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4 제 96 장 - 진출(進出) =========================================================================
[좋아. 한 마리는 아까처럼 다크라이노가 잡고, 다른 한 마리는 최루탄부터 먼저 시험해보자!]
[네, 주인님.]
[예스, 마이로드.]
다크라이노들은 모두 아까처럼 본이 지정해 놓은 자리로 돌아갔다가 신호에 맞춰 차례대로 달려 나왔다.
사방에서 대지를 울리는 진동음이 일어났다.
그 소리는 마치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의 칭기즈 칸이 이끌던 기마병들이 거침없이 초원을 질주할 때 나는 소리를 연상케 했다.
두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
쿵 쿵쿵!
쿠웨에에에엑!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드레이크의 옆구리를 다크라이노들이 무서운 속도로 들이받았다.
드레이크는 커다란 비명을 흘리며 나동그라져 물기가 가득한 땅바닥을 정신없이 굴러갔다.
이번에 달려온 놈은 아까처럼 운이 없었는지 넘어지면서 발목도 부러져버렸다.
온몸에 진흙을 잔뜩 묻히고 쓰러져 있는 드레이크를 향해 다크라이노는 쉴 새 없이 달려와 차례로 받아버렸다.
쿵쿵 쿵쿵쿵!
꾸웨에에에에엑!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다시 한 번 드레이크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소울은 그 소리를 듣고는 더 이상 진흙바닥에 쓰러진 드레이크를 쳐다보지 않았다.
비명소리만 들어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쿠히이이이익!
케엑 케에엑 켁켁켁!
다른 방향에서 무서운 속도를 내며 달려오던 드레이크 한 마리가 갑자기 속도를 확 줄이더니 눈물, 콧물을 마구 흘리며 기침을 해댔다.
“의외로 최루탄에 약한 모습을 보이네?”
“그러게 말이에요. 최루탄이 대형 몬스터의 돌진을 멈추게 할 정도로 독한 건가요? 아니면, 반대로 얘기해서 최루탄을 맡으면서도 데모를 하던 사람들은 저것을 견딜 정도로 독하고 질기다는 얘긴가요?”
“글쎄. 내가 알기론 최루탄을 외국에 수출하려고 했다가 그 나라에서 성분분석을 해보고는 사람에게 쓸 수 없는 물건이라며 수입을 거부한 적이 있었어.”
“흐음, 이제는 저런 것 사람에게 쓰지 말고 몬스터 잡는 것에나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네요.”
“드레이크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우리 길드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지.”
소울과 금소희가 드레이크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까뮤는 바람의 권능을 이용해 드레이크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최루탄 가스를 쏘아댔다.
드레이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최루탄 공격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어떻게든 도망쳐보려고 이리저리 풀쩍풀쩍 뛰어다녔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바람보다 빠르지 않는 이상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참다못한 드레이크가 입을 쫙 벌리더니 브레스를 내뿜었다.
콰하아아아아아!
쿨럭 쿨럭!
그러나 브레스를 뿜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숨을 들이켜야만 한다.
당연히 전보다 10배는 더 많은 최루탄 가스를 흡입하자 괴로움도 그에 비례해 올라갔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최루탄 가스만 간신히 브레스로 태워서 없앤 드레이크는 또다시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소울이 갑자기 푸티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푸티나, 저 드레이크를 지져!]
[예, 주인님.]
파츠츠츠츳 파츠츠츠츳!
꾸헤에에에엑!
푸티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않고 바로 체인라이트닝 스킬을 발사했다.
드레이크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원래 드레이크는 몸에 전격을 맞아도 단단한 외골격과 두껍고 질긴 가죽으로 인해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드레이크의 눈과 코에서는 눈물과 콧물이 수도꼭지가 새는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푸티나의 체인라이트닝은 드레이크가 흘린 눈물과 콧물을 타고 눈과 코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가 드레이크의 뇌를 지져대고 있는 것이다.
“마스터, 정말 놀랍네요. 어떻게 눈물과 콧물을 이용할 생각을 다 하셨어요?”
