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8화 (358/492)

00358  제 90 장 - 달콤한 복수  =========================================================================

국정현이 왜 박은영의 부탁을 받고 그녀가 실비아가 되는 것을 눈감아 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국정현의 입장이 되었더라고 아마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막상 문제는 실비아와 소울이 바라보는, 그녀의 환골탈태의 비밀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였다. 실비아는 아주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반해 소울은 크게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박은영 간호사에 대한 이미지가 크지 않아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

실비아는 과거에 자신이 박은영이었다는 사실과 뚱보 간호사였다는 흑역사가 밝혀지자 마치 소울의 앞에서 발가벗고 있는 것 같은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실비아가 원하는 데로 해주도록 하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네? 무슨 조건이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제 몸을 바치라면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실비아 비서에게 몸을 바치라고 하겠어?”

“그럼 뭘 원하시는 거죠?”

실비아의 말에 소울은 그녀가 대책이 서지 않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절대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것이 있으면 안 돼! 알았지?”

“아! 네에.”

왠지 실비아의 대답은 뭔가 무척 실망한 것처럼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스터, 회의실에서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국정현 사무총장의 비서 구아란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이동해 비서의 모습도 있었다.

“서항아 비서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 비서는 개성지부에 있습니다.”

이동해 비서의 말에 소울은 담담한 표정을 하고는 이대산과 김혜진의 앞으로 다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회의가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어요.”

“그래. 늦지 않게 가서 일봐라.”

“네, 아버지”

“항상 조심하고.”

“예, 어머니.”

소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이대산과 김혜진을 각각 한 번씩 쳐다보곤 몸을 돌렸다. 소망과 소현의 얼굴이 보이자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나중에 보자.”

“오빠, 너무 무리하지 마. 그리고 세경언니는 내가 꽉 잡고 있을게.”

주책바가지 같은 소현의 말에 소울은 썩소를 흘리며 소망을 쳐다봤다.

“크흠, 소망아! 잘 부탁한다.”

“여긴 내가 알아서 잘 할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그래. 부탁한다. 절대 큐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응. 알겠어.”

소울은 소망과 가볍게 주먹을 한번 부딪치고는 유정아를 쳐다봤다.

유정아는 살갑게 이대산과 김혜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정장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녀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여유 만만한 그녀의 모습에 소울은 절로 굳었던 얼굴이 풀리는 것 같았다.

“실비아, 뭐해? 같이 안갈 거야?”

“아, 아닙니다.”

멍하게 서 있는 실비아를 부르자, 실비아는 혼자 뭔가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앞장서서 혼자 어디론가 빠르게 걸어갔다.

“실비아 비서, 그쪽이 아닙니다. 이쪽으로 가야합니다.”

“아! 네.”

실비아는 이동해 비서의 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급히 뒤로 돌아 그의 옆으로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과거가 소울에게 드러난 것이 무척 충격이 컸는지 그녀는 아직도 조금 허둥대고 있었다.

뭐, 시간이 가면 아마 금방 나아질 것이다.

그는 오늘 하루만큼은 실비아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그냥 넘어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고개를 돌리다가 민세경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이제야 그녀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했다.

여자의 마음을 눈빛만 보고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처음 알게 됐다.

그래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이 유추가 되자 조금씩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구하려고 몸부림을 쳤던 것이겠지. 결국 몸부림만 치다가 끝났겠지만.’

옛정이 있어서 그런지 짠한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그녀와 얘기나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는 앞장선 구아라 비서와 이동해 비서를 따라 빠르게 광장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했다.

“이런 곳도 있었네?”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체육관이 분명했다.

하지만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앙에 긴 테이블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국정현 사무총장, 정일용 변호사. 황금보 홍보부장,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 나인권 정보부장, 두보환 보안부장, 민정돈 관리부장 등이 서있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모두 한 동작으로 가슴에 주먹을 대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소울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마스터,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다 여러분들이 힘써주신 덕분입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이런 일을 사전에 막았어야 하는데…….”

두보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울에게 고개를 90도 각도로 숙이며 사과를 했다.

소울은 그 모습에 앉으라며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사전에 눈치를 채고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은 아쉽긴 합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오라클과 그의 일당들이 조만간 이런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것을 의논해봅시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두보환은 앉은 채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소울의 말을 용서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현재 상황을 좀 알고 싶은데요.”

“제가 브리핑해드리겠습니다.”

나인권이 핼쑥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가 손짓을 하자 실내체육관 한쪽에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오고 프로젝트에서 빛이 쏟아졌다.

제일 먼저 스크린에 떠오른 것은 한반도의 지도와 미국의 지도였다.

“먼저 이번에 벌어진 사건의 배후는 오라클과 그녀를 추종하는 세력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오라클과 그 일당은 미국 정부에 의해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는 오라클과 결별을 선언한 셈이지요.”

“그거야 미국의 입장이지. 당한 우리의 입장은 아니야.”

“국정현 사무총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 전체적인 상황을 위해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사실만을 얘기하겠습니다.”

나인권은 분노로 눈을 번뜩이는 국정현의 날선 말에 부드럽게 잘 대처했다.

