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3화 (353/492)
  • 00353  제 89 장 - You crossed the line.  =========================================================================

    대부분 B급 이상에 간간히 A급이 섞여 있는 이백여 명의 능력자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번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떨지, 100%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나 전(前)이나 어차피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는 본인 스스로도 확신한 적이 없었다.

    “총공격!”

    금발 청년의 공격명령에 어느새 백여 명으로 불어난 능력자들이 일제히 소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시무시한 적들의 진격을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는 소울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낮게 숙였다.

    그때였다.

    부아아아악 부아아아악!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쾅 콰콰쾅 쾅쾅쾅!

    갑자기 숲 외각에서 소총과 기관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간히 수류탄과 유탄발사기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니 혹시 군대가 동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속을 뒤흔드는 폭음과 총성으로 인해 전투는 벌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곧 숲속 사방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고 달려오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어? 저건 웨어울프들 아냐? 서머너즈 길드 외인부대가 도착했구나.’

    소울은 단번에 인기척의 정체를 알아냈다.

    부시럭!

    무성한 수풀의 한쪽이 열리며 누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마스터!”

    “김민호 대장!”

    그는 서머너즈 길드의 제1 레기온 대장인 김민호였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울을 향해 달려왔다.

    “마스터!”

    “오! 박정일 부장!”

    이번에는 박정일 소울 디펜스 영업 1부 부장이 중무장을 한 채로 반대편 수풀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곧 소울이 서 있는 숲속은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서머너즈 길드의 외인부대와 공격대, 소울 디펜스 대원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한미군 소속의 특수부대가 방해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지체됐습니다.”

    “아니야. 때마침 잘 와줬어.”

    김민호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사과를 하자, 소울은 오히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엔 타이밍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아보였다.

    소총의 탄창에 생체실드 중화탄을 가득 채우고 전신방탄복으로 무장한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자신을 척살하기 위해 온 이백 여명의 능력자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며 위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으하하하하하!”

    그는 한 차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김민호 대장과 박정일 부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제 또 탄도미사일이 떨어져 내릴지 모르니 즉시 이곳을 떠나 이동을 하도록 하자.”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의 광학정찰장비와 각종 전자식 정찰장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형 재머(jammer)를 단 드론 수십 대가 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어디서 났는데?”

    “유 고문께서 힘을 많이 쓰셨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휴우, 그렇군.”

    천하의 탄도미사일과 신의 지팡이라도 목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별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유정아가 아주 큰일을 해내고 말았다.

    소울은 그제야 안심을 하곤 고개를 위로 치켜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원망을 많이 안 해서 참 다행이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번에 자신이 살아난 것은 정말 하늘이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저 하늘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을 신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장내는 빠르게 정리됐다.

    까뮤와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능숙한 솜씨로 전리품을 챙기고,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전장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백여 명의 미국 능력자들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모조리 체포되어 능력자 전용 구속구를 찬 상태로 포승줄에 묶였다.

    총공격을 명했던 금발의 청년은 거칠게 저항을 했지만 머리에다 총구를 들이대자 즉시 태도를 바꿔 얌전히 소울 디펜스 대원들의 지시를 따르는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줬다.

    “마스터, 나머지는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먼저 개성으로 들어가시죠?”

    “그게 좋겠습니다. 저기 뻘쭘하게 서 있는 서머너즈 길드 외인부대와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하하하, 그렇게 하도록 하지.”

    박정일 부장의 말에 김민호 제1 레기온 대장이 맞장구를 치자 소울도 굳이 사양하지 않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소울은 고개를 돌려 서머너즈 길드 외인부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외인부대 소속 웨어울프들은 모두 하얀 이빨을 들어 낸 채 웃으며 다가왔다.

    “마스터, 반갑습니다.”

    “와줘서 고마워!”

    “너무 늦지 않아 천만다행입니다.”

    라이코스가 대답을 하자 그의 뒤로 레이칸 부족의 엘리트 전사들이 모여들었다.

    차례로 얼굴을 확인해보니 함께 전장을 누볐던 역전의 용사들이 이 자리에 다 모여 있었다.

    예전에도 뛰어난 전투력으로 레이칸 부족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엘리트 전사들은 이제 서머너즈 길드의 외인부대에 속해 외인부대의 주축을 이루고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라이코스를 시작으로 안트로프, 네바단, 코로나, 스프린트, 자크, 한스, 칼리스, 아포카, 룰라 등 엘리트 전사들은 하나 같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소울을 쳐다봤다.

    “마스터, 우리 오랜만에 한번 신나게 숲을 달려봅시다.”

    “그럴까?”

    “무하하하하!”

    “으하하하하!”

    웨어울프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다들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외인부대의 활약이 없었다면 서머너즈 길드의 공격대와 소울 디펜스 영업1부의 대원들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해 소울이 어려움을 겪었을 뻔 했다.

    그런 공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소울에게 일체의 공치사를 배제한 채, 순수하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소울을 만나 저렇게 반가워하고 있었다.

    참으로 단순한 놈들인 것이다.

    “마스터!”

    “비스크!”

    그때, 그의 앞으로 비스크가 나타났다.

    눈에 그렁그렁 물기가 맺힌 채 다가서는 비스크를 바라보자 소울은 그동안 비스크를 몹시도 미워하며 구박했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하아, 이 새끼 사람 마음 약하게 만드네. 앞으로는 좀 잘 대해줘야겠다.’

    친구는 어려울 때 봐야 진정한 친구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소울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에 비스크가 얼마나 광분했는지 알고 있는 외인부대 소속의 웨어울프들은 다들 비스크의 어깨를 한 번씩 두드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비스크가 여자라면 모를까 냄새나는 사내에다 웨어울프인 짐승이기도 해서 소울은 안겨오려는 그를 피해 슬쩍 몸을 돌리고 앞장을 섰다.

