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06화 (406/492)

00406   제 102 장 - 리턴(Return)  =========================================================================

소울은 벌떡 일어나 걸어갔다.

유정아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 옆방으로 가서 직접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유정아가 단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의 한쪽 팔을 꽉 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울, 봐서 뭐하게? 이미 끝났다니까. 이제 그만 잊어버려.”

“크윽, 30년이라고! 무려 30년이란 말이야. 너 같으면 30년을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겠어?”

“하! 정말 죽으면서도 끝까지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나쁜 년이네.”

유정아는 고개를 위로 치켜들더니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못 잊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눈으로 직접 보면 뭐가 바뀌는데? 그냥 좋은 추억이었다고 생각하고 살아. 꿈에서 깼으면 더 이상 꿈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 없는 거야. 넌 평생 꿈만 생각하면서 살다가 뒈질래?”

유정아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됐다.

그녀에게도 엘리스는 한때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을 끊어 내는 것이 유정아 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소울은 자신만큼 슬픔에 가득찬 눈동자로 쳐다보는 유정아를 보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장승처럼 서 버린 순간, 유정아가 까뮤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까뮤, 가서 바로 정리해, 그년의 모습을 소울의 눈에 보이지 않게 태우던지 녹여버리던지 하란 말이야.”

“마스터, 제 생각에도 그냥 안 보는 것이 좋겠어요.”

“크으윽!”

쿵!

소울은 까뮤까지 그렇게 말을 하자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까지는 어떻게 막을 수 없었다.

유정아가 말없이 다가와 소울을 자신의 품에 꼭 안아주었다.

소울은 유정아의 품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그리고 유정아도 소울을 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흐으윽 흑흑흑!”

“어어엉 엉엉엉!”

까뮤는 소울과 유정아가 서로 부둥켜안고 울자 두 사람에게 정화와 클린 스킬을 한 번씩 쏴주고는 재빨리 옆방으로 스며들었다.

침대 위에는 엘리스, 아니 오라클이 심장에서 피를 한바가지나 쏟은 채 죽어있었다.

그녀의 왼쪽 목은 헬나이프에 스쳐 시커멓게 죽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만은 여전히 기분 좋은 꿈을 꾸기라도 하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환상과 정신공격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 오라클이 역으로 까뮤에게 고유능력을 탈취당해 죽음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다가 죽게 된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까뮤는 그녀의 몸을 불로 태워서 없애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그녀의 옷만 모두 벗겨내고 정화와 클린으로 깨끗이 씻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공간,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안쪽에 그녀의 사체를 잘 챙겨 넣었다.

‘재활용 측면에서 이만한 재활용품은 없을 거야.’

까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 나름대로의 새로운 복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피 묻은 침대시트와 남은 옷가지를 모아 불로 태워버렸다.

정화와 클린 스킬을 남발해서 빠르게 방 안에 그녀의 흔적을 깨끗하게 없애버렸다.

방을 나오자 갑판과 곳곳에 쓰러져 있는 이십 명의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눈에 들어왔다.

까뮤는 주변을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소울이 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스팟!

그때였다.

금소희가 텔레포트로 정확히 소울의 앞으로 이동해왔다.

유정아는 금소희를 쳐다보더니 퉁퉁 부은 얼굴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금소희가 소울의 얼굴을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금소희는 소울과 유정아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장거리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스팟!

요트의 방 안에 있던 모두 존재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뿌아아아아아아앙!

요트를 향해 미국의 최첨단 이지스구축함이 길게 뱃고동 소리를 한번 내고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 *

붉게 타오르는 점이 보인다.

점은 점점 커지더니 하나의 형체를 이뤄갔다.

날개를 펄럭거리는 모습, 분명히 날짐승의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것이 보통 날짐승이 아니라는 것쯤은 어린아이도 짐작할 수 있었다.

불새!

낭림산(2184m)의 상공에 거대한 불새가 나타났다.

와아아아아아!

낭림산을 새까많게 뒤덮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에 뜨거운 환호성을 질렀다.

휘리리리릭!

거대한 불새가 그들의 머리 위를 낮게 한번 원을 그리고 떠오른다.

놀랍게도 불새의 등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불새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에서 전혀 타오르지 않고 있는 사내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불새의 등에 타고 있는 사내가 팔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북동쪽을 향해 뻗으며 소리쳤다.

“진군(進軍)!”

와아아아아아!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와 소울 디펜스의 영업부 대원들은 모두 함성을 내지르면 북동쪽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푸타타타타타!

푸타타타타타!

하늘에서 이들의 모습을 찍고 있는 방송용 헬기들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분주해졌다.

그 중 가장 최신형 헬기로 보이는 JSB 방송국의 방송용 헬기가 불새를 향해 다가가며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방송을 했다.

“정말 놀랍고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의 아들 이소울 마스터입니다. 서머너즈 길드는 현재까지도 정부에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한반도에 퍼져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능력자는 저래야 합니다. 나라를 위한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한반도를 몬스터 프리존으로 만들려는 이소울 마스터의 우국충정의 마음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

“그렇습니다.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는 목포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지리산으로 지리산에서 태백산맥을 따라 강원도를 휩쓸며 산과 계곡으로 스며든 몬스터를 모조리 박멸했습니다.”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와 소울 디펜스 영업부 직원까지 총동원해 백두대간을 타고 올라오며 몬스터를 박멸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분명히 몬스터들이 알게 모르게 둥지를 틀었을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희생으로 이어졌을 겁니다.”

