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5 제 104 장 - 함정 =========================================================================
“내가 누군지 알지?”
“당연히 알지요. 메시엘을 구원하러 오신 히어로님이 아니십니까?”
“그래. 맞아. 지금부터 사정을 다 얘기해줄 테니까 아이의 어머니의 장례를 잘 치러주고 이 아이 좀 맡아줘.”
“네에?”
에이지는 놀란 눈으로 소울과 카렌을 쳐다봤다.
소울은 에이지가 놀라던 안 놀라던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그리고는 에이지에게 바짝 다가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눈을 보니까 완전히 타락한 것 같지는 않네? 적당히 챙기고 이 아이 잘 돌봐. 내가 수시로 확인하러 올 거야. 나이 먹고 개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내말 똑똑히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에엑? 네,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소울은 마지막으로 에이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살기를 찐득하게 한번 쏴줬다.
그러자 에이지는 몸서리를 치며 뒤로 물러서더니 고양이 앞에 쥐처럼 떨어댔다.
그 모습에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카렌은 눈이 그렁그렁 해진 채 소울을 올려보고 있었다.
“잘 지내라.”
“히어로님의 이름을 가르쳐주세요.”
“나? 그냥 마스터라고 불러.”
“마스터, 마스터, 마스터!”
카렌은 소울의 이름이 마스터인줄 알고 열심히 마스터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오지랖은 여기까지.’
그는 할 일을 마치자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뭐하냐? 안 가고?”
“아닙니다. 가야지요.”
“예, 마스터.”
모카와 라테는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소울의 말에 재까닥 반응했다.
마차는 다시 엔팔의 남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엔팔 남쪽 성문을 빠져나오자 아까 왔던 길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소울과 샤를, 모카와 라테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무표정으로 마차의 흔들거림에 몸을 맡겼다.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트르르르르릉!
엔팔 시(市)의 남쪽, 어느 동굴 앞에 마차가 멈춰섰다.
“마스터, 여깁니다.”
“뭔가 허접해보이네?”
“하하하, 마스터에게는 그리 어려운 탐사는 아닐 겁니다.”
“그렇겠지.”
샤를은 아까와는 달리 한껏 들뜬 표정이다.
얼굴에 자신의 생각이 다 드러나는 귀족이라니…….
소울에겐 이미 샤를은 더 이상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다.
딱 이용당하기 쉬운 얼간이일 뿐이다.
휘익 턱!
가볍게 마차에서 뛰어 내렸다.
갑주를 장비하고 두 손으로 커다란 대도를 들었다.
등에는 작은 배낭을 메고, 옆으로 검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샤를은 소울이 무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도 마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아침에 용병길드에서 큰돈을 주고 고용한 두 명의 용병과 계속 같이 있을 생각이다.
“샤를은 동굴로 같이 안 들어가고 여기 있을 생각인가?”
“네, 그렇습니다. 제가 괜히 같이 가봐야 짐만 되지 않습니까?”
“으음, 뭐 그럴 수도 있겠군.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 한다는 표정을 짓자 샤를은 쾌재를 불렀다.
“그럼 저는 여기 용병들과 있을 테니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지.”
“네, 다녀오십시오.”
모카와 라테가 허리를 90도 각도로 꺾으며 조폭처럼 인사를 했다.
소울은 그렇게 쿨 하게 샤를과 헤어져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저벅 저벅 저벅…….
동굴 안에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울려 퍼진다.
오랜만에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기분이다.
신체 능력이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을 걷자 절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본 소환!]
[부르셨습니까? 마이로드.]
본이 스켈레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왼손에는 뼈방패 오른손에는 뼈검을 들고 있는 해골바가지의 모습이다.
소울은 왠지 웃음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초창기 때의 본의 모습이었다.
[마이로드, 죄송합니다. 제가 이 정도밖에는 안됩니다.]
[죄송하긴 뭐가? 내가 약해서 네가 이렇게 나온 것을…….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오랜만에 둘이서 폭랩이나 해보도록 하자.]
[예스, 마이로드.]
