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64화 (364/492)

00364  제 91 장 - 타오르는 분노  =========================================================================

오르헤카 캐슬(Oreheka Castle).

브룩빌의 대저택에서도 가장 크고 웅장한 이곳은 각국의 왕족, 국가수반, 헐리우드의 스타들을 초대해 자주 파티를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상시 거주를 하는 공용된 하인만 150명에 달하고, 소유지 내에 마구간과 골프 컨트리클럽이 있다.

마치 유럽의 귀족이 사는 성과 같이 아름다운 오르헤카 캐슬은 오늘 저녁도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VIP들의 파티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스팟!

오르헤카 캐슬을 둘러싸고 있는 컨트리클럽의 울창한 숲속에 잠시 별빛이 머물렀다 사라졌다.

다시 어둠이 뒤덮인 숲속 안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네 명의 남녀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정확하군.”

“감사합니다.”

소울은 금소희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능력자가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괜찮겠어?”

“물론입니다. 비록 몬스터를 잡는 것은 좀 불리한 점이 없지 않지만 대인 공격력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저희 둘의 조합이면 어지간한 능력자들은 다 이길 수 있습니다.”

로브를 입은 두 명의 사내는 눈을 빛내며 호기롭게 소울을 쳐다봤다.

그런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소울은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지금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전투를 벌이러 온 것이 아니야. 아무래도 둘만으로는 좀 벅찰 것 같으니 내 소환수를 붙여주도록 하지.”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 일이 훨씬 더 쉬워질 겁니다.”

그들은 소울이 자신의 소환수를 붙여준다고 하자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

그동안 같이 다니면서 소울의 소환수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 소환!]

소울이 의지를 일으켜 본을 소환하자 그의 앞에 스켈레톤 커맨더의 갑주를 장비한 본이 스르륵 나타났다.

[마이로드, 부르셨습니까?]

[그래. 이 둘을 따라다니면서 은밀하게 도와주도록 해.]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길 원하시는 군요.]

[정답이야.]

[그거야 제 전공입니다. 로드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A-급으로 승급하더니 뭔가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드는 본이다.

더욱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본의 겉모습이 자신의 앞에서 살짝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사내와 같은 로브를 입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제 시작하도록 하지?”

“네, 마스터.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해!”

두 사내는 소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어둠속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그들의 몸이 마치 어둠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같이 허공에서 사라져갔다.

본은 조금도 소리를 내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조용히 어둠과 동화가 되어갔다.

아무리 두 사내가 암살자의 능력을 각성한 능력자라고 해도 죽음과 어둠을 먹고 살아온 본의 은신 능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두 사내와 본이 사라지자 금소희는 입고 있던 로브를 벗기 시작했다.

“마스터, 우리도 들어가 볼까요?”

“그럴까?”

금소희가 로브를 벗자 순간 주변이 환하게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파티용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금소희의 모습은 미의 여신이 강림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소울도 그녀의 행동에 맞춰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검은 색 턱시도로 쫙 빼입은 멋진 신사가 등장했다.

“와우, 마스터! 멋져요.”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들을 불면증으로 몰아넣은 스타가 하는 말이라서 그런지 듣기 나쁘지 않네. 고맙다.”

“아니에요. 그냥 듣기 좋으라고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마스터가 그렇게 턱시도를 입고 계시니까 정말 핏(fit)이 확 살아요.”

“다행이군.”

소울은 금소희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대한민국 최고 미녀 여배우가 칭찬을 하니 기분이 안 좋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금빛으로 빛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금소희의 굴곡진 몸매는 보는 소울로 하여금 절로 가슴이 진탕되게 만들었다.

‘전설의 우물(尤物)이 현신했다고 해야 하나? 아름다운 미모는 정말 타고났구나.’

민낯으로 겨룬다면 유정아도 금소희와 막상막하를 이룰지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화장하고 옷을 입은 후에 겨룬다면 금소희의 K.O. 승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금소희는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꾸밀 줄 알았다.

“마스터, 오늘 우리 콘셉트가 뭔지 아시죠?”

“그런 것도 있었어?”

“007 영화도 안 보셨어요? 기왕 이렇게 잠입하는 것 우리 사랑하는 연인 콘셉트로 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군.”

“호호호, 그럼 잠시 실례!”

금소희는 소울이 고개를 끄덕이자 슬쩍 안겨오더니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루즈를 바르기 전에 잠깐 연습 좀 해봤어요.”

“실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습은 꼭 필요한 것이지.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내 입술을 빌려주지.”

“어머, 정말요?”

금소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울에게 달라붙더니 욕심껏 키스연습을 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조금 더 다정한 연인 콘셉트로 잠입 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에 묻은 침을 손으로 닦아주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연인 콘셉트 필이 제대로 살아나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쯤해서 가면을 쓰도록 하자.”

“네, 마스터.”

“마스터라고 부르면 안 되잖아.”

“어머,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럼 허니(honey)!”

“후후후, 좋아. 나쁘지 않군.”

“호호호!”

둘은 품속에서 입술과 턱을 제외한 얼굴 상부가 완전하게 가려지는 금색과 은색 가면을 각각 꺼내더니 얼굴에 썼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오르헤카 캐슬 안으로 들어갔다.

오르헤카 캐슬 앞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들어간 그들은 먼저 온 연인들의 낯 뜨거운 행위를 모른 척 지나치며 자연스럽게 파티장 안으로 스며들었다.

입구에서 초대장을 확인하고 검문검색대를 지나쳐야 했지만 그 정도는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어 통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밝은 빛으로 빛나면서 넓은 무도회장을 현란하게 비추고 있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위에는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 쌓여있고, 바텐더는 한 병에 수십, 수백만 원이나 하는 유럽산 포도주와 샴페인을 마음껏 잔에 따라 초대한 귀빈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하인들은 귀빈들을 맞이하면서 조금도 예법과 격식에 어긋나지 않게 완벽하고도 우아한 자세로 격이 다른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허니! 우리 춤 줘요.”

