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69화 (369/492)
  • 00369  제 93 장 - Sink  =========================================================================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 영빈관.

    “어서오세요. 미스터 프레지던트.”

    “하하하, 반갑습니다. 안천수 대통령님!”

    헤일리와 안천수는 오랜만에 만나 어색한 사이임이 분명한데도 반가운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이곳이 마치 자신의 관저인 청와대라도 되는 듯 안천수는 헤일리에게 자리를 권했다.

    헤일리의 뒤로 국무장관 캘리, 국가정보국(ODNI) 국장 제임스가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안천수는 그들에게까지 굳이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국무장관 캘리, 국가정보국(ODNI) 국장 제임스는 어쩔 수 없이 헤일리가 앉은 소파 뒤쪽의 벽에 붙어 있는 의자에 앉아야만 했다.

    두 나라 정상의 만남이라는 것과 비공식 방문이라는 점만 보면 특별히 의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관급인 그들이 벽에 붙어있는 의자에 앉아야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굴욕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안천수가 조금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내한으로 인해 많이 놀랐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갑자기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된 저도 사실 좀 당혹스럽기는 합니다.”

    “그럴 일이 없었다면 정말 좋았을 뻔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별것 아닌 대화 가운데에서도 살을 저미는 예리함이 숨어 있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앞으로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선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만나 대화를 가지고 싶군요.”

    “잠시만 기다리면 곧 들어올 겁니다. 제가 가져온 전통차가 있는데 한잔 같이 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래도 예의라는 것이 있어 안천수는 헤일리의 뻔뻔스런 얼굴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전통차를 대접했다.

    헤일리와 안천수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 영빈관의 한쪽 벽에는 아주 커다란 거울이 하나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의 뒤쪽에는 작고 어두운 방이 하나 존재한다.

    방안에는 세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자가 서서 그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헤일리 대통령이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뭘까요?”

    “그거야 당연히 전략핵탄두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똥줄이 탈만도 하지요. 한두 개도 아니고 텍사스 주(州) 사막에 있는 지하 탄두격납창에서만 전략핵탄두 5,237 개를 얻었고, 뉴욕 근교의 탄두격납창에서도 전략핵탄두 2,505 개를 챙기셨습니다. 기타 지역에서 얻은 전략핵탄두 1,258 개까지 합치면 무려 구천 개에 달하는 전략핵탄두를 아공간에 보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소울의 질문에 김영신과 국정현이 차례대로 대답을 했다.

    생각해보니 챙겨도 너무 많이 챙겼다.

    사실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은 전략핵탄두 300개에서 500개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전략핵탄두를 챙긴 것은 자신이 아니라 소환수인 까뮤였고, 모든 것을 까뮤에게 일임한 상태라 그런 사소한(?) 숫자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덕분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헐레벌떡 개성까지 달려오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전략핵탄두 문제로만 이곳에 온 것일까?

    아마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알렉산더 로칠드 때문에 왔을 거예요.”

    유정아가 소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소울은 슬쩍 유정아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서머너즈 길드 스페셜포스를 통해 알렉산더 로칠드에게 모든 정보를 낱낱이 뽑아냈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금괴와 보석을 비롯한 현금과 유가증권을 모두 양도받았는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왔을까요?”

    김영신은 유정아와는 달리 살짝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정현은 유정아의 말을 듣고 나자 뭔가 깨달은 것이 있었는지 김영신에게 말했다.

    “알렉산더 로칠드를 제거하기 전에, 변호사들이 입회한 공식 석상에서 모든 재산과 권리 일체를 서머너즈 길드가 내세운 로칠드 가문의 새로운 주인인 다니엘 로칠드에게 넘긴다는 그의 친필서명을 받고 공증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었습니다.”

    김영신은 국정현의 말을 듣자 당시의 일이 생각났는지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알렉산더 로칠드를 이미 제거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오직 우리만 아는 비밀입니다. 현재 외부에서는 다니엘 로칠드가 그를 대신해서 로칠드 가문의 새로운 가주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로칠드 가문의 위세는 아직도 미국을 암중으로 지배할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헤일리 대통령이 우릴 찾아온 것은 로칠드 가문의 힘을 얻으려고 왔다는 말입니까?”

    “비슷합니다. 미국은 한국은행 같은 정부 소유의 중앙은행이 없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중앙은행의 기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정부의 소유가 아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회원인 민간은행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 혹시 연방준비은행을 미국 재무부 소속으로 넣어달라고 청탁이라도 하려고 왔다는 겁니까?”

    김영신의 말에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선이 굵고 대범해서 그런지 김영신은 표현 자체도 아주 적나라하고 거침이 없었다.

    “전략핵탄투, 연방준비은행, 로칠드 가문, 주한미군 사태, 탄도미사일과 핵미사일 발사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모조리 한꺼번에 풀어보기 위해 찾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유정아가 속 시원하게 한방에 정리를 해버렸다.

    소울도 유정아가 예상하는 그런 문제로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한 가지 더, 오라클에 관한 답도 가져왔으리라 짐작했다.

    “얼마나 뜸을 들이시다가 만나주실 겁니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요? 아쉬운 것은 저쪽인데, 그나저나 안천수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네요.”

    김영신은 소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유리창을 쳐다봤다.

    안에서 두 정상이 하는 말이 스피커로 들리고 하는 행동과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였다.

    “그런데 마스터는 안천수 대통령을 언제 저렇게 구워삶은 겁니까?”

