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5화 (355/492)
  • 00355  제 89 장 - You crossed the line.  =========================================================================

    친화적 인물이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마치 교과서에 나오는 정답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패트릭이다.

    환한 미소로 웃으며 부드러운 몸동작으로 좌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그는 회의실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패트릭 부회장! 이쪽으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패트릭은 극상의 친화력 신공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회의실의 인간들 속에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제게 꼭 하실 말이 있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저는 위대한 나의 조국, 미국의 영광을 위해 큰 결단을 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결단이라니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과장된 제스처를 보이며 말하는 패트릭의 행동에 헤일리를 비롯한 장내의 사람들은 조금씩 귀를 기울여갔다.

    “오라클의 진실한 정체를 밝히고 지구말살의 음모를 막는데 이 한 몸 희생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라클의 진실한 정체?”

    “그렇습니다. 일단 제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러니까 오라클은 원래…….”

    푸른 눈에 금발을 가진 미남의 패트릭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오라클의 정체를 까발리고 그동안 그녀가 저질러온 온갖 부정과 부조리를 과대포장해서 폭로했다.

    사실 다들 처음에는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헤일리와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패트릭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오라클이 외계인의 주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요망한 계집이 외계인과 작당모의를 해서 몬스터 웨이브가 언제 일어날지 예언을 해서 사람들의 신뢰를 사고, 또 요상한 능력을 가지고 세계 능력자협회의 간부들과 미국의 고위능력자들을 홀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놓아두면 우리 미국은 앞으로 오라클이 저지른 책임을 몽땅 뒤집어 써야합니다. 즉시 오라클과 그녀의 주구를 체포해야합니다.”

    “혹시 패트릭 부회장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까?”

    “하하하, 증거 말씀이십니까? 물론 증거는 차고도 넘칩니다. 일단 여기 그녀와 어렸을 적부터 같이 살아온 입양아 제인 존슨 박사의 증언을 들어보십시오.”

    패트릭은 이미 유정아를 통해 오라클의 정체에 대한 증거를 받아놓았다.

    자신이 착실하게 모아놓은 증거까지 합치면 오라클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될 것이다.

    헤일리는 패트릭이 하나씩 증거를 보여줄 때마다 싸늘한 얼굴이 되어갔다.

    그가 보여주는 증거들 가운데 로스차일드 가(家), 록펠러 가(家), 모건 가(家), 유대계 금융가문의 일부가 개입한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 안에 오라클이 박아둔 인적 네트워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통령인 헤일리의 말보다 오라클 개인의 명령을 우선시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국가반역자 집단이라고 부를 만 했다.

    “놀라운 일이군요.”

    “오라클을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에서 끌어내리고 즉시 체포를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막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패트릭 부회장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라클에 대한 일은 우리가 회의를 해서 패트릭 부회장의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God bless America!”

    패트릭은 끝까지 쇼맨십을 버리지 못하고 과장된 액션을 취했다.

    헤일리 대통령은 패트릭을 일단 백악관 지하벙커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부터 논의해야 할 의제는 민간인인 그가 들으면 곤란한 극비정보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앞에서 말하기 창피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일부긴 하지만 암중의 가문들이 개입한 흔적이 명확하군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헤일리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암중의 가문에 대한 화두만 던지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부담스러운 의제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노련한 정치인의 처세술이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그의 말을 덥석 물지 않고 살짝 옆으로 비켜갔다.

    “그것보다 우리는 당장 오라클과 그녀의 주구들을 지명수배 해야 합니다. 이대로 미국 안에서 소울 디펜스의 요원들이 설치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들을 체포해도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도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울 디펜스의 극단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정답입니다.”

    제임스의 말에 헤일리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까?”

    “그럼 가만히 내버려 두자는 겁니까?”

    제임스가 강하게 되묻자 헤일리는 안색을 붉히더니 결국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은 자존심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제임스의 눈을 통해 깨닫게 됐다.

    “물론 그건 아닙니다. 오라클을 그냥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겠군요. 좋습니다. 오라클과 그녀의 일당들을 모두 체포하도록 하세요. 체포하지 못한 자들은 모두 지명수배를 내리도록 하시고요.”

    “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법무부 장관 메이슨이 헤일리의 말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헤일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를 보고 물었다.

