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78화 (378/492)
  • 00378  제 95 장 - 범람(氾濫)  =========================================================================

    “이렇게 하면 해외 각국의 상황이 보이는 건가?”

    소울은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조작해서 국외에 있는 몬스터 필드의 상황을 확인했다.

    “헉!”

    CCNN 뉴스를 비롯한 세계의 뉴스를 차례로 틀자 소울은 놀라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몬스터 필드를 둘러싼 대 몬스터 장벽이 이미 뻥 뚫려서 근처에 있는 도시가 쓸려나가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각국의 몬스터 필드에 등장한 중대형 몬스터는 바실리스크 한 종류만도 아니었다.

    트롤, 오우거, 사이클롭스, 미노타우로스, 드레이크, 그리폰, 실크웜 등 종류도 다양했고 규모도 아주 달랐다.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대형 몬스터인 드레이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초토화가 되어가고 있었고, 북미는 사이클롭스, 남미는 미노타우로스, 아프리카는 실크웜, 호주는 그리폰에 의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트롤과 오우거가 휩쓸고 간 유럽과 중동의 몬스터 필드 인접 도시들은 마치 현세에 나타난 지옥을 보는 듯 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피해가 크겠는데? 이 정도면 사상자가 수십 만, 아니 수백만 명도 넘어가겠어.’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도 그 엄청난 피해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소울은 아직도 상황을 지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편이었다.

    지구 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인한 피해는 비공식 집계로 이미 천만 명 단위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터, 백제 길드에 연락해봤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백제 길드의 소수림 마스터는 당장 오셔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네버다이 길드의 오장수 마스터는 가타부타 말을 아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약속한 지분문제가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고 있군. 그럼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에 연락해서 조율해달라고 하지? 지동현 청장과 백두원 협회장이라면 도와줄 거야.”

    -이미 능력자협회 천명훈 지부장과 능력개발청 백인천 과장에게 연락해놓았습니다. 자신들이 책임지고 깔끔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 놓을 테니까 마스터는 즉시 이동할 채비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흐음, 그럼 난 서머너즈 길드의 최정예 능력자들만 뽑아서 이동할 준비를 해야겠군.”

    -혹시 금소희 능력자와 같이 이동을 하려는 생각이십니까?

    “맞아.”

    -알겠습니다. 그럼 소수정예가 되겠군요. 그렇게 알고 준비해놓겠습니다.

    나인권의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소울은 전투헬멧을 벗고는 곧바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국정현 사무총장.”

    “네, 마스터.”

    “대구필드에서 긴급 지원요청이 왔습니다.”

    소울의 말에 국정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그럼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다녀오십시오. 급하면 제가 3개 레기온을 전부 투입해서라도 틀어막겠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설마 혼자가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국정현은 소울이 대구필드로 혼자 가는 것이 아닌가? 궁금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아닙니다. 소환수들과 금소희를 비롯한 몇 명의 능력자를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말씀만 하시면 당장 호출하겠습니다.”

    국정현의 말에 소울은 좋은 생각이라며 필요한 대원의 이름을 불러줬다.

    “김민호, 강수현, 송준기, 로이 정도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즉시 호출하겠습니다.”

    “난 작업장으로 가 있을 테니 그쪽으로 불러주세요.”

    “네, 마스터.”

    국정현이 손을 귀에 대고 소울이 요청한 대원들을 작업장으로 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이 이들 네 명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김민호는 제1 레기온 대장으로 거대한 고릴라를 소환수로 가지고 있어 일단 탱킹이 가능하다.

    강수현은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인을 보유하고 있어 얼음과 냉기 공격으로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을 묶을 수 있고, 송준기는 번개의 정령 라이오네를 소환하여 바실리스크 떼를 견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로이는 땅의 중급 정령 노임을 소환하니 당장 대 몬스터 장벽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데 꼭 필요했다.

    [대구필드에서 긴급 지원요청이 들어왔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작업장으로 오도록 해라.]

