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4화 (354/492)
  • 00354  제 89 장 - You crossed the line.  =========================================================================

    “국장님, 지금 당장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주한미군을 움직인 것을 한국 정부와 딜을 해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가 있습니다. 능력자들을 몰래 들여보낸 것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당근을 쥐어 준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과 신의 지팡이까지 쓴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에게 치명적입니다.”

    “애초에 그건 우리가 한 일이 아니잖아?”

    “맞습니다. 국방장관 도널드의 재가를 받아서 했지요. 하지만 모든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번 작전의 주체가 CIA로 되어 있으니까요. 지금쯤이면 백악관으로 보고가 다 들어갔을 것입니다. 성공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실패한 이상 후폭풍에 대한 대비를 하셔야합니다.”

    리암의 말에 존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오라클을 후원하는 가문들이 이번 일로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졌어. 그렇게 되면 대폭적인 물갈이가 일어날 거야.”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 한국 전략과 전술을 바꾸면 됩니다.”

    “어떻게?”

    “아직 한반도에는 주한미군이 주둔해있습니다. 그 옆에는 주일미군이 주둔해있고요.”

    “설마……. 이번에는 주일미군을 움직여보자는 얘기는 아니겠지?”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끝장을 봐야합니다.”

    존은 리암의 말에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민을 했다.

    “그래,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끝까지 가도록 해보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리암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밝게 웃자 존은 어쩐지 그 웃음이 사신의 웃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리암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게는 미안하지만 주한미군이 공격당한 사실을 물고 늘어지면서 주일미군을 동원한다면 마지막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큐브가 있는 개성을 깨끗이 날려버리고 IS에서 했다고 공작을 꾸미면 오히려 한반도에 대한 영향권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었다.

    “이거 공작이 많이 필요하겠는데?”

    “주체를 IS로 하실 거죠?”

    “맞아. 일단 최악의 경우 개성을 날리는 것은 IS로 하자.”

    IS는 하도 잔인무도한 녀석들이라 같은 테러단체들도 모두 등을 돌릴 정도였다.

    이놈들의 소행으로 증거를 만들어 놓는다면 한국 정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CIA 한국지부로 연락해서 사전공작을 벌이도록 하죠? 주한미군을 먼저 공격한 것은 반드시 한국군이어야만 합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이제는 한국군을 범인으로 세우는 방법까지 쓰자는 말이 나왔다.

    성공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기회에 한국의 대통령을 갈아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에게 별로 협조적이지도 않던데.”

    “그것도 한번 생각해보자고, 백악관에서 알면 개지랄을 해댈 텐데 주둥아리를 틀어막을 방법은 아예 없는 거야?”

    “그거야 당연히 준비를 해놓았죠. 말씀만 하시면 헤일리의 치부가 담긴 사진을 메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건 일단 먼저 하나 보내두는 것이 좋겠어. 그래야 헤일리가 조심해서 움직일 테니까.”

    한국의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얘기에서 이제는 자국의 대통령을 협박하자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며 존은 일이 점점 요상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

    “의회는 어떻게 할까요?”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접촉해서 상황을 좀 알아봐.”

    “알겠습니다.”

    리암이 대표로 대답을 했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존의 심복이자 간부들만으로 얼마든지 자신들에 유리한 여러 가지 공작을 하는 게 가능했다.

    그 만큼 회의실에 앉아 있는 간부들은 중책을 맡고 있었다.

    띠리리리링!

    “회의 중에 누가 핸드폰을 켜놓았어?”

    “누구 핸드폰이야?”

    갑자기 전화가 울려대자 존과 리암이 언성을 높였다.

    “제건 아닙니다.”

    “제 것도 아닙니다.”

    “그럼 누구 거야?”

    회의실에 앉아 있던 간부들은 모두 급히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각자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자신의 것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탁자 아래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뭐야?”

    누군가 소리가 난 진원지를 발견하고 소리치자 리암이 고개를 숙여 탁자 밑을 살펴봤다.

    탁자 밑에 핸드폰 하나가 테이프로 붙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리암은 불안한 얼굴로 핸드폰을 떼어 존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존은 기겁을 하며 받지 않았다. 오히려 턱짓으로 리암보고 받으라고 재촉했다.