“고구려 길드와의 회담을 위해 개성에서 남포로 헬기로 올라가던 마스터를 공격한 것은 주한미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을 장악하고 있는 오라클 일당이겠지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공격헬기, 전투기, 탄도미사일, 심지어는 신의 지팡이까지 모두 오라클 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신의 지팡이는 주한미군에서 어찌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닐 텐데요?”

“탄도미사일과 신의 지팡이는 국방장관 도널드의 작품입니다.”

소울은 나인권의 말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일국의 국방장관, 그것도 초강대국인 미국의 국방장관이 개입된 사건이다.

전략무기로 분리하는 탄도미사일과 우주무기인 신의 지팡이까지 거침없이 사용한 저들의 행동은 이미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현재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모든 비행장과 캠프는 소울 디펜스 영업부에 의해 셧다운(Shutdown) 됐습니다. 또한 안천수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주한미군이 있는 모든 주둔지는 한국군이 포위하고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오! 그건 좀 놀라운 일이군요. 정부에서 나서다니 말입니다.”

“저도 이번에 조금 놀랐습니다. 안천수 대통령이 생각보다 강단이 있네요.”

소울의 말에 김영신이 맞장구를 쳤다.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핫라인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처리와 논의, 그리고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보는 어디서 나왔습니까?”

“청와대에서 직접 우리에게 알려준 사실입니다.”

“청와대에서요? 그거 참.”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도움이라서 그런지 다들 떨떠름했다.

안천수 대통령이야 나름 소신있는 정치가라서 믿을만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 각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한 가지 더 정보를 추가하자면 안천수 대통령이 현재 비밀리에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의회, 검찰, 경찰, 재벌, 군부 등 가리지 않고 무섭게 칼날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흐음, 그거 괜찮을까 모르겠네요. 기득권이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국정현과 김영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나인권은 소울의 눈짓을 받고는 계속 브리핑을 했다.

“믿을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현재 주일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주한미군이야 우리 소울 디펜스 영업부와 한국군에 의해서 발을 묶었다고 하지만 미 7함대 소속의 함대와 주일미군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청와대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지만 주일미군의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오라클 일당은 이미 미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상태라서 백악관도 곤혹스러워하는 눈칩니다. 앞으로 오라클 일당이 뭔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길드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나인권의 말에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간단하게 정리했다.

“서머너즈 길드와 능력자로 거듭난 소울 디펜스 대원들은 일단 모두 큐브 안으로 들여보내세요. 굳이 밖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황해남도와 개성 북부는 기존의 4군단을 앞세워 치안을 유지하고 오라클 일당을 상대하는 것은 서머너즈 길드의 몇몇 공격대와 소울 디펜스의 특수영업부를 적극 활용하도록 합시다.”

“마스터의 말씀대로 즉시 진행하겠습니다.”

나인권은 즉시 부관을 불러서 밖으로 명령을 전달했다.

의사결정이 빠른 것은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의 자랑이다.

특히 이런 위기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소울 디펜스 특수영업부 소속의 특작부대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하던데…….”

“현재 5개 팀, 40개조가 미 본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펜타곤, CIA 본부, NSA 본부, 합참 등 미국의 주요 건물 12개를 날려버렸고 오라클 일당으로 확인한 부통령 조지, 국방장관 도널드, 합참의장 마이클,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국가안보국(NSA) 국장 블레어,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 포먼 등을 함께 폭사시키거나 사고로 위장해서 제거했습니다.”

“놀랍고도 엄청난 활약이네요. 소울 디펜스 특수영업부 소속의 특작부대가 이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지닌지 몰랐습니다.”

소울이 크게 놀라자 김영신 사장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자랑질을 시작했다.

“남·북한 특수부대 출신 특수요원 중 최고의 요원들만을 엄선해서 만든 것이 이번에 활약을 하고 있는 특수작전팀입니다. 이들 중 3할이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자랑질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칭찬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소울은 김영신의 가려운 곳을 아낌없이 긁어주었다.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또 실제로 큰 공을 세운 특수작전팀이니 얼마든지 칭찬을 받아도 될 것이다.

“현재 특작부대는 오라클의 심복 하나를 생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놈의 입을 통해서 알아낸 오라클의 안가와 비처, 그리고 위장된 근거지를 중심으로 오라클의 세력을 파악하고 일망타진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작부대는 정말 잘하고 있군요. 혹시 부족한 것이나 어려움이 없는지 알아보고 적극 지원해주세요.”

“네, 마스터.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 있긴 합니다. 미국 정부에서 특작부대의 신원과 위치를 알려달라는 정식 공문이 왔습니다. 일단 무시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대처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처할 필요 없습니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단 미국 정부에서 특작부대를 잡으려고 하거나 위협을 한다면 그에 대한 응징을 하도록 하세요.”

“어디가 좋겠습니까?”

“미국의 군사력의 힘이 어디서 나옵니까?”

“네에?”

소울의 질문에 나인권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에 소울은 웃음을 보이며 즐겁다는 듯 말했다.

============================ 작품 후기 ============================

* 유정아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네요. 유정아를 미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실줄은 몰랐네요. 며칠 더 두고 본 후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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