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6 제 94 장 -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
“살다 살다 저런 하마 몬스터는 처음보네요. 저놈 잡으면 가죽을 벗겨서 연구 좀 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사상자가 좀 나올 것 같습니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핵심인 중대형 몬스터들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상자가 나오네요.”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면서 사상자가 나올까봐 두려워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소울은 고종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줬다.
성벽 위를 둘러보니 버그베어나 헬독에 물려 비명을 지르는 능력자와 병사들이 간간히 보였다.
그때마다 주변에서 능력자들이 빠르게 협공을 들어와 목숨을 잃게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차 성벽 위로 날아오는 버그베어와 헬독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히포드럼을 제거해야겠습니다.”
“대전차미사일을 준비했습니다. 그걸로 해결을 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아울베어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고종석은 피해가 많아지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해둔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히포드럼을 노리고 대전차미사일이 날아갔다.
꽝 꽝꽝 꽝꽝꽝!
히포드럼의 몸에 대전차미사일이 직격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놈인지 자신의 배로 대전차미사일을 막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튕겨버리기까지 했다.
“저, 저놈들이 진짜?”
고종석은 화가 나서 씩씩댔다.
소울은 잠시 그의 행동을 지켜보더니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까뮤, 렉시, 아울베어를 모두 제거해라!]
[네, 주인님.]
[빠아!]
까뮤와 렉시는 소울의 명령에 즉시 화답하고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렉시가 사방으로 화염을 쏟아내자 까뮤는 정령의 권능을 이용해 돌개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폭풍화염이 만들어지면서 하늘 위에서 파상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아울베어 떼를 몽땅 태워서 떨어뜨렸다.
역시 생각대로 아울베어는 고주파 공격을 빼놓고는 덩치 큰 부엉이에 불과했다.
[까뮤와 렉시의 콤비네이션이구나. 아주 멋진데?]
[감사합니다. 주인님.]
[빠아, 빠아!]
소울은 까뮤와 렉시의 멋진 합공을 칭찬해주고는 이번에는 목표를 히포드럼으로 바꿨다.
[이젠 히포드럼을 처리하자!]
[네, 주인님.]
[빠아!]
이번에는 둘이 또 어떤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히포드럼을 처치할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까뮤는 수리검을 이용해 히포드럼의 귀를 뚫어 버리는 공격을 했고, 렉시는 히포드럼의 눈을 태우는 방법으로 이들이 성벽 위로 버그베어와 헬독을 날리는 행위 자체를 저지했다.
까뮤나 렉시나 일단 성벽 위로 날아오는 버그베어와 헬독의 숫자를 크게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저기 좀 보세요.”
“아! 드디어 바실리스크가 나타났네요.”
고종석과 소울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절로 입을 딱 벌렸다.
바실리스크는 지구에서 가장 덩치가 큰 뱀이라는 아나콘다나 그물무늬 비단구렁이보다 훨씬 커다란 뱀 몬스터로 길이가 무려 20m 나 됐다.
껍질이 단단해서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상처를 내기 어려웠고 거기에다 맹독까지 지니고 있었다.
소울은 이미 전에 바실리스크 떼를 한번 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평양필드를 가득 메우며 다가오는 수십만 마리의 바실리스크의 물결을 바라보자 절로 마른 침을 삼켜야했다.
‘정말 더럽게 많구나. 이거 잘못하면 오늘 바실리스크의 간식거리가 되겠다.’
고개를 돌리자 마침 국정현이 동시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마주치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봅시다.”
“네, 마스터.”
국정현은 소울의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무전기를 꺼내들더니 바실리스크를 위해 준비해 놓은 보따리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네이팜탄, 투하! 백린탄, 투하!”
-네이팜탄, 투하! 백린탄, 투하했습니다.
무전기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자 소울과 국정현 그리고 고종석은 동시에 평양필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펑 퍼퍼펑 퍼퍼펑!
쾅 콰아앙!
화르르르륵 화르르르륵!
넓은 평양필드 곳곳에 작은 폭발이 일어나더니 뭔가가 소나기처럼 사방으로 뿌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곧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평양필드는 단번에 거대한 불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이거 네이팜탄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유정아 고문께서 새롭게 개량했다는 말을 하시긴 했지만 네이팜탄인 것은 확실합니다.”
“위력이 어마어마하네요.”
고종석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화력이 좋은지 뜨거운 열기가 성벽까지 밀려와 화끈하게 달구고 있었다.
성벽 위의 능력자들과 병사들은 한순간에 후끈한 가마솥 찜질방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땀을 줄줄 흘려댔다.
키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
그러나 이런 엄청난 공격에도 불구하고 바실리스크의 물결은 꾸역꾸역 성벽을 향해 밀려왔다.
“역시 한 번으로는 불가능하네요.”
“그럼 다시 한 번 가겠습니다.”
“네, 이번에는 네이팜탄으로만 가보죠. 네이팜탄 때문에 백린탄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 같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국정현은 소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이번엔 네이팜탄만 간다. 네이팜탄, 투하!”
-네이팜탄만 투하하겠습니다. 네이팜탄, 투하!
퍼퍼펑 퍼퍼펑!
쾅 콰앙!
화르르륵 화르르륵!
또다시 엄청난 폭음이 일어났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화염이 치솟아 오르며 평양필드 방향은 온통 불길에 휩싸였다.
키야아아 캬아아아…….
