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401화 (401/492)

00401  제 101 장 - 악어의 눈물  =========================================================================

화끈한 주먹과 쇼맨십 넘치는 링의 매너는 그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리는데 큰 가교 역할을 했다.

물론 그의 프로모터인 돈 칸의 전 세계적인 여론몰이도 언론 플레이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화끈한 주먹하나로 잠재워버린 플래시, 소울은 엘리스라는 백인미녀 여자 친구의 존재라는 화제성까지 겹쳐 이제 미국의 스타로 거듭나고 있었다.

만약 주말에 있는 WBA 미들급 챔피언전에 승리를 한다면 그의 인기는 더 이상 미국에서만 멈추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대기업들이 그의 인기를 이용한 광고를 하려고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이게 정말 우리 집이야?”

“네, 맞습니다.”

“오마이갓, 이건 집이 아니라 저택이잖아?”

“오렌지카운티 안에서도 좀 괜찮은 집에 속합니다.”

소울의 말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변 가에 그림 같이 지어진 집은 넓은 정원과 수영장까지 달려 저택을 방불케했다.

“어서 들어가서 구경해보세요.”

“그래야지. 여보, 어서 들어가 봅시다.”

“예, 우리 아들이 샀다니 당연히 구경해봐야죠.”

두 분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소울은 절로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자기야, 너무 무리한 것 아니야?”

엘리스가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은 채 속삭였다.

소울은 엘리스의 말에 걱정 말라는 듯 환하게 웃었다.

“이집 백오십만 달러 밖에 안 해. 원래 이백만 달러도 넘게 줘야하는 집이래. 나도 다 알아보고 산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자기한테 그 정도로 현금이 많았어?”

“응, 그동안 번거 이번에 전부 다 이 집 사는데 밀어 넣었어.”

“차는 어떻게 해?”

“차는 돈 칸이 한 대 쓰라고 줬잖아.”

소울이 팔을 들어 주차장을 가리키자 슈퍼카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 한 대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1대 가격이 84.5만 달러나 하는 놈이었다.

메탈 실버 컬러에 2인승 컨버터블을 본 엘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아아, 정말 멋지다.”

“푸하하하, 이번에 챔피언벨트 따면 돈 칸이 헤네시 베놈 GT 인가 뭔가 하는 놈으로 차 한 대 더 준다고 하더라. 그럼 엘리스가 저 차 써!”

“정말?”

“응, 당연하지.”

“아이, 조아라!”

쪽!

엘리스는 소울의 뺨에 키스를 하더니 얼른 포르쉐 918 스파이더를 향해 달려갔다.

소울의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엘리스다.

그녀의 애플 히프가 출렁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소울의 눈이 호선으로 변했다.

집의 정문을 닫기 위해 몸을 돌렸다.

리모컨을 꺼내 누르는 순간, 건너편 도로의 나무 뒤에 까뮤의 모습이 언 듯 모였다.

소울이 그녀를 보고는 얼른 달려가려고 하자 까뮤는 즉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고개를 돌려 엘리스를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까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소울, 뭐해? 빨리 이리와 봐.”

“응, 갈게.”

엘리스가 빨리 오라고 재촉을 하자 소울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한 번 까뮤가 있던 나무 옆을 쳐다봤다.

그 날 이후, 까뮤는 신기루처럼 종적을 감췄다.

아무리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그녀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는데 오늘 우연히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됐다.

아무래도 까뮤는 자신과의 사이를 엘리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휴우우우!”

왠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든 소울이 축 쳐진 어깨로 걸어가고 있다.

그때, 나무 뒤에서 까뮤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녀는 길게 한 숨을 쉬면서 작게 속삭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조금 더 기다려야 해.”

당장이라도 소울에게 다가가고 싶은 것을 참고 까뮤는 차분하게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전쟁은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라는 것을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 * * * *

와아아아아아!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가 떠나갈 듯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니엘 제이슨, 다운입니다.”

