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49화 (349/492)

00349  제 88 장 - 위기일발(危機一髮)  =========================================================================

소울은 둠 플레이트에 박힌 화살을 잡아 뽑았다.

분명히 뚫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둠 플레이트 안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힐!’

스스로 힐을 쓰면서 숲속을 질주하는 소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제기랄, 이놈들도 나처럼 오러를 쓰는 법을 어디 가서 배워왔나?’

큰 상처가 아니라서 힐 한방에 부상은 깨끗이 회복됐다. 하지만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그의 자존심에 흉터처럼 박혀버렸다.

소울은 어느새 자신의 양옆으로 다가선 흑인 능력자 두 명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는 토마호크를 꺼내 호리호리한 흑인 능력자 한 명을 향해 냅다 던져 버렸다.

휙! 캉!

하지만 들고 있는 단도로 가볍게 막아서 튕겨내더니 새하얀 이빨을 징그럽게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소울은 그 모습에 덩달아 마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퍽!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던 흑인 능력자의 뒤통수에 토마호크가 돌아와 박혀버리자 그도 더는 웃지 못했다.

“마이클!”

또 다른 흑인 능력자 하나가 땅바닥으로 픽 쓰러져버린 동료를 향해 달려가자 소울은 차가운 눈빛으로 디스트로이어를 꺼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슝!

쿵!

머리통에 구멍이 뚫린 흑인 능력자는 동료인지 형제인지 알 수 없는, 이미 죽어버린 흑인 능력자와 나란히 누워 사이좋게 요단강을 건너갔다.

적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파는 놈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된 벌이 아닐까 싶었다.

‘토마호크, 소환!’

토마호크를 소환해서 도끼집에 넣은 소울은 방향을 45도 각도로 틀어서 달려갔다.

흑인 능력자 둘을 처치하는 순간, 어느새 자신이 적에게 다시 포위됐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순간이동!’

그는 순간이동을 쓰면서 디스트로이어를 총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대신 소울브레이커를 꺼내 전면을 향해 베어갔다.

창!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속에서 완벽하게 은신하고 있는 검은색 타이즈를 입은 암살자의 단검이 그의 검을 힘겹게 막아냈다.

하지만 암살자는 언제 자신이 밀렸냐는 듯, 눈부신 속도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단검을 휘둘러왔다.

소울은 그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캉!

촤아악!

디바인 쉴드로 단도를 막았다.

동시에 디바인 쉴드에 마나를 밀어 넣으며 옆으로 긋자 암살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하더니 기겁을 하면서 물러났다. 갑자기 디바인 쉴드의 크기가 쭉 늘어나 자신의 목을 갈라왔기 때문이다.

방패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상상도하지 못한 암살자는 간발의 차이로 경동맥이 잘려나갔다.

촤아아아!

허공에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암살자는 급히 자신의 손으로 경동맥을 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쏟아지는 피로 인해 곧이어 허무하게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암살자의 죽음은 사실 소울에게 그리 큰 이득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암살자를 죽이느라 시간을 지체한 덕분에 그의 주변으로 포위망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툭, 퍽!

그는 땅에 떨어진 암살자의 단검을 발끝으로 쳐서 띄워 올린 다음 발로 세차게 단검의 끝을 차버렸다. 소울을 향해 전투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털보 능력자의 목을 향해 단검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휘익!

캉!

털보는 급히 달려오던 속도를 늦추더니 들고 있던 전투도끼의 날로 날아오는 단검을 막았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막히자 소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순간이동!’

그의 몸이 꺼지듯이 사라져 털보의 옆에 나타나 소울브레이커로 옆구리를 가르며 스쳐지나갔다.

서걱!

“크윽!”

털보는 자신의 옆구리를 손으로 잡으며 몸을 비틀었다.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갑옷이 너무도 쉽게 잘려나가며 옆구리에 깊숙한 검상을 입었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상처를 감쌌지만 그의 손가락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소울은 충분히 털보의 목을 날려버릴 수 있었지만 일부러 옆구리만 베고 지나갔다.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부상자를 만드는 것이 적의 추격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을 추격하는 적의 기세는 죽지 않았다.