네이팜탄을 연속으로 얻어맞자 폭발 때문인지 아니면 화염 때문인지 모르지만 바실리스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아무리 바실리스크가 중대형 몬스터 중에서도 상급에 달하는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네이팜탄을 연속으로 얻어맞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이미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손을 털고 튀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온의 열기를 뿜어내는 네이팜탄 공격은 확실히 바실리스크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자 국정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주기적으로 네이팜탄을 떨어뜨려 바실리스크에게 큰 피해를 주게 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갑시다.”
“네, 마스터.”
국정현은 기존의 무전기가 아닌 또 다른 무전기를 꺼내 채널을 확인했다.
“약초를 태워라.”
-네, 약초를 태우겠습니다.
무전기에서 대답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 몬스터 장벽 내성 곳곳에는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약초 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철망 안에서 하얀 색깔의 연기를 마구 뿜어내는 약초 더미는 내성 성벽을 빙 둘러싸며 줄에 의해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성벽을 향해 접근하던 바실리스크들은 약초 냄새를 맡자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추더니 서로의 몸을 감싸며 꽈리를 틀고는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저놈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혹시 교미를 하려는 건가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약초를 태운 것이 효과가 있긴 하네요.”
“흐음, 약초를 태운다고 바실리스크가 공격을 안 하고 저러고 있다니 이거 정말 놀랄만한 일이네요.”
고종석이 놀라워하자 소울이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진짜 놀랄 일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또 있습니까?”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대 몬스터 방어벽을 향해 다가오는 바실리스크 떼를 향한 네이팜탄의 공격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네이팜탄의 공격이 중첩되자 그 자체만으로 벌써 목숨을 잃은 바실리스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그베어와 히포드럼도 네이팜탄의 공격에 당해 새카맣게 타거나 열기에 폭삭 익어버린 놈들이 보였다. 그런 헬독만큼은 네이팜탄의 공격 속에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열심히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어? 이게 무슨 냄새죠? 뭔가 달착지근한 것이 딸기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저기를 보세요.”
소울이 동쪽 성벽을 가리키자 고종석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이한 현상에 마구 눈을 깜짝거렸다.
“바실리스크 떼가 동쪽 성벽 아래의 저 구멍 속으로 마구 기어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잘 보셨습니다. 저게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전 지금 작업장으로 바로 가봐야겠습니다.”
“아! 네! 그럼 수고하세요.”
고종석이 소울에게 인사를 하자 소울은 정중하게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성벽 위를 걸어갔다.
아직도 살아있는 히포드럼들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버그베어와 헬독을 성벽 위로 쏘아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그것보다는 당장 저 구멍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바실리스크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ㄱ’자로 꺾인 동쪽 성벽 아래에 뚫려있는 커다란 구멍은 특수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이프로 연결되어 평양필드에 세워진 대 몬스터 장벽 내성을 지나 외성 밖으로 이어진다.
외성 밖으로 나온 파이프는 나뭇가지처럼 분산, 연결되어 총 10개의 파이프를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각 파이프의 출구에는 작두처럼 생긴,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유압식 절단기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절단기에 달린 블레이드는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에서 제작한 특수한 블레이드를 달아 바실리스크의 몸통을 단번에 절단할 수 있게 고안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거대한 유압식 절단기는 새로 단 특수 블레이드를 이용해 자신의 몫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철컹!
위이이이잉! 철컹!
위이이이잉! 철컹!
캬아아악! 끼아아악! 키아아악!
커다란 파이프를 통해 밖으로 기어 나온 바실리스크는 달콤한 향을 피우는 열매 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떨어지는 거대한 유압식 절단기의 특수 블레이드에 의해 단번에 목이 잘리자 온몸을 꿈틀거리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사체가 막혔다. 크레인 걸어!”
“잡아당겨서 아래로 떨어뜨려!”
“좋아. 지금이다.”
노란 화생방 복장을 입고 온몸을 완벽하게 차폐시킨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이 하늘 위에 높게 세워진 크레인에 연결된 고리를 잡아당겨 피가 철철 넘쳐흐르고 있는 바실리스크의 잘린 사체 끝에 연결했다.
거대한 크레인이 옆으로 움직이자 파이프 안을 막고 있던 바실리스크의 사체가 너무도 쉽게 빠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크레인에 연결된 바실리스크의 사체는 뒤쪽에 만들어진 거대한 콘크리트 구덩이 안으로 던져졌다.
콘크리트 구덩이 안에 떨어진 바실리스크 사체는 머리와 몸체가 구별된 채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또 다른 구멍 속으로 이동됐다.
바닥을 타고 흐르는 바실리스크의 피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덩이의 도랑을 타고 어디론가 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구멍을 나온 바실리스크 사체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액체질소 가스에 의해 순식간에 얼려져 대기하고 있는 커다란 컨테이너 차량에 차곡차곡 실렸다.
도랑을 타고 흐르는 바실리스크의 피도 커다란 드럼통을 가득 채우자마자 새 통으로 교환되어 끊임없이 컨테이너 차량 안에 쌓여갔다.
바실리스크의 얼린 사체와 피로 채워진 드럼통으로 가득 찬 컨테이너 차량들은 곧바로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 이동했고 그 자리는 빈 컨테이너 차량이 대신했다.
그러고 보면 일명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몬스터 사체처리소를 연상케 한다.
그것도 누가 생각해낸 것인지 모를 바실리스크를 위한 맞춤형 사체처리장이었다.
소울은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작업장에 도착했다.
10개의 파이프 출구에서는 바실리스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모든 작업은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조금의 오차도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네, 수고가 많습니다.”
그의 앞으로 김영신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소울은 반갑게 악수를 하고는 다시 고개를 작업장을 향해 돌렸다.
“작업장이 무척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잘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에서 만든 저 특수 블레이드가 아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가내평안(家內平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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