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50화 (350/492)
  • 00350  제 88 장 - 위기일발(危機一髮)  =========================================================================

    “이런 산 너머 비치가.”

    욕하는 산드라의 얼굴조차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는 자신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지상주의가 찬란하게 꽃핀 대한민국에서 너무 오래 산 탓이다.

    강남에 가면 넘쳐나는 인조인간들이 서로 비슷한 얼굴을 하고 돌아다녀도 아무런 거부감을 못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그들처럼 인조인간이 되기 위한 성형비용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알바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꽤 된다는 얘기도 있다.

    소울은 산드라를 바라보면서 노골적으로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그녀의 화를 돋구었다.

    “산드라, 어차피 죽을 놈이야. 괜히 미리 힘 빼지마.”

    누군가 산드라에게 조언을 해주자 산드라는 바로 발작을 하려다가 어디선가 인내심을 주어다가 장착했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화를 참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대체 지금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야하는 지 이 머리가 텅 빈 여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수십 명의 척살대 능력자들에게 완전하게 포위를 당한 상태라서 적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반대로 소울에게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는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하며 주변을 살펴봤다.

    이미 숲속은 본의 연막이 낮고 짙게 깔려있었다.

    언제라도 본에게 명령을 내리기만하면 사방을 연막으로 뒤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울은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차례로 명령을 내렸다.

    [본, 신호를 하면 숲 전체를 연막으로 덮고 돌격해라.]

    [예스, 마이로드.]

    [까뮤는 본이 돌격하는 순간, 가지고 있는 독과 사린가스를 다 쏟아부어버려!]

    [네, 주인님.]

    [상급 정령들의 능력이 심상치 않으니까 조심하도록 하고.]

    [네, 알겠어요.]

    상급정령의 힘을 처음 경험한 소울은 까뮤에게 특별히 주의를 주고, 푸티나에게 은밀한 명령을 내렸다.

    [푸티나는 본이 돌격을 시작하면 즉시 주변으로 체인라이트닝을 쏟아내라.]

    [꾸잉.]

    푸티나의 마지막 대답으로 한판 크게 붙을 준비가 모두 끝나자 소울은 느긋한 마음으로 레오날드에게 물었다.

    “도대체 나를 왜 죽이려고 그러지?”

    “그건 네가 큐브라는 상급 몬스터 필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여유만만하던 소울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변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큐브가 왜 상급 몬스터 필드야? 몬스터 필드를 만드는데 협조한 오라클이 그렇게 얘기를 했어?”

    “너야 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오라클이 몬스터 필드를 만드는데 협조하다니?”

    “하하하, 너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지구에 몬스터 필드를 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바로 오라클이야. 외계인들에게 지구를 팔아넘긴 사악한 년의 말을 듣고 오히려 몬스터 필드를 없애고 있는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 씌웠구나?”

    “거짓말이 아주 그럴 듯한데? 하지만 오늘 네가 여기서 죽는 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레오날드와 산드라를 비롯한 척살대는 소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오히려 소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경멸어린 시선으로 쏘아봤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상황이었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오라클이란 년이 어떻게 알고 미래를 예언하는 거지? 그년이 지구정복의 원흉인 외계인들과 한통속이라서 몬스터 웨이브가 있을 때마다 말해줄 수 있는 거야.”

    “오라클이 정말 외계인과 한통속이라면 왜 몬스터 웨이브가 있다는 것을 알려서 우리가 막을 수 있게 해주는 거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레오날드가 차갑게 대꾸하자 소울은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네 말대로 내가 오늘 너희들에게 죽는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죽을 놈이 거짓말을 할까? 어떻게 되던지 죽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그리고 오라클이 몬스터 웨이브 말고 예언한 게 뭐가 있는데? 왜 그년은 몬스터 웨이브 말고는 다른 예언을 못하는 거지? 이 정도면 초등학생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닥쳐라! 어디서 요사스런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냐?”

    “이런 개가 뜯어 처먹을 년이 있나? 요사스러운 것은 너의 그 얼굴가죽이다. 얼마나 많은 사내들을 그 얼굴로 후린 거지? 그 얼굴이면 세상 모든 남자들을 다 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나? 단도질도 제대로 못하는 년이 어디서 나대고 지랄이야?”