    “아까 잠깐 만나서 내 손에 전략핵탄두 구천 개가 있고, 로칠드 가문을 우리가 접수했다고 하니까 알아서 저절로 구워지고, 삶아지던데요?”

    “네에? 푸하하하하!”

    김영신은 소울의 말에 박장대소를 했다. 뭔가 웃긴 상상을 한 모양이다.

    “혹시 전략핵탄두 몇 개 달라는 소리는 안하던가요?”

    “왜 안했겠습니까? 딱 30개만 달라고 징징대는 것을 떼어내느라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하긴 대한민국에 전략핵탄두 30개만 있으면 중국에서 더 이상 우리에게 은근히 핵폭탄 협박 같은 개수작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에도 정보부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더 이상 우리나라에 개지랄은 못할 겁니다.”

    김영신과 국정현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얘기를 하자 소울이 딱 잘라서 선을 그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절대 전략핵탄두를 정부에 넘기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미국에 돌려줄 생각도 없습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딘과도 합의된 내용이니 그렇게 알고 계세요.”

    “그럼 소울 디펜스는 핵무장 안합니까?”

    “아공간에 전략핵탄두를 넣어두면 보관비도 안 들어가고 위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밖으로 꺼내 놓게 되면 그 순간부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들어갑니다. 유지 및 관리, 보수비를 나한테 주시고 그냥 전략핵탄두로 무장했다고 거들먹거리고 다니세요.”

    “흐음, 그런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하하!”

    소울은 김영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위협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렇게 전략핵탄두에 집착할까 싶었다.

    하지만 전략핵탄두 같은 위험한 무기는 그냥 까뮤의 아공간에서 영원히 자고 있는 것이 좋다. 괜히 꺼내 봐야 엄한 생명들이나 죽어나갈 뿐이다.

    “그나저나 다니엘은 잘하고 있나요?”

    유정아는 다니엘 로칠드를 만나보지 못해 그가 어떤 자인지 무척 궁금해 했다.

    다니엘 로칠드는 알렉산더 로칠드 같이 로칠드 가문의 직계 적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방계도 아니다.

    알렉산더에게 미움을 산 죄로 가문의 재산을 단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하고 평생을 가난뱅이 노숙자로 살아오다가 하룻밤에 로칠드 가문의 가주로,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다니엘 로칠드는 현재 매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스페셜포스에서 철저히 세뇌와 각인을 해놓아 안심할 수 있는 자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그리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서머너즈 길드에서 약속한 부와 명예만 누릴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골치 아픈 지구의 암중경영 같은 것은 개한테나 주라고 할 위인이었다.

    “다니엘 로칠드는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로칠드 가문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습니다. 서머너즈 길드에 공식적으로 사과와 배상을 약속했고 비공식적으로 서머너즈 길드가 준비한 항복문서에 서명했지요. 그는 현재 로칠드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로 마스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이 됐습니다.”

    “네에? 그가 우리 길드원이라고요?”

    유정아에게는 다니엘이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이 된 것이 조금 충격적이었나 보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미 소환계 능력자가 되어 소환수까지 소환해서 부리고 있었다.

    비록 평생을 서머너즈 길드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보호 속에 살아가야하지만 배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엄청난 용돈과 유흥비를 마음껏 펑펑 써대며 즐겁게 럭셔리한 라이프를 즐길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알렉산더 로칠드가 내놓은 정보를 토대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폐쇄하고 미국 중앙은행을 설립하도록 모색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구체적인 생각을 얘기해주세요.”

    “이 상태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그대로 놓아두면 로칠드 가문과 협력하여 세계를 암중으로 지배했던 다른 가문들이 제2의 로칠드 가문이 될 가능성이 있어.”

    “아! 그런 뜻이군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금본위제를 부활시키는 거예요.”

    “금본위제를?”

    소울이 무엇을 걱정하는 지 깨달은 유정아는 현재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단번에 붕괴시킬 수 있는 금본위제를 꺼내들었다.

    “전 세계의 통화량을 감당하려면 지금 현재 지구에 있는 금괴를 다 합쳐도 모자랍니다. 어디서 노다지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큐브가 있습니다. 큐브를 활용하면 금본위제는 물론 미스릴·금본위제도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서머너즈 길드 스페셜포스의 특이능력자 한명이 큐브의 활용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세상에 없는 것이 없다는 큐브를 이용해 현재의 달러라는 불태환지폐(신용화폐)를 실물화폐로 바꿔 지구에 만연된 자본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를 붕괴시키면 큰 일이 나는 것 아닙니까?”

    국정현의 말에 김영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유정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본부의에도 여러 가지 폐해가 있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달러라는 불태환지폐를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민간은행들이 마음대로 찍어내면서 시작된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 현상과 부의 집중현상을 가중시키는 일입니다. 실물화폐라면 이 정도까지 부(富)가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일반사람들은 잘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온갖 금융투기와 헤지펀드 등이 나타날 일도 없고요.”

    “그건 유정아의 말이 맞아. 일반인들에게는 은행 거래나 보험 정도면 충분해. 나머지는 결국 자본이 풍부한 대형은행과 거대 금융회사. 보험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판에 서로 경쟁하는 자기들만의 리그라고 봐야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구는 너무 기형적으로 3차 산업이 발달한지도 몰라요. 지구촌 사람들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돈 한번 빌려보지 못하고 죽지요. 노력하면 잘 사는 세계를 만들려면 이제 숫자 놀이로 장난을 치는 시스템은 셧다운을 시켜야합니다.”

    유정아가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자 소울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생각하시는 일들이 다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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