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04화 (404/492)

00404  제 101 장 - 악어의 눈물  =========================================================================

“아빠가 이번에 슈퍼미들급 통합챔피언 방어전 한번만 하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해볼게. 그거면 너희들의 교육비는 충분히 나올 거야.”

“이이는, 얘들한테 쓸데없이 웬 돈 얘기를 해요?”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왜 그래? 그냥 아빠의 진심을 들려주고 싶은 거야.”

“그래도 그렇지요.”

“참, 이번에는 반대 안 할 거지?”

“네, 무슨 반대요? 내가 언제 당신 하는 일에 반대한 적 있어요?”

“그, 그랬나?”

소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엘리스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구나.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네.”

“그것 봐요. 대신 다치지 않게 잘해요?”

“알았어.”

엘리스는 소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는 소울과 두 아이를 한꺼번에 꼭 안아줬다.

날이 갈수록 미모가 활짝 피어나는 엘리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가 창문을 보는 순간,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창문 밖에는 까뮤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스, 갑자기 왜 그래?”

“아니에요.”

엘리스의 몸이 굳어지자 소울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그녀를 올려다봤다.

“밖에 누가 있어?”

고개를 뒤로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 밖에는 싸늘한 바람에 낙엽만이 흩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에요. 그냥 너무 행복해서 그래요.”

“참, 당신도……. 나도 당신 덕분에 무지하게 행복해.”

“사랑해요. 소울!”

“나도 사랑해. 엘리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했다.

엘리스가 살짝 눈을 떴다가 다시 질끈 눈을 감았다.

또다시 창문에 까뮤가 나타나 자신들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프렌치 키스가 끝이 나자 소울은 갑자기 하품을 했다.

“아아! 졸려!”

“피곤할 텐데 내가 괜히 깨웠나 봐요. 조금 더 자도록 해요.”

“그럼 그럴까?”

소울은 존과 하이디를 다시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엘리스와 함께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자 엘리스가 이불을 덮어줬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는 순간 그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엘리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번개같이 창문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 * * * *

와아아아아아!

“다운, 다운입니다.”

“저건 못 일어납니다.”

“아, 타이슨 프리가 결국 다시 쓰러지는군요.”

“1라운드 2분10초 만에 플래시의 폭풍 같은 원투 스트레이트로 경기가 끝나고 맙니다.”

“플래시, 정말 대단합니다.”

“끝내 헤비급 통합챔피언마저 쟁취하고 마는군요.”

“이렇게 되면 5체급을 완벽하게 석권한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미들급,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크루저급, 헤비급 이렇게 다섯 체급의 통합챔피언이 됐습니다. 세계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입니다.”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 경기장은 복싱 역사상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5체급 석권 통합챔피언의 탄생에 아낌없는 환호성을 보내줬다.

소울은 두 손을 번쩍 위로 치켜든 채 단 한 대도 맞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링 아래에 있는 자신의 아내 엘리스와 쌍둥이 아이들을 쳐다봤다.

엘리스가 마구 손을 흔들자 소울은 글러브에 키스를 해서 날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빠!”

“아빠가 이겼다.”

이제 제법 말을 잘하는 존과 하이디가 엄마의 옆에서 통통 뛰면서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복싱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빠가 싸움에서 이겼다는 정도는 존과 하이디도 잘 알고 있어서 그들은 무조건 신이 났다.

주심이 소울을 불러서 승리를 선언하고 챔피언벨트를 채워주는 사이, 엘리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링의 반대편에서 까뮤가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네 년이 과연 어디까지 따라오나 보자.’

엘리스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감았다.

순간, 환호성으로 가득한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 안의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엘리스가 다시 눈을 뜨자 움직이는 것은 오직 링 반대편의 까뮤 뿐이었다.

까뮤는 엘리스를 향해 검지를 들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까뮤의 도발에 엘리스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흥!”