    산드라는 소울의 독설에 입에 거품을 물고는 단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산드라, 안 돼!”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말렸다.

    하지만 산드라의 눈은 이미 분노로 뒤집혀있어 소울을 향해 달려오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그들의 대화(?)는 한 여자의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인해 끊기고 말았다. 대신 척살대와 소울 간의 피 말리는 혈투가 시작됐다.

    ‘트렌스 페인, 네크로멘시, 커스 오브 둠, 뱀피릭 미스트, 쉐어링 어빌리티!’

    일단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소울은 서먼나이트의 직업 전용스킬 다섯 개를 빠르게 펼쳤다.

    ‘문신강체술, 디바인 쉴드 부착, 디바인 쉴드 온!’

    그리고는 바로 상급 문신강체술을 펼치고 디바인 건틀렛에 디바인 쉴드를 부착하고는 디바인 쉴드에 마나를 쏟아 부었다.

    그러자 반투명한 원형의 신성방패가 자신의 한쪽 몸을 완전히 가릴 만큼 커졌다.

    이 모든 것이 거의 한 동작처럼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순간이동!’

    동시에 그는 순간이동을 펼쳐 산드라의 공격을 옆으로 살짝 피했다. 그리고는 바로 그녀의 귀에다 디스트로이어의 총구를 가져다댔다.

    “헉! 타임! 잠깐만 할 말이 있어.”

    자신의 귓구멍을 우악스럽게 쑤시고 들어오는 차가운 디스트로이어의 총구의 감촉을 느끼자 산드라는 뜨겁게 타오르던 무딘 뇌가 급격히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얼른 두 손을 들었다.

    “미친년! 지랄하네. 이미 널 한번 봐준 것도 벌써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이년아!”

    푸캉!

    디스트로이어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자 산드라의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갔다.

    아니 깨끗하게 증발해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산드라의 머리만 증발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머리통을 증발시킨 푸른 광채 덩어리가 척살대가 몰려있는 한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속 시원하게 터져버렸다.

    쾅!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 가까이 붙어 서있던 척살대 능력자들은 한순간에 몸이 증발되어 날아가 버렸고, 조금 떨어져 있던 능력자들은 온몸이 지글지글 끓어버리는 지독한 화상으로 인해 몸부림을 치며 쓰러져갔다.

    소울의 소환수들은 그가 디스트로이어를 쏘자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곧바로 각자 준비한 공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본은 숲 전체에 낮게 깔아놓은 연막을 위로 솟구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숲 전체가 연막으로 뒤덮여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게 됐다.

    [스켈레톤 기병단, 돌격!]

    동시에 본은 해골전투마를 타고 스켈레톤 기병단과 함께 척살대를 향해 돌격했다.

    우두두두두두두두!

    까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몬스터의 몸에서 흡수한 각종 독과 사린가스를 공중에서 지상으로 한꺼번에 확 풀어버렸다.

    그러자 중대형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던 독과 사린가스가 섞이더니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본이 깔아놓은 연막으로 인해 그 정체가 완전하게 가려진 탓에 숨을 쉬는 존재는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고 각종 독과 사린가스에 중독되어갔다.

    소울만 유일하게 둠 플레이트를 풀 플레이트로 형태변환해서 장비하고 투구를 닫아 온몸을 완전 밀폐시켜 각종 독과 사린가스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푸티나도 소울이 디스트로이어를 쏘자 본이 연막을 장막을 세우듯 위로 들쳐 세우는 것을 보고는 강력한 체인라이트닝을 사방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소울에게 선물로 받은 A급 아티펙트인 ‘증폭의 서클릿’이 오랜만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며 푸티나의 능력을 증폭시키자 체인라이트닝은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척살대 능력자들을 쓸어버렸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지지직!

    [까뮤, 기왕 뿌리는 김에 최루탄과 최루액도 같이 다 뿌려버려!]

    [네, 주인님.]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상급 정령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까뮤는 소울의 명령에 지상으로 최루탄과 최루액을 마구 쏟아내었다.

    펑 퍼펑 펑 퍼퍼펑!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케엑 크악 커억 으윽…….

