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6화 (356/492)
  • 00356  제 89 장 - You crossed the line.  =========================================================================

    “아버지, 어머니!”

    “소울아!”

    “아들아!”

    “형!”

    “오빠!”

    “소망아, 소현아!”

    한 가족이 상봉했다.

    도대체 며칠이나 떨어져 있었다고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저렇게 펑펑 눈물을 흘리는지 모를 일이다. 누가 보면 한 10년은 서로 보지 못한 가족인 줄로 착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과 소울 디펜스 대원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소울과 그의 가족은 큐브 4층의 광장 분수대 앞에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맞긴 맞는 것 같은데 왠지 느낌이 묘하게 과장된 것 같기도 했다.

    “아들, 무사했네?”

    “네, 어머니도 아주 건강하시네요?”

    “호호호, 네 덕분에 나야 점점 젊어지고 있지 않니?”

    “정말 그러시네요. 혹시 회춘이라도 하시는 거예요?”

    “떽! 회춘이라니? 내가 언제 육십 살 먹은 할머니였어? 회춘이라는 말을 쓰게?”

    소울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 김혜진 여사를 꼭 안아주면서 아양을 떨었다.

    “그건 그러네요. 그럼 누나라고 해도 믿을 아름다운 우리 어머니를 뭐라고 불러야 하죠?

    “그럼, 그냥 누나라고 부를래?”

    “그럴까요?”

    김혜진은 결국 큰아들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서는 주책을 부리고 말았다.

    “여보! 지금 그게 엄마가 아들한테 할 말이야?”

    “호호호, 농담도 못해요? 이이는 도대체 유머가 없어요. 유머가.”

    김혜진은 농담이라면서 남편의 공세에서 슬쩍 빠져나왔지만 바로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김혜진은 요새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처음에는 큰아들이 능력자가 되어 나타나 피부 관리를 해줘서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다.

    소울 크리스털을 복용하여 능력자가 된 후, 큐브에 들어와 퀘스트를 깨면서 레벨 업을 하자 이제는 20년은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소울 크리스털과 비약의 도움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신체가 강해지고 몸이 저절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바뀌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장 주름과 기미가 사라지고 뱃살이 다 빠졌다. 몸에는 적당히 근육이 올라와 건강미가 돋보이는 얼짱 몸매가 되어가고 있었다.

    거기에다 큐브 안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저절로 전직을 하게 됐고 이제 ‘소서러’라는 당당한 직업도 가지게 됐다.

    아직은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소울 디펜스의 경호원들에게 의지하는 바가 컸지만 그래도 몬스터와의 실전에선 그래도 이번에 큐브상점에서 새롭게 구매한 여러 가지 소서러 스킬을 마음껏 구사하여 제몫을 해내고 있었다.

    아내가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짓자 이대산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무능해서 아내의 눈물을 쏙 뺀 것이 어디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큰아들 덕에 이제는 떵떵거리며 살게 됐고, 역시 큰아들이 가지고 온 보약을 복용하게 되어 드디어 고개 숙인 남자의 한을 풀 수가 있게 됐다.

    소울 크리스털을 복용하고 큐브로 들어와 퀘스트를 깨면서 이제 자신은 팰러딘의 직업을 가지게 됐다. 그러자 육체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피부가 깨끗해지고 탄력이 생겼고 듬성듬성한 머리에 다시 새롭게 머리털이 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뼈와 근육이 강화되고 골격이 조금씩 바뀌면서 체형도 같이 바뀌어갔다.

    그로인해 얼굴이 10년도 넘게 젊게 보이고 뱃살이 들어감은 물론, 온몸에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덮여가자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자신감이란 놈이 불끈불끈 샘솟게 됐다.

    과부의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당연히 아내의 지금 심정은 남편인 자신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울공주가 되어가는 김혜진에게서 무사히 풀려난 소울은 이대산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소망과 소현의 손을 잡았다.

    “소망아! 소현아! 걱정했는데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다.”

    “걱정할 것이 뭐가 있어? 소울 디펜스 소속의 경호원들이 항상 지켜주는데.”

