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96화 (396/492)

00396  제 99 장 - 플래쉬(Flash)  =========================================================================

“레너드!”

“제임스!”

레너드의 친구인 제임스가 급하게 달려왔다.

제임스는 레너드의 귀에 대고 뭐라고 빠르게 말을 했다.

그러자 레너드가 깜짝 놀라 이미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다.

“오늘 말인가?”

“아니 지금 당장.”

“그게 가능한 일이야?”

“프로의 세계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겠어? 자기들이 알아서 벌금이라도 내서 때우겠지.”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네?”

레너드가 고개를 흔들더니 소울을 쳐다봤다.

그러자 제임스가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는 세차게 흔들었다.

“돈은 넉넉하게 챙겨준다고 하네. 레너드, 이건 자네와 자네의 슈퍼 루키에게 온 큰 기회야.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가 아닌가?”

“으음.”

제임스의 말에 레너드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에 올려져있는 제임스의 팔을 가만히 치우고 소울에게 다가왔다.

“소울, 한 경기 더 뛸 수 있겠어?”

“네?”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당장 경기를 뛰어줄 복서를 찾고 있다. 돈도 넉넉히 챙겨주겠다고 했다. 어때? 한번 해볼래?”

소울은 일단 까뮤를 쳐다봤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경기를 치렀지만 자신은 한 대도 맞지 않고 1라운드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한 경기 더 뛰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데 방금 경기 끝내고 바로 또 경기 뛰어도 되나요?”

“그건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알아서 해결해 줄 거야.”

“하긴 그러네요. 안 그래도 그 경기장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었는데 잘 됐어요.”

“오케이, 그럼 뛰기로 한 거다?”

“네.”

제임스와 레너드가 즉시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로 간 모양이다.

“땀도 많이 나지 않았는데 그냥 이렇게 잠시 대기하고 있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군요. 전 상관없어요.”

소울의 말에 까뮤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프로데뷔전은 멋졌어요. 아니 완벽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잽이 왜 그렇게 약해요?”

“헉!”

까뮤의 말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상시의 잽의 위력에 70% 정도만 쓰는 것 같아서요.”

“레너드 매니저의 말대로 좀 화려하게 가려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앞으로는 그럴 필요 없어요.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 가면 최대한 빠르게 끝내요. 괜히 오래 끌다가는 쓸데없는 정보만 상대에게 잔뜩 주게 되니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소울은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까뮤의 말에 선선히 순응했다.

“그런데 대전료는 얼마나 받게 되나요?”

“1라운드 200달러, 4라운드 경기니 800달러를 받게 될 거에요. 거기서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20%인 160달러를 떼게 됩니다.”

“그럼 640달러 번거네요?”

“네, 맞아요.”

매니저와 코치 그리고 선수인 소울까지 셋이서 오렌지카운티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온 것치고는 참 허접한 소득이었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그게 뭐죠?”

소울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파이팅머니를 다음번 경기에 전부 배팅해주세요.”

“설마 자신의 승리에 돈을 걸겠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죠.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포츠도박은 합법이잖아요. 나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니 배팅을 할 수 있어요.”

“좋아요. 상대방에게 걸면 나중에 문제가 되겠지만 자신이 승리한다는데 건다면 문제될 것은 없겠죠.”

까뮤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통해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레너드가 이미 시합을 하기로 합의를 봤는지 소울의 다음 경기가 도박 사이트에 벌써 올라와 있었다.

640달러가 얼마 되는 돈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걸게 되면 확실히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는 되어 줄 것이다.

‘남자는 역시 직진이지. 하하하, 가만 그런데 어디서 이런 생각 많이 해본 것 같은데……. 어디서였지?’

또다시 뇌리가 간질거리면서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했다.

그때 레너드가 달려왔다.

“소울,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어. 어서 가자. 당장 링 위로 올라가야 해.”

“네?”

레너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려와 소울의 손에 들린 가방을 빼앗더니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들어도 되는데요?”

