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62화 (362/492)
  • 00362  제 91 장 - 타오르는 분노  =========================================================================

    그때였다.

    갑자기 캐로트 제독의 부관 중 한명인 찰리 중령과 완전무장한 헌병들이 함교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 동작을 멈춰라.”

    “뭔가?”

    캐로트 제독은 머그컵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헌병들을 쳐다봤다.

    “아니 자네는 찰리 부관이 아닌가? 무슨 일인데 이런 소란을 피우는 겐가?”

    “이것은 백악관과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내려온 체포명령서입니다.”

    찰리는 횃불처럼 두 눈을 빛내며 비밀회선을 통해 전달받은 체포명령서를 모두가 볼 수 있게 치켜들었다.

    “캐로트 제독과 맥케인 부함장은 지금 이 시간부로 직위해제하고 국가반역 행위와 민간인 대량살상, 명령불복종 등 12가지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뭐라고? 감히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찰리의 말에 캐로트는 인상을 팍 쓰면서 그에게 손으로 삿대질을 했다.

    하지만 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난 백악관과 태평양함대사령부 양쪽에서 동시에 들어온 명령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캐로트와 맥케인 당신들은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어. 뭣들 하는가? 즉시 체포해!”

    “옛써!”

    헌병들은 찰리의 명령에 즉시 캐로트와 맥케인에게 수갑을 채운 후, 끌고 갔다.

    “찰리 중령님, 그럼 캐로트 제독께서 방금 내린 명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가 자네에게 무슨 명령을 내렸지?”

    “W80 핵탄두를 단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를 준비시키셨습니다.”

    “함재기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달고 이륙할 준비도 하라고 했습니다.”

    찰리는 캐로트 제독과 맥케인 부함장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뭐라고? 아니 이 자들이 정말 미쳤나? 동맹국에게 핵미사일을 쏘고 함재기를 날려?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거야? 뭐야? 당장 중지시켜!”

    “네.”

    찰리가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준비 중인 각 전투함에서 확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찰리는 즉시 전 함대에 백악관과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내려온 체포명령서를 보내고 통신채널을 오픈했다.

    “나는 찰리 중령이다. 현재 캐로트 제독과 맥케인 부함장은 상부에 의해 직위 해제됐고 국가반역과 민간인 대량살상, 명령불복종 등 12가지의 혐의로 체포 및 구금됐다. 지금 보내는 체포명령서는 백악관과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동시에 들어온 것이다. 통신채널을 오픈하고 직접 교신하여 확인해도 좋다. 그리고 이 시간부터 코드 레드는 해제한다.”

    -알겠다. 코드 레드를 해제한다. USS 커티스 윌버, 통신채널을 오픈해서 직접 교신해보겠다.

    -코드 레드를 해제, USS 존 S. 매케인, 확인했다.

    -코드 레드를 해제, USS 피츠제럴드, 확인했다.

    -코드 레드를 해제, USS 스테덤, 확인했다.

    …….

    기함인 블루리지에서 보내준 공문을 확인한 함대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부터 차례대로 코드 레드를 해제하고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납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두가 그렇게 쉽게 명령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타타타탕 타타타탕!

    갑자기 통신기에 총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지금 총소리 난 곳 어디야?”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즉시 확인해봐!”

    “옛써!”

    찰리는 침을 꿀떡 삼키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냉정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USS 머스탱과 조지워싱턴 호에서 동시에 통신을 끊었습니다.”

    “뭐야?”

    통신장교의 말에 찰리는 즉시 USS 머스탱 이지스함과 항모 조지 위싱턴 호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게 단순히 캐로트와 맥케인만 체포해서 될 일이 아니었나 보구나.’

    그는 뒷골이 서늘한 것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USS 머스탱과 항모 조지 위싱턴 호에 다시 통신을 연결시켜!”

    “연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마 저쪽에서 아예 받지를 않습니다.”

    “뭐라고? 그럼 함포를 조준하고 위협사격을 해봐!”

    “네?”

    함교의 장교들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뭔가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그의 뇌리에서 마구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사고는 터지고 말았다.

    “어? USS 머스탱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것 같습니다.”

    “항모에서 함재기가 이륙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교의 장교들이 놀라서 소리치자 찰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저 중에 W80 핵탄두가 실린 토마호크 미사일도 있나?”

    “네, 그렇습니다.”

    “안 돼! 막아라. 무조건 막아야 한다.”

    찰리의 목소리가 블루리지 호의 함교에 메아리치고 있을 때, USS 머스탱 이지스함에서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차례로 발사되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는 모두가 우려하고 있던 W80 핵탄두가 실린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오마이갓!”

    블루리지 호의 함교에 있는 장교들이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폭발력 최대 150 킬로톤의 W80 핵탄두가 실린 토마호크는 오렌지색 불빛을 쏟아 내며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한방으로 개성은 아마 지도에서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다.

    그리고 천만 명이나 살고 있는 서울도 핵폭발의 영향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방사능으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마이로드, 한국을 지켜주세요!”

    함교에 근무하는 금발의 여장교 하나가 두 손을 모으더니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블루리지 호 함교 안의 모든 장교들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각자의 신(神)을 찾아 기도를 했다.

    2차 세계대전 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방의 핵폭탄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을 당했는지 매스컴을 통해 수도 없이 봐왔던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는 잘 찾지도 않던 신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고 있었다.

    개성과 인근 도시가 초토화될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돌연 하늘에서 푸른 빛줄기가 번쩍하며 쏟아져 내렸다.

    “어?”

    “저게 뭐지?”

