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1 제 88 장 - 위기일발(危機一髮) =========================================================================
‘순간이동!’
스팟!
그는 순간이동을 하여 바위 뒤쪽의 울창한 수풀사이로 은밀하게 스며들었다.
나무 사이로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현장을 빠져나가자 주변으로 능력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포위망을 형성하고 달려온 척살대 능력자들로 인해 갇히게 된 것이다.
그때, 주인이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든 푸티나가 전력으로 달려오면서 체인라이트닝을 난사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체인라이트닝의 위력에 놀란 능력자들이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소울은 푸티나의 용맹에 화답하듯 디스트로이어를 대인모드로 맞춰놓고 사방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슝 슈슈슝 슈슈슝 슈슈슈슝!
척살대 능력자들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나무 뒤로 숨거나 땅바닥에 엎드려 소울의 공격을 피했다.
팔다리에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그들의 뒤를 백업하고 있는 것은 힐러들의 치유능력이라 곧바로 우윳빛 광채들이 스며들어 소울의 공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반항은 여기까지다.”
레오날드가 소울의 정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걸어왔다.
그의 뒤로 열 명의 능력자가 나타나 소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원형의 포위망을 구축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들이 척살대에서 가장강한 십강(十强)의 능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척살대의 다른 능력자들이 자신의 소환수들의 발을 묶어 놓았다는 말이 된다.
소환수와 상급정령들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까뮤!
거대 골렘화 능력을 지닌 탱커들에 의해 행동의 제약을 당한 푸티나!
수십 명의 능력자들의 조직적인 방어에 의해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봉쇄당한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고공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렉시!
소울은 빠르게 까뮤와 본, 푸티나와 렉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깊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소환수들은 절대 약하지 않다.
몇 분이면 아마 이들의 의도를 분쇄하고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몇 분이면 소울도 눈앞의 레오날드를 비롯한 열 명의 척살대 능력자들에 의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절체절명(絶體絶命)!
궁지(窮地)에 몰려 살아날 길이 없게 된 막다른 처지(處地)를 이르는 말이다.
그의 처지가 바로 딱 이 말과 같았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그리고 더는 물러서지도 않겠다. 이제 여기서 이들과 끝장을 봐야한다. 내가 가진 모든 패를 열고 정면 돌파한다.’
소울은 그렇게 강하게 마음을 먹으며 디스트로이어를 총집에 집어넣고 대신 소울브레이커를 뽑았다.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근접전투에 특화된 강화계와 민첩계 능력자들이 분명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A급 이상의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만만한 놈이 하나도 없냐? 아니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난 무조건 할 수 있다. 무조건 이 싸움에서 승리한다.’
마음속으로 조금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이라 일체의 부정적인 생각은 머릿속에서 날려버렸다.
썬더가 데리고 왔던 파티를 상대할 때와 같은 요행수도 바라긴 어려웠다.
정말 최선을 다해야 간신히 실오라기 같은 생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적을 인식하자 그의 내면이 꿈틀거렸다.
단전에 자리 잡고 있는 오러홀에서 오러를 끄집어내어 소울브레이커로 집어넣으려던 것을 회수하여 온몸으로 퍼뜨렸다.
순간적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내단의 기운보다 오러가 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대신 내단에서 오러를 왕창 뽑아서 비어가는 오러홀을 채웠다. 그리고 내단을 오른손으로 이동시켜 소울브레이커에 내단의 기운을 때려 넣었다.
그러자 남색의 검기가 소울브레이커의 검날에서 솟아나더니 점점 짙은 색깔의 검날이 되어 자라났다.
“소드 마스터?”
“설마 저놈이 소드 마스터였던 거야?”
“그런 정보는 없었잖아?”
“어쩐지 겁나게 강하더라니…….”
단단한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져 내린다.
소울이 소드 마스터라고 오해한 능력자들은 스스로 공포라는 괴물을 불러다가 자꾸 몸집을 키워주고 있었다.