엘리스의 입에서 흥 소리가 나오는 순간, 세계가 뒤집혔다.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의 모든 것이 유리조각처럼 부서지더니 새로운 조각들이 빠른 속도로 빈 공간을 채웠다.

엘리스는 단숨에 1년 뒤의 세계를 창조했다.

모든 것이 완성된 순간, 엘리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이럴 수가?”

자신이 새롭게 만든 1년 뒤의 모습은 분명히 소울이 5체급을 석권한 통합챔피언 방어전을 벌인 뒤, 은퇴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모습은 자신이 전혀 상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플래시, 소울은 정말 대단한 스포츠맨입니다.”

“그렇습니다. 5체급 석권 통합챔피언으로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종합격투기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복싱을 잘한다고 해도 종합격투기는 복싱과는 차원이 다른 스포츠입니다. 과연 오늘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UFC) 미들급에 도전하는 소울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되겠습니다.”

UFC 전문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소울의 종합격투기 도전을 대환영하면서도 쉽지는 않을 거라는 뉘앙스를 조금은 깔아두었다.

하지만 경기 장소로 사용하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팔각형의 옥타곤에서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그들이 기대하던 양상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뎅!

공이 울리자 드디어 라운드 당 5분, 3라운드의 경기가 시작됐다.

182cm의 키와 84kg의 체중을 가지고 있는, UFC 미들급 랭킹 10위의 우리할은 펀치와 킥이 뛰어나고 굉장히 호전적인 선수다.

그는 공이 울리자마자 번개처럼 튀어 나와 미들킥을 날렸다.

턱!

하지만 소울은 간단히 그의 공격을 왼팔을 들어 막았다.

우리할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며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자 소울은 가볍게 글러브를 낀 손으로 그의 주먹을 툭툭 밀어서 위로 쳐버리고는 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더니 두 주먹을 앞으로 힘차게 내밀어 우리할의 복부를 힘껏 밀어버렸다.

투웅!

우리할은 순간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뒤는 철망으로 막힌 옥타곤이라 밖으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가 뒤를 잠깐 본 순간, 소울의 몸이 번개처럼 파고들더니 주먹을 날렸다.

퍽!

우리할은 놀라서 반사적으로 글러브를 낀 팔로 막았다.

날아가는 속도에 주먹까지 맞자 우리할의 몸은 철망에 세차게 부딪쳤다.

그것을 보고 소울이 자세를 낮추며 허리를 회전시키며 손등으로 그의 오른쪽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퍽!

“큭!”

이번에는 좀 충격을 받았는지 우리할의 몸이 움찔했다.

우리할의 옆구리를 치고 나온 오른손을 거둬들이며 소울은 짧게 레프트 훅을 날렸다.

퍽!

그리고 연이어 오른발로 우리할의 왼쪽 종아리를 향해 로우킥을 갈겼다.

철썩!

고통으로 인해 입이 조금 벌어지며 신음성이 나왔으나 우리할은 노련하게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소울의 몸을 잡아 테이크다운을 시키려고 두 손을 벌렸다.

순간 소울의 오른발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똑바로 올라와 그의 턱을 쳐올렸다.

빡!

우리할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위로 들리더니 철망에 한번 부딪쳤다가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다운, 다운입니다.”

“플래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정말 앞발차기가 순간적으로 뻗어 나왔어요.”

“저건 눈으로 보고도 막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 발차기를 맞고 일어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맞는 순간 이미 우리할은 의식을 잃었어요.”

“UFC 미들급에 화끈한 신고식을 하는 플래시입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맞습니다. 일단 미들급 타이틀매치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혹시라도 챔피언벨트를 차지한다면 그는 UFC에 와서도 체급을 통합해서 챔피언을 할 가능성이 있어요.”

와아아아아아!

UFC 경기를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크게 흥분해서 연신 플래시, 소울의 움직임에 대해 칭찬을 했다.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들어버린 소울이다.

