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6 제 104 장 - 함정 =========================================================================
소울은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고 대신 대도(大刀)를 들었다.
동굴의 폭이 좁으면 검이 좋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지자 이제는 리치가 긴 대도를 휘둘러도 문제없었다.
[본, 가자.]
[예스, 마이로드.]
지금부터 폭랩을 하리라 작정을 했다.
여전히 듬직한, 아니 약간은 허접해진 본이 동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때부터 동굴 안에서 때 아닌 임프의 학살이 시작됐다.
촤악, 촥, 빠각!
캬르락, 크위이익, 컥!
본은 동굴 중앙에 뼈방패를 들고 서서 달려드는 임프를 막았다.
그 뒤에서 소울은 대도를 휘두르며 양쪽 옆으로 튀어 나오는 임프를 무참히 도륙했다.
대가리가 잘린 놈, 얼굴이 반으로 쪼개진 놈, 사타구니까지 아예 일자로 잘린 놈, 허리가 잘려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노는 놈, 징이 박힌 가죽 전투화에 얼굴이 뭉개진 놈, 심장에 구멍이 난 놈, 산채로 대가리가 뽑힌 놈…….
정말 임프들은 오늘 다양한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공포에 몸을 떨어야 했다.
본은 몇 번이나 뼈방패가 부서지고 몸이 박살났다가 다시 합체됐다.
근력과 민첩이 뛰어나지 않은 임프라서 물리공격에 대한 방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임프의 주특기인 다크볼에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아직 대 마법방어력과 대 속성저항력이 충분하지 못한 본은 속절없이 한 번씩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나야했다.
-임프의 수정 3개를 흡수하셨습니다.
-임프의 수정 1개를 흡수하셨습니다.
-임프의 수정 2개를 흡수하셨습니다.
소울은 임프를 잡아 죽이면서 끊임없이 임프의 수정을 챙겨 흡수했다.
하지만 아직도 레벨업이 됐다는 알림음은 들리지 않았다.
‘백오십 마리도 더 넘게 잡아 죽인 것 같은데 아직도 레벨업이 안되네. 이백 마리는 채워야 레벨업을 하려나? 임프의 정수가 떨어지는 확률이 반도 안 되니 이거 야 원…….’
마음속으로 탄식을 하면서도 그의 대도는 멈추지 않는다.
임프들은 동료들이 죽으면서 내는 비명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끊이지 않고 꾸역꾸역 기어 나와 소울과 본을 공격했다.
얼마나 임프를 베었는지 대도의 날이 다 뭉툭해진 것 같다.
-임프의 수정 5개를 흡수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레벨업 알림음이 터졌다.
전투중이라 당장 상태창을 보지는 못하고 일단 주변의 임프들을 마저 처리해야 했다.
[레벨업을 했으니 뒤로 좀 물러나서 쉬자.]
[예스, 마이로드.]
무한 스태미나를 자랑하는 언데드 스켈레톤과는 달리 소울은 사람이라 이미 많이 지쳐있었다.
레벨업이 되면서 어느 정도 스태미나가 차올랐지만 그렇다고 소모된 정신력까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상태창!’
동굴 중간에 있는 안전지대로 물러난 소울은 즉시 상태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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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소울넷 상급 인터페이스·리콜 모드(메시엘)
이름: 이소울
칭호: 풋내기 히어로(근력+1)
등급: 최하급 히어로
직업: 샤를의 히어로
카르마: 101
싱크로율: 0.1%
스피어 레벨: 1
스피어 경험치: 3.5%
스탯: 근력 21(20+1), 민첩 22, 체력 19, 지혜 23, 소환력: 25
보유 스탯: 5
리콜스킬: 소환 - 본
소울넷 포인트: 1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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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 레벨이 1로 오르자 여유 스탯이 5개가 생겨났다.
스탯 칸에도 새로운 스탯인 소환력이 나타났다.
소울은 보유한 스탯 5개를 일단 소환력에 전부 투자했다.
소환력 스탯이 30이 됐다.
‘카르마가 100에서 1개 올라 101이 됐네. 레벨이 올라서 오른 건가? 아니면 그동안 죽인 임프로 인해서 올라간 건가? 이것도 나중에 한번 알아봐야겠군.’
싱크로율은 0.1%로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경험치를 살펴보니 레벨이 오른 후 흡수한 임프의 정수 7개에 3.5%가 올랐다.