    “그렇지.”

    소망의 말에 소울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이 소망의 옆구리를 툭 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뭔가 일이 터지자마자 우리를 큐브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사람은 세경 언니야. 실비아 비서가 구조를 요청했을 때도 제일 먼저 달려가려고 했다가 우리 때문에 못간 거 몰라서 그래?”

    “그건 그러네.”

    소망은 소현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으로 얘기를 하자 살짝 주눅이 든 모습으로 몸을 움추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쉽게 알아먹을 수 있도록 자세히 얘기를 해야지.”

    “응, 알았어. 다 얘기해줄게.”

    소현은 입에 마치 모터를 단 것처럼 신나게 얘기를 시작했다.

    소울은 소현의 입을 통해 세경이란 이름이 다시 나오자 급히 그녀의 말을 중단시켰다.

    “잠깐, 세경 언니라는 사람이 우리 가족을 도와줬다는 얘기는 잘 알겠어. 그런데 그 세경 언니의 이름이 혹시 민세경 아냐?”

    “응, 맞아.”

    쿵!

    소울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설마 내가 붙여준 힐러가 그 민세경은 아니겠지?”

    “맞는데. 오빠가 직접 우리 파티에 꽂아줬다고 하던데?”

    “아!”

    그는 진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랑했던 전(前) 여자 친구, 민세경을 자신이 직접 가족파티에 꽂아주다니 말이다.

    어쩐지 F-급의 허접한 힐러가 하나 있다고 하더니 그녀가 바로 세경이었다.

    ‘아이참, 내가 왜 그때 눈치를 못 챘지? F-급의 여자 힐러라고 했으면 당연히 민세경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고 보니 유정아가 힐러 한명을 영입했다는 것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민세경이었구나. 가만, 그런데 유정아는 왜 하필이면 민세경을 우리 길드로 영입한 거지? 그 정도 등급의 힐러는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텐데……. 가만 그럼 민세경이 우리 서머너즈 길드 소속의 능력자가 된 거잖아? 이건 앞으로 빼도 박도 못하게 됐네?’

    소울의 머릿속이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민세경이라는 이름을 듣자 심장에 쿵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수면 아래로 깊게 가라앉힌 그녀에 대한 감정이 실타래 풀리듯 올올이 풀려 위로 떠올랐다.

    보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만나기 무척 껄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앞으로 민세경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목하 고민 중이었고 반대로 감정은 점점 혼돈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오빠!”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아니야. 별거 아니야.”

    소현은 소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요상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오빠 세경 언니 좋아해?”

    “으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왜 세경 언니 얘기가 나오자마자 그렇게 복잡한 표정을 짓는 건데?”

    “내가?”

    “응.”

    단호한 소현의 말에 소울은 침을 한번 꿀떡 삼키더니 당당하게 일어나 말했다.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로 공을 세웠으면 상을 받아야지. 난 민세경 능력자에게 어떤 상을 줄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그럼 좋은 상으로 줘! 확실히 우리에겐 세경 언니 같이 헌신적인 힐러가 꼭 필요하니까 말이야.”

    “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구나.”

    “당연하지. 확실히 파티에는 힐러가 있어야겠더라고 그런데 세경 언니는 굳이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헌신적으로 움직이거든. 그런 힐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참, 오빠가 세경 언니 좀 키워주면 안 돼? 아무래도 재능이 좀 딸려서 쉽게 승급이 잘 안된다고 하네.”

    “그, 그래?”

    소울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큰 파도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 오빠!”

    “세, 세경아!”

    소현의 등 뒤로 민세경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아름답고 청초한 민세경의 얼굴을 다시보자 소울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무사하셨군요?”

    “응.”

    세경은 조용히 다가와 소울에게 안겨왔다.

    그는 머릿속으로는 그녀를 밀어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두 팔은 어느새 그녀의 몸을 꼭 껴안고 있었다.

    ‘빌어먹을, 따뜻하다.’

