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9 제 95 장 - 범람(氾濫) =========================================================================
몇 놈은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서 움직임을 멈춘 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벽에 난 구멍을 통해 빠르게 밖으로 나와 부챗살 모양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으아악!”
“크아악!”
“아악!”
바실리스크의 숫자가 불어나자 당장 백제 길드의 정예들이 죽어나갔다.
바실리스크에게 물려죽거나 통째로 삼켜지는 능력자들의 모습이 사방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일부는 깔려 죽거나 꼬리에 맞아 죽기도 했다.
‘아! 이렇게 되면 결국 군에 폭격을 요청해야겠지?’
군에 폭격을 요청한다는 말은 곧 이곳을 포기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폭격이 시작되면 대 몬스터 장벽의 안팎에서 바실리스크와 싸우고 있는 수백 명의 능력자들과 수천 명의 병사들의 생명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해버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바실리스크가 대구를 향해 내려가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만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자 소수림은 결국 대의를 생각하곤 자신과 백제 길드의 목숨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뜨겁게 불타는 눈빛으로 바실리스크에게 당해 쓰러지고 있는 백제 길드의 능력자들을 쳐다보면서 결국 최후의 명령을 내리기위해 크게 숨을 들이켰다.
스팟!
그때였다.
갑자기 주차장 한쪽에 별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더니 느닷없이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 저건 뭐지?”
“혹시 서머너즈 길드에서 지원 온 것이 아닐까?”
“설마, 저게 지원군이야?”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저기에서 나타나지? 텔레포트라도 한 것인가?”
소수림과 그의 옆에 서있던 백제 길드의 간부들이 모두 한마디씩 내뱉으며 궁금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입을 딱 벌리며 놀라고 말았다.
갑자기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크게 벌리자 하얀 안개가 마구 쏟아져 나오더니 커다란 A 주차장을 삽시간에 뒤덮어 버렸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뭔가 묘한 소리가 하얀 안개 속에서 들려오자 곧 안에서 수백 명의 고대 병사들이 진형을 이루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크라이노! 돌진!”
누군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하얀 안개 속에서 금방이라도 먹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새까만 거대 코뿔소들이 달려 나와 구멍 난 성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두두두!
구멍 난 성벽의 사이에 있던 바실리스크들은 덩치가 아프리카 코끼리 보다 더 거대한 코뿔소들의 무식한 돌진 앞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길을 내어주고 말았다.
쿵 쿠쿠쿵 쿠쿠쿵 쿵쿵!
키아아아악 캬아아악 크아아악!
거대 코뿔소들의 크고 날카로운 뿔에 받힌 바실리스크들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거나 옆으로 길게 찢어져 내장을 쏟아내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거대 코뿔소들은 그런 바실리스크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고 육중한 발로 사정없이 밟거나 짓이기며 지나갔다.
“다크 배틀리언 돌격!”
쿠와아아아아!
우두두두두두!
수백 명의 고대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해골마를 탄 채 바실리스크를 향해 돌격했다.
다크라이노 44마리가 뚫고 지나간 길을 통해 돌진한 다크 배틀리언 부대는 화살표 모양의 진형을 확대하며 바실리스크들의 행동반경을 순식간에 집어 삼켰다.
[까뮤는 대구필드 안으로 가서 제1 성벽을 뚫고 들어오려는 놈들에게 네이팜탄을 던져주도록 해라.]
[네, 주인님.]
[약초를 태워서 성벽에 걸어 놓는 것도 잊지 말고.]
[네, 렉시를 데리고 가서 같이 작업하겠습니다.]
[좋아.]
[빠아!]
까뮤와 렉시가 제3 성벽을 넘어 안으로 날아가자 소울은 푸티나와 트로트를 동시에 쳐다봤다.
“푸티나, 트로트, 가서 남아있는 바실리스크를 정리해라.”
“예, 주인님.”
“키링!”
푸티나는 커다란 도끼를 어깨에 턱 걸치더니 트로트에게 도끼 하나를 넘겼다.