“놀랍습니다. 1라운드 1분이 막 지난 시점에서 플래시 소울의 소나기펀치에 그대로 결려 쓰러졌지요.”

“이대로 경기가 끝나나요?”

“아닙니다. 일어나네요.”

“다니엘 제이슨 선수, 챔피언답게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흥분한 것은 관중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로 독점중계를 하고 있는 HBQ의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WBA 미들급 타이틀매치를 중계하며 한껏 열을 올려댔다.

다니엘은 돌덩어리에 얻어맞은 것처럼 아픈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주심이 계속 자신을 보면서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그는 간신히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전투의지를 다졌다.

와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관중들의 함성이 일어났다.

끝난 줄 알았더니 챔피언이 기어코 다시 일어났던 것이다.

소울은 주심이 경기를 다시 진행시키자 재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다가오더니 날카로운 잽을 연속으로 집어넣었다.

툭툭!

그 순간 소울은 확실한 거리를 쟀고 다니엘의 상태까지 확인했다.

이미 다니엘은 그로기 상태였다.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다가가 무차별 펀치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퍼퍽 퍽퍽퍽!

몇 대나 맞았을까?

갑자기 주심이 얼른 달려오더니 소울의 허리를 잡고는 옆으로 밀어냈다.

다니엘은 이미 정신을 잃고 링 로프에 몸을 기대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주심은 두 팔을 들어 마구 흔들더니 닥터를 올려 보내라고 소리를 질렀다.

소울은 그 모습에 두 손을 번쩍 들고는 승리를 확인했다.

와아아아아아!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가 흔들릴 정도로 큰 함성이 일어났다.

새로운 미들급 챔피언이 탄생한 것이다.

패자는 말이 없다.

승자는 웃지만 패자는 깨끗이 잊힐 뿐이다.

스포츠의 세계는 승자와 패자의 위치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다니얼은 졌고, 소울은 8연속 1라운드 KO승이라는 기록으로 당당하게 WBA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소울의 코치들이 링 안으로 들어와 소울을 어깨에 올리고 춤을 췄다.

엘리스도 링 안으로 난입해 들어왔다.

소울이 얼른 뛰어 내려 그녀를 품에 안았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공식적인 연인관계로 확인 되는 순간이다.

잘 생긴 백인 리포터가 마이크를 가져왔다.

“플래시, 소울!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경기를 어땠습니까?”

“다니엘은 훌륭한 선수입니다. 다만 제가 그보다 좀 더 강했을 따름입니다.”

“다음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나가게 될 것 같습니까?”

“록키 마르시아노의 48연승의 기록을 깨볼 생각입니다.”

“오오오! 대단한 야망이군요? 그러려면 타이틀 방어전이 중요하겠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WBC, WBO, IBF 챔피언 벨트까지 모조리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미들급 통합챔피언이 되겠습니다. I’m still hungry!”

와아아아아아아!

소울의 대담한 선언에 관중들이 크게 흥분해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백인 리포터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말했다.

“여러분, 누가 감히 플래시의 앞길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4대 챔피언 벨트를 모조리 가져와 미들급 통합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벌써부터 빅 매치가 기대됩니다.”

소울의 당당한 포부에 엘리스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곧바로 변하고 말았다.

사랑에 빠진 미녀의 눈빛, 자신의 남자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은 헌신적인 여자의 눈빛으로 말이다.

이번 빅 매치의 승리로 소울은 백만장자가 되었고, 돈 칸은 기분 좋게 한 대에 110만 달러나 하는 헤네시 베놈 GT를 선물로 줬다.

벌써 슈퍼카를 두 대나 가지게 된 소울이다.

소울이 WBA 미들급 챔피언이 되고나자 엘리스는 자신의 진로를 즉각 수정했다.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그녀의 결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자신 때문에 그녀가 스스로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원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소울은 스탠포드 대학 서쪽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대표적인 부촌인 우드사이드로 이사하기로 했다.