그가 UFC로 넘어왔으니 얼마나 많은 복싱 팬들이 그를 따라 UFC로 넘어올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대로 계속 그가 승승장구만 해도 UFC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흥분과 기쁨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과는 달리 이 모든 사건을 경악의 눈으로 지켜보던 엘리스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감히 나에게 도전을 해오다니…….”

엘리스는 눈에서 독기를 뚝뚝 흘리면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눈을 뜬 순간, 다시 한 번 세상이 뒤집어졌다.

엘리스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이 땅바닥에 내팽개친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이 조각났다.

그리고 바로 다시 수많은 조각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세상을 재창조해냈다.

“어헉, 이럴 수가?”

엘리스는 또다시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녀가 생각했던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래시, 특유의 소나기펀치를 날리고 있습니다.”

“UFC 미들급 챔피언 루크, 정신없이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나기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에 돌려차기, 그리고 공중에서 한번 돌아 내려찍기, 정말 환상적이군요.”

“태권도의 묘기를 보기는 했지만 저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이 올랐어요. 이제 겨우 5번 경기를 치렀는데 소울 선수는 이미 종합격투기를 최소한 10년 이상은 한 프로선수처럼 보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옥타곤을 중심으로 입추에 여지도 없이 가득 찬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다운입니다. 루크가 결국 다운을 당합니다.”

“어떻습니까?”

“못 일어납니다.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다가 돌려차기에 정통으로 턱을 얻어맞았습니다. 주심이 빨리 선수의 보호를 위해 경기를 중단시켜야합니다.”

“아! 주심 두 사람의 사이로 빠르게 파고듭니다. 플래시, 소울의 KO승이 확실합니다.”

“1라운드 3분 50초 만에 KO로 루크를 녹다운 시켰습니다. 대단히 화려하고 퍼펙트 한 공격이었습니다. 플래시, 소울은 이제 더 이상 복서가 아니라 전사(戰士)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이제 UFC 미들급의 새로운 챔피언이 됐습니다. 드디어 플래시가 공언한 산 하나를 넘었군요.”

소울이 두 팔을 높이 치켜들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화끈하고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소울에게 이미 UFC의 팬들은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단 한 명의 여자만큼은 그의 이런 멋진 경기 모습을 조금도 보지 못했다.

옥타곤의 건너편에서 자신을 쳐다보며 엷은 미소를 짓고 까뮤의 모습에 이를 가느라 엘리스는 소울을 향한 응원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네가?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지? 어떻게?”

엘리스는 드디어 까뮤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게 됐다.

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까뮤를 쳐다봤다.

까뮤는 잠깐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소울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울이 까뮤를 발견하고는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까뮤가 손을 흔들자 소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엘리스는 마음 깊은 곳에서 불같이 일어나는 질투심에 내장이 다 타버리는 기분이었다.

“허니, 여기에요. 존과 하이디도 왔어요.”

엘리스의 목소리가 그 많고 많은 관중들이 지르는 환호성 가운데서도 똑똑하게 그의 귀에 들려왔다.

소울이 고개를 뒤로 돌리자 어느새 엘리스의 양 옆에는 존과 하이디가 아빠를 향해 마구 두 손은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고개를 돌려 다시 까뮤를 찾는 순간, 어느새 까뮤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살짝 실망한 소울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엘리스와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엘리스는 소울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마치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은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녀의 바로 뒤에 까뮤가 나타났다.

그녀는 엘리스가 웃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소울이 다가오자 가볍게 윙크를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의 중간에 가져다 댔다.

모른 척 하라는 눈치였다.

소울이 까뮤를 발견하고는 눈이 호선을 그렸다.

엘리스는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는 줄 알고 소울을 향해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렇게 그날은 소울과 까뮤의 승자와 패자 간의 차이가 모호한 일전(一戰)이 끝났다.

* * * * *

============================ 작품 후기 ============================

이렇게 광참이나 하다 언제 장렬하게 전사할지 모르겠네요. ㅠㅠ (4연참이라니...)

'추천' 쾅쾅쾅쾅! 좀 박아주시고요.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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