이 말은 임프의 정수 하나 당 0.5% 가 오르니 이제는 임프의 정수가 200개는 있어야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거 생각보다 되게 빡세네?’
확실히 본신의 성장에 비해 성장속도가 지나치게 느렸다.
[마이로드, 드디어 제가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 잘됐다. 스켈레톤 몇이나 소환이 가능한데?]
[하나입니다.]
[에게, 겨우?]
소울은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자신의 스피어 레벨이 이제 겨우 1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소환개체수가 빠르게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하나 있습니다.]
[뭔데?]
[이제 아이템을 찰 수 있게 됐습니다.]
[무슨 뜻이지?]
[아이템을 제 것처럼 흡수할 수도 있고 이미 아이템 화(化) 한 네크로멘서를 찰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 그럼 얼른 네크로멘서를 착용해.]
[예스, 마이로드.]
아이템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절대 그 효과가 작지 않다.
당장 쉽게 부서지는 뼈검과 뼈방패 대신 정예병사가 사용하는 강철검과 강철방패를 들고 싸울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곧바로 공격력과 방어력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리 아이템 화(化) 한 네크로멘서를 착용하는 것도 굉장했다.
본이 선택한 네크로멘서는 본아머의 모양으로 바뀌어져 있어 착용하는 그자체로 방어력이 급상승했다.
또한, 네크로멘서가 가지고 있는 소환력의 일부를 사용할 수도 있어서 당장 스켈레톤을 하나 더 소환할 수 있었다.
[마이로드, 스켈레톤 둘을 더 소환했습니다.]
[수고했다.]
본과 소울 그리고 본이 소환한 스켈레톤 둘을 합치면 총 넷이 된다.
본과 소울 단 둘이 전투를 할 때와 소울과 본을 포함한 스켈레톤 셋이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군.’
소울은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뒤를 경계했다.
샤를이 뭔가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 뒤가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이 된다.
뒤쪽에 스켈레톤 하나를 배치해놓으면 뒤에서 기습을 당할 염려는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본,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좋습니다. 마이로드.]
소울이 즐겁게 물어보자 본도 시원스럽게 대답을 한다.
소울과 본 그리고 스켈레톤 둘, 총 넷은 다시 임프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촤악, 촥, 빠각!
캬르락, 크위이익, 컥!
도대체 몇 마리나 죽였을까?
모르긴 해도 수백 마리의 임프를 잡아 죽였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임프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이 잡아서 아예 씨가 마른 것일까?
더 이상 임프를 사냥하는 것은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소울은 마른 천으로 대도에 흐르는 피를 닦아 어깨에 걸치고는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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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소울넷 상급 인터페이스·리콜 모드(메시엘)
이름: 이소울
칭호: 풋내기 히어로(근력+1)
등급: 최하급 히어로
직업: 샤를의 히어로
카르마: 103
싱크로율: 0.1%
스피어 레벨: 3
스피어 경험치: 12.5%
스탯: 근력 21(20+1), 민첩 22, 체력 19, 지혜 23, 소환력: 40
보유 스탯: 0
리콜스킬: 소환 - 본
소울넷 포인트: 1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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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을 3 까지 끌어올리면서 받은 스탯은 모두 소환력에 몰빵했다.
현재 소환력은 40.
덕분에 본은 스켈레톤을 셋이나 소환하게 됐다.
아이템화 한 네크로멘서도 셋이나 착용해서 보너스로 스켈레톤 셋을 더 소환할 수 있었다.
소울의 앞에는 본을 제외하고도 이제 스켈레톤이 여섯이나 서있었다.
‘이건 나쁘지 않아. 안전하게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야.’
소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본의 고개가 동굴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마이로드, 누군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흐음, 드디어 시작이군. 본과 스켈레톤은 모두 땅속으로 은신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여섯은 즉시 땅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소울은 품속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는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봉지들을 꺼내 갑주의 곳곳에 걸어 놓았다.
스스슷 스스슷 스스슷!
[도착했습니다.]
본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두운 동굴 안이 환해지며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발광석 같은 것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소울은 동굴의 중앙에 떡 하니 버티고 서서 당당하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누구냐?”
소울의 말에 의외라는 듯 검은 로브를 쓴 여섯 명의 사내들은 로브의 머리 부분을 벗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소울은 안중에 두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흐음, 이번엔 제대로 구했어.”
“히어로가 맞네. 달콤한 피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확실하다.”
