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9 제 90 장 - 달콤한 복수 =========================================================================
“하하하, 너무 쉬운 질문이었나 보군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세계에 군림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힘의 투사가 가능한 항모전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항모전단만 움직일 수 없게 만드세요. 그럼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아! 그거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군요. 당장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영구 배치돼 일본은 물론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USS 조지 워싱턴(CVN-73) 니미츠급 항공모함부터 손을 봐야겠습니다.”
“웨스팅하우스 A4W 원자로 2기와 증기터빈 4기만 망가트리면 항공모함이야 바다에 떠있는 쇳덩이에 불과합니다. 아, 프로펠러를 망가뜨려도 되겠네요.”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인 밀리터리 마니아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상징인 항모전단을 망가뜨릴 생각에 다들 입가에 함박웃음을 띄우며 열을 올려댔다.
그들이야 명령만 내리면 되는 입장이지만 그것을 달성해야 하는 특수작전팀은 아마 이런 명령으로 인해 동해의 차가운 바다 속을 한동안 헤매고 다녀야할 것이다.
항모전단에 대한 얘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서머너즈 길드에서 포로로 잡은 이백 여명의 능력자들에 대한 거취문제가 의제로 나왔다.
“미국 정부에서 우리 길드로 협조공문을 보내왔습니다. 내용은 포로가 된 미국의 능력자들을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세계 능력자협회와 미국 능력자협회에서도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를 통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역시 대동소이(大同小異)합니다.”
“마스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백이나 되는 저들을 그냥 계속 데리고 있는 것도 아주 부담스럽습니다만.”
“혹시 밥값이 아까운 것은 아니고요?”
“하하하, 그런 점도 없진 않습니다.”
“하하하하!”
“으허허허!”
소울의 농담에 다들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풀어주긴 풀어주되 그냥은 안 되는 것 잘 아시죠?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살해하려고 국내로 잠입한 놈들입니다.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으세요.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모두 제거한 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능력을 제거한다고요?”
다들 능력을 제거한다는 말에 그런 일이 가능한지 어떤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그냥 돌려보내면 또다시 오라클의 주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여러분은 저들의 능력을 제거한 후 일반인을 만들어서 몸값을 받고 풀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미국에는 굳이 이런 정보를 친절하게 가르쳐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려서 보내주면 그뿐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명당 몸값을 얼마나 받아야 합니까?”
말은 사과와 배상을 받는다고 했지만, 사실 핵심은 능력자를 비능력자로 만들어 버린 후에 최대한 몸값을 받아 챙기고 넘기는 것이다.
싹 죽여 버리면 시원하겠는데 이백이나 되는 미국인들을 죽여 버린다면 미국과는 돌이킬 수 없는 반목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래서 나라가 힘이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이따위 고민을 안 할 텐데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협상이라도 하려는 것이다.
“B급 이상의 능력자의 몸값이 얼마나 하겠습니까? 백만 달러? 천만 달러? 알아서 생각해보세요.”
“백만 달러면 현재 환율로 대략 11억7천만 원 정도 되겠군요. 너무 싸네요. 역시 천만 달러는 받아야겠습니다.”
“그럼 1인당 천만 달러(117억), 200명이면 20억 달러(2조3천4백억)네요.”
“마스터의 몸값치고는 별로 많지 않군요.”
소울은 국정현과 김영신, 나인권 등이 하는 소리를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동안 다들 간들이 많이 커지긴 했나보다.
20억 달러면 2조3천4백억인데 별로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마스터의 몸값이 이것보다 크다는 말에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은 어느새 ‘20억 달러의 사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까뮤, 들었지?]
[네, 주인님.]
[가서 포로들을 모두 재운 다음에 권능과 능력을 다 뽑아서 흡수해버려. 다시는 능력자가 되지 못하게 철저히 해야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봐!]
[네.]
소울은 허공에서 사라지는 까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목숨을 노렸으니 사실 이쪽도 목숨을 거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백 명을 잡아 죽이게 되면 잔인한 놈이라고 난리가 날 것이다. 솔직히 미국의 후환도 좀 두렵고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대로 그냥 풀어준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사지 중에 하나를 끊어버리고 보내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인권이다 뭐다해서 근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인권단체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역시 제일 좋은 복수는 능력자들의 능력을 까뮤가 싹 뽑아서 먹어 치우는 것이다.
한번 능력자가 된 상태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상실감은 말도 못하게 클 것이 분명하다. 결코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폐인이 되거나 잘해봐야 그저 그런 일반인이 되겠지…….
그렇게 보니 능력자에게 능력을 빼앗는 것보다 더 무서운 복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마스터, 혹시 능력을 제거한다는 의미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흐음.”
나인권의 날카로운 질문에 소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이 비밀을 공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제 일반인도 얼마든지 비약을 먹고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능력자가 큐브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몬스터 필드에서 큐브로 바뀐 것은 이런 큰 장점 말고도 큐브 상점을 이용한다던가, 퀘스트를 통해 각종 보상을 받는다던가, 하는 어마어마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자의 능력을 제거 및 흡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이할 수 있다는 비밀은 쉽게 오픈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굳이 지금 공개석상에서 얘기할 것이 아니라 국정현 사무총장과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만 따로 불러서 의논해봐야겠다.’
