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72화 (372/492)

00372  제 93 장 - Sink  =========================================================================

그리곤 제임스를 향해 새파란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으헉!”

제임스는 순간 자신의 목을 잡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각종 몬스터를 수도 없이 잡아 죽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살기는 어지간한 능력자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정신적, 육체적 압박감을 준다.

하물며 일반인에 불과한 제임스가 소울의 살기를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 없다.

털썩!

제임스는 공포에 찬 눈으로 소울을 바라보다가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온몸을 옥죄어오는 공포와 압박감에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하더니 끝내 자신도 모르게 방광의 근육이 풀려 그만 실례를 하고야 말았다.

“제, 제발 그, 그만!”

제임스가 쥐어짜듯 말을 뱉어내며 애원을 하자 소울은 그제야 살기를 풀더니 헤일리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다 큰 성인이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리는 친구가 있네요.”

“네? 아! 네.”

소울은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을 불러 제임스를 밖으로 끌어내게 했다.

제임스는 심한 충격을 받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는 뭐라고 횡설수설을 하고 있었다.

[까뮤, 미안한데 저 더러운 새끼의 오물을 좀 치워줘.]

[미안하다니요? 주인님. 천만의 말씀이세요. 원하시는 것을 그냥 말씀만 해주세요.]

[고마워!]

까뮤는 즉시 정화의 능력을 사용해 제임스가 영빈관 바닥에 싸질러놓은 오줌을 한순간에 깨끗이 치워버렸다.

그 모습을 목격한 국무장관 캘리는 순간적으로 깨끗해진 바닥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놀란 표정으로 소울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속에 어느새 경외심이 조용히 싹트기 시작했다.

‘마스터는 일반 사람이 아니구나. 아무리 능력자라지만 한순간에 저렇게 바닥을 깨끗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은 보통능력은 아니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의 이번 행동을 보면 미국은 결코 마스터와 척을 져서는 안 된다.’

캘리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빛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헤일리도 마음속으로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구천 개의 전략핵탄두 보유자, 세계 최대의 길드인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군단(軍團)의 전투력을 능가하는 소울 디펜스의 소유주, 지구를 암중으로 지배했던 로칠드 가문을 피로 멸족시키고 순식간에 먹어치운 압도적인 능력, 그로인해 생겨난 천문학적인 재산과 영향력 등 어느 것 하나 이자를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없구나. 도대체 넌 누구냐? 어디서 이렇게 갑자기 툭 튀어나왔지?’

헤일리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자세를 바꿨다.

지금까지는 소울을 약간 아래로 보고 대했다면 이제는 그의 능력에 맞춰 대하기로 작심한 것이다.

“기왕 이렇게 당사자들이 모두 모였으니 미국과 대한민국 그리고 마스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좋습니다.”

헤일리 대통령이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협상할 마음이 됐다고 판단한 소울과 안천수 대통령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털어놓았다.

하지만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헤일리 대통령은 집요하게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전략핵탄두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서로 간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소울은 마음속에서 강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갈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밤을 새도 끝나지 않겠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계신 손님이 한분 계시니 이리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네? 손님이요?”

헤일리는 소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자가 당당하게 안으로 걸어들어오자 그의 얼굴은 자연스럽게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하하하, 안녕들 하십니까?”

“푸딘 대통령,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뭐 제가 못 올 곳을 왔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하하하! 여기 계신 이소울 마스터를 만나려고 왔습니다. 사실 오기는 먼저 왔는데 시간은 엉뚱한 사람이 계속 끌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헤일리와 푸딘은 만나자마자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미 주한미군과 7함대가 대한민국을 향해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도발을 했고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리 러시아를 비롯하여 세계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 미국이 왜 대한민국을 도발합니까? 전쟁이라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을 그렇게 해대는 겁니까?”

“모함이라고요? 그럼 왜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허락도 없이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동원하고 특수부대를 보내 민간인을 암살하려고 했습니까? 동맹국의 영토에 마음대로 탄도미사일을 쏘질 않나, 7함대에서 핵탄두가 장착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질 않나, 이게 도발이 아니면 뭡니까?”

“그, 그건 미국이 한 일이 아닙니다.”

푸딘은 헤일리가 말을 더듬자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맹공격을 퍼부었다.

“그럼 주한미군은 미국의 군대가 아니고 7함대는 미국의 함대가 아닌가봅니다.”

“그게 아니라 지휘권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겁니다.”

“미국에서는 지휘권에 조금 문제가 생기면 탄도미사일을 날리고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동맹국 영토에 날리는가 보죠?”

“끄응!”

헤일리의 K.O. 패였다. 하지만 푸딘은 한번 잡은 약점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것 보세요.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합니까? 비겁하게 자신의 집안 문제로 남의 집에 큰 손해를 끼쳤으면 주인으로써 당장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해야지, 뭔 놈의 핑계가 그렇게 많습니까? 그렇게 계집애처럼 핑계만 댈 거라면 차라리 불알을 떼어버리세요.”

“네에?”

