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67화 (367/492)
  • 00367  제 92 장 - 로칠드 가(家)  =========================================================================

    보통 한 등급 차이는 상위 능력자 하나가 하위 능력자 셋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B+급에서 A-급은 등급 하나의 차이긴 하지만 엄연히 클래스가 달랐다. 그래서 이 경우는 상위 능력자 하나가 하위 능력자 다섯은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본다면 소울과 그의 소환수 넷, 총 다섯이 각각 다섯씩만 맡아도 스물다섯이 된다. 거기에다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를 따지면 예전에 가지고 있던 능력에 비해 수십 배의 능력이 됐다고 보는 것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소음기를 장착한 기관단총 소리가 로도스 성 주변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부아아악 부아아악 부아아악!

    하지만 기관총 소리가 곧 기관단총 소리를 집어 삼키더니 독불장군처럼 홀로 기세가 등등해진다.

    펑 퍼퍼펑 펑펑펑!

    그것도 잠시, 유탄발사기가 유탄을 발사하자 곧 기관총은 침묵을 지켰고 로도스 성의 여러 주요 포인트는 산산이 부서져갔다.

    유탄 공격이 끝나자 특작부대가 일제히 로도스 성 안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그러자 다시 소음기를 단 기관단총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무기도 돌고 도는가 보다.

    “마스터, 공격헬기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흐음, 로칠드 가문의 위세가 영국 육군을 사사롭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인가? 하긴 뭐 그 정도는 해줘야 우리도 싸울 맛이 나겠지.”

    창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본, 공격헬기가 다가오고 있다. 처리해라.]

    [예스, 마이로드.]

    공격헬기라면 이제 아주 이가 갈린다.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공격헬기를 상대할 방법을 고심 끝에 이미 찾아놓은 것이다.

    본은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악어 입을 만들어 스켈레톤 위자드와 스켈레톤 샤먼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해골전투마를 타고 먼저 하늘로 쌩 하고 날아올랐다.

    스켈레톤 위자드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본과 해골전투마를 찾아 투명마법을 걸어주었다. 본과 해골전투마가 하늘을 날다가 어느 순간 허공에서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다.

    스켈레톤 위자드와 스켈레톤 샤먼은 즉시 감시초소 위쪽으로 올라갔다.

    부유마법과 주술을 이용해 감시초소 위로, 혹은 커다란 나무 꼭대기 위로 올라간 그들은 그동안 마법과 주술을 각각 이용해 연구 및 개량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장거리 전용 매직미사일을 하나씩 만들어 냈다.

    AH-64D 아파치 롱 보우 공격 헬기가 보유한 헬파이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인 8km를 생각하고 만들어낸 이 매직미사일의 이름은 ‘롱보우 매직미사일’이다.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노리고 만든 건지 알 것이다.

    반투명한 매직미사일 24발이 일제히 그들의 머리 위에 나타나더니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사방으로 흩어져 빛살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이들은 스켈레톤 위자드와 스켈레톤 샤먼의 눈이자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일정 지역을 마크해놓기만 하면 롱보우 매직미사일은 자동으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모든 비행물체를 공격한다. 물론 새나 곤충은 공격대상이 아니다.

    사람과 헬기, 비행기, 드론 같은 분명한 공격대상이 미리 인식되어 있다.

    영국은 미국의 AH-64D 아파치 롱 보우 공격 헬기를 라이선스해서 자체적으로 WAH-64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아파치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국 환경에 특화된 공격헬기를 만들어냈다.

    보통 ‘아파치 AH1’이라 부르는데 총 6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무려 20대가 중무장을 하고 로도스 성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알렉산더 로칠드가 혹시라도 이런 날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미리 육군 항공대에 손을 써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로칠드의 이런 철저한 준비성으로 인해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푸타타타타 푸타타타타…….

