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7 제 97 장 - 전설의 시작, 불새인간 =========================================================================
뭄바이는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의 주도로 1,350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 거주자가 워낙 많아서 비공식적으로 2,000만 명까지 추정하고 있다.
뭄바이 시(市) 위쪽에는 비하르 호(湖)가 있고 그 위에는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Sanjay Gandhi National Park)’이 있다.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 안에 인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뭄바이필드가 있었다.
필리핀의 마닐라필드를 지원하여 메트로 마닐라를 구원한 것으로 소울은 필리핀 정부로부터 영웅칭호를 수여받았다.
소울은 금소희와 같이 베트남의 하노이필드로 텔레포트 했고 이어 타이의 방콕필드, 방글라데시의 다카필드를 거쳐 이번에는 인도의 뭄바이로 넘어왔다.
내리 닷새를 드레이크를 비롯한 각종 몬스터를 잡느라 강행군한 소울은 지치지도 않는지 뭄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을 향해 TATA의 케스트렐 장갑차를 타고 출발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준엽 국정원 요원과 인도 육군 정보장교인 히라의 극진한 에스코트를 받고 있는 소울과 금소희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부르르릉 부르르릉 부우우우웅!
8륜의 장륜식 장갑차는 주무장으로 30mm 기관포, 부무장으로 7.62mm 기관총을 달고 있었는데 인도에서 생산한 장갑차치고 승차감은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뭄바이 시의 북단 핌시티를 벗어나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T-90S 전차 소대가 따라붙었다. T-90S 전차는 러시아의 T-90A 전차의 수출형으로 인도군은 사실 러시아보다 많은 T-90 전차를 운용 중이다.
‘아준 전차가 나오지 않을 것을 감사해야겠다.’
MBT(中戰車)계의 삽질 본좌, 30년 개발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준 전차가 자신을 맞이하러 나왔다면 아마 소울은 열이 받아서 그 자리에서 금소희와 텔레포트를 해서 사라졌을 지도 몰랐다.
아준, 아리한트, 테자이로 이어지는 인도의 육해공군의 자국산 무기개발 삽질은 워낙 유명해서 소울은 더 이상 생각조차하고 싶지도 않았다.
핌시티를 벗어나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올라가자 비하르 호가 나타났다.
도로는 비하르 호를 우측으로 두고 다시 북쪽으로 꺾였다.
비하르 호에서 북쪽으로 2.5km쯤 올라가자 털시 호(湖)가 나타났고, 털시 호를 오른쪽으로 두고 1.3km를 더 올라가자 칸헤리 동굴이 나왔다.
뭄바이필드는 바로 이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의 칸헤리 동굴 왼편에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소울과 금소희는 구준엽 요원과 인도 육군 정보장교 히라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구준엽은 황송하다는 듯 바로 고개를 숙이며 손을 저었다. 히라도 소울에게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와주신 것만 해도 저희가 감사를 드려야지요. 이소울 마스터의 지원은 뭄바이 시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미인계를 쓰려는 목적인지 모르지만 히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여군이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면 사내라면 아마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 미인이 넘쳐나는 복을 가진 소울은 이미 미녀에 대한 내성이라도 생긴 듯 전혀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뭄바이필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뭄바이필드의 대 몬스터 장벽은 깨졌습니다. 이중으로 견고히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드레이크들은 끝내 구멍을 뚫고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급해도 대 몬스터 장벽부터 복구해야합니다. 그러고 나서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간 몬스터 무리를 소탕해야합니다.”
윤회를 믿어서 그런 건지, 카스트 제도의 부작용인지 모르지만 히라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죽을 놈은 다 죽게 된다는 식이었다.
‘흐음, 내가 굳이 나서서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지. 일단 그녀의 말대로 몬스터 장벽부터 복구를 하고 나서 몬스터를 소탕해야겠구나.’
소울은 히라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인도의 정부에서 자신에게 그녀를 보냈다면 그녀가 지금은 인도 정부를 대표한다고 봐야했다.
소울과 금소희를 비롯한 일행이 뭄바이필드의 대 몬스터 장벽을 향해 걸어갔다.
“이거 혹시 흙으로 장벽을 세운 겁니까?”
“그렇습니다. 시멘트와 흙을 섞어서 지은 겁니다.”
“철근 콘크리트를 써서 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시멘트와 흙을 섞어서 쓰다니…….”
“이래서 드레이크가 쉽게 빠져 나갔군요.”
소울과 금소희는 히라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히라는 그들의 말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녀가 볼 때 대 몬스터 장벽은 어느 나라의 것에 비해도 크고 웅장하고 단단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철근 콘크리트로도 불안해서 특수강화 콘크리트로 대 몬스터 장벽을 이중으로 세우고도 드레이크가 빠져 나갈 뻔 했는데, 겁도 없이 흙과 시멘트로만 대 몬스터 장벽을 세우다니. 대단한 위인들이구먼.’
소울은 더 이상 히라를 쳐다보지 않았다.
“구준엽 요원이 나중에 인도 정부에 대 몬스터 장벽을 콘크리트로 세워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특수강화 콘크리트로 짓는 게 그나마 나을 겁니다. 드레이크가 그것도 뚫고 나간 곳이 있으니 어설프게 세우면 말짱 도루묵 됩니다.”
“서면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도 정부에도 정식으로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그게 최선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얘기를 해줬는데도 안 된다면 그것까지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하하, 그렇게 된다면 아마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동안 죽는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아!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최선을 다해서 이일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울은 구준엽의 말에 더 이상 대 몬스터 장벽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던 정치를 하는 놈들이 멍청하면 그 나라 국민이 고생을 하는 법이고,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란 지구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나와서 뭄바이필드에 있는 대 몬스터 장벽을 보수하도록 하자.]