스스로 오해를 하고 알아서 공포를 조성하는 적을 보자 소울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마나홀에서 마나를 꺼내 디바인 쉴드에 몽땅 불어넣었다. 마나홀에 마나가 비자 그는 내단에서 마나를 뽑아다가 마나홀을 채웠다.
그 마나를 다시 가져다가 디바인 쉴드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투명한 디바인 쉴드가 푸른 하늘색의 반구형의 모양으로 변해 덩치를 키워나갔다.
레오날드는 더 이상 지켜보고 있다가는 공격도 해보기전에 사기가 꺾일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뭘 보고 있어. 한꺼번에 공격해서 없애버리자.”
“그래, 아무리 강해도 우리 모두를 당해낼 수는 없어.”
“죽어라!”
레오날드의 작전은 성공했다.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에 슬며시 공포에 질려가던 능력자들은 자신들의 숫자가 열배나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공격해왔다.
차차창 창창창!
퍽퍽퍽 퍼퍼퍽!
레오날드가 정면으로 달려들자 소울은 쉐도우 스텝을 이용해서 뒤로 물러서며 좌우에서 달려드는 적의 롱소드와 할버드를 일일이 쳐냈다.
동시에 뒤쪽에서 다가오는 거구의 능력자들의 방패를 원앙각으로 후려갈기며 옆으로 빠져나갔다.
아무리 합공을 잘해도 결국 공격을 해올 수 있는 방향은 동서남북 네 방향뿐이다.
뭐 가끔 공중을 뛰어 날아와 공격하는 놈도 있을 수 있으니, 두더지처럼 땅바닥을 뚫고 나오는 공격만 없다면 최대 다섯 방향이 될 것이다.
소울은 포위된 상황에서도 결코 일방적으로 포위공격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여서 적의 몸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적의 움직임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방해하는 작전을 썼다.
처음에는 소울의 의도를 깨닫지 못해 손발이 맞지 않아 서로를 공격하거나, 공격했다가 피하느라 빈틈을 드러냈다.
소울은 그 틈을 이용해서 소울브레이커를 날카롭게 휘둘렀다.
서걱 스슥 사각!
윽, 크윽, 컥!
짧은 단말마가 들려왔다.
하지만 비명 뒤에는 어김없이 우윳빛 광채가 터져 나와 소울에게 검상을 입은 능력자들을 바로 치료해버렸다.
‘이런, 힐러들이 몸을 숨긴 채 지원을 해주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 가면 답이 안 나온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내 살을 주고 적의 뼈를 꺾어서 일격에 치명상을 주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알파 오러연공법을 운용하여 오러를 자신의 몸 안에서 맹렬히 돌렸다.
오메가 마나연공법도 동시에 운용하여 마나홀에 있는 마나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오른손바닥에 있는 내단의 기운을 뽑아내어 문신강체술로 활성화된 자신의 몸 외부로 퍼트렸다.
그러자 소울의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해지고 그가 장비하고 있는 둠 플레이트의 표면이 마치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은은히 빛났다.
소울은 자신의 살을 내주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신의 몸을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자 깜짝 놀랐다.
‘설마 이게 진짜 호신강기는 아니겠지?’
상급 기사의 검술과 칼라볼그의 상급 검법인 글람 검법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타이타닉 검법을 펼치며 소울은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방패를 든 거구의 사내를 향해 부딪쳐갔다.
쾅!
‘크억!’
하지만 소울은 상대를 잘못 정하는 우를 범했다.
원앙각으로 거구의 사내가 든 방패를 후려갈겼을 때와는 달리 정면으로 부딪치자 등급과 힘의 차이가 명백하게 느껴졌다.
뒤로 주르륵 밀려나간 소울은 등으로 커다란 할버드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급히 허리를 뒤로 제쳐서 할버드를 피하자 그의 등이 땅바닥과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낮아졌다.
기회라고 생각한 호리호리하게 생긴 여자 능력자가 롱소드로 소울의 한쪽 다리를 그었다.