    스무 대나 되는 아파치 AH1 공격헬기가 수평선 너머로 날아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참 장관(壯觀)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적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당장 놀라서 오줌을 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주(主) 회전날개 위에 돔형의 AN/APG-78 레이더가 부착되어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최신형 화력통제레이더(FCR: Fire Control Radar)로 사용된다고 해도 스켈레톤 위자드와 스켈레톤 샤먼이 만들어낸 롱보우 매직미사일을 탐지해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워낙 작고 반투명한 롱보우 매직미사일은 현대과학기술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위상배열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는 마법과 주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영국 육군항공대 소속 아파치 편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마법과 주술에 의해 자신의 존재의 의의가 뭔지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는 롱보우 매직미사일은 일정 영역 안으로 들어온 아파치 AH1 공격헬기를 탐지하자마자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롱보우 매직미사일 24개는 제일 먼저 살아있는 조종사를 공격해서 죽였다. 그 다음은 쌩쌩 돌아가고 있는 터보엔진을 공격했다.

    롱보우 매직미사일에 조종사의 심장에 구멍이 뚫리고 롤스로이스 터보 메카 엔진에도 구멍이 나자, 천하의 아파치 AH1 공격헬기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마치 화살에 맞은 새처럼 힘을 잃은 채 꼬리를 뱅글뱅글 돌리며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려야했다.

    쾅 콰콰쾅 쾅 콰콰콰쾅 쾅쾅쾅!

    아파치 AH1 공격헬기 스무 대가 거의 동시에 땅에 추락하자 곧 일대는 거대한 유폭이 일어나 주변을 붉은 화염으로 뒤덮어 버렸다.

    거대한 화구가 몇 번씩이나 생겼다 사라지며 주변의 숲을 불태웠고,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는 폭발소리에 놀란 임산부의 애가 떨어졌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마이로드, 공격헬기 스무 대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수고했다. 일단 계속 로도스 성 상공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

    [예스, 마이로드.]

    ‘흐음, 확실히 현대과학문명은 마법의 상대가 아니군. 과학과 마법, 이 둘을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날 텐데, 그저 난 이런 놀라운 것들을 누군가를 죽이고 파괴하는 무기로 사용하는데 급급하구나.’

    소울은 그렇게 침울한 생각을 하면서 까뮤와 감각을 공유했다.

    [결국 벙커에서 기어 나오고 있네요.]

    [그렇구나. 얼굴이 벌겋게 바다가재처럼 익은 모습이 정말 볼만하구나.]

    [제압할까요?]

    [응! 당장 제압해! 금방 우리가 그쪽으로 이동할게.]

    [네, 주인님.]

    소울은 까뮤와 잠깐 감각을 공유한 것만으로 까뮤가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미리 준비한 로도스 성의 지도를 펼치더니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우리는 모두 여기로 간다.”

    “네, 마스터.”

    스팟!

    소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소희는 텔레포트를 펼쳤다.

    눈 깜빡할 사이에 소울과 금소희 그리고 로브를 입은 사내들은 모두 로도스 성의 지하에 모습을 나타냈다.

    “으아악, 피해라!”

    “저게 뭐지?”

    “주변에 능력자가 숨어있나 봐. 찾아라!”

    “수리검이다. 무조건 피해!”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지하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까뮤가 알렉산더 로칠드를 보호하고 있는 이십 여명의 능력자 출신 경호원을 향해 수리검을 꺼내들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알렉산더 로칠드는 물론 그의 경호원들은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운데 이리저리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수리검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목적이 제압이라는 것과 도망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 아직 목숨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까뮤로 인해 이미 서너 명은 팔다리에 구멍이 뚫려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마스터?”

    로브를 입고 있는 사내들이 모두 소울을 쳐다보자 그는 지체 없이 명령했다.

    “정리해라!”

    “네, 마스터.”

    그들이 미소를 지으며 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소울은 그들보다 먼저 알렉산더 로칠드를 잡기 위해 튀어나갔다.

    “억! 적이 나타났다. 막아라.”

    “알렉산더 님을 보호해라.”

    경호원들답게 그들은 제일 먼저 알렉산더를 보호하려는 반응을 보였다.