    리암은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후우, 여보세요?”

    리암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핸드폰을 존에게 내밀었다.

    “뭐, 뭐야?”

    “국장님을 바꿔달라는데요?”

    “이런?”

    존은 리암의 행동에 혀끝을 찼다.

    없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바보같이 바꿔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할 수 없이 핸드폰을 리암으로부터 건네받은 존은 침을 한번 꿀떡 삼키며 전화를 받았다.

    “누구지?”

    “존!”

    “넌 누구냐?”

    “넌 선을 넘었어.(You crossed the line.)”

    “뭐라고? 너 누구야? 정체를 밝혀라!”

    존은 너무나 화가 났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탁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리암을 비롯한 간부 전원이 존의 얼굴을 쳐다봤다.

    존도 그들을 쳐다보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명색이 CIA 국장이라서 더 이상 추한 모습은 보일 수 없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막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갑자기 자신이 앉아 있는 회의실이 백광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그리고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쾅!

    CIA 본부 건물 한쪽이 통째로 날아갔다.

    누군가 거대한 도끼로 건물의 한쪽을 내려찍은 후 증발시켜버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로 인해 곧바로 건물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에에에에엥엥엥…….

    CIA 본부 전체에 비상벨이 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탈출했다.

    놀란 직원들은 패닉에 빠져 쓰러진 동료의 몸을 밟고 지나갔고 몇 명은 계단을 굴러 떨어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CIA 본부 건물이 증발하고 화재가 나자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방송국 헬기가 근처로 다가와 열심히 생방송으로 현장을 중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 전역으로 송출되는 이런 생방송이 지금 하나 둘이 아니었다.

    미국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에 있는 NSA(국가안보국) 본부 건물이 마치 케이크 한쪽을 대각선으로 잘라버린 것처럼 잘려있는 모습이 다른 방송국 헬기에 의해 생중계 되고 있었다.

    직원 수 38,000명에 80억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있는 미국 국방부 소속의 거대 정보기관이 자신의 건물이 저렇게 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라는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군의 펜타곤 빌딩보다는 상당히 양호한 상태였다.

    펜타곤(The Pentagon)은 직원 수 72만 명에, 정규군 142만 명, 예비역 110만 명을 거느리고 한해 예산 5천4백억 달러를 써대는 미국 국방부의 본청 청사다.

    911 테러 때 일부가 붕괴됐으나 다시 복구됐는데, 지금 다시 펜타곤의 한 축이 증발되고 화재가 일어나 검은 연기를 끊임없이 뿜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현장에 나간 미녀 리포터가 흥분한 목소리로 이 놀라운 일을 생중계로 방송했다.

    “미국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 때 공격당했던 펜타곤이 또다시 공격당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요? IS에서는 자신들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먼저 화재를 내고 직원들이 모두 대피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펜타곤의 한쪽을 증발시켜버린 것으로 봐선 IS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방송국 뉴스 데스크에서는 현장의 생중계를 이어받아 전문가들을 전화로 연결해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시청률이 팍팍 위로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저건 분명히 능력자의 소행입니다.”

    “아닙니다. 저건 몬스터의 소행이 분명합니다.”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하는데 왜 그걸 부정하는 겁니까?”

    “지금 장난하십니까? IS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유럽과 미국은 벌써 불바다가 되었을 겁니다. 이건 고위 능력자들이 벌인 테러가 분명합니다.”

    “함부로 불바다 발언은 하지 마세요. 북한도 아니고…….”

    이런 논쟁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고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역할을 한다.

    뉴스 데스크 진행자는 과열되지 않도록 나름 애를 쓰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은근히 이런 뜨거운 논쟁을 부추기는 이들의 언행을 굳이 막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뉴스 데스크 진행자 둘이 동시에 자신의 귀에 손을 대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즉시 논쟁을 중단시켰다.

    “잠시만 논쟁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긴급 방송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백악관 앞의 건물 하나가 통째로 증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을 불러 생중계로 연결하겠습니다.”