사사삭 사사삭!

파파팟 쌩 쐐애애액 쐑!

나무사이를 번개처럼 빠져나간 소울은 급히 방향을 옆으로 틀어 달려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로 화살이 연이어 날아와 박혔다.

크고 작은 단도와 투창까지 그가 움직이는 방향에 있는 나무와 땅바닥에 무늬를 그리듯 깊이 박혀들었다.

콰콰쾅 콰콰쾅!

퍼퍼펑 퍼퍼펑!

하늘에는 오색의 불꽃이 차례로 터져 나오며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았다.

까뮤와 정령들의 대결로 인한 폭발광과 폭발음이 눈과 귀를 어지럽혔다.

차차창 창창창!

서걱 서걱!

추격대의 한쪽에서 사력을 다해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본의 끈질긴 노력도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포위망을 벗어나 도망치려는 소울의 사투처럼 처절하지는 않았다.

[푸티나, 소환!]

스팟!

[꾸잉!]

소울은 결국 포위망에 갇히게 되자 즉시 푸티나를 소환했다.

[푸티나, 정면에 라이트닝 쇼크웨이브! 최대 출력으로!]

[꾸잉, 꾸잉!]

푸티나는 소울에 의해 소환되지 마자 벌떡 일어나 온힘을 다해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를 펼쳤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츠츠츳!

펑 퍼퍼퍼퍼펑!

푸티나가 새파란 스파크가 번쩍거리는 튀어나오는 두 앞발을 부딪치며 정면을 향해 쭉 내밀자 강력한 라이트닝 쇼크웨이브가 45도 각도로 활짝 퍼져 나갔다.

“으아악!”

“크아악!”

“아악!”

“커억!”

…….

라이트닝 쇼크웨이브의 사정거리에 있던 미국 공격대의 대원들이 처참한 비명을 흘리며 쓰러졌다.

소울은 그 틈을 노리고 빠르게 순간이동을 펼치며 빠져 나갔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커다란 전투도끼였다.

“헉!”

소울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이용해 뒤로 상반신을 눕혔다.

등이 땅바닥에 스칠 정도가 오른손에 든 소울브레이크로 땅바닥을 툭 쳐서 반동을 얻어 몸을 옆으로 뒤집었다.

그리고는 다시 앞으로 엎드리고는 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쌔앵!

파파파팟!

엎드리고 뒹굴고 피하는 자리를 따라서 십여 발의 화살이 차례로 박혀 들어왔다.

“이놈!”

휘익!

퍽!

영화에서 봤던 삼손 같이 생긴 우락부락한 근육의 긴 머리의 백인 청년이 커다란 전투도끼를 마음껏 휘두르며 소울을 공격해왔다.

소울은 정신없이 이리저리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 와중에 전투도끼에 맞은 커다란 나무가 너무나도 쉽게 숭숭 잘려나가는 것을 보니 절로 등골이 오싹했다.

‘제기랄, 결국 포위되고 말았구나.’

그렇게 포위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결국 그는 포기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힐, 힐, 힐…….”

“그룹힐!”

“멀티힐!”

숲속에서 하얀 백광이 여기저기로 쏟아져 내리더니 쓰러졌던 능력자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미국 공격대의 힐러들이 도착해서 부상자를 바로 치료한 것이다.

제일 발이 느린 힐러들이 도착했다면 이미 탱커나 딜러들은 자신의 주변에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시간을 벌어야한다.

“멈춰라!”

숲속에 소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당장 전투가 중단되고 소울의 주위로 수십 명의 미국 공격대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소리에 오러를 실어 크게 소리친 보람이 있었다.

[본, 푸티나, 까뮤! 이리로 와서 한번 제대로 붙자.]

[예스, 마이로드.]

[꾸잉.]

[네, 주인님.]

렉시는 혹시 모를 탄도미사일이나 신의 지팡이가 떨어지면 경고를 하기 위해 그냥 고공에서 감시를 하도록 내버려뒀다.

“겨우 잡았네.”

“그러게 말이야.”

“저자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인가?”

“사진을 보니 맞네.”

