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86화 (386/492)

00386  제 97 장 - 전설의 시작, 불새인간  =========================================================================

오르티가스 에비뉴는 녹색의 몬스터 피로 가득 물들었다.

본과 다크 배틀리언은 ‘에피파니오 데 로스 산토스 에비뉴’를 만나자 곧바로 기수를 북쪽으로 꺾어 북상했다.

우두두두두두!

본은 남북으로 이어진 ‘에피파니오 데 로스 산토스 에비뉴’로 들어오자 몬스터 행렬에서 드레이크의 비중이 급증한 것을 보고는 화살표 모양으로 벌려진 다크라이노의 진형을 더욱 촘촘하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한 두 마리면 모를까 저렇게 드레이크들이 많이 모여 있다면 결국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겠구나. 진형을 더욱 더 촘촘한 쐐기 형으로 만드는 것을 보니 드레이크와 정면충돌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이를 돌파해 스쳐지나갈 생각이구나.’

소울은 본의 생각을 바로 알아챘다.

[렉시, 우린 하늘로 올라가자.]

[빠아!]

렉시가 날갯짓을 한번 하자 그들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전장(戰場)의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당장 어디가 급한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열 마리의 드레이크가 리자드맨 수백 마리와 함께 이미 ‘에피파니오 데 로스 산토스 에비뉴’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계속 이어진‘오르티가스 에비뉴’를 따라 서진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연신 후퇴를 하면서 간신히 방어를 하고 있는 필리핀 능력자들의 처절한 모습이 보였다.

‘당장 급한 곳은 저기군.’

소울은 렉시를 움직여 콜롬비아 타워 빌딩 앞을 지나는 몬스터 무리의 바로 위에 멈춰 섰다.

[푸티나, 그쪽은 어때?]

[이쪽은 드레이크가 없습니다. 리자드맨 무리만 따로 돌아다니며 사람을 해치고 있어요.]

[대충 정리가 됐으면 이쪽으로 와서 거들어라.]

[예, 주인님.]

소울은 푸티나를 호출하면서 디스트로이어를 저격모드로 바꾸고 레버를 제일 위로 올렸다. 디스트로이어의 공격모드를 저격모드로 바꾸면 관통력이 극대화된다.

그는 디스트로이어의 총구를 아래쪽으로 내리고는 제일 앞에서 필리핀 능력자들을 마구 공격하는 드레이크의 머리통을 겨냥했다.

푸슝! 쿵!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디스트로이어에서 호두알만한 작은 광채가 빛의 속도로 날아갔다. 목표로 삼은 드레이크의 머리에 작은 구멍이 뚫리자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몇 킬로미터 밖의 목표도 관통시킬 수 있는 디스트로이어 저격모드다.

그런데 그것을 단 3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공에서 직접 아래를 향해 직각으로 내려쏘았다.

아무리 두꺼운 드레이크의 머리가죽도 그건 견딜 수 없었나 보다.

단 한방에 그대로 머리통이 관통당해 뇌가 녹아버렸다.

푸슝! 쿵!

푸슝! 쿵!

푸슝! 쿵!

…….

도대체 드레이크가 몇 마리나 쓰러졌는지 모른다.

그제야 소울의 존재에 알아챈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더니 일제히 입을 벌렸다.

그리고 소울을 향해 브레스를 쏟아냈다.

콰하아아아아아 콰하아아아아 콰하아아아!

쌩! 쌔앵! 쌩!

하지만 렉시가 벌써부터 눈치를 채곤 금세 이리저리 허공을 움직여 드레이크의 브레스를 피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지상에서 커다란 함성이 일어났다.

소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며 열광하고 있는 필리핀 능력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는 다시 드레이크의 머리 위로 날아가 디스트로이어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푸슝! 쿵!

푸슝, 푸슝! 쿵!

푸슝, 푸슝! 쿵!

푸슝! 쿵!

…….

학습 효과라도 생긴 것일까?

드레이크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라서 소울이 렉시를 타고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오면 기겁을 하고는 결사적으로 도망쳤다.

덕분에 명중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은 두 방을 넘기지 않고 드레이크를 잡아 죽였다.

‘이런 기가 막힌 방법이 있었네. 소울넷에서 겨우 A급 상급 마나건을 준다고 투덜거렸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잖아? 쓰기에 따라서 정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구나.’