    소울은 일단 자신의 소환수들을 다 불러모았다.

    그의 앞으로 그의 소환수들이 번개같이 모이자 소울은 하나씩 쳐다보며 지시를 했다.

    [일단 까뮤는 보급창으로 가서 네이팜탄과 백린탄을 넉넉하게 가져오도록 해.]

    [네, 주인님.]

    까뮤가 번개같이 날아갔다.

    [푸티나는 바실리스크를 위해 준비해놓은 두 가지의 약초 가마니를 가져오도록 해.]

    [예, 다녀올게요.]

    푸티나의 거구가 번갯불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움직이며 모습을 감췄다.

    [푸티나,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에서 만들어준 특수 블레이드를 낀 도끼도 가져오는 것 잊지말아라.]

    [예, 그것도 가져올게요.]

    소울은 아까 푸티나가 바실리스크의 대가리를 커다란 도끼로 쪼갠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도끼까지 가져오도록 했다.

    “마스터, 저희도 가겠습니다.”

    “비스크, 트로트, 너희도 가고 싶어?”

    “네, 마스터.”

    “키링!”

    소울은 비스크를 쳐다보다가 바로 트로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 어느새 덩치가 이렇게 컸지? 트로트도 이제 C+급 비스트로 성장했으니 푸티나 정도의 도끼질은 가능하겠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 후, 결론을 내렸다.

    “비스크와 트로트도 가도록 하자.”

    “감사합니다. 마스터.”

    “키링!”

    비스크와 트로트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준 소울은 푸티나에게 바로 의지를 전달했다.

    [푸티나, 도끼 여분 있으면 몇 개만 더 가져와. 트로트도 도끼질을 해야 할 것 같다.]

    [예, 적당히 가져갈게요.]

    푸티나의 대답이 뇌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향긋한 체향이 느껴지자 소울은 몸을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금소희가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금소희 능력자! 잘 왔어. 대구필드에서 긴급 지원요청이 왔다. 당장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해.”

    “대구에서요? 어머나 이를 어째? 안 그래도 대구는 지난번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잖아요. 그런데 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러게 말이야.”

    소울은 병원에 있을 때, 대구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한 소식을 뉴스로만 들어서 당시 얼마나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는지 피부로 느끼진 못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생겼다고 발표했는데 그중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대구에서 나왔다고 한다.

    인터넷 괴담으로 대구에서 일어난 피해가 크게 축소됐다고 난리가 났었는데, 비공식 집계로 100만 명이 넘는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당시의 아픔과 고통을 대구 시민들은 극기의 인내와 지혜로 빠르게 극복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었다.

    큰 피해를 겪은 도시답게 대구는 대 몬스터 장벽도 다른 곳보다 더 강하게 3중으로 만들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전해오는 소식을 들으니 대 몬스터 장벽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제3 성벽이 뚫리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마스터!”

    “부르셨어요? 마스터?”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네 명의 능력자가 소울에게 다가왔다.

    국정현에게 호출해달라고 했던 김민호, 강수현, 송준기, 로이, 네 명이었다.

    “반갑다. 지금 대구에서 긴급 지원요청이 왔다. 우리는 금소희 능력자의 권능을 이용해 바로 대구로 텔레포트 해서 이동하겠다. 3분 안에 떠날 준비를 갖추도록 해라.”

    “네, 마스터.”

    김민호, 강수현, 송준기, 로이 네 명은 동시에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들이 떠날 준비를 하자 어느새 까뮤와 푸티나가 그의 옆에 도착해있었다.

    “모두 떠날 준비가 됐으면 출발하겠다.”

    “네, 마스터.”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금소희, 준비됐나?”

    “네, 마스터! 대구필드 대 몬스터 장벽 제3 성벽 바깥에 있는 주차장으로 텔레포트 하겠습니다.”

    “고고!”

    “옛써! 텔레포트!”

    소울이 고고를 외치자 금소희도 장난스럽게 ‘옛써’라고 대답을 하면서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스팟!

