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12화 (412/492)
  • 00412  제 103 장 - 리콜(Recall)  =========================================================================

    “아, 미안!”

    “아닙니다. 저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같이 던전 탐사를 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던전 탐사?”

    “네, 그렇습니다. 엔팔 남쪽의 동굴에 새로운 던전이 출현했거든요.”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샤를은 소울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면서 좋아했다.

    던전이란 말에 소울은 혹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몸 상태로는 좀 무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좀 그렇고 나 잠깐 귀환 좀 하면 안 될까?”

    “네, 지금 귀환하시면 언제 오시려고요?”

    “뭐 점심때까지 오면 되지 않겠어?”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그럼 점심 먹고 기다리고 있어. 그때까지 시간 맞춰서 올게.”

    “네, 알겠습니다. 지금 귀환하시겠습니까?”

    “응.”

    샤를은 소울의 요구에 당장 소환해제를 외쳤다.

    “소환해제!”

    소울의 눈앞에 말풍선이 하나 나타났다.

    -히어로의 소환사가 소환해제를 외쳤습니다. 리콜펜타곤으로 귀환하시겠습니까?

    그는 당연히 수락했다.

    소울의 몸이 즉시 고운 입자처럼 부서져 하늘로 날아올랐다.

    스팟!

    소환해제를 수락하고 눈 깜짝할 시간이 지나자, 소울은 리콜펜타곤 중앙에 서있는 자신의 본체로 돌아왔다.

    두 주먹을 쥐자 미증유의 거력이 샘솟았다.

    사실 메시엘 행성에서 그가 원했던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로 이 느낌이었다.

    자신의 보급형 리콜아바타가 가지고 있는 쥐뿔같은 능력과는 감히 비교조차 불가능한 능력이었다.

    “제길, 미리 알았다면 리콜아바타를 고급형으로 샀을 텐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리콜아바타를 보니 참으로 허접해 보인다.

    그는 술에 찌든 리콜아바타를 보자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샤를이 준비해둔 갑주를 걸치고 무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메시엘 행성에서 얻은 것은 이동이 가능한 모양이다.

    “까뮤 소환!”

    “네, 부르셨어요?”

    소울이 까뮤를 소환하자마자 까뮤가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의 숯검정덩어리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내 아바타 몸 상태를 최상으로 해줘!”

    “네, 주인님.”

    까뮤는 리콜아바타를 향해 정화, 클린, 해독 스킬을 비롯하여 각종 버프를 퍼부어댔다.

    그러자 리콜아바타의 피부에서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푸티나, 본, 렉시, 모두 나와라. 우리 지금부터 회의 좀 하자.”

    “예, 주인님.”

    “예스, 마이로드.”

    “빠아!”

    푸티나, 본, 렉시가 차례로 나타났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면서 회의를 하려고 하자 괜히 배가 출출했다.

    “까뮤, 나 배고픈데 먹을 것 좀 줘.”

    “배가 고픈 것은 리콜아바타가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나도 배가 고파.”

    “그럴 리가 있나요. 시간을 한번 확인해보세요.”

    “억, 정말이네.”

    소울이 메시엘 행성으로 리콜 되어 간 시간이 거의 하루가 다 됐다.

    하지만 현재의 시간을 확인하자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리콜도우미, 나와라!”

    -네, 부르셨어요?

    “내 시간과 리콜로 간 메시엘 시간이 서로 다른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리콜펜타곤과 메시엘의 시간 비율은 1:24 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이소울 유저께서 메시엘에 24시간을 보내시면 리콜펜타곤의 시간이 1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그럼 반대의 경우는?”

    -반대의 경우라면 이소울 유저께서 리콜펜타곤에 있을 때의 시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리콜펜타곤과 원래의 세계에서 24시간을 보내시면 메시엘은 1시간이 흘러갑니다. 이런 특별한 혜택은 소울넷의 리콜시스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마공학 기술로써, 차원의 왜곡현상을 이용한 시공간의 분할을 이용한 기법입니다. 이 원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드릴까요?

    알아듣는 말을 해도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로 들린다. 소울은 굳이 원리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듯 했다.