소울은 일단 신중론을 택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를 꺼냈다.
“주한미군을 저렇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소울의 동문서답에 나인권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민감한 문제를 거론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는 즉시 자신이 질문한 것은 이미 잊어버린 듯 소울의 질문에 대답했다.
“무력진압을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말리는 바람에 지금 이렇게 소강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비밀리에 주한미군의 무기와 장비, 탄약 등을 계속 빼돌리고 있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국정현 사무총장께서 마스터께선 능히 그러고도 남으실 거라면서 특별히 지시를 하셨습니다.”
“크흠, 나인권 정보부장,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마스터께선 적에겐 자비가 없으시니 탈탈 털어먹어도 된다고 했지.”
누가 들어도 그게 그 말이다.
웃음이 났다.
소울은 겸연쩍어 하는 국정현을 한번 쓱 쳐다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남북은 이미 통일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과의 국경은 몬스터 필드로 인해 분쟁이 일어날 확률이 크게 낮아졌고, 러시아는 오히려 대한민국과 북한의 통일을 반기는 추세다.
이렇게 동북아의 긴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그동안 빠르게 병력을 늘리는 역주행을 해온 주한미군이다. 과연 미국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할 대목이었다.
이런 주한미군을 탈탈 털어먹으라고 말한 국정현을 보고 자신이 평소에 어떻게 해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이 털어 먹었습니까?”
“미국 제7공군기지와 제2전투항공여단 기지에서 스텔스 전투기와 공격헬기, 기동헬기 등을 빼돌렸습니다. 미국 8군과 2보병사단의 지상군 기지에서는 전차와 장갑차를 좀 챙겼습니다. 군수물자 비축창고와 병기창 몇 개는 아예 저희가 점령해서 통째로 털어버렸습니다.”
“호오, 그거 아주 잘 됐군요.”
듣던 중 아주 반가운 소리였다.
“마스터, 그런데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에 그 어떤 허락도 받지 않고 황해도로 넘어와서 민간인을 상대로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전시(戰時)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모든 것은 다 오라클이 저지른 일입니다. 우리는 그냥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을 노획을 한 것이고요.”
“아!”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로 만들면 됩니다. 나중에 문제가 일어나도 우리가 배상을 요구하게 되면 다 해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챙길 것 있으면 미리 왕창 챙겨놓으세요. 미래백화점그룹의 도움을 받으면 아마 더 쉽게 해결될 겁니다.”
“안 그래도 미래백화점그룹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더 잘됐군요. 어차피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겨두세요. 나중에 우리 정부에 팔아먹어도 되니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소울 디펜스 영업부 대원들을 투입하는 것도 다 돈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군단 급 전투대원을 움직이려면 막대한 자금과 물자가 소요된다.
썼으면 채워놓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을 공격한 주한미군이야말로 쓸데없이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 주범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텅 빈 만든 창고를 다시 꽉꽉 채워줄 수 있는 화수분이 될 수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나저나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곧 시작될 텐데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고구려 길드의 전폭적인 지지로 평양필드는 마스터가 기획하신 대로 대 몬스터 장벽을 보강하고 일부는 설계를 변경해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대형 몬스터를 맞이할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다른 몬스터 필드는 어떻습니까?”
“일단 대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사태는 능력개발청 청장과 능력자협회 협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에 있는 각 필드 안의 대 몬스터 장벽은 평양필드의 그것과 아주 흡사한 모양으로 변경 및 보강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북한에 있는 평양필드나 함흥필드보다는 남한에 있는 여섯 개 대도시 인근에 있는 각 몬스터 필드의 대 몬스터 장벽이 훨씬 쉽게 보강하고 변경하기 쉬웠다. 그만큼 사회간접시설이 잘 되어 있고 물자가 풍부한 것이다.
“함흥필드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쪽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지금은 서둘러 평양필드와 같이 변모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한반도에 있는 몬스터 필드는 모두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해외 각국에 있는 몬스터 필드입니다. 선진국이야 나름 우리가 제공한 정보를 이용해 대 몬스터 장벽을 보강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여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대비가 미흡합니다.”
“강력하게 경고를 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나라 몇 개 쓸려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요.”
“저희도 몇 차례 강력하게 경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강제권이 없는 외국의 길드의 말에 누가, 얼마나 더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하긴 쉬운 문제는 아니네요.”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인류를 위해 나름 여러 가지 노력과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가 아무리 노력해도 일개 외국 길드의 말을 귀담아 들을 정부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라클이 경고한 데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그에 맞춰 각자의 생각대로 대비를 하고는 있었다.
물론 그것이 중대형 몬스터에게는 하등에 쓸모도 없는 조치라는 것이 큰 문제였다.
“유 고문, 생체실드 중화탄의 생산은 어떻습니까?”
“국내의 생산라인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생산하고 있습니다. 계획보다 30% 정도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미국에 납품하는 것은 지금 이 시간부터 모두 중지해주세요. 현재의 가격으로는 미국에 더 판매하지 않습니다. 10배의 가격을 주면 다시 납품을 재개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남는 양은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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