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9 제 103 장 - 리콜(Recall) =========================================================================
빛의 문을 통해 들어온 곳은 펜타곤 모양의 공간이다.
리콜도어(정확한 이름은 나중에 알게 됐지만)를 통해 들어온 리콜펜타곤은 아공간의 일종으로 오로지 구매한 당사자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리콜펜타곤은 지름 10m, 높이 10m의 공간으로 리콜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고 있다.
다섯 개 면에는 각각 하나씩의 문이 존재했고 그 중 두 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뒤쪽을 보자 자신이 나온 곳이 분명하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하학적인 도형이 그려진 문 위에 ‘메시엘’이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니 리콜 되어 갈 장소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닮은 아바타가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말 자신을 꼭 닮은 꼴이다.
심지어는 사타구니 사이의 남성의 상징까지 빼다 박은 것 같다.
“소울넷 포인트를 겁나게 잡아먹더니만 만들기는 진짜 똑같이 잘 만들었네.”
그는 감탄을 하며 아바타의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일일이 만져보았다.
마지막으로 남성의 상징도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기분이 좀 묘하긴 하다.
그래도 눈앞에 서 있는 이 리콜아바타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니 신중하게 확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리콜스킬을 구매하셨다면 보유하고 계신 스킬을 지정하시면 됩니다. 지정하실 수 있는 스킬은 한 개입니다.
그가 혼잣말을 하자 리콜펜타곤에서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누구지?”
-전 리콜을 도와주는 도우미입니다.
“그럼 뭐든지 물어봐도 되겠군?”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리콜 절차 외의 질문은 반드시 리콜 대상자가 직접 질문을 하셔야 대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도움은 주겠지만 리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응용은 본인이 생각하고 궁리해야할 몫이라는 얘기다.
친절하다면 친절하고, 불친절하다면 더럽게 불친절한 도우미다.
어찌됐던 기본적인 리콜 절차는 리콜도우미가 알아서 해줄 것이고 궁금한 점은 차차 하나씩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럼 리콜 절차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줘!”
-네, 리콜을 하려면 먼저 소울넷의 유저 등급이 반드시 상급 유저 이상이어야만 가능합니다. 리콜펜타곤과 리콜아바타를 구매하는 것은 필수며 리콜스킬을 구매하는 것은 옵션입니다.
“혹시 리콜스킬을 여러 개 구입하면 스킬도 여러 개를 가져갈 수 있는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단 한가지의 스킬만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는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인가?”
-질문의 요지가 정확하지 않아 답변이 곤란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은근히 부아가 난 소울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러자 리콜도우미가 알아서 판단을 하고는 리콜 절차에 대한 설명을 이어서 했다.
-리콜스킬을 선택하신 후에는 저에게 말씀하시면 바로 리콜을 시켜드립니다.
“리콜아바타로 내 영혼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겠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만 비슷합니다.
“으음.”
-주의하셔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리콜아바타는 본신의 능력을 100% 가지지 못합니다. 무리하게 본신의 능력을 발휘하려고 하면 내구성에 심각한 손상이 옵니다. 심하면 당연히 부서지거나 붕괴됩니다.
소울은 리콜아바타를 구매할 때 꽤 많은 소울넷 포인트을 투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쉽게 부서진다니 좀 황당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약하다는 말이야?”
-리콜아바타를 구매하시는 순간, 대상자의 DNA를 이용해 마법으로 복제인간을 만든 것이 리콜아바타입니다. 당연히 본신의 능력이 들어 있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는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 보다는 월등한 신체능력이라면 대략 어느 정도나 되지?”
-절대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성인의 10배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성인 10명과 싸워서 이긴다는 뜻이겠지?”
-정확한 표현입니다.
“으음.”
자신의 DNA를 이용해 마법으로 복제인간을 순식간에 만들어낸 점은 정말 놀랄만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보유한 능력을 가져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실망스러웠다.
성인의 10배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다.
말만으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별 볼일 없는 프로복서라도 성인 10명쯤은 충분히 때려눕힐 수 있다.
성인이 가지고 있는 근력이나 민첩의 10배라면 모를까 성인의 10배의 전투력을 가진다는 말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과 같이 모호한 표현이다.
그러니 자신의 아바타의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직접 메시엘 행성에 가봐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리콜아바타는 성장형입니다. 메시엘 행성에서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좋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망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울넷 포인트를 투자하신다면 고급형 리콜아바타로 처음부터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시작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랄!”
소울은 리콜도우미의 말에 욕부터 나왔다.
리콜아바타 중 가장 저렴한 보급형 아바타인 지금의 아바타를 구매하는데도 30만이라는 막대한 소울넷 포인트가 들어갔다.
그런데 고급형 리콜아바타를 구입하라니…….
그는 리콜도우미의 말에 어쩌면 리콜이라는 것은 소울넷 포인트가 차고 넘치는 상위 지성체들이 심심해서 돈지랄, 아니 포인트 갑 지랄을 해대는 유희의 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됐다.
-아바타는 총 3개까지 구입이 가능합니다. 현재 보유하신 보급형 보다 고급형은 실버형, 골드형, 로얄형, 세 가지가 있습니다. 고급형을 보시겠습니까?
“됐다. 나중에 보자.”
안 봐도 대충 기억이 났다.
보급형 30만p, 실버형 60만p, 골드형 90만p, 로얄형 120만p!
리콜아바타는 징그럽게 소울넷 포인트를 많이 잡아먹는다.