“지금 소울은 시합에만 신경 쓰면 된다.”

당장 시합을 치러야 하는 소울에게 가방을 들게 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나름 무뚝뚝하게 말을 하려던 레너드의 입가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아!”

“대단하지?”

“정말 끝내주네요.”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 들어온 소울은 그 거대한 위용에 절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저기 링 위에서 뛰는 거로군요.”

“자,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서 계체량부터 통과해야한다.”

“네.”

레너드의 성화에 소울과 까뮤는 얼른 그의 뒤를 쫓아 뛰듯이 걸어갔다.

계체량을 통과하고 나자 이번에는 다시 링을 향해 열려있는 문을 향해 뛰어갔다.

“허억, 허억,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

“운동 좀 하셔야겠어요.”

“그, 그러게 말이다.”

레너드가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도 열심히 약속된 장소로 달려갔다.

“이소울 선수죠?”

“맞습니다.”

“얘기 들었습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입구에 서 있는 관계자가 급히 그들을 데리고 문으로 안내했다.

“블루코너, 180cm, 72kg, 1전 1승 1KO, 전설의 복서 록키 마르시아노를 잇는 번갯불 같은 펀치의 주인공, 슈퍼 루키! 플래시(Flash)! 이소울!”

와아아아아아!

소울은 레너드와 까뮤가 자신의 양쪽 어깨를 가볍게 밀자 문 밖으로 걸어 들어갔다.

천장에서 눈이 부신 조명이 쏟아져 내리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췄다.

고개를 들어보니 링 위에 있는 거대한 멀티비전에 자신이 링크 아레나에서 싸우던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저건 또 언제 찍었지?’

동작 빠른 것 하나는 알아줘야 할 것 같다.

분명히 자신은 오늘 누군가의 땜빵이다.

상대를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다.

상대방의 전적에 대한 정보도 아직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지금 링 위에서 마주쳐야 할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멀티비전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0전 10승 9KO, 미국 챔피언 마커스?’

순간 그는 심장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는 듯 했다.

무시무시한 전적의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는 까뮤를 쳐다봤다.

“저게 뭐죠? 왜 내가 미국 챔피언과 싸워야하는 거예요?”

“누구와 싸우던 그게 뭐가 중요해요? 마스터는 어차피 세계 챔피언이 될 텐데.”

까뮤는 너무나 확신에 찬 말로 오히려 소울을 이상한 놈으로 몰아갔다.

그녀의 말을 듣자 놀란 가슴이 절로 진정됐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당연하죠. 안 그렇다면 내가 왜 소울에게 이번 달 월급을 전부 걸었겠어요?

“까뮤도 돈을 걸었어요?”

“물론이죠. 이렇게 쉽게 돈 벌 기회가 왔는데 당연히 돈을 걸어야죠.”

까뮤가 당연하다는 듯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웃자 소울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소울은 까뮤와 속삭이듯 빠르게 대화를 하며 어느 덧 링 위에 올라섰다.

“레드코너, 180cm, 72kg, 10전 10승 9KO, 미국 챔피언, 허리케인 마커스 레이놀!”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자신을 소개할 때와는 그 차원이 달랐다.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그를 맞이하는 것을 보자 소울은 괜히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소울, 걱정하지 마요. 무조건 이길 테니.”

“오케이. 640달러가 아까워서라도 꼭 이기고 말겠어요.”

소울은 까뮤의 위로와 자신의 승리에 건 640달러가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마커스 레이놀이 링 위에 올라오자 주심이 양 선수를 링 가운데로 불러들였다.

언제나 똑 같은 주의사항을 얘기해주는 사이, 마커스는 소울을 보며 안됐다는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마커스의 상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자신이 그의 땜빵이 됐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마커스의 제물이 되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원래 위기에 강한 자가 진정한 강자다. 넌 나를 무시하고 있겠지만 곧 나를 땜빵으로 부른 것을 크게 후회하게 될 거야.’

소울은 마커스를 보며 마주 미소를 지어줬다.