디스트로이어는 A급 상급 마나건이다.

간단히 총이란 말이다.

총은 원거리 살상무기다.

그동안 소울은 디스트로이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저격모드로 바꾸면 당연히 저격총의 모양으로 바뀌는데도, 그는 처음 모습이 권총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지 못하고 권총처럼 사용해왔다.

가끔 유탄 모드를 써서 재미를 봤지만, 역시 디스트로이어는 총으로 사용될 때 가장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아아아아아!

또다시 지상에서 큰 함성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푸티나가 나타나 드레이크를 비롯한 리자드맨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소울은 정신이 분산된 드레이크를 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이래서 공중공격이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드레이크와 리자드맨들을 사방으로 흩어버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어라, 저렇게 사방으로 도망치면 안 되는데…….’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소울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지금 그런 것까지 일일이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은 계속 적의 주력을 공격해라.]

[예스, 마이로드.]

[까뮤, 렉시, 푸티나는 지금부터 오로지 드레이크만 잡는다.]

[네, 주인님.]

[예, 주인님.]

[빠아!]

소울은 빠르게 명령을 내리면서 렉시를 움직여 빌딩사이로 도망치는 드레이크 한 마리를 따라갔다.

[까뮤, 드레이크의 마석과 사체는 잘 챙기고 있지?]

[아니요.]

[그럼 지금부터 싹 챙겨라.]

[네, 주인님.]

몬스터가 분산되면 피해는 커지겠지만 필리핀 능력자들로만 구성된 파티로도 각개격파가 가능해진다.

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몬스터가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건 그의 손에서 이미 벗어난 일이다.

소울이 할 수 있는 일 중 메트로 마닐라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드레이크를 빠르게 처치해주는 것이다.

리자드맨은 어떻게든 필리핀군과 필리핀 능력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두세 마리만 몰려 있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필리핀 능력자 중에는 능히 드레이크를 사냥할 파티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파티라고 해도 드레이크 몇 마리와 리자드맨 무리가0 같이 모여 있으면 사냥은 거의 불가능하다.

푸슝! 쿵!

푸슝! 쿵!

푸슝, 푸슝! 쿵!

푸슝, 푸슝! 쿵!

푸슝! 쿵!

…….

디스트로이어의 총구에서 푸른 광채가 쏘아져 나갔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드레이크를 쫓아다니면서 쏘아대는 그의 저격솜씨가 점점 늘고 있었다.

소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슬그머니 전리품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까뮤에게 전리품을 얼른 챙기라고 말한 것이다.

소울에게 전투만 하라고 강요하면 의욕을 잃는다.

전투의욕을 고양시키는데는 역시 전리품이 최고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이용해 메트로 마닐라를 향해 진군하고 있는 몬스터는 현재 수십만에 달했다.

소울은 수십만의 몬스터를 모두 잡아 죽일 수는 없지만 덩치가 큰 드레이크만 사냥하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본과 다크 배틀리언이 메트로 마닐라를 향하는 가장 큰 몬스터 무리를 상대하는 동안, 그는 드레이크만 골라서 빠르게 정리하며 돌아다녔다.

하늘에서 작고 푸른 벼락이 쏘아질 때마다 거대한 동체를 가진 드레이크는 그대로 즉사를 당했다.

달리던 관성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자 아스팔트가 왕창 패어지며 흙더미가 올라왔다.

불새인간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레이크는 마치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허공으로 퍽 하고 꺼지며 사라진다.

커다란 흙더미와 뭔가가 긁고 지나간 듯한 아스팔트의 잔해만이 여기서 뭔가 일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날 하루 동안, 약 1,185만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 메트로 마닐라에서는 불새인간의 전설적인 무용담이 끊이지 않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 * * * *

쾅!

으아악!

수류탄이 날아오자 특작부대의 대원들은 급히 사방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모든 대원이 다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중 한명이 당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메딕은 뒤로 빠지고, 나머지는 계속 쫓아.”

“네.”

다다다다다!

타타탕 타타탕!

투르르륵 투르르륵!

피핑 핑핑핑!

자동권총과 기관단총이 불을 뿜고 총알이 머리와 얼굴을 스치며 날아갔다.

영국과 34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칼레의 시가지는 순식간에 시가전 양상을 띠며 전투가 벌어졌다.