JSB 방송국의 뉴스데스크에 모인 진행자와 자칭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소울과 서머너즈 길드를 칭찬하기 바빴다.

권력과 밀착관계를 가진 JSB 방송국은 그동안 보수 언론을 자처하며 능력자들을 까대는데 입에 거품을 물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권력의 향배가 묘하게 흐르는 것을 감지하곤 하루아침에 반 능력자 언론에서 친 능력자 언론으로 타이틀로 바꾸고 말았다.

대단한 생존능력이었다.

“신의주에서는 정말 대단했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서머너즈 길드를 제외하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길드인 고구려 길드가 서머너즈 길드의 행보에 전격동참하면서 큰 이슈가 됐지요.”

“당시 능력자들이 힘을 모아 몬스터들을 압록강 이북으로 몰아내며 벌인 전투는 진짜 장관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중국과 혹시 외교적인 문제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큰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의 경고 한마디에 중국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지요?”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런 일을 벌이기라도 한 것처럼 신나게 찧고 까불어 대면서 신나했다. 그동안 자신들의 입으로 까댄 소울을 다시 칭찬하면서 그들은 조금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비단 JSB 방송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지상파 3사를 시작으로 케이블 TV, 인터넷 포탈 등 대한민국의 주요 메이저 언론들은 하나같이 지금 서머너즈 길드의 한반도 프리존을 위한 몬스터 박멸에 대해 대서특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소울이 대권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했다.

불새가 날아오르자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들과 소울 디펜스 영업부 대원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빠르게 몬스터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보이는 대로 모조리 잡아 죽였다.

그들의 뒤로 미래백화점그룹의 몬스터 사체처리부의 직원들이 개미새끼들처럼 따라오며 죽은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이들의 양 옆으로 서머너즈 길드의 행보에 전격적으로 참여한 고구려 길드와 기타 중소길드의 능력자들이 새까맣게 흩어져 산자락을 타고 다녔다.

수십 대의 드론들이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한 몬스터 레이더를 탑재하고 몬스터들을 수색했다.

위성으로 연결된 서머너즈 길드 정보부는 각 공격대와 파티로 몬스터들을 배정하고는 신속하게 몬스터의 박멸을 지휘했다.

태백산 깊숙한 골짜기에서 몰래 둥지를 틀고 있던 것처럼 백두산 골짜기에서도 몬스터들은 이미 둥지를 틀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이미 본과 비스크 그리고 트로트를 보냈기 때문에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몬스터의 큰 무리들은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이 박살을 내놓은 상태였다.

지금은 한반도 전체에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존재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박멸을 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물론 몬스터라는 놈들이 끈질기기가 소의 힘줄 같아서 쉽게 완전박멸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백두산을 통해 건너오는 몬스터들과 압록강과 두만강을 도강하는 몬스터들로 인해 한반도를 몬스터 프리존으로 만드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의 나라 땅이 되어버린 만주를 돌아다니며 몬스터 박멸을 대신 해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울은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 그리고 백두산 근처만큼은 야밤에 돌아다니며 철저하게 몬스터 무리를 박살내놓았다.

비록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이 중국 땅을 무단으로 월경했지만 중국 정부는 감히 소울에게 항의하지 못했다.

그들도 모두 바보가 모인 것이 아닌 이상, 소울이 얼마나 강한 능력자이고, 그의 금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를 리가 없었다.

항의를 하는 것보다 모른 척 하는 것이 한반도 이북의 자국의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무척 유리하다고 판단을 하자 그들은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들은 척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보였다.

하지만 지상에서 오로지 불새를 향해 눈을 고정시키고 있는 유정아 만큼은 가슴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 하긴 30년 이상을 엘리스와 부부로 살면서 쌍둥이 아이까지 길렀으니 모든 것을 단번에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그가 지금 하는 다니는 일을 말린다면 유리처럼 깨져버릴 지도 몰라.’

그렇다.

이 모든 일이 사실은 소울의 우울증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우국충정의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개가 풀을 뜯어 먹을 소리다.

진실은 유정아가 소울에게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잊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말로 인한 것이다.

유정아는 굳이 이런 자세한 내막을 세상에 까발리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소울,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유정아가 보안회선으로 연결된 통신모듈로 물어보자 소울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까뮤만이 그의 품에 안긴 상태로 그의 눈물을 혀로 핥고 있었다.

까뮤는 소울이 원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세상 사람들이 눈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오직 소울만 볼 수 있게 하고는 그의 품에 안겨 체온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마 까뮤가 없었다면 소울의 증상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졌을 지도 몰랐다.

“그래? 그럼 이번 일 끝나면 뭐 할 거야?”

-큐브 안에 들어가 아직 깨지 못한 퀘스트를 깨볼까 생각중이야. 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같이 여행이라도 가보려고.”

-정아가 여행을? 정아가 바쁜 것은 서머너즈 길드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가긴 어딜 가?

소울의 말에 유정아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럴 때는 일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었다.

“휴우우우! 그럼 자기 혼자서 여행을 좀 다녀오던가.”

-나 혼자?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까뮤가 옆에 있으니까 당분간 멀리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이야.”

-멀리 여행을?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갑자기 소울넷이 생각났다.

이번에 소울넷에 접속하자 그는 자신의 등급이 소울넷 상급 유저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광참이나 하다 언제 장렬하게 전사할지 모르겠네요. ㅠㅠ (4연참이라니...)

'추천' 쾅쾅쾅쾅! 좀 박아주시고요.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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