미국에서 보낸 공격대, 정확하게 말하면 소울을 죽이기 위해 보낸‘척살대’의 능력자들은 이미 다 잡은 물고기라도 되는 양 사진까지 꺼내서 소울의 얼굴을 대조하고 확인까지 했다.

둠 플레이트를 풀 플레이트 형태로 만들어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열어놓은 상태라 그들은 소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울은 날카로운 눈매로 자신을 포위한 수십 명의 미국에서 온 능력자들을 쳐다봤다.

하나같이 등급이 높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이중에서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자는 몇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등급만 높다고 무조건 전투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울만 해도 같은 등급의 능력자라면 두 자리 숫자,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능력자 몇 명은 당장이라도 씹어 먹을 정도로 전투력이 뛰어나질 않는가?

그의 머리 위 상공에 까뮤가 조용히 나타나 자리를 잡고 섰다.

소울을 죽이려고 달려든 척살대 대원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자 까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들만 골라서 준비를 시작했다.

푸티나도 소울의 앞으로 나와 거대한 동체를 세우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척살대를 노려봤다.

이미 그의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발바닥은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푸티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자 처음으로 자신의 라이트닝 파워의 출력을 최고로 끌어올려 공격준비를 마쳤다.

소울이 서 있는 뒤쪽의 숲속에서 서서히 안개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본이 스켈레톤 기병단을 소환한 채 연막으로 숲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싸우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보자.”

“그래라. 어차피 죽을 놈이니 궁금증은 풀어주도록 하지.”

소울의 말에 척살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건장한 중년의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네가 이들의 리더인가?”

“그렇다. 난 레오날드라고 한다. 미국 능력자협회 소속이지.”

레오날드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손에는 은색 대검이 다른 한손에는 은색 방패를 들고 있었다.

탱커나 근접딜러로 보였고, 등급도 A급 이상인 것 같았다.

“이젠 아주 대놓고 미국 능력자협회에서 왔다고 광고를 하는구나?”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너를 위해 해주는 마지막 호의다.”

“그렇군. 하지만 너무 비겁한 것 아냐? 얼핏 봐도 백여 명은 되어 보이던데…….”

소울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레오날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깨끗하게 인정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같은 사내로써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에게 내려진 지상명령은 오늘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인 너를 반드시 이곳에서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핑계를 댔다면 뭐라고 욕을 했을 텐데 깨끗하게 사과를 하면서도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도저히 그를 비웃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 나도 이제부터 최선을 다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들을 상대하겠다. 죽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마라.”

“그런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비겁하게 너 하나를 먼저 공격한 것은 우리 쪽이니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욕하지 않겠다.”

레오날드의 말에 소울의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문득 이자와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친구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레오날드는 사내다웠기 때문이다.

‘레오날드라고 했지. 네놈만큼은 정말 깨끗하게 단칼에 목을 잘라서 죽여주겠다.’

소울은 그렇게 다짐을 하며 소울브레이커를 검집에 집어넣고 디스트로이어를 꺼내들었다.

느긋하게 디스트로이어의 공격모드를 유탄모드로 바꾸고 레버를 위쪽으로 올렸다.

“그런데 너희들이 여기서 다 죽으면 누가 오라클에게 가서 내 말을 전해주지?”

“뭐라고? 푸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

소울의 말에 레오날드를 비롯한 척살대의 능력자들이 모두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중에는 고운 얼굴이 아까워서 얼굴 대신 두 다리를 공격해서 살려준 산드라가 포함되어 있었다.

A급 힐러가 있었는지 이미 그녀의 두 다리는 말끔하게 나아있었고 오히려 소울을 바라보며 원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라클에게는 내가 직접 전해주겠다. 죽기 전에 우리 모두를 웃긴 노랑 원숭이라고 말이다.”

“뭐 이런 위아래의 입이 걸레 같은 년이 다 있지? 불쌍해서 죽을 것을 살려줬더니 어디서 더러운 주둥아리를 털고 있어?”

그는 산드라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절대 참지 않고 바로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산드라의 아름다운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더니 뽀드득 이를 갈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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