?”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가 은밀하지만 아주 악랄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증거를 포착했습니다.”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가요?”
소울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김영신은 즉시 준비한 증거자료를 돌려서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모두 증거자료를 살펴보자 모두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를 절대 가만히 둬서는 안 되겠다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 전체를 날려버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이지요. 두 길드의 마스터를 비롯한 간부들만 따로 은밀하게 제거하세요.”
“알겠습니다.”
“우리에게 등에 칼을 꽂으려는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집안으로 쳐들어와서 창을 휘둘러 댈 겁니다. 뿌리까지 확실히 잘 뽑아버리세요.”
“네, 마스터.”
김영신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소울의 명령에 답했다.
소울 디펜스 특작부대가 이미 준비를 마치고 대기상태에 있었다.
이제 허락이 떨어졌으니 피의 보복을 해야 할 시간이다.
“민세경의 가족들을 도와주는 문제는 어떻게 됐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챙기고 있으니까요. 그 문제는 굳이 이 자리에서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유정아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민세경이 죽고 난 후, 그녀의 가족을 도와주고 아버지의 병을 치료해주는 문제는 공적인 자리에서 거론할 일이 아니었다. 괜히 소울이 이 일에 집착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초장에 딱 선을 그어버리고, 자신이 직접 이 일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다시 거론하지 않고 전권을 유정아 고문에게 맡기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울도 유정아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거론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보다 큐브에 물건을 팔 수 있게 됐습니다.”
“네?”
“큐브에 물건을 등록을 하면 큐브코인을 준다는 말입니다.”
“그것 잘 됐군요?”
이 말은 이제 지구에서도 특산품을 만들어 큐브를 통해 전 우주적인 무역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와 같았다.
엄청난 정보였다.
하지만 당장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통할만한 상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런데 지난번에 포로들에게서 얻은 능력을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나 소울 디펜스의 대원에게 전이해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도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뛰어난 충성심 있는 능력자와 대원을 선정해주시면 전이해드리겠습니다.”
두보환 보안부장은 소울이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 잠재력이 있고 뛰어난 충성스런 소울 디펜스 대원들을 미리 뽑아 놓았다.
어차피 미국의 A클래스와 B클래스의 능력자들에게 거저 빼앗은 능력이다.
까뮤를 통해 전이를 한다면 클래스 다운이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잘하면 B클래스와 C클래스의 능력자를 수십 명이나 뽑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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