    “아니. 됐다. 어쨌든 내가 어디로 가서 시간을 보내던지 1:24 의 비율로 시간이 고정된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거면 됐어. 가봐”

    -또 물어보실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세요.

    “알았어.”

    소울은 까뮤가 일깨워준 한마디로 인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게 됐다.

    “까뮤, 고마워.”

    “천만에요.”

    “그래도 기분 상 뭣 좀 먹어야겠다.”

    “그럼 순대볶음 어떠세요?”

    “좋지. 어묵도 좀 꺼내봐.”

    “라면 사리도 넣어드릴까요?”

    “응.”

    리콜펜타곤은 소울로 인해 금방 분식점처럼 변했다.

    자동청소 기능이 있는 리콜펜타곤이라고 했다.

    이 정도 어지럽히는 정도는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메시엘 행성에서 겪은 얘기를 해주자 그의 착한 소환수들은 어떻게 하면 메시엘 행성에서 소환 스킬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국 결론은 본이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말해봐.”

    “힘이 안 되면 물량으로 승부를 보면 됩니다. 다크 배틀리언 안에 네크로멘서가 있습니다. 이 네크로멘서의 능력을 아이템으로 변환시켜 제가 장착을 하면 됩니다.”

    “오오오! 그거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

    네크로멘서가 왜 무서운가?

    죽이고 또 죽여도 끊임없이 몰아닥치는 가공한 물량공세를 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만약 본의 말대로 네크로멘서의 능력을 아이템으로 만들어서 본이 장착할 수만 있다면 부족한 공격력을 물량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뭔데?”

    “제가 메시엘 행성으로 가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템을 제 것으로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땅에 떨어진 방패나 검도 못 집는단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제 아이템으로 변환을 시켜 사용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보면 일정한 레벨 상승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울은 그 와중에도 순대볶음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먹었다.

    “그럼 일단 엔팔로 돌아가서 몬스터 사냥을 해보도록 하자. 얼마나 잡아 죽여야 레벨이 오르는지 확인은 꼭 필요하니까 말이야.”

    “예스, 마이로드.”

    허접한 보급형 리콜아바타이긴 하지만 그래도 히어로이니 몬스터를 잡아 죽인다면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그때 까뮤가 한 마디 했다.

    “힘은 없지만 주변을 감시할 능력은 있으니 저도 가끔 소환해주세요.”

    “그래. 몸을 숨긴 상태로 정찰을 하는 것은 까뮤, 아니 까망이로도 충분하지.”

    까뮤는 소울의 말에 절로 얼굴을 붉혔다.

    소울은 그런 까뮤를 흐뭇한 미소로 쳐다보다가 문뜩 자신의 리콜아바타의 이마로 시선이 갔다.

    “저건 또 뭐야? 리콜도우미!”

    -네, 부르셨습니까?

    “이마의 저건 뭐지?”

    -히어로 크리스털입니다. 히어로의 능력이 어떤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녹색이네? 그것도 아주 옅은……. 설마 그동안 내가 F-급 히어로라고 이마빡에다 붙이고 다녔던 것은 아니겠지?”

    -가리지 않으셨다면 분명히 메시엘 행성의 사람들이 봤을 것입니다. 보통 히어로들은 자신의 소환사를 제외하고는 히어로 크리스털을 함부로 외부인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런!”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샤를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행위도 왜 그랬는지 납득이 갔다.

    소울은 누가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까뮤, 영웅건 같은 것 없어? 이마 좀 가리게.”

    “있어요.”

    까뮤는 소울의 기분이 바닥인 것을 눈치 채고는 얼른 아공간에서 이마에 두르는 비단으로 된 두건을 꺼내 소울의 보급형 리콜아바타의 이마에 씌워줬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외부의 물건은 메시엘 행성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는 규칙이 생각났다. 결국 리콜아바타의 이마에 두건을 씌운 것은 쓸데없는 짓을 한 셈이다.

    소울은 직접 걸어가서 두건을 벗겨버리고 투구의 안쪽에 있는 머리보호대를 조절해서 살짝 이마를 가렸다.

    하지만 무너진 자존심까지 가려지진 않았다.

    ‘이거 뭔가 수를 내야지. 안 되겠네.’