그리고는 트로트를 데리고 A 주차장에 남아있는 바실리스크를 향해 달려가 도끼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제야 트로트는 푸티나가 자신에게 왜 도끼를 넘겼는지 이해하고 남아있는 바실리스크들을 향해 달려가 신나게 같이 도끼질을 했다.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푸티나와 트로트의 도끼질은 서로 화음이라도 맞추려는지 규칙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소리가 날 때마다 반드시 바실리스크의 대갈통 하나가 반으로 쪼개졌다.
저벅 저벅 저벅…….
본의 연막 속에서 걸어 나와 모습을 드러낸 소울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백제 길드 마스터 소수림을 발견하자 그를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지원을 나온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이소울입니다.”
“아! 이소울 마스터! 반갑습니다. 정말 환영합니다. 아니 대환영입니다.”
“네에?”
소울은 소수림의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방금 전의 위기 상황을 생각해내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소수림이 그에게 다가와 얼른 손을 잡아채더니 마구 흔들어댔다.
“이렇게 지원을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 너무 늦게 오지는 않은 모양이로군요.”
“솔직히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동능력을 가진 길드원의 도움으로 이렇게 바로 날아왔습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대량으로 사상자가 날 뻔 했습니다.”
소수림은 소울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 꼭 잡으면서 친근감을 나타냈다.
미녀가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사내의 투박한 손이 자꾸 자신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자 소울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슬쩍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리고는 얼른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주차장에 있는 바실리스크는 모두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 네. 그럽시다.”
소울의 제안에 소수림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한쪽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
“금소희다!”
“서머너즈 길드의 골든 엔젤 금소희야!”
“정말 예쁘구나.”
“천사가 맞네.”
이 난리의 와중에도 금소희의 미모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제 길드는 서머너즈 길드와 함께 제3 성벽 안으로 들어간다. 제2 성벽과 제 3 성벽 사이에 있는 바실리스크들을 모두 잡아 죽여라!”
“와아아아아아아!”
보다 못한 소수림이 고함을 치듯 크게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백제 길드의 길드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본과 다크 배틀리언이 뚫고 들어간 제3 성벽의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퍼퍼펑 퍼퍼펑!
쾅 콰앙!
화르르륵 화르르륵!
그때, 대구필드 안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까뮤가 본격적으로 네이팜탄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제2 성벽이 막고 있어서 아직은 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본은 구멍 난 제2 성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라. 여긴 내가 맡겠다.]
[예스, 마이로드.]
제2 성벽과 제3 성벽 사이의 공간 안에 있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하던 본이 즉시 다크 배틀리언을 이끌고 구멍 난 제2 성벽을 통해 안으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해보자.”
“네, 마스터.”
소울은 김민호와 강수현 등 데리고 온 능력자들을 바라보며 드래곤 스피어를 꺼내 들었다. 중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장병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드래곤 스피어는 웨어울프인 레이카 부족에게 전승되어 온 보물로 창촉은 드래곤의 발톱으로 만들어졌고 창대는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드래곤 스피어를 몇 번 휘돌리더니 내단의 기운을 드래곤 스피어에 밀어 넣었다.
웅웅웅웅!
그러자 드래곤 스피어가 마치 울기라도 하는 것 같은 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1m도 넘는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검이 운다는 검명(劍鳴)은 들어봤지만 창이 운다는 창명(槍鳴)은 처음 들어보는구나.’
소울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바실리스크를 향해 걸어갔다.
“트렌스 페인, 네크로멘시, 커스 오브 둠, 뱀피릭 미스트, 쉐어링 어빌리티!”
일단 서먼나이트의 5대 전용스킬을 먼저 사용했다. 그리고는 호신강체공과 실드를 써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호신강체공, 실드, 실드, 실드!”
내단의 생기와 상급의 문신강체술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호신강체공은 그 자체로 호신강기(護身强氣)처럼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몸을 두르고, 금강석과 같이 단단한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신체를 만들어준다.
거기에다 실드를 3중으로 입혔으니 어지간한 바실리스크의 공격에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이 김민호는 거대 고릴라를 소환해 소울의 앞쪽으로 보냈다.
강수현은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인을 소환하여 바실리스크를 얼음과 냉기로 공격해 움직임을 묶었다.