능력과 형태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본의 사고까지 제한을 할 수는 없었나 보다.
소울은 그나마 본과 이렇게 의지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었다.
[임프의 냄새가 납니다.]
[임프? 그럼 이 동굴에 임프가 산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건 틀림없는 임프 냄새입니다.]
임프는 최하급 마수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무시했다가 다크볼에 맞으면 많이 아프다.
소울은 임프가 나온다고 하자 대도를 등에 메고 대신 검을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소형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대도보다 검이 편하다.
달그닥 달그닥 달그닥
저벅 저벅 저벅…….
굳이 말을 안 해도 본이 앞장을 섰다.
매끈한 그의 뼈다귀가 인(燐)으로 인해 도깨비불처럼 반짝이고 있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이런 동굴에서 본의 해골과 뼈다귀에서 나오는 정도의 빛이면 등불이나 마찬가지다.
키릭키릭!
카득카득!
임프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본이 고개를 돌려 소울을 쳐다보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은 방패를 위로 살짝 치켜들더니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아직까지는 초입이라서 그런지 일자형 동굴이다.
동굴을 따라 계속 걸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초등학생만한 임프 네 마리가 모여 뭔가를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두운 동굴이었지만, 임프들의 두 눈에서 나오는 붉은 광채는 충분히 자체조명 역할을 했다.
달그닥 달그닥 달그닥!
본이 임프를 향해 달려가자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임프 네 마리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본을 쳐다봤다.
스켈레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그들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릭키릭!
카득카득!
임프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위기만 봐도 지금 이 동굴에 스켈레톤이 어떻게 나타났을까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촤악!
본의 뼈검이 대각선으로 휘둘러졌다.
임프 한 마리의 얼굴이 뼈검의 움직임을 따라 그대로 잘려나갔다.
카라락 카칵!
카라락 카락!
그제야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임프 세 마리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 놈은 즉시 본의 좌우로 움직였고 나머지 한 놈은 가만히 서서 한 손에 다크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손바닥 안에 야구공만한 회색의 구름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붉은 빛이 거세게 타올랐다.
촤악!
케엑!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손톱으로 본을 공격하려던 임프 한 마리의 허리가 본의 뼈검에 의해 단숨에 잘려나갔다.
촤아악!
동시에 왼쪽에서 본을 공격하려던 임프 한 마리의 옆구리가 길게 잘려나갔다.
소울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베어버린 것이다.
남은 것은 한 마리!
하지만 이 한 마리의 손에서 다크볼이 날아오고 있었다.
본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소울을 향해 날아가는 다크볼을 뼈방패로 막았다.
쾅!
생각보다 폭음이 컸다.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말이 된다.
소울은 본의 방어동작을 보자 그대로 본의 몸을 우회해서 마지막 남은 임프를 향해 돌진했다.
임프는 놀라서 날카로운 손톱이 있는 두 손을 들어 소울을 할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임프의 가슴에 소울의 검이 거침없이 박혀 들어왔다.
캬라락! 크웩!
고통에 찬 비명을 흘리며 임프가 쓰러졌다.
푸쉬쉬쉬쉬쉭!
죽은 임프의 몸이 검은 재로 변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임프의 몸에서 미약한 기운이 새어나와 소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소울은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봤다.
하지만 워낙 미량의 기운이라서 그런지 상태창에 변화는 없었다.
푸쉬쉬쉭 푸쉬쉭 푸쉬쉬쉭!
남은 세 마리의 임프의 몸도 검은 재로 변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의 몸에서도 역시 미약한 기운 같은 게 빠져나와 자신의 몸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 몬스터를 죽이면 뭔가 기운이 몸으로 스며드네. 이게 성장의 발판이 되는 건가? 아니면 쌓이고 쌓여서 카르마나 싱크로율에 변화를 주는 건가? 나중에 리콜도우미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직관적으로 이런 현상을 보여주니 나쁘지 않군.’
소울은 검을 허공으로 한번 세게 휘둘러 임프의 피를 털어냈다.
“후우, 후우!”
