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77화 (377/492)

00377  제 95 장 - 범람(氾濫)  =========================================================================

“그렇군요. 듣기에는 하나 만드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어갔다고 하던데…….”

“특수 블레이드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 정도로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뽑아낸다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김영신의 말이 맞다.

지금은 특수 블레이드의 가격을 논할 때가 아니다.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저 거대한 유압식 절단기와 특수 블레이드가 없었다면 감히 이런 엄청난 작업장을 만들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파이프 2번, 절단기가 과열됐다.”

“당장 입구 틀어막아!”

“늦었어. 비상대기조 투입해.”

두 번째 파이프에 달린 절단기가 과열이 됐는지 작동을 하지 않자 바실리스크 한 마리가 무사히 밖으로 빠져 나왔다.

파이프는 즉시 막혀서 더는 바실리스크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빠져나온 바실리스크로 인해 작업장은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다들 비켜!”

누군가 소방호수 같은 것을 끌고 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바실리스크의 앞에 다가온 노란 방화복을 입은 사내는 즉시 바실리스크를 향해 뭔가를 조준하더니 사정없이 하얀 액체를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달콤한 열매의 향기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바실리스크가 곧바로 대응을 못하는 그 짧은 사이, 액체질소는 바실리스크의 몸을 덮어 빠르게 꽁꽁 얼리기 시작했다.

비상대기조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프로스트노바!”

“아이스 블레스트!”

“아이스 골렘 소환, 가서 적을 붙잡아라.”

원소계, 발현계, 소환계 능력자로 구성된 비상대기조는 신속하게 바실리스크를 제압해나갔다.

“오케이, 절단기 작동합니다.”

“머리만 자르고 아래로 보내자.”

“고고!”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 바실리스크는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아이스 골렘이 바실리스크의 몸을 잡아 끌더니 절단기 아래에 내려놓았다.

위이이이잉!

철컹!

툭, 데구루루!

바실리스크의 대가리가 그대로 잘리며 피도 튀지 않았다.

“야호! 성공이다.”

“소리는 왜 질러! 시간 없으니까 빨리 정리하고 다시 손님 받자.”

“알았다.”

소환사는 아이스 골렘을 움직여서 대가리는 발로차고 사체는 몸으로 밀어 구덩이 안으로 떨어뜨렸다.

“다시 시작한다.

“파이프 뚜껑 열어라!”

“파이프 개봉, 오! 벌써 기어 나오네.”

소울은 작업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절로 미소를 지었다.

바실리스크의 머리와 잘린 사체, 그리고 흐르는 피, 이 모든 게 다 돈이었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그 아이디어는 이제 전혀 자신의 아이디어 같지 않았다. 이미 확대 재생산되고 다듬어져 완벽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효율 하나는 최고로구나.’

그때, 파이프 5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푸티나에 의해 너무도 빠르게 정리됐다.

푸티나는 자신의 몸을 불곰의 덩치만큼 커다랗게 만들더니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에서 준비한 특수 블레이드를 단 도끼를 들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기어 나온 바실리스크의 대가리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힘껏 도끼질을 했다.

휘익! 퍽!

바실리스크는 A급 소환수 푸티나의 강력한 도끼질 한방에 그대로 머리통이 쪼개져 즉사해버렸다.

[나이스!]

[어머, 주인님! 이런 험한 꼴을 보셨어요?]

[험하긴 뭐가 험해. 아주 시원하게 바실리스크의 골통을 잘도 쪼게던데…….]

[헤헤,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푸티나는 좀 거대하긴 했지만 여성화가 되어서 그런지 부끄럼을 잘 탔다.

소울은 푸티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가 다가왔던 것이다.

“마스터, 유 고문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유 고문이?”

실비아가 내미는 위성전화를 받은 소울은 무슨 일인가 하고 순간 긴장했다.

“유 고문, 무슨 일입니까?”

-큰일 났어. 오라클이 둥지를 빠져나갔어.

쿵!

소울은 유정아의 첫마디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소리야? 소울 디펜스의 특작부대가 거기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빠져 나가?”

-우리가 작전을 잠시 미룬다고 하니까 헤일리 대통령이 자국의 시민이라면서 먼저 선수를 쳤어.

“뭐야? 아니 헤일리, 이 개놈의 새끼가…….”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라클 같은 나쁜 년도 미국시민이라고 자신들이 집적 잡아서 법정에 세울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국가안보국(NSA) 소속 특수부대가 우르르 몰려가 체포 작전을 벌였는데 갑자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어.

“폭발? 무슨 폭발?”

-거의 전술핵폭탄 수준의 어마어마한 폭발이었어.

“그럼 국가안보국(NSA)의 특수부대는?”

-그걸 굳이 말로 설명을 해야 알겠어? 당연히 다 죽어버렸지. 그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는 뒷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절대 무사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한방에 훅 가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설마 미리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던 건가?”

-폭발반경을 보면 난 차라리 헤일리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야. 국가안보국(NSA)의 특수부대가 아니라 자기가 거길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어?

“으음,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어.

“아참, 오라클은?”

-현재 소울 디펜스의 특작부대가 추격 중이야.

“오라클을 절대 놓치면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붙잡고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미국에 있는 특작부대를 전부 동원할거야. 그리고 직접 내가 오라클을 잡고 말테니까, 두고 봐!

“정아야! 제발 부탁인데, 오버하지 마. 진짜 놓치면 안 되는 거 알지?”

소울은 유정아가 자신감을 보이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실수해서 놓쳐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응, 잘 알지. 걱정하지 마. 여긴 내가 알아서 잘 할게. 그보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던데, 얼마나 피해를 입었어? 거긴 괜찮아?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래? 그럼 당장 TV부터 틀어봐. 평양필드는 자기가 있어서 괜찮을지 모르지만 세계 각국의 몬스터 필드는 지금 난리도 아냐.