    소울은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며 한편으로 세경의 품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가족과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녀를 안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살며시 밀어내려고 하려는 찰나, 세경이 먼저 그의 품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왠지 그 느낌이 자신의 심장 한쪽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그러나 문득 손정도의 얼굴이 생각나자 소울은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네가 우리 가족을 잘 챙겨준다고 들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아버님, 어머님에게 큰 은혜를 받고 있는 걸요?”

    “그, 그래?”

    모질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어린 세경의 눈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무장해제가 되고 말았다.

    거기에다 자신의 부모님을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니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어서 방정맞게 뛰는 심장을 도저히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

    “소망이와 소현이도 저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제 등급으로 이런 좋은 파티에 낀게 행운이에요. 고마워요. 오빠가 직접 넣어주셨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응, 그래.”

    뭔가 말을 하고 싶지만 자꾸 자신의 대답은 단답형이 되고 있었다.

    “손정도는 잘 있니?”

    “네? 아!”

    소울은 자신의 입을 확 꿰매버리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생각이 입으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하아, 이런 병신 새끼! 그걸 왜 네가 물어봐! 당연히 남친, 여친 사이니 잘 지내고 있겠지.’

    그는 속으로 자학을 하면서도 얼굴로 티를 안내려고 무척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경에게는 그 모습이 다 드러나고 있었다.

    “오빠는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저도 얼굴을 못 본지 꽤 돼서 잘 몰라요.”

    “아니, 왜? 설마, 둘이 헤어지기라도 한 거야?”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이놈의 입이 오늘따라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속으로 자신의 입술의 가벼움을 욕하면서 그는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른 그 무엇보다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세경은 소울의 질문에 살짝 처연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솔직히 그 오빠와 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둘이 사귄 것 아니었어?”

    “사귈 뻔한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사귀진 않았어요.”

    “아니 왜? 그때 보니까 둘이 막, 허억!”

    소울은 갑자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확 솟구쳐 올라 자신도 모르게 말실수를 할뻔했다.

    급히 세경의 눈치를 보니 이미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져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못된 생각을 해서 그런지 받아주지 않았어요.”

    “뭐라고? 아니 왜? 네가 어때서? 손정도 그자식이 그렇게 대단해?”

    괜히 열불이 났다.

    이렇게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게 아니라 제 마음은 이미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어서 싫다고 하네요.”

    “뭐라고 아니 이자식이 그런데? 좋게 봤더니 영 못쓰겠네? 자기 마음도 아닌데 뭐로 채우던 지가 무슨 상관이야? 살다보면 다른 사람으로 마음이 채워질 수도 있지. 엥? 다른 사람으로 마음을 채워?”

    소울은 씩씩대며 열을 내다가 문득 얘기가 요상해지는 것을 깨닫고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세경의 눈을 바라보자 눈동자 안에 미안함과 죄책감, 안타까움과 원망스런 마음이 마구 섞여있는 게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소현이 둘 사이로 난입해 들어왔다.

    “오빠, 정말 실망했어. 어떻게 무뎌도 소망이보다 무딜 수가 있어?”

    “아니 소현이 너는 또 왜 그래?”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소현의 원망스런 목소리에 소울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현아! 나는 왜 끌어들여?”

    “흥!”

    소망이 옆에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치자 소현은 콧방귀를 뀌었다.

    소현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세경의 어깨를 감싸더니 분수대 한쪽으로 조용히 데리고 갔다.

    “언니, 미안해. 이제야 언니의 마음을 알게 됐어.”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그동안 완전히 오해했네. 괜히 소망이와 언니를 이어주려고 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랑의 작대기가 이미 다른 쪽으로 가 있었구나.”

    “아니라니까.”

    두 사람이 나름 작게 낸다고 소곤거렸지만 소울의 귀에는 천둥처럼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내평안 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려의검 배상(꾸벅!)

    *** 민세경의 등장에 발끈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제가 괜히 이유없이 등장시키겠습니까? 믿고 봐주시면 다 쓸데가 있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라 히로인을 결정할까 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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