“저놈들은 도대체 뭐야?”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지?”

“흥분하지 마라. 오라클이 부리는 하부조직이거나 아니면 그들이 매수한 프랑스의 범죄조직이 분명하다.”

특작부대는 며칠 동안 오라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눈이 벌게진 채로 분통을 터뜨렸다.

눈앞에 목표가 보일 때마다 어디선가 꼭 이렇게 방해꾼이 나타나 도주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씩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이제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기를 든 수십 명의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그들을 포위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서머너즈 길드에 승리를! 마스터에게 영광을!”

쾅! 콰콰콰쾅!

갑자기 누군가가 무서운 속도로 상대방을 향해 달려가더니 사방으로 수류탄을 던져댔다. 주변 일대에 커다란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누구지?”

“도일입니다.”

“이런 굳이 목숨까지 걸지 않아도 됐는데…….”

특작부대 추격1팀 3조의 조장 마이클은 도일의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도일의 희생으로 지금 그들에게는 적들을 무찌를 기회가 생겼다.

“기회는 지금이다. 모두 앞으로 돌격!”

와아아아아!

타타탕 타타탕!

투르르륵 투르르륵!

피핑 핑핑핑!

추격1팀 3조의 조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격을 감행하자, 상대방은 충격과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패닉상태에 빠졌다.

총탄이 쏟아지고 수류탄이 날아오자 그들은 급히 후퇴하며 차례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해갔다.

-여긴 2조다. 어떻게 된 거야?

“도일이 스스로를 희생했다. 여기는 우리가 맡을 테니 2조는 바로 오라클의 뒤를 쫓아라.”

-알겠다. 그리고 고맙다고 전해줘!

“라저!”

우측으로 대테러복장을 한 2조의 조원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남아서 적을 싹 쓸어버린다.”

“오케이!”

도일 덕분에 이놈들을 싹 죽여 버리고 잠시 쉴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여러모로 도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조장, 도일이 여기 있습니다.”

“뭐야?”

마이클은 미친 듯이 메딕이 소리치는 것을 보자 없던 힘이 불끈 생기면서 달려갔다.

내장이 쏟아져서 숨을 헐떡거리는 도일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메딕은 조심스럽게 내장을 식염수로 씻어내더니 그의 뱃속으로 다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배낭에서 비싼 포션 한 박스를 꺼내더니 한 병은 그의 입에 물려주고 나머지는 아끼지 않고 그의 몸에다 마구 들이부었다.

“힐! 힐! 힐!”

메딕은 그것도 모자라 도일의 몸에 힐을 쏟아 부었다.

“으윽, 조장?”

“도일, 이 새끼 살아났구나.”

“하하하, 언제 내가 죽었습니까?”

“너 정말 다시 한 번 그런 개지랄 떨었다간 나한테 죽도록 얻어맞을 줄 알아.”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겠네요.”

“에라, 이 꼴통 새끼야.”

마이클은 메딕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F급 힐러인 메딕은 고작 세 번의 힐을 쏟아 부은 것 가지고 헥헥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비싼 포션 한 박스를 미리 보급 받아놓은 것이 있어 귀한 대원의 생명을 구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추격1팀 3조는 도일이 살아있다는 통신에 더욱 신나게 적을 쓸어버렸다.

비록 상위 클래스는 아니었지만 전원이 능력자로 구성된 추격팀의 대인 전투능력은 일반인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발군이었다.

한순간에 적을 쓸어버린 그들은 뒤에서 다가오는 지원팀을 맞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헬기를 준비했습니다. 파리로 가서 미리 자리를 잡아놓으라는 명령입니다.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시고 헬기를 타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철수한다.”

“옛썰!”

“아이아이 썰!”

그들은 부상자들을 어깨로 부축하며 빠르게 수송헬기를 탔다.

수송헬기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프랑스 경찰차가 지원팀을 향해 달려왔다.

에에에엥 에에에엥!

지원팀 대장은 이번에는 또 무슨 핑계를 대야할지 머릿속으로 궁리했다.

역시 이번에도 테러단체의 공격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굳이 뭐라고 하면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 윗대가리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밀어버리면 된다.

이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요청할 정도로 갑질은 능숙해졌다.

그의 눈에 헬기가 점점 작아지며 어느새 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 * * *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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