“그래? 알았어. 일단 확인해보고 다시 얘기하자.”

-응, 그럼 수고해. 계속해서 상황 보고할게.

“고마워. 너도 수고해라.”

-아참, 혹시 모르니까 자기 가족들 안가(安家)로 당장 옮기도록 해.

“흐음, 알았어. 그렇게 할게.”

유정아가 전화를 끊자 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생각을 해보더니 실비아를 은밀히 불렀다.

“실비아, 부탁이 있어.”

“네? 마스터가 제게 부탁이 있다고요? 뭐든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어요.”

뭔가 오해를 하는 각(角)이다.

그는 실비아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는 빠르게 속삭였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우리 가족을 안가로 옮기도록 해.”

“네에? 아! 네.”

실비아는 크게 실망한 눈빛을 보였다.

도대체 뭘 기대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큐브 안이 안전하지 않을까요?”

“이미 서머너즈 길드가 독점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났어. 서울, 화랑, 월야, 천마 길드원들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야. 그들 중 한 명도 오라클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그렇군요. 그럼 제가 직접 가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비아는 신뢰가 가득담긴 눈빛으로 소울을 쳐다보더니 그의 손을 꼭 한번 잡고는 몸을 돌렸다.

독특하고 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실비아지만 그래도 지금 가장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실비아 밖에 없었다.

[본과 푸티나는 계속 작업장에서 수고를 해줘. 무슨 일이 생기면 부르도록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예스, 마이로드.]

[네, 주인님.]

소울은 작업장을 한번 다시 쳐다본 후 곧바로 내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는 주머니에서 도청방지장치가 달려있는 핸드폰을 꺼내 소울 디펜스 정보부로 연락을 했다.

“나 부장, 난데 지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평양필드 만큼 안정적으로 사냥을 하고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피해가 심한가?”

-말도 마십시오. 함흥필드는 국내 3대 대형 길드인 히어로즈 길드와 사신 길드도 모자라 7대 중대형 길드 중 하나인 칠성 길드까지 끌어들여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피해가 막심합니다.

나인권 정보부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일이 아주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남쪽의 몬스터 필드는 어떤가?”

-이럴게 아니라 전투헬멧 있으시면 저한테 고유번호(시리얼넘버)를 알려주세요.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소울은 까뮤를 불러 전투헬멧을 꺼내 고유번호를 나인권에게 알려줬다.

그러자 곧 전투헬멧을 통해 몇 개의 영상이 동시에 떠오르며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몬스터 필드의 현재상태가 한눈에 요약되어 전해졌다.

-마스터! 개성 이남의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여섯 곳은 그나마 능력개발청 청장과 능력자협회 협회장이 적극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바람에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대비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벌써 각 필드 당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병사들의 인명피해가 상당하군.”

-병사들만이 아닙니다. 능력자들도 각 필드 당 수십 명씩 죽었을 겁니다. 혹시 마스터에게 지원요청 같은 것 오지 않았습니까?

“지원요청이라니?”

-지금 국회의원들이 평양필드의 상황을 CCTV로 확인하고는 다들 마스터를 자신의 지역구로 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날 왜?”

-자신의 지역구에 피해가 적어야 다음 선거에서 크게 생색을 내서 승리를 할 게 아닙니까?

“이런 미친놈들이…….”

소울은 나인권 부장의 말에 뒷목을 잡았다.

괜히 혈압이 팍팍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부 일각에서도 마스터에게 강제소환령을 내려서라도 피해가 심한 몬스터 필드로 보내 지원하게 해야 한다고 난리들입니다.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네?”

-일단 제게 오는 연락은 모두 비서들을 시켜서 커트하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연락이 가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이 어디지?”

-4번 화면을 보시지요. 대구입니다.

나인권 부장의 말대로 대구필드를 비추고 있는 CCTV는 다른 지역의 몬스터 필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대구는 지금 어느 길드에서 맡고 있지?”

-백제 길드와 네버다이 길드입니다.

“백제 길드면 영주에 있는 8군단을 맡은 길드 아냐?”

-맞습니다. 네버다이는 사리원에 있는 12군단을 맡고 있지요. 이번에 고구려 길드의 지원요청을 거절했다가 정부에서 대구를 할당해버리는 바람에 아주 독박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네버다이 길드는 모르겠지만 백제 길드는 도와주면 나중에 서한만 벨트를 연결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마스터께서 대구필드를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백제 길드에 한번 의향을 물어보겠습니다.

“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 있는 몬스터 필드라면 나 몰라라 하긴 어려울 거야. 누가 시켜서 가기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그 사이에 전투헬멧을 통해 외국의 동향도 한번 살펴보시지요.

“알겠어.”

소울은 철저한 준비를 한 평양필드와는 달리 국내 다른 지역의 몬스터 필드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조금 놀랐다. 최소한 자신들이 준비한 것의 반에 반만 준비를 했어도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자신이 투입한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와 소울 디펜스 대원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다른 길드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일단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의 파견 규모가 다르고 동원한 숫자도 다른 길드에 비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길드에서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전력으로 대비하지 않았다.

각 몬스터 필드에 파견한 능력자의 숫자를 보면 서머너즈 길드에서 동원한 능력자의 숫자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저 각 길드에서는 능력자를 2~300명 정도 보내놓고, 오히려 정부에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차라리 길드에 속하지 않은 능력자들을 동원하는데 힘을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 뒤 얻게 될 열매를 그들과 나누기 싫어서 병력만 더 동원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막상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자 능력자들의 숫자가 부족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가내평안(家內平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시기를...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수정 16-1-11 5:1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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