    경호원들의 등급은 하나같이 B급 이상의 능력자들로 척 보기에도 움직임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저들이 날고 기어봤자 A-급 멀티 능력자인 소울의 행사를 막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다 소울은 지금 혼자도 아니다.

    까뮤와 렉시가 있고, 로브를 입고 있는 여덟 명의 대인 공격에 특화된 능력자들과 본의 아니게 함께 적진을 향해 쳐들어가고 있었다.

    소울과 같이 로브를 입고 온 자들의 능력은 하나같이 출중했다.

    그들은 비록 대 몬스터 공격능력은 떨어지지만 대인 공격능력만큼은 하나같이 발군인 자들만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등급의 능력자가 전투를 벌이면 당연히 대인 공격능력이 뛰어난 자가 승리한다. 아니 등급이 한두 개 차이가 나도 결국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처럼 특수부대에서 대인살상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은 이들은 등급 몇 개나 클래스 하나 정도는 무시할 정도로 강했다.

    우두둑 뿌득!

    까드드득!

    “크아아악!”

    “으아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소름끼치는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이들에게 걸린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팔과 다리가 반대로 꺾이고 눈과 목젖이 뚫렸다.

    불알이 터지고 심장에 구멍이 나는 치명상을 겪은 자만이 땅바닥에 키스를 하는 행운을 누렸다.

    소울이 경호원 중 딱 한명의 턱을 쳐서 기절시키고 나자 이미 주변에 멀쩡하게 서 있는 적은 알렉산더 로칠드 뿐이었다.

    “하이!”

    “너, 너는?”

    알렉산더가 소울을 쳐다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리 전화까지 했는데 못 알아보면 참 섭섭할 뻔 했다.

    “내가 누군지 알겠지?”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 우리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앉아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

    “그건 내가 먼저 제안했던 거잖아? 일단 너 좀 맞자.”

    소울은 알렉산더의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곧바로 뺀질거리게 생긴 그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퍽!

    “크윽!”

    그리고는 주먹의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알렉산더의 전신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무참한 폭력 속에서 지옥 같은 고통을 맛봐야했다.

    퍽퍼퍽 퍽퍽퍽 퍼퍼퍼퍽!

    “으악, 크악, 켁 케에엑, 그만, 크아아악!”

    얼마나 찰 지게 잘 때리는지 아픈 통점만 골라서 패대자 그의 몸은 조금도 상하지 않고 고통만 몇 배로 가중됐다. 역시 때리는 것도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한가 보다.

    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제발, 대화로 하자고. 커억, 케엑, 크악!”

    소울은 일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놈의 목을 비틀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죽이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로 곤란했다.

    또한, 그는 이놈을 어설프게 적당히 손보는 것도 싫었다.

    물론 알렉산더가 당장 죽는다고 해도 다른 후계자를 앞에 내세우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왕 손을 보는 김에 제대로, 확실히, 화끈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힐! 힐! 다시 시작하자.”

    소울은 알렉산더가 기절하려고 하자 즉시 힐을 써서 그의 몸을 치유했다.

    그리고는 다시 패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크억, 안 돼!”

    그 모습에 알렉산더는 경악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밀려오는 지독한 고통에 또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을 쳐야만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두들겨 패는 동안, 전 세계에 퍼져있는 로칠드 가문의 직계 가족과 방계 혈족은 하나씩 제거되어 요단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저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은 차분하게 정리되어 수백 개의 서머너즈 길드의 비밀 계좌로 직행했다.

    현금과 보석, 유가증권 등은 커다란 가방에 담아서 어딘가로 보내지고 있었다.

    “크아아악, 제발 살려줘!”

    소울이 벌이는 작전의 최종목표는 로칠드 가문의 멸족이다.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는 알렉산더는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설마 자신을 진짜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버텼다.

    하지만 그것은 소울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그의 몽매한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일 뿐이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소울의 주먹은 멈출 줄을 몰랐다.

    끝없는 폭력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알렉산더는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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