워낙 집값이 비싼 부촌이라 저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넓은 정원이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단독주택을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에 있는 댄스파티인 프롬(Prom)에서 당당히 각각 킹(King)과 퀸(Queen)으로 뽑혔다.

줄리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고 존은 당연한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옆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저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아는 소울은 절로 한숨만 나왔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양가 부모의 열렬한 지지아래 두 사람은 그렇게 동거를 시작했다.

엘리스는 스탠포드 대학교에 입학해 학업에 전념했고 소울은 돈 칸이 마련한 체육관(Gym)에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

매일 밤, 어디선가 호랑이 잡는 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며 경찰에 민원이 들어왔지만 프리 컨트리(Free country)인 미국에서, 그들의 애틋한 사랑은 조금도 식을 줄 몰랐다.

소울은 WBA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을 한번 치르고, 곧바로 WBO 미들급 챔피언 빌리 조엘과 통합 타이틀 매치를 가졌다.

빅 매치는 당연히 유료 케이블 채널과 방송권을 산 전 세계의 방송국에서 독점 중계를 했다.

소울의 상품가치를 알아본 다국적기업들과 대기업들이 그의 복싱 트렁크에 로고를 넣기 위해 수십만 달러씩을 쏟아 부었고 광고 한 편에 백만 달러를 주겠다는 기업도 부지기수였다.

돈과 돈, 그리고 또 돈으로 범벅을 한 빅 매치는 프로모터와 방송국 그리고 소울에게 돈다발을 쏟아주었다.

그리고 소울은 또다시 달콤한 승리를 거두었다.

“다운, 다운입니다.”

“빌리 조엘 선수 맥을 못 추는군요.”

HBQ 방송국에서 나온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현장의 소식을 긴장감 있게 전해줬다.

“이렇게 되면 WBC, IBF 미들급 통합 챔피언인 게디 콜로프와 빅 매치를 기대해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습니다. 아! 결국 빌리 조엘 선수의 코치가 수건을 던졌군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다운을 당했을 때 이미 끝났던 겁니다.”

“플래시, 소울 챔피언 정말 무서운 기세입니다.”

“이제 전적이 10전 10승 10KO가 됐죠?”

“그것도 전부 1라운드 KO 아니었습니까? 미들급의 마이클 타이슨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땐 마이클 타이슨도 이 정도의 핵 펀치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조금 과장이 있었지만 만약 소울 선수가 헤비급에 도전한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나운서는 해설자가 오버를 하자 살짝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해설자는 오히려 그를 나무라며 자신이 나서서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미들급 통합 챔피언이 되기도 전에 벌써 몇 체급 위의 챔피언을 언급하시는 겁니까?”

“그렇죠? 조금 이르죠? 하지만 전 누구보다도 플래시, 소울 선수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세기에 한명 태어날까 말까하는 위대한 복서가 될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그렇게 방송을 종료했다.

결과는 소울의 깨끗한 1라운드 KO승으로 끝을 맺었다.

엘리스는 그의 완벽한 승리를 크게 기뻐했다.

두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부끄럼도 없이 진한 프렌치 키스를 날렸다.

그리고 얼마 후, 엘리스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것도 첫 임신에 쌍둥이를 가졌단다.

소울은 놀라서 급히 엘리스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했다.

초음파 사진을 통해 쌍둥이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소울은 마치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병원에서 나가는 모습이 많은 카메라 기자들에게 포착되어 전 세계인의 축복을 받았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병원주차장의 하얀 승용차 안에서 누군가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길게 한숨을 내쉬는 까뮤는 고개를 살짝 가로로 저었다.

“휴우우우우! 이제는 아이까지 이용하겠다는 건가? 정말 포기할 줄을 모르는 여자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어.”

그녀의 시선이 소울의 얼굴에 오랫동안 머물렀다가 사라져갔다.

* * * * *

============================ 작품 후기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열심히 광참이나 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겠습니다. ㅠㅠ

즐겁게 읽어주세요. 추천 쾅쾅쾅 부탁드려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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