[네, 주인님.]
[예.]
[예스, 마이로드.]
[빠아!]
소울의 소환수들은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작업을 해봤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소울이 일일이 간섭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했다.
하지만 소울의 소환수가 폭발적으로 숫자가 증가하고, 커다란 구멍이 난 대 몬스터 장벽을 거침없이 복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히라는 경악에 찬 눈동자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소울은 그런 히라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구준엽을 데리고 슬며시 한쪽으로 떨어져 나왔다.
“현재 이곳의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카스트 제도로 인해 죽어나는 것은 역시 노예 계급인 수드라와 불가촉천민들이 몰려 사는 지역입니다. 제사장인 브라만, 왕족과 귀족인 크샤트리아가 사는 동네는 인도의 고위 능력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평민인 바이샤들도 나름 머리가 있으니 조용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현재 인도에선 공식적으로 불가촉천민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지정카스트(Scheduled Caste)가 공식용어다.
소울은 구준엽의 말을 듣고는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도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빈익빈 부익부라고 하지만 카스트 제도와 윤회사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다고 돈 많고 권력 있는 놈들의 따까리나 하려고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생명은 누구에게가 귀한 법이니까. 최대한 다수를 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마음에 결정을 내리고 구준엽을 바라보자 그는 뭔가 잠시 망설이더니 품속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줬다.
“외람되지만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게 뭡니까?”
“지금 뭄바이 시에서 가장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표시한 겁니다. 당연히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급과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었습니다. 우선순위가 적혀 있으니 참고하세요.”
“하하하, 잘 쓰겠습니다.”
구준엽이 왜 이런 지도를 줬는지 소울은 단번에 눈치 챘다.
그도 카스트 제도로 인해 상류계층이 일방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인도 정부로부터 선금도 받았겠다.
소울은 굳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몬스터 퇴치는 원칙대로 한다. 몬스터 무리의 주력을 격파하고 드레이크를 집중적으로 잡아 죽인다.’
이 방법은 이미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하노이, 타이 방콕,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었다.
인도의 뭄바이에서 쓴다고 나중에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인도 정부나 고위관료를 빼고 말이다.
[주인님, 복구가 끝났어요.]
까뮤가 제일 먼저 소울에게 날아와 대 몬스터 장벽의 복구가 끝났다고 알려왔다.
그는 까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머지 소환수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들 수고했다. 그럼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네, 주인님.]
[예, 주인님.]
[예스, 마이로드.]
[빠아!]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소울은 곧바로 지도를 폈다.
뭄바이 시와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의 지형이 상세하게 나타나있는 지도로 구준엽 요원이 준 지도였다.
지도를 보는 시선이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의 간헤리 동굴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다무 나가르와 가우탐 나가르라는 지역의 이름이 보였다.
‘나가르’ 라는 이름이 뭘 뜻하는지는 모르지만 잘 사는 동네는 절대 아닌 것이, 집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지역에 나가르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 있었다.
컬러에다 해상도가 높아서 그런지, 지도만 봐도 자신이 보고 있는 지역들이 평민 계급과 그 이하의 계급이 사는 지역으로 생각됐다.
[까뮤는 다무 나가르와 가우탐 나가르 지역으로 먼저 가서 상황을 살펴봐라.]
[네, 주인님.]
[렉시는 지금 공중으로 올라가서 서쪽으로 가는 길에 드레이크가 있는 지 확인해보고 말해줘!]
[빠아!]
[푸티나는 정찰을 맡는다. 드레이크가 보이면 돌아오고 리자드맨 정도는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
[예, 주인님.]
[본과 다크 배틀리언은 서쪽으로 진군할 준비를 한다.]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명령에 네 소환수는 각자 자신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본과 다크 배틀리언이 일제히 움직이며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형을 만들자 히라가 소울을 향해 뛰어 왔다.
“이소울 마스터, 뭄바이 시내로 지금 들어가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혼자 움직일 겁니다. 두 사람과 같이 다니면 제가 신경이 쓰여서 안 됩니다.”
소울의 냉정한 말에 구준엽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히라는 오히려 그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제가 옆에 있어야 뭄바이 시를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의 위치를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상대할지, 어떤 공격을 하는 것이 좋을지, 도움을 드릴 수가 있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도움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금소희가 다크라이노를 몰아 소울의 앞으로 데리고 오자 소울은 히라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훌쩍 뛰어 다크라이노 등위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출발!”
“이소울 마스터, 잠깐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렇게 무작정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
히라는 급히 소울을 태운 다크라이노를 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어느새 스켈레톤 엘리트들이 해골마를 타고 다가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스켈레톤 엘리트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바라보며 살벌한 눈빛을 짓자 히라는 더 이상 소울의 뒤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낭패한 기색의 히라를 보며 구준엽이 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두두두두두!
거침없이 움직이는 다크 배틀리언의 뒤로 먼지가 치솟더니 그들의 모습을 점차 가려버렸다.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의 간헤리 동굴에서 왼쪽으로 이동하여 다무 나가르에 도착할 때까지 본과 다크 배틀리언은 단 한 마리의 살아있는 몬스터도 만나지 못했다.
정찰을 위해 먼저 출발한 푸티나가 의욕이 넘쳐서 그런지 눈에 보이는 리자드맨을 족족 죽여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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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속자가 많아서 들어가졌다가 안들어가졌다가 그러네요. ^^;;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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