잽싸게 한쪽 다리를 들어 피한 소울은 그 상태로 두 다리를 움직여 뒤로 물러나는 묘기를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을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레오날드를 비롯한 다섯 명의 능력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자신의 무기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갈겼다.
소울은 그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디바인 쉴드를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전력으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캉 카카캉 깡깡!
놀랍게도 디바인 쉴드는 다섯 능력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무사히 막아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디바인 쉴드는 엄청난 마나를 쑥쑥 잡아먹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는 단 5초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제길, 이놈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이대로 가면 난 잘다진 고기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 공격을 빠져나갈 수 있지. 어떻게 해야?’
그때였다.
위기의식이 극에 달하는 순간, 갑자기 그의 뇌리로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어? 아직 이 공간에는 뱀피릭 미스트 퍼져있다. 그리고 나에겐 악마적 재능을 개화한 경험이 있다.’
뱀피릭 미스트가 무엇인가?
죽음의 안개를 살포해 저주와 속성 데미지를 주고 데미지의 20%를 생명력으로 흡수하는 서먼나이트 전용스킬이 아닌가?
거기에다 소울에게는 악마적 재능을 개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생기를 실처럼 뽑아서 연결하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곤란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봉인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데 마음에 꺼린다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었다.
‘뱀피릭 미스트!’
그는 혹시 몰라서 뱀피릭 미스트 스킬을 다시 한 번 사용했다.
그리고 디바인 쉴드에 마나와 같이 내단의 생기를 실처럼 꼬아서 쑤셔 넣었다.
캉 카카캉 캉캉캉!
특별히 뭔가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소울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마나만 주입했을 때와는 달리 내단의 생기를 실처럼 꼬아서 때려 넣자 디바인 쉴드에 강한 탄성이 생겼던 것이다.
또한 디바인 쉴드를 부착한 디바인 건틀렛을 낀 왼팔에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며 기운이 쑥 빨려들었다.
‘아! 된다.’
소울은 당장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리고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레오날드를 비롯한 A급 이상의 능력자 다섯 명이 소울의 방패인 디바인 쉴드를 미친 듯이 내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디바인 쉴드는 아까와는 달리 전혀 충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강한 탄력으로 이들이 주는 충격을 서로 상쇄시키거나 흡수 또는 반사시켰다.
그 와중에 이들의 기운을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듯 쪽쪽 빨아들이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깡깡깡 깡깡깡!
디바인 쉴드를 내려치는 소리가 조금씩 둔탁하게 변해갔다.
레오날드를 비롯한 A급 이상의 능력자 다섯 명이 소울의 방패인 디바인 쉴드를 미친 듯이 내리치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디바인 쉴드를 내려친 게 30초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치 3시간은 내려친 것 같은 극심한 피로감과 탈력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헉헉헉, 이거 좀 이상하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내려와 턱을 향하고 있는 레오날드가 헉헉거리며 말하자 그제야 주변의 능력자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한 마디씩 했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뭔가 수상하다.”
“너무 힘들다. 일단 교대하자.”
누군가 교대를 말하자 그들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능력자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달려왔다.
그들이 공격을 교대하려고 하는 그 짧은 순간 소울은 살짝 위로 디바인 쉴드를 밀어 올리면서 자신의 등에 힘을 주고 두 다리를 이용해 재빠르게 한 바퀴를 돌았다.
당연히 그의 손에 들린 소울브레이커는 남색의 짙은 오러블레이드(검강)을 빛내며 디바인 쉴드와 땅바닥에 난 틈사이로 길게 빠져나왔다.
휘익!
서걱 서걱 서걱!
“크아악!”
“아악!”
“내 다리!”
오러블레이드에 의해 무려 세 명의 능력자의 발목이 잘려나갔다.
소울은 잽싸게 한 바퀴을 더 돌아 소울블레이드로 그들의 잘려나간 발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런 죽일 놈!”
“공격해라.”
“박살을 내버려!”
교대한 능력자들이 화가 나서 디바인 쉴드를 자신의 무기로 마구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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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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