    정보가 부족했다.

    리콜도우미가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소울은 지금 뭘 질문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메시엘로 가서 정보를 수집해야한다.

    다른 히어로를 만나서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

    아니면 어젯밤처럼 병사들과 술을 마시면서 슬쩍 물어보던 것도 나쁘지 않다.

    “메시엘로 가야겠다.”

    결국 소울은 메시엘로 조금 일찍 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의 리콜아바타가 빛에 싸여 사라져갔다.

    * * * * *

    리콜을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소환사의 앞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소울은 일부로 샤를 앞에 나타나지 않고 펍 앞에 현신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해도 되는데 굳이 아침부터 그의 앞에 가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죽상으로 변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어제만으로 충분했다.

    막상 펍 앞에 나타나긴 했지만 갈 데가 없었다.

    아는 곳이라곤 달랑 샤를의 집과 펍 뿐이었다.

    물론 신전이 있긴 했지만 괜히 거길 갔다간 구설수에 오를 것 같았다.

    “갈 데가 이렇게 없네.”

    소울은 할 수 없이 펍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의 펍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다들 오후가 되어야 잠에 깨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일단 2층으로 올라가 수지의 방문을 열었다.

    술 냄새가 훅하고 코로 밀려왔다.

    침대를 보니 수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가려고 하는데 욕실 겸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에요?”

    “수지?”

    “어라? 설마 히어로님?”

    도도도도!

    수지가 홀딱 벗은 몸으로 소울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훌쩍 뛰어서 그의 품에 안겨왔다.

    “헉!”

    수지는 소울의 얼굴에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얼마나 술을 먹어댔는지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그만.”

    “네? 왜요?”

    “너 양치질 했니?”

    “했는데요?”

    “했는데도 술 냄새가 나?”

    “그래요? 하긴 어제 너무 퍼 마시긴 했어요.”

    “이제 좀 내려올래? 무겁다.”

    “호호호, 히어로님, 그거 조크죠? 히어로님이 여자 한명을 들고 무겁다니 말이에요.”

    “야! 조크 아니거든. 진짜로 무거워.”

    “네에?”

    수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려왔다.

    “뭐라도 좀 걸쳐라.”

    “왜요? 좋잖아요?”

    “좋긴. 그거야 밤에나 좋지. 훤한 낮에 다 큰 여자가 홀딱 벗고 있으면 어떻게 해.”

    “여긴 내방인데요?”

    “크흠.”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벗고 있겠다는 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히어로님은 여기 왜 오셨어요? 볼일 다 봐놓고?”

    “볼일을 다 보다니?”

    “어제 저를 그렇게 괴롭히셔놓고 아직도 부족하세요?”

    “엥? 내가?”

    “혹시 기억 안 나세요?”

    “크흠.”

    또다시 헛기침을 해야 했다.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뭔가 화끈하게 즐긴 것은 같은데 진짜 생각이 안나니 좀 억울했다.

    ‘제기랄, 앞으로 메시엘 행성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좀 자제해야겠다.’

    수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벌떡 일어나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 좀 씻고 나올게요.”

    “그, 그래.”

    어쩐지 아침부터 하고 싶어서 온 놈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울은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나 여기 왜 들어왔지?’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다가 ‘정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목적, 아니 대의명분을 찾았으니 이제부터는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창가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건너편에 시장이 서는지 아줌마들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니.”

    수지는 정말 금방 나왔다.

    “뭐 하세요? 저 다 씻었어요.”

    확실히 수지는 지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수지야, 나 그거 급해서 온 것이 아니거든. 정보를 구하려고 왔어.”

    “네? 아이 왜 그러실까? 그냥 솔직히 달라고 하세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히어로님은 언제든지 좋아요.”

    수지가 다 안다는 듯 웃으며 말하자 소울은 다시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수지야, 그 히어로님이라는 말부터 바꾸자. 그냥 마스터라고 불러.”

    “네, 마스터 님.”

    “아니, 그냥 마스터면 돼!”

    “네, 마스터.”

    수지는 말을 참 잘 들었다.

    ============================ 작품 후기 ============================

    * 요새 매일 광참이네요. 아낌없이 추천 찍어주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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