“뭐 보통이지.”
사실 전혀 몰랐다.
그냥 한번, 혹시나 해서 푸티나에게 지져보라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속성 방어력이 매우 뛰어난 드레이크를 전격으로 이렇게 타격을 줄 수 있다니 말이다.
[푸티나, 방어력 좀 보게 도끼질 좀 해봐.]
[예, 주인님.]
이번에는 푸티나에게 도끼질을 시켰다.
푸티나는 블릿츠어택 스킬을 이용해 드레이크에게 빠르게 돌진하더니 그 힘을 그대로 도끼에 담아 단번에 드레이크의 목을 후려쳤다.
깡!
뭔가 단단한 것을 쪼갤 때 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레이크는 푸티나의 도끼질에 정통으로 뒤통수를 가격 당하자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피를 흘렸다.
쿵!
그러더니 결국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당장 죽은 것은 아니었다.
드레이크는 곧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다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푸티나가 그 모습을 보더니 드레이크를 향해 일렉트노바 스킬을 펼쳤다.
“일렉트노바!”
파칭 펑!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일어나는 나이테 모양의 푸른 물결이 푸티나를 중심으로 빠르게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일렉트노바에 맞은 드레이크는 마치 누군가에게 어깨로 보디체크라도 당한 것처럼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온몸에 스파크가 튀었다.
“몸이 튼튼하네.”
푸티나가 일어난 드레이크를 보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몸이 돌연 뻥튀기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3m에 가까운 덩치로 커진 푸티나의 두 귀와 양쪽 가슴, 그리고 두 손에 형광등이라도 켜진 것처럼 불이 들어왔다.
거의 동시에 푸티나가 들고 있던 도끼에서도 번갯불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변신 능력에 이은 발광 스킬에다 라이트닝 파워 까지 왕창 도끼에 집중시킨 푸티나는 증폭의 서클릿을 손가락을 한번 툭 치더니 블리츠어택 스킬로 번개처럼 드레이크에게 날아갔다.
크게 도끼를 허공에서 한 바퀴 휘돌린 푸티나는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내리찍었다.
파츠츳 쾅!
우르릉 쿠르릉!
도끼질을 했는데 커다란 폭음이 터졌다.
이것은 모두 푸티나의 스킬이 증폭에 증폭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발광 스킬은 라이트닝 파워를 3배까지 증폭시켜준다.
여기에 증폭의 서클릿을 쓰고 있으니 다시 2배로 라이트닝 파워가 증폭된다.
거기에다 라이트닝 마스터리를 통해 공격력의 보정을 받으면 원래 푸티나가 가지고 있던 라이트닝 파워에 몇 배로 증폭된다.
그런 강력한 전격 공격을 블리츠어택 스킬로 연결해서 번갯불처럼 빠르게 날아가 드레이크의 머리통을 후려치자 폭음이 터지게 된 것이다.
드레이크가 아무리 속성 저항력이 강력해도 A급 소환수인 푸티나의 라이트닝 파워를 몇 배로 증폭시킨 공격에 맞고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드레이크의 머리통의 반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나머지 반도 새까맣게 탄 채로 흉물스러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푸티나, 연계스킬이 아주 좋았다.]
[헤헤, 주인님, 고맙습니다.]
푸티나는 소울이 칭찬을 하자 커다란 몸에 어울리지 않게 몸을 비비꼬며,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소울은 자신의 소환수들이 점점 감정표현이 풍부해지는 것을 보고는 확실히 상급 소환수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주머니 속에서 위성전화기가 울었다.
누가 전화 했나 확인을 해보니 나 부장이었다.
“나 부장.”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천만에. 그런데 무슨 일이야.”
-두 가지 일로 연락드렸습니다. 먼저 오라클이 런던 히드로 공항을 통해 영국에 들어왔습니다.
“결국 대서양을 건넜군. 오라클을 잡았나?”
-그건 아닙니다. 특작부대가 계속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향이 프랑스 쪽입니다.
“예상대로군.”
