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07화 (407/492)

00407   제 102 장 - 리턴(Return)  =========================================================================

그동안 중·상급 영혼체험을 많이 한 것이 쌓여서 그런지 중급 유저에서 상급 유저로 등급이 올랐다.

소울넷 상급 유저가 되면서 몇 가지 바뀐 점이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소울넷 상점의 하위 카테고리인 ‘빙의’와 ‘영혼의 유희’가 활성화 됐다는 것이다.

‘빙의’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어서 대충 한번 훑어보고 말았다.

하지만 ‘영혼의 유희’는 달랐다.

특히 ‘영혼의 유희’의 하위 카테고리 안에 있는 ‘리콜(recall)’목록은 경이 그 자체였다.

‘세상에 내가 다른 차원에 소환될 수 있다니…….’

그동안은 소울이 소환사로 주체가 되어 소환수를 소환했다.

하지만 리콜은 반대의 개념이다.

자신이 소환 대상이 되어 다른 차원의 소환사의 소환에 응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과 제약들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별한 체험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소울, 내말 듣고 있는 거야?”

-응? 뭐라고 했지?

“갑자기 말이 없어서 무슨 생각하고 있냐고 했잖아?”

-후후, 별 것 아니야.

유정아는 깜짝 놀랐다.

소울이 그일 이후 처음으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각난 건가? 저녁에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유정아는 소울의 단 한번 웃는 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매일 밤 소울과 유정아는 서로를 정신없이 탐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잊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 유정아는 절대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얼마나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거칠었는지 옆방에 묶고 있던 금소희가 와서 도와줄 것이 없냐며 은밀한 제안을 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유정아는 소울을 그녀와 나누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당연히 매몰차게 거절하고는 두 번 다시 비슷한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도록 못을 박아놓았다.

아마 소울이 들었다면 3P를 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소울은 능히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심리상태였으니까…….

우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한반도 북단 끝의 온성을 뒤흔들었다.

그동안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대 몬스터 박멸작전이 드디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온성의 커다란 실내경기장 안은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를 비롯하여 고구려 길드, 수십 개의 중소길드 능력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끈한 축제의 향연이 펼쳐졌다.

기름이 좌르르 빠지고 있는 커다란 소들이 통째로 구워지고, 무료로 제공되는 온갖 종류의 술들이 박스채로 들어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아이돌과 북한의 전 기쁨조 그리고 러시아에서 보내온 사심 가득한 헐벗은 무용수들까지…….

장내는 아름다운 노래와 춤이 선보이는 공연과 신나는 댄스음악으로 그 분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한창 능력자들만의 축제가 무르익고 있는 온성 실내경기장 옆, 3층 건물 안에 마련된 연회장.

다소 정적인 연회이긴 하지만 지금 이곳의 분위기도 절대 실내경기장의 그것보다 만만치 않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중무장한 경호원들이 건물 안팎을 철통같이 둘러싸고 있고, 연회장 안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길드의 마스터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77 길드의 마스터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연회장은 마치 기자회견장이라도 되는 양, 정면에 하얀 식탁보가 깔린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테이블을 향해 몇 개의 긴 테이블이 세로로 줄지어 놓여있었고 빈자리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만석이었다.

정면에 놓인 테이블 중앙에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당당히 앉아 있는 소울이 조용히 마이크를 자신의 입을 향해 당겼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내용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열강에게 이 정보가 절대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화랑 길드의 마스터, 김우신입니다. 이소울 마스터가 지금 하신 그 황당한 얘기를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죠? 증거가 있습니까?”

화랑 길드의 마스터, 김우신이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모습에 소울의 양쪽 옆에 앉아 있던 능력자협회의 백두원 협회장과 능력개발청의 지동현 청장이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봤다.

김우신의 한 마디로 좋은 분위기가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우신의 말에 대답을 하는 소울의 반응은 담담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내말을 믿으라고 강요한 적 없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이 정보를 나만 가지고 있어도 됐지만 몬스터의 피해를 줄이려면 이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선택을 한 것입니다.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은 믿지 않아도 됩니다. 믿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요. 다만 여러분이 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시기 위해 서명하셨던 보안서류에 적힌 조항은 반드시 지켜야합니다. 만약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법적 처벌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 우리를 협박하겠다는 거야?”

소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서울 길드의 마스터, 명박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소울의 눈에서 차가운 한기와 함께 비웃음이 흘렀다.

“그러는 명박인 마스터는 지금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겁니까? 난독증이라도 걸리셨어요? 아니면 난청입니까? 여기 들어올 때 보안서류 안 읽어보고 서명하셨어요? 그리고 여기 앉아 계신 분들, 아무도 보청기 낀 사람이 없습니다.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십니까?”

“아니 지금 이 자가?”

“왜요?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아니면 저와 한번 싸워보기라도 하시겠습니까? 명박인 마스터의 도전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죠?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한판 할까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리는 격이다.

속으로 잘 걸렸다며 그는 명박인을 은근히 도발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자신도 한 길드의 마스터 이니 절대 그냥 꼬리를 말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심정 같아서는 저놈의 주둥아리를 시원하게 찢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명박인은 소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은밀하고도 끈적끈적한 살기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두 손을 벌벌 떨었다.