푸딘의 말에 헤일리의 안색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원색적인 공격에 헤일리의 뚜껑이 열리려는 것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있죠. 지금이 딱 그거네요. 만약 쿠바에서 실수로 미국 본토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미사일을 쐈다면 미국에서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냥 너희들이 실수했구나. 한번 봐줄게? 이러실 겁니까?”

“으음.”

“아마 쿠바라는 나라는 바로 지도에서 깨끗하게 지워졌을 겁니다. 왜냐고요? 그거야 당연히 남의 나라의 영토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행위는 단순한 적대행위가 아니라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대한민국의 영토에 핵미사일까지 발사했습니다. 그런데도 이게 도발이 아니라고요?”

“개성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닙니다. 북한의 영토지요.”

“하하하, 벌써 대한민국의 길드들이 북한의 군단을 하나씩 맡아 싹 정리해서 흡수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딴 소리를 하는 겁니까? 대한민국이 이미 북한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게 언젠데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헤일리는 푸딘의 공격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감히 발작을 하지는 못했다.

옆에서 소울과 안천수 대통령이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한민국이 북한과 하나가 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아, 아닙니다. 인, 인정합니다.”

소울이 눈에 살짝 살기를 담고 묻자 헤일리는 급히 자신의 말을 바꿨다.

“잘 안 들립니다. 분명하게 답변해주세요.”

“끄응, 북한은 대한민국이 실효지배하고 있고 통일을 했으니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헤일리 대통령의 말에 소울과 안천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국 대통령이 인정했으니 미국 정부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하게 됐다.

여기에 푸딘이 확실하게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러시아의 대통령으로써 오늘 미국의 헤일리 대통령이 말한 남북한이 통일되었고 북한의 영토가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었다는 말을 확인했습니다. 러시아도 북한은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감사합니다. 푸딘 대통령.”

“확실하게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푸딘 대통령.”

소울과 안천수가 살짝 그에게 인사를 하자 푸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미국은 집안 사정이 어떻든 간에 분명한 외국(外國)인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게 마땅한 도리입니다. 또한 남의 나라의 민간인을 살해하려고 주한미군과 7함대까지 동원했던 것에 대해 언론에 정식으로 공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입니다.”

“으음.”

헤일리는 결국 소파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말로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러시아가 이렇게 발 벗고 나선다면 미국에서 무조건 우길 수 있는 근거도 대부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특히 7함대에서 쏜 토마호크 미사일은 끝까지 핵미사일이 아니라고 우기려던 전략이 러시아의 푸딘 대통령으로 인해 그대로 묻히게 된 것이 무척 아쉬웠다.

결국 헤일리 미국 대통령은 소울과 안천수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사죄와 배상을 약속했다. 또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헤일리는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선언은 오히려 안천수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는 당연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민간인을 죽이려고 한 주한미군은 당연히 대한민국 땅에서 나가야합니다. 하지만 적대행위를 한 전범자들을 그냥 미국으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재판을 받게 하겠습니다.”

“그건 소파(SOFA)의 규정을 정식으로 위반하는 겁니다.”

안천수 대통령의 말에 헤일리가 발끈했다.

소파(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에 관한 한·미 간의 협정인 것이다.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자, 반미감정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아주 제대로 하고 있는 약소국의 눈물이기도 했다.

“우리가 소파(SOFA)의 규정을 지키기 원한다면 주한미군은 애초에 그런 참담한 범죄를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범죄자집단입니다. 그러니 소파의 규정은 적용하지 않겠습니다.”

“범죄자 집단이라니요?”

“사실 뭐 이게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탄저균을 몰래 들여와서 실험을 한 것도 있고, 비밀리에 해서는 안 되는 실험과 반입해서는 안 되는 핵무기도 여러 차례 몰래 들여온 전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 그건…….”

“왜요? 또 아니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그럼 그동안 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를 한번 제대로 끄집어내 공개해볼까요?”

헤일리는 안천수의 기세등등한 말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안천수 대통령의 옆에서 소울이 차갑게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가 로칠드 가문을 피로 씻고 통째로 집어 삼켰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 안에 로칠드 가문의 영향력이 얼마나 뿌리 깊게 내렸는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미국을 암중으로 지배하고 있는 금융왕국 로칠드 가문의 힘이라면 월 가(街)는 물론 군산복합체들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거야. 당장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로칠드 가문의 비위를 아니 저자의 비위를 건들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조심해야할 자는 안천수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저 마스터란 자야.’

안천수 대통령은 소울의 위세에 호가호위하는 것에 불과해보인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와 로칠드 가문이라는 무력과 금력을 양손에 쥐고 있는 소울은 당장 자신의 미래를 암흑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지금쯤이면 허수아비 가주를 내세운 소울에게 미국의 극비정보가 수도 없이 넘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극비정보가 넘어갈지는 정말 상상조차하기 싫었다.

“그럼 모든 주한미군을 법정에 세울 것이 아니라 이번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범인들만 세우도록 해주세요.”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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