-언제든지 원하신다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보급형으로는 유희를 하는데 다소 불쾌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점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리콜스킬을 선택해주십시오.
이제 소울의 귀에는 리콜도우미의 말이 세일즈 업계에서 10년 이상 굴러 잔뼈가 굵은 세일즈맨의 말처럼 들려왔다.
소울은 살짝 인상을 쓰며 자신의 스킬 하나를 리콜스킬로 지정했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스킬이 존재했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것은 역시 소환 스킬이었다.
‘리콜을 하는데 소환스킬을 지정하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군. 하지만 마땅히 지정할만한 스킬이 없다.’
소울의 고심과는 달리 리콜도우미는 소울이 리콜스킬을 지정하자 곧바로 다음 절차로 넘어갔다.
-리콜스킬에 지정된 스킬은 ‘소환’입니다. 맞습니까?
“맞아.”
-그럼 이제 리콜을 실행하시겠습니까?
“그래.”
-안드로메다 은하계의 메시엘 행성으로 리콜을 시작합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잠깐!”
-네?
“내 리콜아바타는 홀딱 벗고 있잖아? 이대로 리콜을 하면 어떻게 해.”
-처음이라서 잘 모르셨군요. 메시엘 행성으로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보시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럼 유익한 여행이 되시기를…….
화아아악!
소울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리콜펜타곤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환한 빛이 터져 나오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의 영혼이 어디론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깜빡!
눈을 떠보니 리콜펜타곤의 중앙에 자신(본체)이 눈을 뜬 채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돌리자 기하학적인 도형이 그려진 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자신(리콜아바타)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소울은 굳이 그 힘에 대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몸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곧 자신의 리콜아바타가 부드럽게 문에 빨려 들어갔다.
번쩍!
그의 몸이 기하학적인 도형이 그려진 문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다시 한 번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가 사라진다.
리콜펜타곤에 서서히 빛이 사라져갔다.
리콜아바타는 사라지고, 중앙에는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소울의 본체만 오롯이 남아있다.
* * * * *
리콜로 인한 눈부신 빛 때문에 눈을 꾹 감았다가 뜬 순간, 자신은 이미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세상에 도착해있는 것을 깨달았다.
깜빡깜빡!
눈을 깜빡거렸다.
다행히 빛 때문에 눈이 멀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여긴 어디지?’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자 그는 곧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신전이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거대하고 새하얀 기둥들이 주변을 빙 둘러 세워져있다.
고개를 숙여보니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裸身)의 모습으로 신전의 중앙에 서 있다.
다행인 것은 이곳이 온천이라도 되는 양, 바닥에서 뜨거운 김이 계속해서 솟구쳐 올라 부끄러운 모습을 감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와아아아아!
“히어로가 소환됐다.”
“어서 들어가서 이리 모시지 않고 뭣들 하느냐?”
가만히 들어보니 어디선가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도도도도도!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신전의 신녀들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혹시라도 자신의 치부가 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신기하게도 목 아래쪽은 하얀 김으로 인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메시엘에 오신 히어로를 환영합니다.”
소울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모를 때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진리를 그는 이미 오래전에 터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 신녀 중 하나가 고개를 살며시 들더니 다른 신녀들에게 눈짓을 한다. 그러자 신녀들은 조심스럽게 소울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하얀 튜닉을 입혀주고, 역시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가죽신을 신겨준다.
일행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신녀가 소울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쪽 방향을 향해 손짓을 한다.
그 정도면 소울도 무슨 말인지 알아먹었다.
그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 나갔다.
신전 밖을 나가자 하얀 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제들이 보인다.
화려하고 고급스런 복장을 한 귀족과 거상으로 보이는 자들도 모여 있었다.
“메시엘에 오신 히어로를 환영합니다.”
“…….”
나이가 아주 많은 사제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오자 소울은 가만히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히어로께서는 누구의 소환에 응하셨습니까?”
늙은 사제가 조심스럽게 묻자 소울은 자신이 선택한 리콜 목록에서 본 이름을 얘기해줬다.
“샤를 몽통!”
“아! 샤를 몽통 남작님의 히어로로 오셨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생전처음 듣는 말인데 신기하게도 다 알아 들을 수 있다.
아바타에 통역마법이라도 걸어 놓은 모양이다.
신기한 것은 말 뿐만이 아니라 글도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역시 마법은 위대하다.
늙은 사제는 총총 걸음으로 샤를 몽통이라고 짐작 되는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자 샤를 몽통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는 소울을 향해 전력질주를 다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려오던 샤를 몽통은 소울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갑자기 달리는 것을 멈추고는 천천히 걸어온다. 그 짧은 사이에 심경에 무슨 변화라도 있나보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나중에 가서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확 찌그러트리고 있다.
“반갑습니다. 히어로 님.”
“그래 반갑다.”
소울은 샤를 몽통이 자신의 얼굴을 자꾸만 훔쳐보면서 인상을 쓰자 절대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히어로님의 성함을 여쭤보아도 될까요?”
“난…….”
소울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굳이 자신의 이름을 메시엘 행성에 알릴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나를 마스터라 불러라.”
“마스터!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
일단 자신을 마스터라고 부르게 한 소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소울과는 달리 샤를의 표정은 아까부터 계속 죽상이다.
“왜 인상을 쓰고 있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가?”
“아, 아닙니다. 제가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 일단 제 집으로 가시지요.”
“그러자.”
소울은 샤를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의 귀에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3 연참 입니다. 추천 쾅쾅쾅! 부탁해요.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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