    “주한미군 사태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일부는 백악관의 명령에 호응하여 움직임을 멈췄지만 일부는 아예 명령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들을 믿어야 할지를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일미군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네? 설마 주한미군에 스며든 이들과 같은 세력들이 주일미군까지 노리고 있는 겁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오라클의 세력들이라고 봐야지요.”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의 말에 국무장관 캘리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주일미군은 주한미군과는 달리 아직 걱정할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우리는 먼저 한국 정부를 달래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미 한국군은 주한미군이 주둔한 장소와 시설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머너즈 길드의 하위 조직인 소울 디펜스는 주한미군과 시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여 외부와 고립시켜 놓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나중에 어떤 큰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주한미군이 제어가 되지 않으니 한국과 협상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헤일리의 반문에 캘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한국 정부를 달래려면 일단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와 먼저 협상을 벌여야합니다. 그의 양해를 구해놓으면 이번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그 자는 우리 미국의 팬타곤과 CIA 본부, NSA 본부, 합참, 심지어는 백악관 앞의 건물까지 날려버린 테러범입니다. 테러범과 무슨 협상을 한다는 말입니까?”

    캘리의 말을 듣던 국가안전보장 보좌관 톰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하지만 동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루니가 곧바로 그의 말에 반박해왔다.

    “테러범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 일단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가 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분명히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팩트(fact)를 봐야지요. 저들이 누구이던 간에 확실히 우리와 척을 지고 싶어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벌어진 사건치고는 인명피해가 경미합니다. 그리고 그 인명피해라는 것이 모두 오라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사들입니다.”

    “그럼 저들이 지금 우리를 대신해서 오라클과 그녀의 세력을 제거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조직은 아무래도 소울 디펜스에서 파견한 특작부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들이 보여주는 능력을 보면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특수부대의 능력을 한참이나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셔야 합니다.”

    루니의 날카로운 분석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헤일리도 루니의 말에 심정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일단 저들을 함부로 테러범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요.”

    “그거야 말로 그들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저들이 만약 제 생각대로 소울 디펜스에서 보낸 특작부대라면 더더욱 조심히 접근해야 합니다. 서머너즈 길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현재 세계최초로 등장한 큐브를 장악하고 있는 길드입니다. 적으로 삼는 것보다는 당연히 친구가 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아! 큐브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요.”

    헤일리의 말에 루니는 조심스럽게 그를 보며 말했다.

    “비공식 루트로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서머너즈 길드에 소속된 능력자가 무려 오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세계 최대의 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소울 디펜스는 북한의 4군단을 통째로 집어먹고 현재 군단에 해당하는 정예군과 수천의 남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정말 무식하게 큰 길드군요.”

    “말이 오천 명이지 전원이 능력자로 구성된 오천 명의 군대라고 생각해보세요. 이들은 절대 함부로 상대할 자들이 아닙니다.”

    “음!”

    루니의 설명에 다들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듣고 보니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라는 자의 세력이 만만치가 않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가 보냈을 가능성이 높은 특작부대가 이미 미국의 안방까지 들어와 마음껏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능력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숫자 미상의 특작부대가 말이다.

    “안되겠습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어요. 당장 주일미군 철저히 단속하고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에게 특사를 보내도록 하세요.”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큐브입장권을 구입하려다가 실패했는데 더 이상 그와 척을 지면 우리 미국의 국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국무장관 캘리의 말에 헤일리 대통령이 그를 쳐다봤다.

    “큐브입장권은 경매로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보다 더 큰 액수를 제안한 나라가 있었습니까? 설마 중국은 아니겠지요?”

    “다행히 중국은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으음, 결국 오일 머니에 우리가 졌네요?”

    “그게 아니라 주한미군 사태로 우리가 경매에서 최종적으로 배제된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주한미군 사태만 없었다면 아마 큐브에 대한 정보는 미국이 한국정부보다 먼저 획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몬스터 필드가 직접적으로 미국에 위협, 아니 인류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몬스터 필드가 동시에 세 개나 사라지고 그 대신 나타난 큐브의 존재는 미국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으음, 큐브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큐브를 이용하면 능력자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미확인 정보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 정보가 사실로 판명난다면 전 세계가 앞으로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의 눈치를 봐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일단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에게 특사를 보내시고 그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세요. 어지간한 것은 다 들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꼭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합니다.”

    국가안전보장 보좌관 톰이 헤일리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러다가 오라클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미국인을 넘겨 줄 수는 없지 않습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봅시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을 가지고 걱정하고 의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헤일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민감해진 톰을 바라보며 빠르게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좋은 소식 하나 없는 회의실 분위기로 인해 헤일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도 늙었나?’

    그는 괜히 애꿎은 세월 탓을 하며 자신의 허리를 손등으로 두들겼다.

    이렇게 백악관 지하벙커에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격렬한 논의와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성의 큐브 안에서는 역사적……이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내평안 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려의검 배상(꾸벅!)

    *** 민세경의 등장에 발끈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제가 괜히 이유없이 등장시키겠습니까? 믿고 봐주시면 다 쓸데가 있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라 히로인을 결정할까 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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