그는 소울의 눈을 보는 순간 싸우면 뒈진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만약 연회장 안에 단 둘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놀란 것은 명박인 만이 아니었다.

337 길드의 마스터들은 물론이고 중소길드의 마스터들과 능력자협회의 백두원 협회장, 능력개발청의 지동현 청장까지 모두 차원이 다른 소울의 기세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도대체 저 자는 또 언제 저렇게 성장했지?’

‘A 클래스라는 첩보를 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한 단계를 넘어섰구나?’

‘이건 S클래스가 분명해. 세상에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가 S 클래스라니…….’

‘빌어먹을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군. 어떤 놈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S클래스로 올라가네. 더러운 세상!’

연회장 안의 길드 마스터들은 각자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기기에 바빴다.

소울의 능력을 가늠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하느라 명박인의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에는 누구 하나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고구려 길드의 고종석 마스터, 말씀하세요.”

고구려 길드 마스터 고종석이 싸늘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일어서자 능력개발청 지동현 청장이 얼른 호응했다.

소울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즉시 살기를 거둬들였다.

서머너즈 길드와 동맹을 맺어 잘 지내고 있는 고구려 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나섰다.

다른 길드 마스터라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지만 고종석이라면 소울도 그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틈에 명박인은 얼른 자리에 앉아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남모르게 긴 한숨을 쉬는 그의 가슴이 마구 두방망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이 뭡니까? 한반도를 몬스터 프리존으로 만든 대역사를 축하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아무리 나이가 어려 보여도 이소울 마스터는 세계 최대의 길드를 이끌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수장입니다. 말씀하실 때 예의를 지켜주세요.”

“크흠.”

“으음.”

일단 고종석은 화랑 길드의 김우신과 서울 길드의 명박인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김우신과 명박인이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하자 고종석은 자리에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소울 마스터의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얻어낸 귀한 정보를 아무런 대가없이 거저 공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보를 공개한 사람에게 그 정보가 믿을 만한지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이건 모욕이 아닙니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누가 자신의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런 고급정보를 내놓으려고 하겠습니까?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유치한 트집은 잡지 맙시다.”

“…….”

고종석이 누구라고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김우신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확인하는 겁니다. 그 방법은 차원의 균열, 심장부로 들어가서 직접 확인을 하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그럴 능력이 되는 길드만이 큐브라는 달콤한 열매를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능력이 안 되는 중소길드라면 연합을 해서 움직여도 좋겠지요. 우리 고구려 길드는 평양필드 안으로 최정예 탐사팀을 꾸려 보낼 것입니다. 고구려 길드의 마스터, 나 고종석은 이소울 마스터의 정보를 100% 신뢰합니다.”

고종석이 고구려 길드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아예 못을 박아버리자 장내는 크게 술렁였다.

이제는 누구하나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써먹을지 다들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서머너즈 길드를 제외하고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대형길드인 고구려 길드의 마스터 고종석의 입김은 이렇듯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종석이 분위기를 바꾸자 즉시 지동현 청장이 나섰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길드건 몬스터 필드 안으로 들어가 차원의 균열 중심부에서 코어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오면 이소울 마스터가 공언한대로 큐브로 바꿔줄 것입니다. 능력개발청에서는 희생을 무릅쓰고 몬스터 필드를 큐브로 바꾸는데 기여한 길드에게 해당 큐브의 사용권과 지분을 줄 것을 약속합니다.”

지동현 청장의 다음은 능력자협회 협회장인 백두원의 차례였다.

“능력자협회에서도 보증을 서겠습니다. 그러니 각 길드의 마스터들께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 필드를 큐브로 바꿀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소울 마스터가 공개한 비밀을 외국에 발설하거나 정보를 흘리는 능력자와 길드는 능력자협회의 이름으로 척살명령을 내릴 것입니다. 이것은 법과는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미리 입을 맞춰놓았는지 척살명령을 내리겠다는 백두원의 말에 지동현은 얼른 자신의 두 귀를 가리고 못들은 척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빠져나가려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웅성웅성!

장내는 고종석에 이어 지동현 청장의 약속과 백두원 협회장의 협박에 가까운 발언에 크게 소란스러워졌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각 길드는 뜨거운 열기속에 합종연횡(合從連衡)을 거듭해가더니 이내 각 길드의 최정예 능력자로 탐사팀을 꾸리는 방향으로 대세가 기울어져 갔다.

전 세계를 거대한 충격과 폭풍 속으로 몰아넣을 엄청난 정보가 이렇듯 한 사람의 결단으로 인해 너무도 쉽게 풀려버렸다.

하지만 막상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소울은 진즉에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함경북도 끝 온성에 불어오는 1월의 칼바람은 아무리 방한복을 입고 있어도 뼈를 시리게 한다.

그래도 이젠 몬스터를 완전히 몰아냈으니 남쪽에서 올라온 구호품과 생필품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낸 온성의 주민들에게 잘 전달될 것이다.

차가운 북풍도 봄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의 발걸음은 멈추지 못했다.

* * * * *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