    목을 잡고 고통스럽게 기침을 해대며 비명을 지르는 척살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모습이었다.

    그들을 치료해야할 힐러들부터 자신의 목을 잡고 괴로워하고 있으니 다른 능력자들의 상황은 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울은 연막으로 자신의 모습이 가려지고 사방이 난장판으로 변하자 조용히 순간이동을 펼쳤다.

    미리 봐둔 바위사이로 들어간 그는 원형의 디바인 쉴드에 마나를 쏟아 넣고는 자신의 몸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확장시켰다.

    반투명한 원형의 방어막이 생기자 소울은 바위 사이에 몸을 움츠리고 눕더니 몸 위로 디바인 쉴드를 덮어 완전하게 가렸다.

    우두두두두두두!

    바위 틈 사이로 무서운 속도를 내며 달려가는 스켈레톤 기병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하나같이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대검과 기병도를 마구 휘둘러 척살대 능력자들의 몸을 베었다.

    으아악 크아악 아악…….

    십여 명의 척살대 능력자들이 스켈레톤 기병단의 공격에 당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척살대 능력자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모두 이쪽으로 와서 방어진을 구축하라.”

    “힐러들은 자신과 탱커들을 먼저 치료하라.”

    “탱커는 전면에 방어진을 만들어 돌격하는 적들을 막아라.”

    레오날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숲속을 울리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척살대 능력자들이 레오날드를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는 곧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독, 정화!”

    “그룹힐!”

    “멀티힐!”

    힐러들이 자신과 탱커들을 향해 치유의 능력을 발하자 각종 몬스터의 독과 사린가스에 중독됐던 능력자들이 빠르게 힘을 회복했다.

    물론 당장 완치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의 돌격을 방어할 정도의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아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힐러들에 의해 능력자들은 더욱 빠르게 본래의 힘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파이어볼, 파이어볼, 파이어볼!”

    “파이어월!”

    그 뒤를 이어 원소계 능력자들이 화염을 소환해내고 불의 장벽을 치자 주변에 가득한 연막과 독이 빠르게 타거나 증발이 되어 사라져갔다.

    이 상태로 조금만 지나면 숲속을 가득 덮고 있는 연막이 다 사라질 판이었다.

    소울은 도저히 이런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렉시, 적들을 향해 큰 거 한방 쏴줘!]

    [빠아!]

    [푸티나! 즉시 피해라!]

    [꾸잉!]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추격대를 돌파하여 숲 한쪽으로 빠져나가자 렉시에게 폭격을 명령하고 푸티나는 옆으로 피하도록 했다.

    언제나 자신을 불러줄까 기다리고 있던 렉시는 고공에서 거대한 화염덩어리 하나를 소환하더니 바로 지상을 향해 쏴버렸다.

    쐐애애애액!

    쾅!

    꽈르릉 우르릉 쿵쾅! 화르르르르륵!

    마치 탄도미사일을 보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숲속에 떨어진 렉시의 ‘블레이즈 블레스트’는 말 그대로 숲 한쪽을 초토화시켜버렸다.

    갑작스런 렉시의 공격에 허무하게 당해 죽어간 척살대 능력자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또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능력자도 수십 명이나 됐다.

    하지만 그 정도로 척살대를 몰살시키기에는 척살대에 속한 능력자들의 등급이 너무 높고, 숫자도 너무 많았다.

    소환수와 상급 정령을 이용해 방어를 한 일부 능력자는 아예 블레이즈 블레스트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본은 스켈레톤 기병단을 이끌어 원을 그리며 반전했다.

    동시에 사방으로 연막을 뿜어내어 사라져가던 숲의 연막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소울의 위치가 발각됐다.

    “쥐새끼 같은 놈이 저 바위 사이에 숨어있다.”

    “저놈을 잡아 죽여라!”

    “저 새끼만 잡아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사지를 끊어버리고 두 눈을 뽑아버리자.”

    악에 받혀 소리치는 척살대의 고함소리에 소울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저들에게 사지를 끊기고 눈을 뽑힐만한 원한을 산 적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방금 탈고한 따끈 따끈한 원고를 바로 올려봅니다. 즐거운 시간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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