    일명 아가리 배틀을 하면서 신나게 서로를 공격하던 전문가들도 뉴스 데스크 진행자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아마 다들 집에서 채널을 고정시켜놓고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것이다.

    백악관(White House)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펜실베이니아 거리 NW에 위치해있다. 미국 대통령의 공식 거처이자 주요 업무지이다.

    방의 수는 130개가 넘고 백악관을 포함한 주위 부지는 모두 72,000m2 로,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이 관저의 2층에서 산다. 대통령집무실은 타원형이라 오벌 룸(Oval Room)이라 부르며 방문객을 접견한다.

    “오마이갓!”

    “미스터 프레지던트, 위험합니다. 지금 즉시 지하벙커로 대피하십시오.”

    미국 대통령 헤일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뻔히 보이는 맞은 편 건물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사라져가자 놀란 눈을 닫지 못했다.

    그의 옆에서 비밀경호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의 요원들이 대통령을 보채 지하벙커로 데리고 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헤일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건 우리에게 하는 경고야! 백악관을 노렸다면 벌써 이 건물은 증발되고도 남았을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금 즉시 지하벙커로 들어가십시오.”

    고집스럽게 자신의 할 말만 반복하는 비밀경호국 요원의 행동에 헤일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좋아. 지금 즉시 백악관 지하벙커 회의실로 모두 모이라고 전해.”

    “예스, 미스터 프레지던트.”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고집을 꺾은 헤일리 대통령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백악관 지하벙커 회의실에 도착하자 그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헤일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실에 앉아있는 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국무장관 캘리, 국가정보국(ODNI) 국장 제임스, 국가안전보장 보좌관 톰,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 로벤, 동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루니…….

    “이상하군. 도널드와 마이클, 존과 블레어는 왜 안보이지?”

    헤일리의 말에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사실 그들은 모두 저녁에 들어오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국방장관 도널드, 합참의장 마이클,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국가안보국(NSA) 국장 블레어는 모두 현장에서 실종됐습니다.”

    “그 말은 죽었다는 말인가?”

    “살아있는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그런 표현을 쓴 것입니다.”

    “설마 빌딩이 증발할 때 안에 있었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낱 한시에 초강대국 미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CIA 국장과 NSA 국장이 동시에 사라지다니 말이다.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IS는 절대 아닙니다.”

    제임스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하자 헤일리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그 정도는 짐작하고 있네. 정말 IS가 한 짓이라면 그것보다 무서운 일도 없겠지.”

    “더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제임스가 질린 표정으로 말하자 헤일리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짐작 가는 데라도 있나?”

    “으음,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 서머너즈 길드에서 벌인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머너즈 길드?”

    “네, 소울 디펜스를 거느리고 있는 한국의 길드입니다.”

    “아! 소울 디펜스?”

    서머너즈 길드라고 하니까 잘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 디펜스라고 하니 바로 생각났다.

    서머너즈 길드는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미국 정부와 백악관에는 북한의 4군단을 집어 삼키고 황해남도와 개성 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소울 디펜스의 이름이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주한미군과 미국 능력자협회 회장인 썬더와 그의 파티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제거하려고 했었는데 이게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으음, 내가 지금 뭘 놓치고 있는 겁니까?”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전부 보고 드리겠습니다.”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는 헤일리에게 자신에게 보고된 그간의 모든 일들에 대한 정보를 규합하고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를 읽고 있는 헤일리에게 제임스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의 모든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읽고 제임스로부터 모든 상황을 보고받자 헤일리는 큰 충격에 빠져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일이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죽이려는 오라클의 음모로 일어난 일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밖에 세계 능력자협회 패트릭 부회장이 와 있습니다. 직접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입니다.”

    “세계 능력자협회 패트릭 부회장이요? 흐음, 흥미롭군요. 일단 안으로 모시고 오세요.”

    “예스, 미스터 프레지던트.”

    잠시 후, 백악관 지하벙커 회의실의 문이 살짝 열리며 190cm가 넘는 거구의 백인 사내가 들어와 헤일리를 보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 작품 후기 ============================

    * 제목을 뭘로 할지 고민하다 일단 그냥 올렸습니다. 나중에 좋은 제목이 있으시면 조언부탁드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수정: 12-3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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