    소울과 금소희를 비롯한 일행의 모습이 순간 작업장에서 일제히 꺼지듯이 사라졌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 금소희가 사용하는 샤넬 NO. 5의 향기만 아련하게 남아있었다.

    * * * * *

    대구광역시 동구 대구필드.

    대구필드는 대구의 북동쪽에 있는 동구에 존재한다.

    3중으로 된 대 몬스터 장벽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며 대구필드를 품듯이 감싸고 있다.

    대 몬스터 장벽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제3 성벽 바깥에 있는 넓은 A 주차장은 평소와는 달리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전차와 장갑차가 구멍 난 성벽 바깥에서 연신 날개안정분리 철갑탄과 기관포탄을 날려대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쿠쿠쿠 쿠쿠쿠 쿠쿠쿠쿠!

    전차와 장갑차의 뒤에서는 백제 길드의 수십 명의 정예 능력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저마다 자신의 무기를 들고는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또 뚫렸다. 전차와 장갑차는 뒤로 물러서라.”

    부르르릉 브르르릉!

    전차와 장갑차가 급히 뒤로 물러나자 대기하고 있던 백제 길드의 능력자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갔다.

    길이가 20m 나 되는 바실리스크 두 마리가 구멍 난 제3 성벽을 통해 바깥으로 기어 나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키이이이익 캬아아아아!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는 바실리스크는 수십 명의 능력자들을 보고는 오히려 더 기가 산 것처럼 머리를 좌우로 휘두르며 다가왔다.

    백제 길드의 소수림 마스터는 바실리스크의 행동을 보더니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공격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백제 길드, 일제공격!”

    와아아아아아!

    소수림의 명령에 백제 길드 소속 능력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바실리스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키보다 훨씬 더 큰 방패를 든 탱커들이 우르르 바실리스크의 정면으로 다가가더니 방패로 얼굴을 후려쳐서 어그로를 끌어왔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 중이던 원소계 능력자들이 일제히 화염과 얼음 창, 바람의 칼날을 날려댔다.

    휙 휘익 휘이익!

    펑 퍼퍼펑 펑!

    쐐애애액!

    캉 카카카캉!

    하지만 바실리스크의 가죽이 얼마나 두껍고 질긴지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원소계 능력자들의 공격으로 화만 잔뜩 돋우고 말았다.

    이번에는 발현계 능력자들과 민첩계 능력자들이 일제 공격이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캉 카카카캉 캉캉캉!

    팅 티티팅 티팅 팅팅!

    초능력을 이용한 속성공격과 강철 합판을 뚫어내는 특수 화살촉까지 사용을 했는데도 바실리스크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전부 튕겨져 나갔다.

    차라리 전차의 주포에서 쏘아대는 날개안정분리 철갑탄이 오히려 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헉, 독을 쏜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화염으로 독을 태워라.”

    “포위망을 더 넓게 형성해라. 빠져나가게 하면 안 된다.”

    “바실리스크들이 떼로 몰려나온다.”

    “지원을 요청해!”

    백제 길드의 정예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바실리스크들이 두 자리 숫자로 빠르게 불어나자 정신없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바실리스크에 의해 백제 길드의 정예들이 전멸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네버다이 길드에서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이렇게 밀리지 않았을 텐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라. 서머너즈 길드에서 지원을 온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버티자. 백제는 승리한다!”

    “백제는 승리한다!”

    “와아아아아아아!”

    백제 길드 마스터 소수림은 불만이 가득한 정예 길드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어떻게 하던 바실리스크가 대 몬스터 장벽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뒤쪽 낮은 언덕으로 올라간 전차와 장갑차도 백제 길드의 위기를 보더니 다시 주포와 기관포를 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쿠쿠쿠 쿠쿠쿠 쿠쿠쿠쿠!

    하지만 쏘는 포탄에 비해 바실리스크가 입는 피해는 미미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가내평안(家內平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시기를...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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