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65화 (365/492)

00365  제 92 장 - 로칠드 가(家)  =========================================================================

“죄송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 구역이라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크게 다치신 것 같은데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전 보시다시피 힐러 입니다. 가서 물어보시고 제 도움이 싫다고 하면 그만두겠습니다.”

“힐러시라고요?”

소울은 자신의 손에 우윳빛 광채를 만들어 보여주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경호원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가 50대에 체중이 좀 나가는 자가 세 번이나 딱딱한 플로어에 넘어졌다.

그것도 온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엉덩이와 등부터 거꾸로 바닥에 처박혔다.

뼈가 부러지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고 어지간한 약으로는 고통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가만, 그러고 보니 포션을 사다 놓았을 수도 있겠구나? 돈도 많은 놈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자신들의 실수가 뭔지 깨달았다.

잘 생각해보면 확실히 접근하는 방법이 좀 어설프긴 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CCTV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니 밖에서 건물의 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금소희의 능력을 사용해 바로 텔레포트를 해도 된다.

어디 있는지 위치를 몰라서 문제였지 접근하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허락하신 모양이군요.”

“네, 통증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힐러는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노련한 경호원은 소울과 금소희의 전신을 눈에 띄지 않게 빠르게 스캔하면서 수상한 자가 아닌지 살펴봤다.

얼굴은 가면무도회라도 왔는지 가면을 썼지만 두 사람이 입은 턱시도와 이브닝 드레스, 구두, 액세서리들은 모두 명품이자 진품이다.

목걸이에 달린 알사탕만한 다이아몬드를 봐도 절대 어디 가서 쉽게 빌릴 수 있는 흔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제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성함을 물어봐도 좋을까요?”

“로버트입니다. 일단 아픈 사람부터 치유하고 자세한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힐을 하는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아! 미스터 로버트, 죄송합니다.”

일단 아무렇게나 이름을 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침대가 하나 있었고 주변으로 네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

침대 위에는 데이비드가 엎드려 끙끙거리며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꽤나 아파하는 것을 보니 뼈가 상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로버트입니다. 힐러 입니다. 허리가 아프신 것 같은데 바로 힐을 써드릴까요?”

“으음, 네, 부탁드립니다.”

“그럼 힐을 쓰겠습니다. 힐!”

데이비드는 사양하지 않고 소울의 힐을 받았다.

우윳빛 광채가 그의 허리에서 빛나자 방금까지 욱신거리던 허리가 시원해지면 고통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소울이 발현한 B급 힐러의 치유능력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 작전을 진행하기에 앞서, 미국 최강의 능력자 파티인 썬더 파티의 A급 힐러 엔젤의 권능과 능력을 까뮤를 통해 장착하게 된 소울이다.

A급 힐러의 권능과 능력을 100% 이어받을 수는 없었지만 단번에 B급 힐러까지 치고 올라가는 것은 가능했다.

“어떻습니까? 이제 괜찮으십니까?”

“정말 신기하군요. 과연 능력자는 다르네요.”

데이비드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허리를 주먹으로 통통 쳐보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감탄했다.

“단번에 나은 것을 보니 혹시 고위 힐러십니까?”

“하하하, 다행히 제 힐에 만족하신 모양이네요. 그리 등급이 높지는 않습니다. 이제 겨우 C급에 불과하니까요.”

“네에? C급 힐러 라고요? 그 정도면 굉장히 귀한 미국의 자산이 아닙니까?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일단 이리 좀 앉으시지요?”

C급 힐러 정도면 아무리 능력자가 넘쳐나는 미국이라고 해도 결코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한 등급은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소울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급히 자리를 권했다. 방안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던 건장한 경호원들이 한 명만 남고 모두 썰물처럼 밖으로 빠져나갔다.

‘저놈은 딱 보니 B-급 능력자네. 아까 같이 있던 놈들도 C급 같아 보이던데. 데이비드, 이놈 참 돈도 많은 새끼네.’