-다른 한 가지는 지금 계신 마닐라, 정확히 말하면 메트로 마닐라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에서 긴급구조요청을 했습니다. 마스터께서 적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도와주신다면 10억 달러를 선금으로 주겠답니다. 원하신다면 몬스터 사체처리권도 준다고 했습니다.
“나쁘지 않군.”
-어떻게 할까요?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아니면 이동하시겠습니까?
소울은 잠시 고민했다.
마닐라필드에서 빠져 나온 드레이크와 리자드맨이 지금 메트로 마닐라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아마 지금 자신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시간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10억 달러의 선금과 필리핀 정부의 몬스터 사체처리권이면 대가는 충분하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라클이었지만 당장 위치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뒤쫓고 있는 것이니 아직 자신이 나설 시기가 아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이기적으로 변했지. 지금 눈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뭘 고민하고, 자꾸 따지고 계산하려들지?’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이들을 도와줄 힘이 있었다.
평양필드를 비롯한 한반도의 몬스터 필드는 자신과 자신에게 영향을 받은 능력개발청, 능력자협회의 도움으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나라들이 전부 대한민국과 같지는 않다.
당장 필리핀만 하더라도 수십만 아니 수백만 명이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죽어가고 있었다.
“나 부장,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해줘!”
-네, 마스터. 말씀하신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마스터의 무운을 빕니다.
소울은 위성전화를 종료하고 위성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세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 기세는 점점 커지고 확장되더니 웅혼한 패기(覇氣)로 만들어져갔다.
[지금부터 우리는 마닐라를 향해 서진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전부 쓸어버려라!]
[네, 주인님.]
[예스, 마이로드.]
[예, 그럴게요.]
[빠아!]
소울의 마음이 그의 소환수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우두두두두두!
가장 먼저 그의 명령에 반응한 것은 본이었다.
소울과 금소희가 타고 있는 다크라이노 한 마리를 제외한 43마리의 다크라이노가 전면에 나서더지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다크 배틀리언 본진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본과 다크 배틀리언 전체가 해골전투마와 해골마를 타고 있는 기병이기 때문에 그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무섭게 빨랐다.
“금소희!”
“네, 마스터.”
“정령을 소환하고 스스로를 지켜라.”
금소희는 단호한 소울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조심하세요.”
“내 걱정하지말고 당장 정령을 소환해.”
“네, 마스터.”
금소희는 바람의 정령인 슈나이더를 소환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소울은 더 이상 금소희에 대해 신경을 끊었다.
‘돈은 벌만큼 벌었다. 명예도 대한민국에서 영웅으로 불리고 있으니 절대 낮지 않아. 권력도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니 충분하다. 그동안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꼭 내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책임이 아니더라도,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하는 냉혈한이 되지는 말자. 내가 비록 진짜 영웅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나이인데 치사하고 더럽게 살 수는 없지.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동안 자신은 소환수들의 뒤에 숨어서 살아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예전에는 허접한 소환계 능력자라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A 클래스 멀티 능력자가 아닌가?
이제는 당당히 몬스터들과 맞짱을 떠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소울은 디스트로이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렉시를 불렀다.
[렉시, 이리 와서 나를 너의 등에 태워라!]
[빠아!]
렉시가 허공에서 몸을 뒤집더니 곧바로 소울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는 땅에 처박히기 직전 멋지게 선회를 해서 달려가고 있는 다크라이노의 옆으로 날아왔다.
휘익!
소울은 자신의 소환수인 렉시를 믿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렉시가 부드럽게 그의 발 아래로 미끄러지듯 날아왔다.
소울의 두 발이 렉시의 등에 닿자 렉시의 등에서 강한 흡착력이 생겨나 그의 두 발을 꼭 잡아 주는 것 같았다.
“날아라! 렉시!”
“빠아!”
렉시는 부드럽게 몇 번 날개짓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크기로 따지면 독수리만한 렉시가 둠 플레이트를 비롯한 각종 무기와 장비로 중무장한 소울을 태우고 난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식의 오류일 뿐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꾼대로 이루시고 따스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어려운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한 해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