“이거 정말 군침이 돈다.”
“서두르지 마라.”
“전과 같은 실수를 벌여선 안 돼.”
“돈을 쓴 보람이 있네.”
소울은 로브를 입고 있는 여섯 명의 사내를 자세히 살펴봤다.
얼굴이 창백하고 날렵한 몸매에 걸음걸이가 가벼운 자들이다.
눈은 어둠을 빨아먹을 것처럼 소름끼치게 검은 빛으로 반짝였고 입술은 피처럼 붉다.
‘이런 좆 됐다. 뱀파이어들이잖아? 샤를, 이 개 같은 새끼가 나를 박쥐들에게 팔아먹었네? 설마 이놈들이 나를 잡아다가 죽을 때까지 피를 빨아먹으려고 그러나?’
본신이라면 살살 데리고 놀면서 하나씩 잡아 사지를 찢어 죽이겠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뱀파이어 여섯을 상대할 능력이 없었다.
아무리 머릿속에 S급의 기술과 스킬이 있어도 기본 신체능력이 바닥이라 도저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해보이고…….
비록 동굴 바닥에 본과 스켈레톤 여섯이 매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전에 박살을 당할 확률이 더 높다.
‘씹어 먹을, 죽어도 절대 혼자는 죽지 않겠다.’
소울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즉시 봉지를 사방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휘익 휙 휙 휙 휙!
팟 파팟 팟 팟!
“으윽, 이게 뭐야?”
“에취!”
“케엑 켁, 케엑!”
“해취! 해에취!”
“아, 눈 매워.”
“이 새끼 뭘 뿌린 거야?”
뱀파이어들은 방심을 하고 있다가 소울이 던진 최루봉지에 당해 눈을 비비고 기침과 재채기를 해댔다.
‘1차 작전 성공.’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즉시 배낭을 열어 이번에는 기름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동굴의 입구 쪽을 중점적으로 사정없이 던지기 시작했다.
휙 휘익 휙 휙 휙!
파삭 쨍강 퍽 파삭 퍽!
벽과 바닥에 맞고 깨진 기름병에서 기름이 쏟아지자 주변은 일순 향긋한 기름 냄새로 가득해졌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기침과 재채기를 정신없이 해대고 있는 뱀파이어들은 미처 기름 냄새를 맡지 못하고 미친 듯이 눈과 코를 비벼댔다.
아무래도 후각을 비롯한 감각이 무척 예민한 놈들이라 최루봉지의 효과는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소울은 조금도 지체 없이 배낭에서 막대기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끝에 달린 끈을 잡아 당겼다.
화악!
순간 화염이 확 일어나 붙으면서 횃불이 타올랐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가 급상승해 빠르게 품절이 되고 있는 신형 횃불이었다.
사람이 죽음을 각오하면 무서워지는 법이다.
소울은 자신의 뒤로 도망가지 못하게 기름병을 던져 놓은 곳에 먼저 불을 붙였다.
그리고 동굴 입구 쪽으로 횃불을 던져 불을 질렀다.
펑 퍼펑 펑!
화르륵 화르륵 화르르륵!
마치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펑펑 소리를 내며 불이 붙었다.
거센 화염이 순간적으로 확 일어나더니 뱀파이어들을 덮쳤다.
“크아악!”
“으아악!”
“아악!”
“케에엑!”
“불이다. 우아악!”
뱀파이어들은 몸에 붙은 불을 보자 놀라서 마구 이리저리 움직였다.
[본만 빼고 모두 적을 공격해.]
그때 소울이 싸늘하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그도 뱀파이어 하나를 향해 달려가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휘익!
하지만 뒤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불붙은 와중에도 소울의 검을 살짝 피하더니 오히려 날카로운 손톱으로 소울의 상체를 긁어왔다.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살짝 옆으로 비틀거리듯 이동하곤 앞으로 치고나왔다.
그러자 뱀파이어의 팔이 소울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가고 소울이 들고 있는 검은 정확히 뱀파이어의 심장을 쑤셔 박았다.
“크아아아악!
귀청을 긁어대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소울은 심장에 칼을 맞고도 움직이는 뱀파이어를 보며 다음에는 꼭 은이나 미스릴이 섞인 검을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검의 손잡이를 힘껏 오른쪽으로 비틀면서 뺐다.
뱀파이어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고 입에선 피를 마구 게워냈다.
결국 힘이 빠진 뱀파이어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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