소울은 능력자인 경호원의 얼굴을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데이비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데이비드 로칠드’

데이비드 로칠드는 3층에서 로브를 입은 두 남자와 본에게 지금 열나게 깨지고 있는 형 ‘제임스 로칠드’와 함께 미국을 암중으로 지배하고 있는 미국 금융의 보이지 않는 실세다.

예전에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었다.

‘모건은 금융을 지배하고 카네기는 철강을 장악하고 록펠러는 석유를 독점했다.’

하지만 모건과 록펠러는 둘 다 로칠드 가문에 손을 벌렸고, 지금도 이들은 로칠드 가문의 영향권 아래에서 미국의 금융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놈들을 잡기 위해 그동안 북미대륙을 수십 바퀴 돈 것을 생각하면 아주 이가 갈린다. 유정아가 준 명단을 가지고도 이 정도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면 찾는 데만 족히 1년은 걸렸을 거야.’

전투에서 가장 빠르게 승리를 하려면 장수(將帥)를 잡아야한다.

오라클을 잡기 위해서는 그녀를 뒤에서 후원하는 가문을 찾아내서 후원을 끊고 제거해야한다.

[까뮤, 경호원을 제거해라.]

[네, 주인님.]

소울은 자신이 찾던 제임스 로칠드와 데이비드 로칠드의 신병을 확보하자 미련 없이 경호원 제거명령을 내렸다.

까뮤는 조용히 경호원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뒷목에 수리검을 박아 넣었다.

“윽?”

경호원은 B-급의 강화계 능력자답게 수리검이 피부를 찌르는 순간 급히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몸을 피했다.

‘슬립!’

하지만 움직이는 모습 그대로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소울의 슬립 마법에 당해 휘청하는 사이, 까뮤가 경호원의 뒤통수에 수리검을 박아 넣고 바로 자신의 아공간으로 끌어 들였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데이비드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소울은 다시 한 번 슬립 마법을 펼쳤다.

‘슬립!’

일반인에 불과한 데이비드는 그대로 소파에 픽 쓰러졌다.

쾅!

“뭐야?”

“어? 보스가 쓰러지셨다.”

“쳐라!”

문이 갑자기 열리고 경호원 넷이 득달같이 소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둘은 주먹으로 좌우에서 공격하고 그들의 사이로 한 놈이 허공으로 날아들며 한쪽 다리를 들어 위에서 아래로 그래도 내려찍었다.

마지막 한 놈은 그들의 뒤에서 숨어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뭔가 빈틈이 생기면 강력한 한방을 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등급이 A-에다 상급의 몽크의 체술을 익히고 있는 소울에게 C급 강화계 능력자의 공격은 치명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공격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격이었다.

파앙!

소울의 몸이 제자리에서 앞으로 쏘아지듯 튀어나갔다.

그것도 그들이 달려드는 정면을 향해서였다.

짧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양쪽 주먹이 양옆으로 빠르게 한번 쏘아졌다 다시 접혀 들었다.

퍼펑!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달려오던 두 명의 경호원의 턱이 그대로 뭉개져버렸다.

곧이어 몸을 낮춘 소울의 어깨가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린 경호원의 남은 한쪽 다리를 향해 그대로 쏘아져갔다.

뿌직!

“커억!”

그의 어깨가 받아버린 경호원의 한쪽 다리가 절대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이자 경호원의 눈에서 흰자위가 보이더니 고통스런 신음이 튀어 나왔다. 동시에 몸이 위로 들리면서 180도 돌아가자 동료의 몸 뒤에서 숨어 들어오고 있던 경호원의 얼굴이 크게 놀라는 얼굴로 변하더니 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하지만 이미 경호원의 주먹이 앞으로 나오기도 전에 소울의 손바닥이 그의 턱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우두둑!

경호원은 머리가 위로 들리면서 목이 부러져 그대로 쓰러졌다.

쿵 쿠쿠쿵!

경호원 네 명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까뮤가 빠르게 내려와 마무리를 짓고는 아공간으로 사체들을 치워버렸다.

[본, 금소희를 그쪽으로 보내겠다.]

[예스, 마이로드.]

본의 대답을 듣자 소울은 금소희를 쳐다봤다.

“가서 그들을 이리로 데리고 와!”