마커스는 잘해보자며 두 주먹을 내밀었다.

매너는 좋은 선수처럼 보였다.

물론 그것과 시합은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뎅!

뭐가 그리 급한지 벌써 시합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마커스는 천천히 다가오면서 소울을 살폈다.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진지한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을 보니, 과연 미국 챔피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복서였다.

소울은 모르고 있었지만 미국 챔피언이란 말은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강자라는 소리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소울은 200개가 넘는 지구의 나라 중 한 명의 챔피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슉 슈슈슉 슉슉!

툭 투투툭 툭툭!

적당한 거리로 다가오자 마커스는 빠르게 잽을 날렸다.

소울은 일일이 그의 잽은 피하고 숄퍼롤을 쓰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그의 펀치를 흘려버렸다.

그 모습에 마커스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팡 파파팡 팡 파파팡!

이번에는 소울이 마커스의 얼굴과 몸에 잽을 던졌다.

돌멩이로 맞은 것 같은 묵직한 잽에 놀란 마커스가 급히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바짝 웅크렸다.

더 이상 소울에게 링 밖의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마커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크게 한방 맞을 것 같은 예감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커스는 묵직한 잽으로 인해 폭풍처럼 몰아붙여 빠르게 끝내려는 자신의 전략을 즉시 수정했다.

대신 빠르게 밀고 들어가 인파이터 스타일로 녹다운을 시켜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커스의 작전은 오히려 소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었다.

숄더롤에 위빙과 더킹을 섞어 사용하며 거기에다 화려한 스텝을 밟고 있는 소울은 그렇게 무식하게 밀고 들어와서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소울의 매를 벌었다.

사납게 공격을 해온다면 피하느라 펀치를 날릴 시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저렇게 저돌적으로 들어오는 상대라면 스텝을 사용해 피하면서 원하는 곳에 펀치를 날릴 수 있다.

팟!

마커스는 소울에게 저돌적으로 달려가다 돌연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이어 쏟아지는 소나기펀치로 그가 있는 방향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코너로 몰리기 직전, 소울은 귀신같이 스텝을 밟으며 빠져 나갔다.

그럴 때마다 소울의 몸은 마치 허깨비처럼 허공에서 사라지는 느낌이 났다.

“소울, 이제 끝내.”

까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소울의 귀로 파고들었다.

숄더롤로 그의 펀치를 흘리면서 얼마나 강한 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알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펀치가 강해도 자신을 맞추지 못하면 그만이다.

소울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자리에 두 다리를 박아버린 듯 고정시키고 라이트 훅과 레프트 훅을 시작으로 원투 스트레이트 콤비네이션을 화려하게 작렬시켰다.

퍽 퍼퍼퍽 퍽퍽 퍼퍼퍽 퍽퍽!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마커스의 상대가 사고로 인해 급하게 대신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어디서 또 희생양이 하나 나오나 했더니 이제 갓 데뷔전을 치른 루키가 10전 10승 9KO의 전적을 가진 강자인 미국 챔피언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도대체 말이 되질 않았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은연중에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강하다.

그것도 누가 봐도 약한 상대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자를 이기면 미칠 듯이 환호하게 되어있다.

MNM 그랜드 가든 아레나의 1만7천여 명의 관중은 지금 이 순간, 모두 혜성같이 나타난 슈퍼 루키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관중의 응원이 도움이 된 것일까?

쿵!

마커스의 몸이 크게 휘청하더니 링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다운, 물러서.”

주심이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며 다운을 선언했다.

카운터를 세기 시작하자 마커스가 힘겹게 다시 일어났다.

아직 쓰러질 때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소울은 이미 마커스가 자신의 라이트훅에 제대로 맞아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연재의 한계로 인해 지루함을 느끼신다니 폭참 밖에 없군요.

추천과 격려를 보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답니다.

스킵이라니 지루하다는 말은 더 이상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진짜 힘 빠지거든요.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막 넘길수가 없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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