송준기도 그에 질세라 번개의 정령 라이오네를 소환하여 바실리스크들에게 지속적인 번개 공격을 해서 견제했다.
로이만 맨 나중에 남아 땅의 중급 정령 노임을 소환하여 제3 성벽에 뚫린 구멍을 틀어막고 있었다.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그러나 그 누구보다 가장 바쁘게 돌아다니며 전공을 세우고 있는 것은 푸티나와 트로트다. 그들의 도끼질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바실리스크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그렇지만 제2 성벽과 제3 성벽 사이에 침입한 바실리스크는 아직도 꽤 숫자가 많이 남아있었다.
팡!
소울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순간이동!’
바실리스크 한 마리가 반사적으로 입을 쫙 벌리고 소울을 물려고 하자 소울은 허공으로 몸을 띄우면서 곧바로 순간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스팟!
그의 몸이 꺼지듯 사라졌다가 자신을 공격한 바실리스크의 목 뒤에 나타났다.
이어 드래곤 스피어가 부드럽게 반원을 그렸다.
휙! 서걱!
놀랍게도 바실리스크의 목이 단번에 잘려버렸다.
어지간한 공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는 바실리스크의 가죽이 가위로 종잇장을 자르듯이 너무나도 쉽게 잘려버린 것이다.
‘우와, 이거 드래곤의 발톱으로 만들었다더니 정말인가 본데.’
소울은 비록 드래곤 스피어에 내단의 기운을 밀어 넣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아무런 저항감조차 느끼지 못할 줄은 몰랐다.
이건 오러 블레이드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드래곤 스피어가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예리함이 한몫을 했다고 봐야했다.
드래곤 스피어가 신병이기(神兵異器)라는 것을 알게 되자 소울의 행동반경이 급속히 넓어졌다.
휙 서걱! 휙휙 서걱서걱!
마치 노래의 리듬이라도 타는 듯 바실리스크를 향해 움직이는 소울의 발길이 경쾌해졌다.
그때마다 바실리스크들은 하나둘씩 목과 머리가 잘리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목을 잃은 바실리스크는 절로 몸을 비비꼬며 최후의 발악을 해댔다.
“저, 저게 서머너즈 길드마스터의 위용인가? 오러 블레이드라니…….”
“엄청나군요. 도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기에 저런 능력을 보이는 겁니까?”
“A 클래스라고 들었는데…….”
“A급 소환계 능력자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까 멀티 능력자네요. 저 정도면 A급 강화계 능력자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닙니까? 우리 길드에게도 A급 능력자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절대 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젠장, 앞으로 서머너즈 길드와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겠다.”
“이러다가 서머너즈 길드의 독보천하가 시작되는 것 아냐?”
백제 길드의 마스터 소수림과 간부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의 능력에 감탄을 했다.
물론 그들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열심히 바실리스크를 잡고 있었지만 이쪽이 열 명이 한 파티로 뭉쳐서 바실리스크 한 마리를 상대할 때, 저쪽은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와 그의 소환수들이 각각 바실리스크를 한 마리씩 맡아 목과 머리를 수수깡처럼 베어내고 있었다.
도저히 그 처리하는 속도와 파괴적인 전투력 앞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휙 서걱! 휙휙 서걱서걱!
백제 길드의 마스터와 간부들이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드래곤 스피어의 위력에 푹 빠진 소울은 지금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미친 듯이 드래곤 스피어를 휘둘러 대고 있었다.
바실리스크가 물려고 하면 턱을 잘라버리고, 꼬리로 공격하면 꼬리를 잘랐다.
몸으로 뭉개려고 들면 몸통을 잘랐고 도망치려고 하면 순간이동으로 목 위로 움직여 목을 잘라 죽여 버렸다.
간간히 바실리스크의 공격에 스친 몸은 1차적으로 실드가 막아줬고 2차적으로 호신강체공이 충격을 흡수해버렸다. 거기에다 데미지의 10%를 소환수에게 전이하는 트렌스 페인과 죽음의 안개를 살포해 저주와 속성 데미지를 주고 20%를 생명력으로 흡수하는 뱀피릭 미스트 같은 서먼나이트 전용스킬로 인해 그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바실리스크를 잡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가내평안(家內平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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