“네, 마스터.”

금소희는 아까와 같은 화사한 미소를 이미 거두고 차분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펼쳐 방안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다.

잠시 후, 그녀가 서있던 곳에 금소희가 다시 나타났다.

스팟!

이번에는 금소희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는 로브를 쓴 사내 둘과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제임스 로칠드 그리고 본이 서 있었다.

“생각보다 오늘 작업이 빨리 끝났어요?”

“늦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필요한 것은 모두 확보했겠지?”

금소희의 말을 뒤로 하고 소울은 로브를 쓴 두 사내를 쳐다봤다.

“물론입니다. 저놈은 자신의 팔에 바늘만 찔려도 못 참는 체질이라 일이 아주 쉬웠습니다. 금고도 그림 뒤에 있는 벽에 감춰두고 골드바와 무기명채권이 가득했습니다. 스위스 은행 계좌 등 비자금도 넉넉히 챙겨놓아서 부수입이 짭짤합니다.”

그는 눈가에 호선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여기에 더 있을 이유는 없겠군. 이만 현장을 정리하고 자리를 뜨도록 하지?”

“네, 마스터.”

소울의 말에 다들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로브를 입은 사내 하나가 쿨쿨 자고 있는 데이비드 로칠드의 몸을 들어 어깨에 걸치자 다른 사내는 조심스럽게 방안을 돌아다니며 살펴봤다.

혹시라도 뭔가 자신들이 흘리거나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은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하자 그들은 금소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소울과 금소희는 검은 색 로브를 다시 걸치고 서 있었다.

“텔레포트!”

떠날 준비가 끝났자 금소희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작게 텔레포트를 외쳤다.

스팟!

그들의 모습이 허공에 꺼지듯 사라졌다.

텅 빈 방안은 지금까지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홀로 외로운 공간을 지켰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생각인지 달빛이 희미하게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 *

영국 런던 근교 로도스 성(城).

영국의 수도 런던 인근에서 유명한 성을 꼽으라면 당연히 ‘윈저성(Windsor Castle)’이나 ‘리즈캐슬(Leeds Castle)’을 꼽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고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 두 곳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런던 근교에는 일반인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성(成)이 몇 개 더 존재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로도스 성도 바로 그중에 하나였다.

울창한 수풀로 감춰진 로도스 성은 넓은 부지에 높은 담이 쳐져있고 사방에는 은밀하게 감시탑이 만들어져 있어 누구의 접근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윈저성과 리즈캐슬을 반쯤 섞으면 나올 것 같은 로도스 성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위엄과 운치를 자랑하며 도도하게 대지에 단단히 서 있었다.

로도스 성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한 감시탑 안에 별빛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갔다.

뭔가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는데 감시탑 근처에는 전혀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이런 현상을 알아채는 자가 없었다.

하얀 손바닥이 유리창을 지우개처럼 지워가자 그 틈으로 로브를 입고 있는 사내의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드디어 찾아냈구나. 알렉산더 로칠드! 이제 드디어 본편 시작인가?”

“마스터, 전화 연결했습니다.”

금소희가 그의 뒤에서 스마트폰 하나를 내밀었다.

소울은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받고는 낮고 묵직한 저음으로 말했다.

“알렉산더 로칠드, 맞지?”

-그렇다. 넌 누구지?

“난 네가 후원하는 오라클이 죽이려고 난리를 치고 있는 당사자다.”

-설마,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이소울이란 말인가?

“그렇다. 내가 바로 마스터다.”

알렉산더 로칠드는 놀랐는지 잠시 침묵했다.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다니 대단하군. 그런데 무슨 일인가?

“긴말하지 않겠다. 이제 그만 오라클을 후원하고 그동안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방지약속을 받기 원한다.”

-하하하하, 우습구나. 내가 왜 그래야하지. 난 잘못한 것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오라클이겠지. 난 그저 그녀에게 약간의 편의와 자금 그리고 장소를 제공했을 뿐이야.

알렉산더 로칠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차분히 심호흡을 했다.

============================ 작품 후기 ============================

* 따끈따끈한 연재 한 편 올립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강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