    “자! 다들 간만에 신나게 달려보자.”

    “네, 마스터.”

    소울의 말에 외인부대 대원 수백 명이 동시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즐거운 표정을 짓는 외인부대 대원들을 보자 절로 즐거운 마음이 된 소울은 제일 앞에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본과 푸티나가 바짝 쫓고 까뮤와 렉시가 호위를 했다.

    그러자 비스크와 엘리트 전사 출신 대원들이 기러기 진형을 이루며 빠르게 달려갔다.

    우두두두두두!

    외인부대 대원 수백 명이 동시에 숲속을 질주하는 소리는 마치 수백 마리의 말들이 초원을 달리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외인부대가 소울을 경호하며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지자, 남아있던 서머너즈 길드의 제1 레기온 소속 능력자들과 소울 디펜스 제1 영업부 소속 대원들도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고 포로들을 이끌고 남하했다.

    그들이 향하는 장소는 전 세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북한의 개성, 아니 이제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된 개성이었다.

    멀리 개성의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겨울비라도 한차례 내리려는 것일까?

    차가운 겨울바람이 볼을 할퀴고 지나가는 품새가 영 심상치가 않다.

    * * * * *

    미국 버지니아 주 랭글리.

    수풀이 우거진 넓은 숲속 안에 깨끗한 건물과 널찍한 주차장이 들어서있다.

    겉으로 보면 무슨 대기업이라도 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출입하는 자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말쑥한 정장에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출입구의 벽에 붙어 있는 로고와 인장을 보면 이곳이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기관 중 하나인 CIA(중앙정보국)의 본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1,600 여명에 달하는 직원과 연간 150억 달러의 예산을 가진 자칭 세계 최고의 정보조직인 CIA는 공식적으로 각국의 경제정책과 전략 및 첨단기술의 개발상황을 분석하거나 자국 기술의 불법유출을 방지하며 외국의 정부, 기업, 사이버, 개인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 보고하는 임무를 가진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행하는 CIA의 임무가 무엇인지는 차마 입에 담기가 두려워질 정도이다.

    “다들 모였어?”

    “네, 모두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CIA 국장 존의 말에 그의 비서 메리가 전형적인 미국 동부 발음을 구사하며 대답했다.

    존은 젊고 아름답고 똑똑한 자신의 비서의 얼굴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한번 쓱 쳐다봤다. 메리는 끈적끈적한 그의 눈길에 오히려 아랫입술을 살짝 핥으며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운데로 모으는 요염하고도 도발적인 자세로 답했다.

    철썩!

    “꺄악!”

    존은 터질 것처럼 탱탱한 메리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한 대 치면서 사무실을 나섰다.

    뒤에서 놀란 메리가 비명을 지르자 존은 오히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즐기는 듯 했다.

    회의실은 자신의 사무실 바로 건너편에 있어 자주 사용하는 장소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일명 자신의 라인에 속한 자들이 모두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숫자였지만 CIA 본부 안에서 모두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중요한 멤버였다.

    “국장님,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렸어?”

    “아닙니다. 다들 지금 왔습니다.”

    “잠깐만 일단 커피 좀 가져오도록 하지.”

    “앉아 계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CIA 부국장인 리치만이 벌떡 일어나 한쪽 벽에 새로 뽑은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따라가지고 왔다.

    엉거주춤 일어나 있던 자들은 리치만의 빠른 순발력에 조금은 아쉽다는 표정을 하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리치만은 존이 평소 즐겨 마시는 연한 커피에 각설탕 두 개를 타고는 티스푼으로 저어 존의 앞에 놓았다.

    “고마워!”

    “천만에요. 저의 즐거움일 뿐입니다.”

    리치만의 아부 섞인 대답에 존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한번 쳐다보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는 리암 동아시아담당 과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한반도에서 실행한 작전은 어떻게 됐지?”

    “실패했습니다.”

    “뭐야? 그게 정말이야?”

    “네, 방금 CIA 한국지부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원군으로 보낸 미국 능력자협회 B급 이상의 능력자 이백 명까지 모조리 서머너즈 길드에 포로로 잡혔답니다.”

    쾅!

    존은 리암의 말에 크게 화가 나서는 탁자를 주먹으로 치면서 열을 냈다.

    “아니 주한미군을 비롯해 미국 최강의 능력자라는 썬더와 그의 파티, 주력으로 보낸 백 명의 능력자와 지원군으로 보낸 이백 명의 능력자까지 지원했는데도 작전을 실패했다는 말이야?”

    “죄송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작전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앞으로 오라클의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거야?”

    존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잡아 쥐고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타깃의 현재 위치는?”

    “큐브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오마이갓!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존은 너무 화가 나자 오히려 어이가 없어졌다.

    “혹시 서머너즉 길드의 마스터 혼자 있던 것이 아니었나?”

    “혼자였습니다.”

    “정말이야?”

    “네, 확실합니다.”

    “그놈 등급이 뭐야?”

    “B+급 소환계 능력자입니다.”

    존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리암을 노려봤다.

    “B+급 소환계 능력자 한명을 죽이기 위해 나중에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을 뻔히 아는 주한미군을 무단으로 움직이고, 미국 능력자협회 소속의 고위 능력자 삼백여명을 주한미군의 군용수송기를 이용해 몰래 한국으로 들여보냈는데도 실패했다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나한테 사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

    들어올 때와는 180도로 변한 존의 태도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꼭 다물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 제목을 뭘로 할지 고민하다 일단 그냥 올렸습니다. 나중에 좋은 제목이 있으시면 조언부탁드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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