“다아링, 그럴까?”

두 사람은 영어로 자연스럽게 얘기하면서 서로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소울은 금소희의 눈을 보면서 과연 연기자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인의 눈빛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자 아름다운 선율이 무도회장을 가득 채우며 사람들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플로어는 손과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남녀들의 미소로 물들어 갔고 분위기는 급속도로 고조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보이지 않는 어둠을 타고 오르헤카 캐슬 전체의 CCTV를 관장하는 중앙경비실로 그림자 셋이 빠르게 스며들었다.

잠시 후, 본의 의지가 소울의 뇌리로 스며들었다.

[마이로드, 중앙경비실을 점거했습니다.]

[CCTV 테이프와 보조 저장장치의 하드 디스크를 모조리 수거하도록 해.]

[예스, 마이로드.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두 사람이 빠르게 일처리를 잘하고 있습니다.]

소울은 금소희와 플로어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면서 머릿속으로는 본과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중앙경비실에서 밖으로 나갑니다.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심해. 3층은 능력자가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알겠습니다. 마이로드.]

금소희는 소울의 시선이 살짝 위쪽을 향하자 곧바로 그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리며 뺨에 키스를 했다.

“에이, 아마추어처럼 왜 이러실까?”

“아마추어 맞아. 나 프로 아니야.”

“허니, 오늘은 나만 봐줘요.”

“흐음.”

금소희는 목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소울의 가슴에 바짝 붙었다.

그 모습에 옆에서 춤을 추고 있던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며 소울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그는 탄력 있고 부드러운 여체의 향기가 자신의 몸을 강하게 자극해오자 절로 침을 꿀떡 삼켰다.

‘이거 연기 맞아? 어째 사심이 조금 섞인 것 같기도 하네.’

머리는 냉철하지만 몸은 정직해서 자꾸 금소희의 나긋나긋한 몸의 움직임에 맞춰 반응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정력(定力)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3층 입구에서 경호원 둘을 제거했습니다. 그중 한명은 말씀하신대로 능력자입니다.]

[등급이 별로 안 높은가보지?]

[C급의 강화계 능력자였습니다.]

[C급이라. 확실히 돈이 많긴 많은가보군.]

[타깃을 발견했습니다. 기습을 해서 둘을 제거하고 둘과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나서야할 것 같습니다.]

본의 말에 소울은 소리 나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니까 괜히 좀이 쑤셨기 때문이다.

[까뮤, 올라가서 중계해!]

[네, 주인님.]

까뮤가 즉시 그의 머리 위에서 3층으로 스며들어갔다.

시야 한쪽에 까뮤의 시선을 띄운다는 생각을 하자, 곧 자신이 원하는 대로 멀티비전처럼 한쪽에 까뮤가 보고 있는 방안의 정경이 떠올랐다.

고풍스러운 커다란 방안에서 두 명의 능력자와 소리를 내지 않고 싸우고 있는 로브를 입은 두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건장한 두 명의 능력자를 몰아붙이고 있는데 얼마나 그 기세가 흉흉한지 보는 소울이 다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들의 뒤에는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초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달링, 형인 제임스는 찾았어.”

“오키도키, 그럼 동생 데이비드는 어디 있을까요?”

“그건 다알링이 찾아봐야지.”

“아! 저기 있네요.”

금소희가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면서 소울에게 자신이 찾아낸 타깃을 보여줬다.

3층의 방에 있는 50대 중후반의 백인 남자와 판박이처럼 보이는 자가 드레스를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알 수 없는 육감적인 히스패닉 미녀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금방 찾았군. 오늘 운이 참 좋은데? 그럼 시작해볼까?”

“네.”

소울과 금소희는 춤추는 것을 멈추고 타깃으로 삼은 데이비드를 향해 걸어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서 있는 옆의 음료수를 목표로 걸어갔다.

“그리스!”

소울은 금소희의 몸으로 자신의 입을 살짝 가리면서 타이타늄 팔찌에 인챈트 된 그리스 마법을 사용했다.

꽈당!

데이비드는 두 다리를 위로 하고 엉덩이와 등부터 플로어에 떨어져 내리며 큰 소리를 냈다.

“하하하!”

“호호호!”

그러자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을 가리면서 하나 둘씩 웃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남이 넘어지면 웃을까? 절대 웃을 일은 아닌데 말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들 드러나지 않게 데이비드를 쳐다보고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댐(damn, 우라질)!”

데이비드는 크게 화가 났다.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넘어져 망신을 당한 것도 화가 났지만 엉덩이와 등짝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고통에 분노가 솟구쳤다.

“그리스!”

꽈당!

하지만 소울의 두 번째 그리스 마법에 걸려 다시 넘어지자 이번에는 화가 나기보다는 척추가 부러지는 것 같은 고통으로 인해 입을 딱 벌렸다.

“푸하하하!”

“오호호호!”

아까보다도 더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에는 다들 입을 가리지 않고 웃었다.

‘이 새끼야, 아직 멀었다.’

소울은 하인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는 데이비드를 향해 다시 한 번 그리스 마법을 펼쳤다.

“그리스!”

꽈당 꽈당 꽈당!

이번에는 데이비드와 두 명의 하인이 동시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우하하하하핫!”

“오호호호호홋!”

그 모습에 이제까지 남의 불행을 보고 웃으면 안 된다고 참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배를 잡고 웃어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곧이어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데이비드를 부축하더니 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소울과 금소희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곧바로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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