겨우 임프 네 마리를 상대했는데도 숨이 거칠어지고 이마에서 땀이 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임프 네 마리 중에 두 마리는 본이 처리했다.
자신은 기습으로 한 마리를 처리하고 다크볼을 날린 마지막 놈만 상대했다.
보급형 리콜아바타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본을 쳐다봤다.
잿더미로 변한 임프의 잔재를 뒤지며 열심히 전리품을 수거하고 있다.
성실한 녀석 같으니…….
이 맛에 소환사라는 직업을 쉽게 버릴 수 없나보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까 임프들이 뜯어먹고 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뇌에 커다란 구멍이 나있고 가슴과 배가 세로로 쪼개져 안이 텅 비어있는, 끔찍한 모습의 시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행자가 아닌가 싶다.
밖에서 납치를 당했는지, 멋모르고 동굴로 들어와 변을 당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임프들은 이 여행자 덕분에 뇌와 골수를 빨아먹고 오장육부와 내장으로 만찬을 벌였다.
소울은 죽은 시체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를 숙여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
고개를 들고 몸을 돌리려는데 여행자의 것으로 보이는 배낭이 눈에 띄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이라 좀 찝찝하긴 하다.
그래도 죽은 사람의 원수는 자신이 갚아준 셈이니 챙겨도 괜찮을 듯 했다.
[전리품으로 이게 나왔습니다.]
그때, 본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본의 뼈다귀 손 위에 엄지손톱만한 붉은 수정이 두 개 놓여있다.
그는 본에게 붉은 수정을 받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자 곧 말풍선이 눈앞에 떠올랐다.
-임프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임프의 정수를 흡수하시겠습니까?
붉은 수정이 임프에게 나왔으니 임프의 정수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임프의 정수를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은 놀라웠다.
일단 흡수해보기로 하고 수락버튼을 눌렀다.
사르륵!
순간 그의 손에 있더 임프의 정수가 즉시 소울의 손바닥을 녹아들었다.
-임프의 수정 2개를 흡수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메시엘 행성에서 최초로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메시엘 스피어에 접속하셨습니다.
-메시엘 스피어를 통해 레벨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소울은 깜짝 놀라 상태창을 열어봤다.
놀랍게도 예전의 상태창과는 많이 다른 것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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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소울넷 상급 인터페이스·리콜 모드(메시엘)
이름: 이소울
칭호: 풋내기 히어로(근력+1)
등급: 최하급 히어로
직업: 샤를의 히어로
카르마: 100
싱크로율: 0.1%
스피어 레벨: 0
스피어 경험치: 2%
스탯: 근력 21(20+1), 민첩 22, 체력 19, 지혜 23
보유 스탯: 0
리콜스킬: 소환
소울넷 포인트: 1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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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콜 모드에 메시엘 행성의 이름이 떴다.
스피어 레벨과 경험치가 나타났고, 보유 스탯이 뜨는 것을 보니 레벨업을 하게 되면 스탯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스피어 레벨이 0 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 넘어갔다.
하지만 스피어 경험치를 확인하면서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피어 경험치 2% 면 임프의 정수 2개를 흡수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럼 레벨업을 하려면 앞으로 임프의 정수를 98개나 흡수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레벨업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초반에는 아주 쉽다.
물론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초반도 아니고 극초반의 시작하는 단계에서 레밸업을 위해 임프의 정수 100개를 흡수해야한다면 이것은 꽤나 박한 경험치가 아닐 수 없다.
‘이거 어째 현질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는 점점 리콜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지 참 의심스러워졌다.
그래도 지금 당장 그에게는 열심히 임프를 잡아서 임프의 수정을 얻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죽은 여행자의 배낭을 들어 그대로 뒤집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나왔다.
뒤적거리다가 그의 눈에 손바닥만 한 지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지도.
지도를 펴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무늬, 그리고 숫자가 가득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지도지?’
그냥 버리기에는 뭔가 있어 보이는 지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일단 투구를 벗어서 머리보호대 안쪽에다 지도를 잘 챙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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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끝내 3연참을 하고 가는군요. 아낌없이 추천 쾅쾅쾅! 좀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