    함교의 장교들은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분명히 푸른 빛줄기가 창공을 가르고 번쩍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어! 사라졌다.”

    “그렇구나. 사라졌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레이더에서 모두 사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함교의 장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마구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렇게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들이 속한 함대에서 시작된 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후회와 원망으로 살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러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 누군가 다시 크게 소리쳤다.

    “개성을 향해 날아가던 함재기도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그게 확실한가?”

    “네, 확실합니다.”

    “레이더는 정상작동중이지?”

    “네, 그렇습니다. 퍼펙트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때서야 다들 이게 단순히 환호성만 지르고 말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다.

    찰리는 흥분한 장교들을 다독여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레이더를 확인시켰다.

    “상황을 확실하게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찰리 중령님, 몇 번을 확인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 10기는 확실히 사라졌습니다. 아니 증발했습니다.”

    “항모 조지 워싱턴 호에서 이륙한 함재기 편대도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그때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여장교 하나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조지 워싱턴 호가 왜 안보이죠?”

    “응? 헉! USS 머스탱도 보이지 않습니다.”

    “육안으로 직접 확인해봐!”

    “직접 보세요. 없어요. 없다고요.”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새처럼 허공으로 날아가기라도 한 거야?”

    함대의 기함 블루리지 호 함교 안의 장교들은 모두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했다.

    핵폭탄을 실은 토마호크 미사일이 사라져 좋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함대에 속했던 항모 조지 워싱턴 호와 USS 머스탱 이지스함이 각각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져버리자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건 도저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즉시 태평양함대사령부를 호출해. 아니다. 백악관을 호출해라.”

    “그냥 둘 다 호출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찰리는 떨리는 두 손을 마주 잡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앞으로 절대 큐브를 향해서는 공격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찰리는 똑똑히 봤다.

    푸른빛을 내는 광채는 분명히 개성이 있는 동북방향에서 날아온 것이다.

    오늘 자신은 지옥의 아가리 속에 들어갔다가 간신히 탈출했는지도 몰랐다.

    그가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이 사실을 증언함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또 그 후폭풍이 어떨지 지금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서해에 망둥이가 뛰기 시작했다.

    * * * * *

    “언제부터 저러고 있습니까?”

    “한 시간도 넘었습니다.”

    “치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괜히 건드는 것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고는 해야 합니다.”

    “휴우, 그렇군요. 제가 가보지요.”

    “부탁합니다.”

    소곤거리는 두 사람은 국정현과 김신영이다.

    국정현이 총대를 메기로 하고 새카맣게 타버린 시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소울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

    “마스터!”

    “…….”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국정현이 침을 한번 꿀떡 삼킨 다음 뱉어낸 얘기에 그는 곧바로 반응했다.

    “마스터, 핵탄두 미사일이 서해 해상에서 발사됐다가 큐브에 의해 증발됐습니다.”

    “네?”

    “미 해군 7함대에서 W80 핵탄두를 실은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됐다가 큐브에서 푸른 광채가 날아가 증발시켰다고요.”

    “뭐라고요?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갑자기 소울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신의 배를 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 핵미사일을 쐈다고요? 이거 완전히 코미디네. 그런 골 때리는 일이 일어났다고요? 푸하하하하하!”

    “마스터!”

    국정현은 혹시 소울이 미쳐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갑작스런 충격을 연이어 받게 되면 가끔 정신이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마스터, 이제 민세경 힐러를 그만 보내주도록 하세요. 마스터 때문에 차가운 땅바닥에 계속 누워있어야 하잖아요?”

    “…….”

    국정현의 말에 소울은 갑자기 웃음을 뚝 멈췄다.

    그러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다 낡아빠진 야구공 하나를 꺼내더니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편히 쉬어라. 네 가족은 내가 잘 돌봐줄게. 오라클의 목을 잘라서 네 영전에 바칠 테니까 그때까지 좀 참고 있어.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한번 다시 만나도록 하자.”

    낮은 저음 목소리였지만 국정현의 귀에는 소름끼치도록 처연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들려왔다.

    소울은 주머니 속에 낡아빠진 야구공을 다시 집어넣고는 몸을 돌렸다.

    “마스터!”

    “나 귀 안 먹었어요. 작게 말하세요.”

    “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갑시다! 가서 오라클, 이 개 같은 년을 잡도록 합시다.”

    “네, 꼭 잡겠습니다.”

    큐브로 향하는 소울의 두 눈에서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오라클은 자신과 한 하늘아래 살 수 없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가 됐다.

    한때 사랑했던 민세경을 죽였고, 소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만약 소망의 행동이 조금만 늦었다면 자신의 부모님도 토마호크 미사일로 인해 돌아가셨을지도 몰랐다.

    “마스터, 돌아오셨습니까?”

    김영신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자신의 주위로 서머너즈 길드의 간부들과 소울 디펜스 간부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느새 그들은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소울은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걸리적거리는 것은 다 치워버립시다.”

    “네, 마스터.”

    소울이 강하게 말하자 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한미군을 지우세요.”

    “네, 마스터.”

    “오라클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제거하세요.”

    “네, 마스터.”

    “오라클과 그 일당에 협조한 놈들을 찾아내서 박살내세요.”

    “네, 마스터.”

    “오라클을 후원한 가문을 추적하세요.”

    “네, 마스터.”

    “특수영업부 대원들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세요.”

    “네, 마스터.”

    …….

    소울의 명령이 차갑게 내려졌다.

    ============================ 작품 후기 ============================

    * 이따 봐서 하나 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복 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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